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0)
내 마법이 더 쎈데-20화(20/203)
< 제8장 – 아르카스의 신도 (2) 그리고 선지자. >
아르민이 아직 수도원을 찾기 1시간 전.
“이걸 받아라.”
이멜다는 아르민에게 목걸이를 하나 받았다.
✟모양을 가진 액세서리로, 그 모양새가 이멜다에겐 무척이나 생소했다.
“저, 이건······?”
“로자리오다. 뭐, 굳이 말하자면 부적 같은 거지. 앞으로 널 보호해줄 거다.”
액세서리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 이멜다로선 약간 의문이 들었지만.
‘나으리의 말씀이야.’
이멜다는 고개를 끄덕이곤 로자리오를 목에 걸었다.
거기에 더해, 아르민은 이멜다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라며 손짓했다.
이멜다가 얌전히 그 말을 따르자.
주륵.
“앗.”
갑작스레 차가운 무언가가 이멜다의 정수리 위로 떨어졌다.
끈적한 감촉이나 느낌을 보아하니.
이건······.
“······향유?”
이야기로만 들어본 적 있던, 귀족들이 꾸밀 때나 쓴다던 바로 그 비싼 기름이 틀림없었다.
“나, 나으리?”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곤혹스러워하는 이멜다에게.
아르민은 대수로지 않다는 듯이 설명했다.
“기름부음(anointment)······이라고 해도, 뭐, 모르려나. 이 세상에 비슷한 개념이나 종교관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이내 귀찮아진 아르민은 대충 손사래를 치면서.
“그냥 도움이 되는 거라고만 알아둬. 나도 기왕이면 이대로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지만, 혹시 모를 사태엔 대비해두는 게 좋을 테니까.”
“예에······.”
아르민이 말한다면 그런 것이리라.
고분고분한 이멜다의 태도를 확인한 아르민은, 이어 말했다.
“내가 정문으로 들어가 놈을 꾀어내는 동안, 넌 수도원 내부에 있을 공방을 찾아라.”
그러면서 아르민은 종이 몇 장을 주었다.
부적이 될 거라면서.
“이게 있으면 공방에 침입할 수 있을 거야. 침입한 순간부터는 시간 싸움이 되겠지.”
공방은 마법사의 진지다.
아무리 시선을 끈다 해도 그 중심이 뚫린다면, 의식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술자 본인이 공방으로 복귀하려고 할 터.
“그 전에 동생을 구해라.”
아르민은 담담히, 이멜다에게 고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너에게 주는 ‘기회’라고.
“거기서 네가 할 수 있는 ‘전부’를 해라. 어때, 할 수 있겠냐?”
그 의미심장한 질문에 이멜다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
잠시 아르민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던 이멜다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아르민이 기회를 준 끝에 간신히.
“······여기까지 왔어.”
장소는 수도원의 내부.
이멜다는 목에 찬 로자리오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희끄무레한 빛이 새어나왔다.
아르민은 이것이 자신을 동생이 있는 공방으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멜다로선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반절도 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딱 하나 확신할 수 있었다.
공방이라는 곳을 찾으면, 동생을 구할 수 있다.
‘기다려······, 이자벨!’
빛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 이멜다는 수도원의 내부를 달렸다.
그렇게 얼마나 이곳을 돌아다녔을까.
“여기다.”
이멜다는 이윽고 로자리오의 빛이 가장 강해지는 방을 찾아냈다.
방으로 들어서, 빛이 이끄는 대로 벽면으로 다가가자.
그그긍!!
갑작스레 벽에 걸려 있던 마법이 깨어지고, 숨겨진 통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가리를 드러낸 지하통로.
이멜다는 억지로 두려움을 이겨내고선 그 아래로 발을 옮겼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을 때마다 악취가 심해진다.
마치 무저갱으로 이어지는 것만 같은 통로를 걷고 걸은 끝에, 이멜다가 바닥에 내려 선 순간.
“아······.”
지독한 악취와 함께,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마주한 풍경에.
이멜다는 딱딱하게 얼어붙고야 말았다.
수많은 아이들이 말라붙은 시체처럼 늘어서 있는 광경.
그곳은 이미 묘지나 다름없었다.
“아······, 아아···!!”
그 끔찍하리만치 기괴한 풍경에, 이멜다는 비명을 내질렀다.
‘읏!’
평소였다면 이대로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눈앞의 광경은, 한낱 마을 처녀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바로 그때.
– 아, 으으.
‘살아, 있어?!’
이멜다의 몸이 떨렸다.
죽은 게 아니라, 아직 살아있는 것이라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 동생을 구할 기회를 주마.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것은,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나으리의 목소리.
으득.
이멜다는 입술을 깨물었다.
“······구해야 해.”
무모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아르민이 자신에게 준 기회는 어디까지나 동생을 구하는 것뿐.
그렇지만.
지금 여기에서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것이 자신뿐이라면.
‘내버려둘 수 없어. 그렇지? 이자벨?’
굳어버린 무릎을 퍽퍽 주먹으로 때려가며, 이멜다는 움직였다.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를 하기 위해서.
****
그림자가 낮게 내달린다.
“찢어발기는 어둠이여 오라! 섀도우 스피어(Shadow spear)!”
바닥에 깔린 그림자로부터 튀어나오는 흑색의 창.
여전히 촌스러운 주문이야 그렇다 치고.
마법 자체는 지난번에 보았던 것과 같은 것이었지만.
콰아아앙!!
바닥을 뚫고 아르민을 간발의 차로 스쳐, 천장까지 치솟는 그 위력이 천양지차로 달랐다.
마법사란 자신이 머무르는 터에서 싸우는 것이 더 강하다.
‘공방의 힘이다. 이거지.’
물론 아르민 또한 가만히 있진 않았다.
따악!
손가락을 튕기며 술식을 전개한다.
‘형태는 창, 속성은 불길, 더하는 특성은 폭발.’
단순 복합 속성만을 조합.
길을 만들기 위해, 쏜다라는 개념에만 집중하여 발동하는 더블 액션 마법.
“발사(Fire).”
쇄애애액!
아르민이 힘껏 내던진 불꽃의 창은, 그대로 넘실거리는 그림자를 꿰뚫었다.
콰아앙!
그림자가 터져나가고, 그 사이로 적이 엿보였다.
“흐읍!”
그 틈을 노리듯, 세실리아가 달렸다.
마력으로 강화한 안력으로도 채 따라잡기 힘들 만큼 재빠른 속도.
그 공격은 날카롭고 매서웠으니.
스가가가각!
카아앙!
은빛으로 번뜩인 검격은 세 개의 그림자를 베어내고, 네 번째 창 앞에서 가로막혔다.
“역시 강하구나······!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강하고 고결하도다!”
흑마법사가 무어라 지껄이건 상관 않고, 다시 한 번 세실리아가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눈앞에 나타난 적을 문답무용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성기사.
“하하하! 모처럼 만났는데, 조금은 즐겨보는 게 어떻겠느냐!”
흑마법사는 양손을 움켜쥐더니, 그림자를 향해 내뻗어 마법을 외웠다.
“그 분의 은총이 서린 나의 그림자여,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충실한 종복이 되어라. 레이즈 섀도우(Raise shadow)!”
남자의 영창에 반응하여, 그림자에서 부정형의 존재가 솟아났다.
숫자는 총 셋.
“오롯이 그 분의 은총이 서린 사역마들이다! 5서클에 상응하는 힘! 과연 감당이나 할 수 있······!!”
파사삭.
섬전처럼 내질러진 은빛 찌르기가 정확히 세 번.
일거에 그림자를 쓸어버리고.
이번에는 놈조차도 도륙낼 기세로 날아들었으니.
“어둠이여!”
콰앙!
짙은 어둠이 아르민과 세실리아를 집어삼키듯.
이 장소를 물들였다.
****
키이이잉!
케이프에 새겨진 방어의 룬이 발동했다.
‘시야를 가리는 마법이군.’
마력신경에 의한 감지가 가능하다고는 하더라도, 역시 시야를 봉쇄당한 것과 아닌 것은 차이는 매우 크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신경 쓰이는 건, 우선적으로 협력 비슷한 것으로 함께 흑마법사를 공격한 바로 그 성기사였다.
‘이 상황에서 세실리아는 어찌 움직일 생각이지?’
바로 그때였다.
“내 해후의 메시지를 전부 무시하다니, 그럼 좋다! 여흥은 여기까지다!”
장소의 공기가 바뀌었다.
놈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술식의 흐름이······?’
아르민의 마력신경을 자극하는 감각.
수도원 전체를 아우르는 ‘마력장’이 변화했다.
“나는 그 분의 증오요, 분노일지니! 그 분을 대신하여 너희 태양을 속박하노라! 아르카디아 바인드(Arcadia bind)!”
쿠우웅!
어둠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마력장이 전신을 휘감는다.
마치 급작스럽게 중력이 강해진 듯한 착각.
전신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아르민으로선 그 정도가 덜했지만.
“크윽!?”
시야 끄트머리에서 세실리아가 무릎을 꿇었다.
눈에 띄게 느려지는 육체의 속도.
또한 통찰의 마법 너머로도 전해져 오길, 저 던전에서 싸우는 신성기사단들의 움직임도 기묘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예상대로다! 이것이 평생을······! 나를 버린 아르카디아를 저주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결실이다!”
이 결계는 바로 그것을 위함이라고.
‘특별한 제한을 달아, 위력을 강화한 조건 결계인가? 그 대상은 놈의 말대로 아르카디아의 추종자라는 조건일 터.’
그렇다면 아르민에게 걸린 과부하 정도가 낮은 것도 설명이 되었다.
“이때를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내 이름은 올가! 기억하고 있느냐! 세실리아! 화인의 증거로 태어나, 평생을 핍박당하던 끝에, 내게 검을 들이댄 것이 네년이었지!”
놈은 떠들어댔다.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으며, 어떠한 꼴을 당해.
결국 아르카디아의 수녀라는 변장까지 해가며, 어떠한 백년대계의 복수를 꿈꿔왔는지.
아마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족히 A4로 다섯 페이지 정도는 너끈히 채울 불만을 쏟아낼 기세였지만.
현대 마법사에게 참을성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더블 액션.’
위력을 중시한 바람 속성의 공격.
아르민은 놈을 손가락으로 겨눠.
“빵.”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퍼억!
단숨에 놈의 머리통이 박살이 났다.
‘죽였나?’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죽였나? 의 뒤를 따르는 건, 적의 부활인 법이었으니.
스스슷.
날려버렸다고 생각한 머리통의 파편이, 그림자로 변해 다시금 놈의 형상을 이루었다.
역시나.
“그것조차 대역이라는 거냐.”
공방을 세우고 평생의 복수를 꿈꿔왔다더니, 그 수준이 불사의 마법사라는 리치에 준할 정도였다.
‘성가시군.’
놈의 힘이 강해서 성가신 게 아니라, 죽지 않는 저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이 성가셨다.
‘처음부터 이걸 예상하고 ‘수’를 준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아까부터 복수가 어쩌니, 핍박이 어쩌니 하는데. 그게 뭐 어쨌다고?”
아르민은 비웃었다.
“내가 그간 힘들었으니까. 이제 좀 먹고 살만해졌으니 남한테 민폐 좀 끼치겠다고? 요즘엔 초등학생 애새끼들도 그딴 생각은 안 한다. 새끼야.”
종교를 가진 놈들이란 어째서 하나 같이 다 이런 걸까.
대의니 교리니, 그딴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네놈의 정체를 듣지 못했지.”
“말했잖아. 지나가던 현대 마법사라고.”
“그따위 헛소리로 내 눈을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소용없다.”
“응?”
흑마법사는 히죽 웃어보였다.
“네놈의 노림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놈이 바닥을 발로 차자.
쿠구구궁!
커다란 균열이 생기며,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착지했다.
바닥이 무너져 내리고 도착한 곳은, 카타콤과도 같은 곳이었다.
여기저기 쓰러진 채로, 미약한 호흡을 내뱉고 있을 뿐인 아이들.
그 참혹한 풍경에 아르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도원 지하에 잘도 이런 걸 만들어뒀군.”
마을에서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걸 보면.
아마 여기 있는 아이들은 대개가 바깥에서 납치해오거나, 혹은 이 수도원에서 고아로 데리고 있던 아이들일 터.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나, 나으리······!”
아르민의 명으로, 미리 이곳으로 동생을 구하러 왔을 이멜다가 그림자에 묶인 채로 잡혀 있었다.
그 품에 안겨 있는 건, 그녀의 동생인가.
아니면 여기 있는 아이들 중 한 명인가.
“고맙다! 정체불명의 마법사여! 당신 덕에 제물은 이 자리에 전부 모였다!”
흑마법사는 미친 듯이 기쁨에 떨었다.
자신의 목적이 이루어진 것에, 여기에 복수의 성공이 목전에 다가온 것에 기뻐한 것이다.이미 이멜다의 발끝은 검은 불꽃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선명히 드러난 검은색의 문양을 본 세실리아가 비명 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화인······의 증거!”
아르카스의 신도에게 하사된다는 증거.
그리고 흑마법사가 이멜다를 제물로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네놈이 무슨 생각으로 직접 제물을 데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신성기사단 전부와 그쪽의 계집년, 그리고 네놈까지 전부 그 분을 위한 제물로 삼아주마!”
흑마법사의 목적은, 여기서 온전히 이루어졌다.
“죄, 죄송해요. 나으리.”
이멜다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미처 동생을 데리고 도망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주신 기회를 되살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아, 아아앗!”
이멜다가 고통으로 몸을 뒤틀었다.
주변에 고인 마기가 그 육신에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르민은 한순간에 흑마법사가 준비한 의식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영적인 존재를 그 육에 불러내는 교령회(交靈會)······!’
처음부터 놈은 바로 이걸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행위를 통해 불러내려는 것이 무엇인가?
답은 하나 뿐이었다.
‘아르카스······!’
타락의 신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제물이 될 자를 죽이면 화신의 강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세실리아가 외쳤다.
아르카스의 화신이 저 육체에 깃들기 전에, 육신을 죽여 막아야만 한다고.
흑마법사가 목적을 이루는 걸 막아야만 한다고.
그것은 이멜다 또한.
“죽여주세요.”
이멜다는 품에 안은 여자아이를 꼭 껴안은 채로.
“원래는 포기하고 있었어요······. 동생을 다시 보는 일 같은 건······. 하지만 나으리 덕분에, 이렇게나마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후회는 없다면서.
은혜에 감사한다며, 죽여달라.
이멜다는 그리 말했다.
‘역시 안고 있는 건 여동생이었나.’
이해가 되었다.
이멜다 입장에선, 자신의 실수로 모든 것이 어그러진 셈이다.
그 죄책감.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해내지 못하여 좌절을 느끼고 있을 터.
그래서였다.
그 급박한 순간 속에서, 아르민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가리켜
“웃기고 있네.”
단 한 마디로 일축했다.
물론 동생만 구하고 도망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아르민은 그러한 선택지를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멜다는 그러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이 자리에 모두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때문에 그림자에게 붙잡혀,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이리라.
혹자는 그것을 어리석은 짓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호의와 친절, 참견으로 인해 상황이 어그러지는 걸 두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른다.
그래.
바로 그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고맙다. 이멜다.”
네가 기름부음으로서 선지자가 되어.
곧 선지자로서 먼저 선행을 행했기 때문에 비로소.
바로 이 자리에서.
“저 새끼를 엿 먹일 조건이 전부 모였거든.”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그분의 강림이 시작된 지금, 네놈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흑마법사가 뭐라고 악을 써대건, 아르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육체에 악신이 강림할 테니 죽여야 한다고?
목을 베어서, 싹을 잘라내야 한다고?
‘지구의 그 어떤 종교도, 살생으로 무언가를 구하거나 깨달음을 얻는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런 교의 따윈 넌센스다.
솔선해서 누군가를 죽이라 떠드는 것이 놈들의 교리라고 한다면, 아무리 많은 이가 믿고 있다한들 아르민 입장에선 사이비에 불과하다.
흑마법사든 세실리아든.
제멋대로 떠드는 놈들 앞에서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말했지. 이멜다. 나는 네게 동생을 구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지만 너는 거기서 자신의 안위만 돌보는 대신.
모두를 구하겠다는 선지자로서의 신성을 증명해냈다.
‘도박과도 같은 수였지만, 먹힐 줄 예상하고 있었지.’
로자리오, 기름부음, 그리고 너의 행동이 하나로 합쳐.
조건은 완성되었다.
이거 참.
“정말 넌 운이 좋구나. ······아니, 내가 좋은 건가?”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쿠우우웅!!
주변으로 모여들던 마기가 차단된다.
공방의 존재의의 자체가 변화한다.
“무, 무슨 짓을 벌인 게냐?! 이건!? 그 분의 은총이······! 멈추었다고?!”
사전에 수도원의 스테인드글라스, 촛대, 악기, 의자, 벽면 그 전부를 손수 이 손으로 ‘매만지면서’ 새겨온 룬 문자가 발동했다.
여기서 아르민이 취하는 마법은 하나.
“공방 덧씌우기.”
앞서 말한 것처럼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준비란 두 가지다.
아티팩트를 만드는 것과 공방을 구축하는 것.
그리고 바로 이 순간, 아르민은 자신의 마법을 이용해 흑마법사의 공방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또 다시 준비하는 것은 이 자리에 어울리는 아티팩트였으니.
한손에는 미리 챙겨놓았던 적색 마법서를 손에 들고, 다른 한손에는 이멜다의 것과 세트로 만들어놓은 로자리오를 움켜쥔 채로.
조용히.
정말로 조용히.
이 장소의 흐름을 비트는 한 마디를.
“천상 군대의 영광스러운 지휘자이신 대천사 성 미카엘이여,”
그 입에 올렸으니.
아르민의 진정한 현대 마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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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장 – 아르카스의 신도 (2) 그리고 선지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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