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00)
내 마법이 더 쎈데-200화(200/203)
< 제97장 – 인간이기에. (3) >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노려보는 아르민의 눈빛에 아르카디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죽일 듯이 노려봐도 소용없어.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너도 나도 서로 모를 사이는 아니잖아?”
같은 존재.
똑같은 마법.
동일한 질의 마력을 썼을 터인데도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
“우리는 동질의 힘을 다룬다. 각각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법리를 이용해, 같은 술식을 사용하지. 그 결과는 당연히 상쇄야. 그래, 상쇄 밖에 없지. 같은 술식에 같은 값을 대입하면 같은 결과가 나온다. 그건 마법사에게 상식이잖아?”
다만 한 가지.
“너와 나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을 뿐이지.”
알고 있다.
알고 있고 말고.
아르민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신성의 유무.”
녀석이 들고 있는 ‘것’에 시선이 닿는다.
민세희를 인질로 잡고 있는 왼손과 반대로 아르카디아는 오른손에 검은 서책과도 같은 물건을 쥐고 있었다.
“모노리스의 덕이란 말이지.”
“맞아, 서로가 똑같은 리바운드를 맞는다. 그러나 너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육체에 누적되고, 나는 받지 않아. 우리에게 있는 차이란 정말 사소한 그것 하나뿐이지.”
사소하다.
그래, 말로 표현하면 사소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 꼬라지다.
“으읍! 으으읍!”
민세희가 몸을 비틀며 아르민을 걱정하더라도, 이 결과만은 바뀌지 않는다.
“세희. 나도 네 선배인데, 너무 저쪽에게만 매달리는 거 아냐? 이거 섭섭한 걸.”
장난스러운 어조, 그러면서도 슬쩍 아르민의 용태를 파악하는 눈동자엔 이지적인 경계심이 섞여 있다.
보고 있으면 정말 뼈저리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것이 ‘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란 것을.
상대는 아르민의 힘만을 베낀 존재가 아니다.
영혼을, 존재 그 자체를 복사했다.
때문에.
“그렇게 잘나신 몸이면서, 왜 나를 살려두는 거지?”
아르민이 비아냥거리는 말에 아르카디아는 옅은 미소를 띠고는 대꾸했다.
“너도 ‘나’라면 모를 리가 없잖아?”
“······.”
물론 이 또한 잘 알 수 있었다.
아르카디아가 ‘나’라는 아르민 일레인스와 판박이, 똑같은 존재라고 하나면 저 놈이 저렇게 압도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을 끝장내지 않는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이 자리에서 날 그냥 죽인다고 해도, 내가 패배하는 건 아니니까.”
“맞아, 아르민, 나아가 강재민이라는 놈은 그런 녀석이야.”
타인에게서 내가 나 자신에게 품은 인상에 대해 들어야 한다니.
그 기이한 감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뻔한 이야기였다.
여기서 아르카디아가 아무리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나를 죽인다고 할지라도, 거기엔 의미가 없다.
아르민은 힘으로 꺾이지 않는다.
설사 생명이 끊어지더라도, 이 영혼이 가루가 되더라도.
마음부터 꺾이지 않는 이상 그것은 아르민에게 있어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논리, 의지, 신념.
아르민이라는 남자가 타인을 쓰러트린다고 생각했다면, 필연 그 모든 것을 꺾어야만 한다.
내 신념이 타인보다 옳다는 걸 확신해야만 한다.
그것이 아르민이 생각하는 승리다.
그래서 아르카디아는 당장에.
‘나를 죽이지 않는다.’
민세희를 인질로 삼아 협박하지 않는 이유도 순전히 그 때문이었다.
아르민에게 그런 행위가 의미 없다는 건, 놈도 나도 이해하고 있다.
‘놈은 나를 패퇴시키고 싶을 뿐이다.’
아르민은 신비를 겨루는데 있어, 내가 최고라고 자신하고 가로막는 장애물을 부수는데 거리낌이 없는 놈이다.
그 여유.
그 빈틈을 찌른다.
확실히 아르민의 앞에서 잔머리는 통하지 않는다.
정면에서 쏘아내는 신비는 먹히지 않고.
어지간한 속임수는 전부 간파해버릴 것이다.
어떤 계책을 짜내더라도 들통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니 그 이전에.
놈이 압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이 시점만이.
‘녀석은 내가 하려는 일을 절대 눈치 채지 못한다.’
아르민이 무모한 전투를 벌이는 이유.
발끝으로 용맥을 빨아올리면서, 동시에 이 대지에 새겨온 간이 마법식을 바로 지금······!
쿠웅.
“······마법진이?”
대지를 메우고 있던 선과 면이 으스러진다.
아르민이 조심스럽게 준비하던 술식이 한 순간에 제로로 돌아갔다.
고작 손짓 한 번에, 아르민이 준비한 마법이 박살이 난 것이다.
“내가 모를 줄 알았나?”
“·········.”
아르카디아는 입가를 비틀었다.
“신성을 가지지 못한 네놈은, 존재의 레벨이 나보다 뒤떨어진다. 다만 아르민에겐 그 간극을 메울 수단이 하나 있지.”
바로 신화의 일화를 육체로 구현케 해주는 전능의 마법.
“신화급 마법. 그걸 사용한다면 아주 조금, 정말 만의 하나,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도 적은 확률로 날 쓰러트릴 수 있을지도 몰라. 인정하지. 확실히 그런 방법도 있어.”
그리고 아르민이 준비하던 마법 또한 바로 그것이라고.
“용맥을 마력신경으로 치환해, 나와 대등하게 전투를 벌인 척 ‘착각’을 하게 만들고. 실제로 그 용도는 신화급 마법을 구동하기 위한 마법진의 설치였다······라는 걸. 내가 정말 모를 줄 알았어?”
아르카디아는 웃었다.
얄팍하다, 정말로 얄팍한 생각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너야. 네가 생각하는 건 나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지. 어떤 타개책을 꾸미려고 해도 전부 꿰뚫어 봐. 아니, 말에 어폐가 있군. 꿰뚫어 보는 게 아니라 그저 나도 ‘똑같이 생각을 해낼 뿐’이야.”
그러니 처음부터 어떤 신비를 끌어오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너와 내가 같은 존재인 이상. 사전에 전부 눈치 채고 무위로 되돌릴 테니까.”
불현 듯 아르카디아는 싱긋 웃었다.
“시간을 끌고 싶은가? 하지만 어쩌지. 이미 카라클은 종극에 다다랐는데 말이야. 이것도 기념이야. 어디 한 번 어떻게 됐는지 볼까?”
휘익.
아르카디아가 손을 흔들자, 눈앞으로 영화관 스크린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화면이 떠올랐다.
그 안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카라클이.”
– 꺄아아악!
– 도, 도망, 도망쳐······!
– 엄마!
– 제인! 제인 어딨니!
피가 튀는 건 아니다.
살점이 비틀리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한 학살극이었다.
****
죽음의 군대가 진군한다.
쿵! 쿵!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죽어나갔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똑같은 죽음의 존재가 되어갔다.
최대한 도망치게 하려고 했어도, 미처 대피하지 못한 존재들은 군단에게 유린당했다.
아르민은 문득 자신이 강재민 시절에 보았던 좀비 영화를 떠올렸다.
좀비에게 물리고, 다시 좀비가 되어 사랑하는 사람을 습격하게 되는 연쇄고리.
그 부조리함 앞에서 인간은 그저 무력하게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대피하기 위해서, 너는 인간답게 어리석은 선택을 택했어. 다 같이 힘을 합쳐 나와 싸워도 모자랄 판에 동료들을 시켜 저들을 대피하라고 말한 거야. 하지만 결과가 어떻지? 시간이 조금 지연되었을 뿐. 죽는 건 똑같아.”
어리석다.
실로 어리석도다.
이미 결론이 나있는 답을 계속해서 푸는 그 행동이 어리석도다.
“그리고 바로 그 어리석음이 아르민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내게는 없는, 너에게만 있는 약점이란 말이다.”
이어지는 독설에 아르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무얼 하려는 거냐.”
죽음의 군단을 진격시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거냐.
“바보 같은 질문이야. ‘나’라면 이미 정답을 알고 있을 텐데?”
모를 리가 있나.
그저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놈은 죽음의 무리를 퍼트려 이 세계를 리셋하려는 생각이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다고 판단한 이 세계를 다시 재구축하려고 한다.
아르카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처음부터 이 세상은 실패작이었어. 되돌아보면 그건 모노리스의 신성을 여섯이나 되는 숫자가 나눈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겠지.”
모노리스를 처음 손에 넣은 칠영웅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단서를 손에 넣었다.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새로운 신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르민을 제외한 여섯은 단숨에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며 각자가 완전한 세계를 꿈꾸며 세계를 부속물을 구상하고, 거기에 걸맞은 종족 따위를 채워 넣었다.
“그 결과, 대륙은 우리가 기억하던 지구와 마찬가지로 끊임없는 반목과 전쟁, 수많은 비극이 벌어졌다.”
엘프를 노예로 삼고, 드워프를 착취하고, 인간들은 욕망에 눈이 멀어 서로를 살해한다.
“이래서야 지구 때와 똑같아. 완전한 세계를 만드는데 실패해버린 거다. 아마 고정관념의 영향이었을 거야. 여섯이나 되는 머리가 모였으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던 거겠지.”
말하자면.
“우리는 불순물 덩어리였던 거다. 신이 되어서도 말이야.”
아르카디아는 그나마 신성의 힘으로 인간 중 가장 세력이 큰 제국을 뒤에서 조종했지만.
다른 신성들은 그에 동조하지 않고 따로 움직였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반목했다.”
헬레나가 봉인 당했다.
베네딕트가 신좌를 떠나갔다.
다른 자들이라고 해서 아르카디아에게 복종을 한 것도 아니다.
저마다 겉으로는 협조적인 척, 순종하는 척 했지만.
결국 그들조차.
“제각기 마음속엔 저만의 야심을 품은 채로 나를 방해해댔다. 뭐, 그런 이야기지.”
암살교단이니 수인족을 통한 신성 발전기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면서 아르카디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요컨대 우리는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꿴 거야. 그러니 이번에는 그 실수를 바로 잡을 생각이야.”
완전한 모노리스가 손에 들어왔다.
아르카디아에겐 다시 한 번 새로이 세상을 창조할 힘과 자격이 주어졌다.
“신화를 끝내기 위한 마침표. 이 세계를 마무리하고 나는 새로운 창세신화를 쓰는 거지.”
즐거워하는 기색.
기뻐하는 말투로 놈은 눈동자를 빛냈다.
앞으로 자신이 자아낼 새로운 ‘신비’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목소리를 드높였다.
“아르민. 너도 마찬가지겠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힘을 손에 넣으면, 그것이 품고 있는 신비.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다음 단계의 신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을 멈추지 못할 거야!”
꿈틀.
아르민의 마음속으로 퍼져 나가는 감정.
그건.
“만약 네가 희생을 택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신좌에 올랐다면 이 세상은 지금과는 달리 좀 더 완벽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너무나도 아쉬워!”
– 그건 그럴지도 몰라.
공감이었다.
그랬다.
지금까지 어렴풋이 가늠은 해봤지만, 단 한 번도 구체적으로 떠올려본 적 없는 가정.
만약, 정말로 만약에.
칠영웅이 모노리스를 접하던 자리에 아르민이 함께 있었다면······.
다음 신비로 이어질 단서가 될 모노리스를 아르민이 목도했다면.
자신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후후, 이러는 사이에 죽음이 황궁에 도달했군.”
끊임없이 밀려드는 죽음이 황궁에 닿았다.
클로즈업된 화면에 떠오른 건 백금색의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응전을 하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있어. 미네르바도 고생하고 있는 걸.”
아르카디아의 말처럼.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지만, 병사들을 향해 주민들을 대피시키라고 지시를 내리면서도.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희생자들의 모습에 몸을 떠는 미네르바의 모습이 비쳤다.
“마력을 다루는 기사들은 조금 버티는 군. 역시 정신계 영향을 덜 받을수록 바로 영락하지는 않는 건가? 뭐, 어차피 시간문제겠지만 말이야.”
기사들은 철저하게 응전하고 있었다.
허나 역부족이다.
그 대단한 기사조차도 하나 둘, 죽음에 휩싸여가고 있었다.
“역시 어리석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야.”
“합리적인 판단?”
“민간백성을 대피시키기 위해 정예 전력을 희생한다. 바보 같은 짓이지. 차라리 죽음에게 저항할 수 있는 정예 병력을 무의미하게 소진하기보단 전력을 가다듬고 철저하게 응전하는 게 조금이나마 승률을 높인다. 그렇지 않아?”
즉 백성들을 미끼로 주고, 기사단을 수습하는 게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아니, 차라리.
“죽음이 닿지 않는 대륙 끝까지 도망쳐서 옥체를 보전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일 테지.”
후일을 도모한다.
일국의 황제라면 그것이 바로 합리라고, 놈은 말하지만.
“네가 알고 있는 미네르바는 그런 여자였나?”
“우리가 알고 있는 미네르바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 테지. 그래서 더욱 어리석다 말하는 거다.”
아마도. 라며 아르카디아는 아르민을 보며 말했다.
“그녀가 믿고 있는 건 아르민, 너겠지.”
“······.”
이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일으켜줄 남자를, 그녀는 믿고 있다.
“미네르바는 희미하게 보이는 희망의 끈을 잡고 있는 거야. 설마하니 그 남자 덕분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이 전부가.
“네놈이 초래한 비극인데 말이다.”
아르민이 쌓아올린 기적의 결과.
그걸 보아온 미네르바는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
미네르바만이 아니다.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아르민만을 믿고 있다.
“아르민, 네가 그들을 어리석게 만든 것이야. 네가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해온 끝에 그들의 눈과 머리를 어지럽힌 거지.”
“나 때문에, 라고······.”
“아, 하지만 덕분에 내가 부활할 수 있었던 거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야기지. 어쨌거나 이건 감사할 수밖에 없겠는 걸.”
이어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 아르카디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까운 기색이 감도는 목소리로 녀석은 말했다.
“이대로 찾아오지도 않을 희망을 붙잡게 하는 건 너무한 일이지. 아르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비극이 예정되어있는 결말은 차라리 빨리 끝을 내주는 게 좋아.”
그것은 우리는 자비라고 부른다.
휘익!
아르카디아가 손짓을 하자, 죽음의 군단이 보이는 행동이 조금 바뀌었다.
단순히 밀고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한 군데 뭉쳐, 거대한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윽고 만들어진 것.
그건.
– 거······인?
거대한 진흙이 형체를 이루었다.
– 고오오오오!
거인이 포효한다.
압도적으로 늘어난 죽음을 품고서.
그 이미지는 과거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던 거인인 반고일까.
아니면 세계를 째로 부수었다고 알려진 거인 수르트일까.
– 뭐, 뭐야?!
– 모두 경계태세로! 방진을 짜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라!
– 미네르바 전하!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서는 편이······!
– 아니. 물러서지 않겠네! 저것을 두고 도망갈 순 없어!
기사들과 미네르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미 늦었다.
“가는 길은 고통 없이 한순간에 보내준다. 그게 내가 베풀 수 있는 최소한의 자비겠지.”
끝이다.
아르카디아가 손을 내리 긋자, 똑같이 거인은 미네르바를 향해 팔을 내리쳤다.
휘둘러진다.
고작 그 뿐인 행위지만.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짓뭉개진다.
고작 한 번의 행위가 절대적인 폭력이 된다.
어리석은 자가 맞이한 결과.
끝내 기적을 바란 자들이 맞이한 건 비극일 뿐이란 결론.
이 얼마나 안타깝고 어리석은 일이겠느냐고.
‘······‘너’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아르카디아.‘
콰아앙!!
성문이 파괴되었다.
자욱이 일어나는 연기 속에 남은 건 처참하게 찢겨나간 인간의 피륙이다.
아르카디아는 그렇게 판단했지만.
“·········뭐?”
여기서 아르카디아가 내뱉은 건, 처음으로 입에 담은 의문성이었으니.
스크린 너머로 보인 풍경은 아르카디아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아무리 아르민이라고 해도, 무엇이든 꿰뚫어 보던 남자라고 해도.
나 자신과 똑같은 생각, 논리회로, 신념을 가졌을지라고 해도.
“너는 절대로 몰라.”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저게 뭐야.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하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의문은 곧 경악성이 된다.
거대한 죽음이 철퇴를 내리쳤다.
그 결과는 죽음이 만연하는 것뿐이다.
인간들이 짓이겨지는 것뿐이다.
그런데.
– 고오오오!!
팔을 막아낸 것이 있었다.
닿기만 해도 생명이 깎여나가는 그 괴물을 상대로 버텨낸 존재가 있었다.
[신이여, 부디 제게 임하여주시옵소서.]죽음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계속될지라도 생을 향한 마음은 절대로 무뎌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어리석은 선택을.
나를 희생해 타인을 구한다는 짓을 실행한 이가 있다.
신성이 퍼져 나간다.
아름다운 빛무리가 퍼져 나가며 죽음을 거절하는 결계를 만들어낸다.
그 당사자를, 그녀의 이름을.
아르민은 애틋한 마음을 담아 불러보았다.
“성녀 이멜다.”
역시나 와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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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7장 – 인간이기에. (3)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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