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1)
내 마법이 더 쎈데-21화(21/203)
< 제9장 – 빛이여, 이곳에 있으라. >
– 천상 군대의 영광스러운 지휘자이신 대천사 성 미카엘이여.
허리춤의 옷을 찢어 그 헝겊을 영대(靈帶)로 삼아 몸에 휘감고, 적색 마법서를 펼쳐 앞으로 내민다.
책에 적혀 있는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건 ‘흉내’다.
과거로부터 현대까지.
모든 주술과 마법의 개념은 모방(Sympathetic magic)에서부터 비롯된 바.
‘여기에서 내가 흉내 내는 것은······.’
악마적 존재에 대항하기 위해.
이제껏 인류가 쌓아온 예지 속에서, 더욱더 빛나는 구원의 열쇠.
‘구마예식(驅魔禮式).’
먼 옛날.
가장 높으신 분의 아들이자, 구원자는 이런 말을 남기었더랬다.
[내 이름으로, 그 권능으로 악귀에 붙들린 자를 구원하라.]그 말 그대로.
아르민은 시선을 들었다.
이멜다에게 시시각각 다가드는 마기의 물결.
저것이 육체를 완전히 범하는 순간, 이멜다는 이어 아르카스의 화신으로 타락하고야 만다.
그녀가 [화인(火印)의 증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면.
‘화인의 증거 자체를 덮어씌우면, 의식을 무효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 터.’
그래서.
– 권세와 폭력과의 싸움에서 저희를 보호하시며.
“······네놈, 무얼 하려는 것이냐······!”
이어진 기도문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것일까.
역시나 놈은 흑마법사.
꼴에 흑마법쟁이를 자칭하는 놈이었다.
아르민이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별게 아니었다.
‘독생자의 구원을 대행하는 자를 이 자리로 불러, 이멜다에게 강림시킨다.’
대행자 성 미카엘(מיכאל).
하느님의 어전에 임한 천사이자, 치천사이며, 가장 위대한 천사로서 수많은 문헌 속에 암시되어있는 태양의 천사.
그 힘을 더한 구마예식이라면, 충분히 아르카스의 화신을 물리치고, 이멜다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 터.
– 이 암흑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 아래에 있는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저희를 보호하소서.
모든 신화와 종교를 통틀어 필요한 요소만을 뽑아, 하나의 마법으로 성립시킨다.
이것은 그야말로 현대 마법사이기에 가능한 기예(技藝)..
눈을 반개한 채로, 아르민은 손을 내밀어 대행자께 바치는 기도를 왼다.
–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고, 사탄의 압제에서 비싼 값을 치루고 빼내신 인간을 도우러 오소서.
“·········아, 읏!!”
이멜다의 몸이 튄다.
그녀의 로자리오를 기점으로, 육을 침범하려던 마기가 기세를 늦춘다.
“놈······! 멈추어라!”
섀도우 스피어.
그 영창의 뒤를 이어 그림자가 쏘아졌다.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창의 개수는 약 이십 여개.
공방을 빼앗겼어도 여전히 여력이 남아있다니.
살짝 감탄이 새어나오기도 했지만.
겨우 그 뿐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어린애 장난이군.’
구마예식이라는 신성 의식으로 주위로 차오르기 시작한 성력.
거기에 더해 공방을 빼앗으면서 손에 넣은 마력의 양은 이미 아르민이 전성기 시절 가지고 있던 마력신경의 60%에 육박한다.
아르민이 가진 2%의 마력신경 뿐만이 아니다.
공방 전체를 마력신경으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된 이상.
아르민이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의 한계치는, 충분하고 남을 정도로 올라갔다.
‘공방을 가진 마법사란, 그만큼이나 강한 법이다.’
놈이 십 수 년에 걸쳐 만든 공방이라고 했던가.
‘보안 술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서야, 허울만 좋은 연료탱크일 뿐이지.’
말하자면, 아르민은 지금 놈이 쌓아올린 십 수 년분의 집념을 이 손에 쥐고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단 말이었다.
이 힘, 감사히 써주마.
‘폭발, 그리고 폭발.’
개념에 개념을 더한 더블 액션.
따악.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폭발한 공기가, 그림자의 태반을 가르고, 박살내며, 날려버린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파괴력이 아닐 수 없었다.
– 성교회는 당신을 수호자로 공경하고, 하느님께서는 구해내신 영혼들을 천상의 기쁨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당신께 맡기셨나이다.
쿠우웅!
이어진 기도문에 마기가 역류하고.
“가, 하악?!”
흑마법사 올가가 그 무릎을 꿇었다.
아르민이 의식에 간섭한 끝에, 이멜다에게로 모여들던 마기가 또 다른 화인의 증거를 지닌 놈의 육으로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라악!”
채 목소리로 화하지도 못한 신음에 이어, 놈이 쿨럭하고 토해낸 기침 속에는 검은 피가 섞여든다.
저것이 바로 악마의 증거.
타락의 오물이다.
– 그러니 성 미카엘 대천사여.
그그그긍!!
공방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멜다의 몸에서 번뜩이는 신성한 힘이 더욱더 강렬해진다.
사전에 이멜다의 육체에 기름을 부음으로서, 아르민은 그 육을 성령체로 만들었다.
그 뿐이랴.
이멜다 본인이 희생을 더한 끝에, 기독교적인 의미에서 그녀는 완벽한 선지자가 되기까지 했다.
그러니.
‘······가능하다.’
조건은 전부 모였다.
이 자리에 천사의 힘을 강림시킬 수 있다.
– 평화의 하느님께서 사탄의 세력을 저희의 발아래 섬멸하여, 사탄이 더는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고, 또 교회를 해치지 못하도록 간구하여 주소서.
“이대로······ 포기할 성 싶으냐······!!!”
땅을 낮게 내달리는 그림자의 참격.
숫자는 넷.
그것을 앞에 두고 아르민은 마력신경에서 뽑아낸 마나의 가닥을 다리로 흘려보낸 뒤.
콰앙!
진각을 밟으며 땅을 뒤흔들었다.
퍼어엉!
그 충격에 그림자가 흩어진다.
– 주님의 자비가 빨리 저희 위에 내리도록 저희의 기도를 지존하신 분의 대전에 전달하여 주소서.
“그, 라아아!!”
흑마법사는 전신을 쥐어짜듯, 그 발치로부터 그림자를 뽑아내었다.
“아르······카스이시여!”
어쩌면 자신의 영혼까지도 걸었을지 모를 정도로, 응축된 마기의 그림자가 아르민을 노리고 날아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돌연 아르민의 오른손과 왼손이 움직인다.
오른손으로는 원을 그리고, 왼손은 직선을 그리며 맺히는 수인.
‘영역, 조준’ / ‘빛, 폭발.’
오른손으로는 제2종 마법의 제어를.
왼손으로는 제1종 마법을 응용하여 파괴 마법을 행사한다.
각각 오른손과 왼손으로 이루어진 더블 액션.
마력이 충만한 지금이라면 뛰어난 응용력으로, 아르민만이 손에 쥘 수 있었던 현대 마법사의 비기.
이름 붙이기를.
‘더블-더블액션.’
슈우우욱! 콰아앙!!!
양옆으로 공간을 먹어치운 두 개의 마법은, 한데 뭉쳐 그림자마저 소멸 시켰다.
– 마귀와 사탄에 불과한 드래곤과 늙은 뱀을 붙들어 쇠사슬에 묶어, 심연 속에 빠뜨려 하느님의 백성들을 더 이상 유혹하지 못하게 하소서.
뚝뚝. 마기가 흘러내린다.
이멜다에게 쏟아지던 마기는, 이어진 구마예식을 통해 미카엘의 신성한 힘에 밀려나.
전부 흑마법사 올가의 육으로 역류했다.
그렇게 마기가 흑마법사의 육체와 영혼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아, 크, 으, 아!”
이제는 이지조차 잃어버린 것인가.
놈은 오로지 마기에 오염된 괴물이 되어버렸다.
대용이 된 그릇에 제대로 된 화신이 강림했을 리가 없다.
‘저것은 찌꺼기다.’
마왕도, 화신조차도 되지 못한 단순한 마기의 찌꺼기.
하지만 썩어도 준치.
썩어도 화신의 그릇이라고.
놈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휘몰아치는 여분의 마기를 끌어안고, 지금 이 자리에서 마왕이 되어 강림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해주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탁.
책을 덮고,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기며 양손에 불꽃을 휘감았다.
아무것도 없는 자리에서 신의 신성을 증명하기 위해 피어올랐다는 불꽃.
<정교회의 거룩한 불>을 움켜쥔 채로.
“난 이미 마왕이라는 놈을 한 번 때려잡아 본 적이 있거든.”
아르민은 그 손가락으로 놈을 가리킨 채로.
구마예식의 최후를 장식하는 주문을.
– 그리 되게 하옵소서. 아멘(Amen).
“빵.”
마지막 한 마디를 입에 올렸다.
콰아아앙!!
****
“······끝난 겁니까?”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세실리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아르민이 보여준 힘은, 세실리아의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광경이었다.
‘목을 베지 않고, 마기를 정화······한다니요?’
물론 일원교에서 정화를 행하는 사제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일광의 증거를 품고 있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가능한 기적이다.
하지만 저기에 있는 저 자는, 단순한 귀족 도련님.
그것도 망나니라고 일컬어지던 바로 그 아르민 일레인스가 아니던가?
‘아, 몸에 힘이······.’
육체를 속박하고 있던 결계가 깨어졌다.
아마도 술자가 쓰러졌기 때문이겠지.
몸의 자유를 되찾은 세실리아가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선, 바로 그때였다.
[아직, 끝이······, 아니다······!]푸화아아악!!!
콰아앙!
쓰러트렸다고 생각한 흑마법사의 육체가 폭발하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지하의 카타콤을 가득 채웠다.
****
짙은 어둠이 전신을 짓누른다.
– 이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소리조차 어둠에 묻혀버린 것처럼.
혹은 마치 꿈틀거리는 내장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몸을 휘감은 어둠이 천천히, 내장 속의 고깃덩이를 녹여내듯 압박해온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 이 어둠은 위험하다.’
아르민은 어둠을 물리치기 위해 마법을 발동시켰다.
더블 액션.
섬광탄 투척(Flash bang).
키이이잉!
날카로운 소음이 일고, 강렬한 빛이 폭사되었지만.
이내 그조차도 암흑천지에 잡아먹히고야 말았다.
빛의 마법이 그대로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마계의 어둠 앞에서 현계의 빛 따윈 소용없다. 천천히, 심연 속에서 말라죽어라.]놈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아르민은 이 어둠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놈은 마기를 그러모아 끝내 마계의 문을 열어젖힌 모양이었다.
‘결국 자살을 택해버렸나.’
이런 짓을 해봤자, 놈과 자신을 포함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어둠에 잡아먹힐 뿐이거늘.
여기까지 오면 정말 순수하게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끝까지 이런 발악이라니, 끈질기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다.’
빛도, 목소리도, 마력조차도 전부 삼켜버리는 어둠은 그렇게 느릿하니 세계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민은 손가락을 뻗었다.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마음대로 지껄여라.
소용이 있고 없고는, 내 스스로 정할 뿐.
‘섬광탄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순한 마법만으로는 이 어둠을 몰아낼 수 없었다.
이 어둠을 불사르기 위해선, 그 ‘격’에 어울리는 마법이 필요했다.
‘속성은 빛. 더하는 특성은 폭발.’
거기에 더해, 하나 더.
‘신성을 더해 마법을 구성한다.’
아마 평소였다면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을 미친 짓이지만.
지금만큼은 아르민도 자신이 있었다.
이미 미카엘을 통해 신성을 손에 쥐어본 지금이라면.
‘이 육체와 연결된 60%짜리 마력신경을······. 공방을 제물로 바쳐 마법을 발동한다.’
그리하여 이 손에 쥐는 것은, 단순한 마법이 아닌.
진짜배기 신화(神話)급 마법.
예로부터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그리고 세계를 불러온 주문은 정해져 있는 법이었다.
언젠가 한 번, 아르민이 시도해봤던 그 경구를 다시 한 번 다듬는다.
그것이 품고 있는 신성한 의미를 한층 더 복합적으로 강화시킨다.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그렇게 아르민은 세계의 시작을 알린 그 주문을.
히브리어라는 원본의 속성을 더해 신화의 경지로 이끌어낸 마법을 이 자리에서 발동했다.
– 빛이여, 있으라.
“יהי אור (예히 오르)”
그러자.
파아아앗.
폭발하듯 퍼진 신성한 빛이 어둠을 삼키고, 암흑을 물리쳤으니.
[······말도, 안 돼.]세계의 시작을 알린 빛은 끝내 부정하고 타락한 존재마저 몰아내며 이 세상을 밝히는 법.
– 구원의 빛이여, 이곳에 있으라.
변함없이 빛은 이곳에 있노라.
****
어둠이 물러가고 나서야.
털썩.
전신이 새까맣게 타버린 흑마법사의 시체는 허무하리만치 쉽게 바닥으로 쓰러졌다.
마침내 타락의 신도는 쓰러지고, 현대 마법은 승리했다.
“·········.”
하지만 아르민은 아무런 감흥조차 없는 얼굴로, 시체를 살피는 대신 쓰러져 있는 이멜다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동생을 꾹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동생을,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을 흑마법사로부터 지키듯.
그녀는 이쪽을 등진 채로 쓰러져 있었다.
‘고통으로 실신했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지만.
그렇다 해도, 죽을지도 모를 위기에서 그녀는 물러나는 대신 희생하기를 선택했다.
“······희생이라.”
이멜다의 그러한 선택 덕분에, 모든 의식은 예정대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거 참.
‘축하한다. 이멜다.’
이건 네 손으로 이룩한 기적이다.
기회를 얻은 끝에, 이멜다는 실로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해보였다.
그렇게 아르민이 마음속으로 이멜다의 공을 치하하고 있을 무렵.
“······당신은, 대체 무엇입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세실리아는 아르민을 향해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 제9장 – 빛이여, 이곳에 있으라.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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