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3)
내 마법이 더 쎈데-23화(23/203)
< 제11장 – 2년 후 (1) >
일레인스 영지에도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살을 에는 한기와 때때로 몰아치는 바람이 매섭기 짝이 없는 계절.
보통 사람이라면 잠시 바깥에 나와 있는 것만으로도 살갗이 떨어져나갈 만큼 가혹한 시기겠지만.
‘뭐, 나하곤 상관없지.’
보온 마법이나 방풍 마법 따위로 전신을 보호한 채, 눈 속에 몸을 숨긴 아르민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르민은 태평하게 하품까지 해가며 베른산의 기슭을 주시했다.
그러던 도중.
– 아우우우우!!
높게 울려 퍼지는 늑대 울음소리.
동시에 베른산 여기저기 뿌려둔 탐지 마법진을 통해, 시시각각 ‘놈들’의 정보가 아르민에게 전해져 왔다.
‘수는 다섯, 무리를 지어서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나.’
바로 어젯저녁.
마리나가 마을 사냥꾼에게 들었다면서, 최근 마을 주변에 실버팽 무리가 출몰했다는 말을 꺼내들었다.
아마 겨울이 되면서 먹잇감이 부족해진 나머지 여기까지 내려온 것 같다던가.
그 말을 들은 아르민은 곧장 베른산으로 찾아와 탐지 마법을 설치했다.
아르민이 직접 움직인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고블린보다도 보기 힘든 놈들이니, 잡으면 꽤 짭짤할 테지.’
실버팽은 그 가죽부터 힘줄, 송곳니와 발톱까지. 그야말로 버릴 게 없는 놈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아르민이 가장 필요로 한 건 딴 게 아니라.
‘질 좋은 마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마석(魔石).
몬스터라고 불리는 생명체는 그 거대한 체구와 힘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부에 마력으로 된 핵을 지니고 있다.
그 특성만큼이나 마석은 용도가 실로 무궁무진했으니.
오죽하면 현대 마법의 연금술에서는, 아예 마석과 관련된 분야가 따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룩했을 정도다.
‘유인한다.’
딱.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쿠우우웅!!
저 멀리서 자욱한 연기와 함께 눈 더미가 치솟았다.
실버팽을 유도하기 위한 함정이 발동된 것이다.
쿠웅!
몇 번의 폭발, 그리고 폭음이 있고 나서야.
– 아우우우우!!
‘왔다.’
저 멀리 시야 끄트머리부터 실버팽 무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가볍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수풀과 나무사이를 달리는 다섯 마리의 은빛 늑대.
그 재빠른 몸놀림이나, 숲을 가르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아르민은 손가락을 겨눈 채로 숨을 죽였다.
거리가 가까워진다.
아직 실버팽 무리는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조금만 더, 조금만······.’
1초, 2초. 그리고 3초.
시간을 들이며, 놈들이 다가오기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다섯 마리 전부가 아르민이 설정한 영역에 발을 들이민 순간.
‘지금.’
아르민은 마법을 발동했다.
‘작동(Trigger).’
마력신경으로부터 끌어올린 마력가닥이 손등을 타고, 미리 만들어둔 마력선을 불사른다.
그리고.
콰아아앙!!
바닥이 폭발했다.
설치해둔 함정이 타이밍 좋게 발동한 것이다.
허공으로 비산하는 눈더미와 흙더미 속에서, 아르민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죽은 놈은······, 역시 없나?’
썩어도 준치, 역시나 짐승형 마물이다.
급작스러운 기습에도 불구하고, 실버팽 무리는 저마다 허공에서 날렵하게 몸을 비틀며 능숙하게 균형을 잡아댔다.
동시에 놈들의 시선이 단숨에 아르민에게로 쳐 박힌다.
– 크워어어어!!
포효와 함께 쏟아지는 다섯 개 분의 적의.
마물이 가진 날 것의 살의란, 살을 에는 겨울바람보다도 날카로운 법이다.
“개새끼 주제에 근성 있구만!”
피식 웃으며 아르민은 열 손가락 전부로 놈들을 겨눴다.
‘속성은 바람, 형태는 송곳.’
압축된 공기를 날카롭게 갈아낸 송곳 형태로 발사하는, 더블액션의 바람총.
“빵.”
일순 발사된 총알의 개수는 총 열 발.
꽈앙!
한 번의 폭음과 함께 쇄애액! 하는 파공성이 허공을 찢고 실버팽들을 향해 내달렸다.
하지만.
파바박!
맞은 놈이 없었다.
아무리 기습적인 총알의 공격이라고 해도 짐승형 마물의 감각은 속일 수 없었던 모양인지.
공격을 피해낸 실버팽 무리는 주저 없이 아르민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요사스럽게 번뜩이는 놈들의 붉은 눈동자는, 오로지 아르민을 물어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다.
‘일단 여기까진 예상대로고.’
공기팡 정도로 실버팽 무리를 죽일 수 있다 생각할 만큼, 아르민은 어수룩하지 않았다.
마석을 품은 몬스터라면 어지간한 공격은 마력방어 때문에 통하지도 않고.
놈들의 감각 또한 비상하다는 걸 전생의 게이트 전투는 물론, 최근 2년간의 경험으로도 잘 알고 있는 아르민이었다.
하나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면 두 번째 차선책을 준비하면 그만이다.
‘영역 고정.’
왼손으로는 제2종 마법의 싱글액션을 발동.
놈들과 자신 사이에 있는 눈 더미 영역을 조준한다.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마력을 움켜쥔 채 속성을 부여한다.
‘가열.’
제1종 마법의 싱글 액션.
이때 부여된 열기의 속성으로 눈더미가 삽시간에 녹아 버렸다.
그뿐이랴.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형태는 송곳. 속성은 냉동.’
양손을 교차하며 아르민은 더블액션을 발동했으니.
녹아버린 눈이 다시금 급속도로 냉각되며 날카로운 창처럼 변했다.
양손을 이용해 펼친 더블-더블액션.
그리고
‘오버(over).’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실버팽 무리의 바닥에서 고드름창이 튀어나와 가장 선두에 있던 놈을 힘껏 꿰뚫었다.
푸화아악!!
뜨거운 선혈이 흩뿌려진다.
– 깨갱!
– 크와아앙!
각자가 개성 넘치는 반응을 보여주는 실버팽 무리였지만, 여기서 멈출 아르민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한 가지 액션을 더 추가한다.’
아르민은 박수를 치듯 양 손뼉을 짝 소리가 나도록 맞대었다.
그 행동에 마법의 형태가 변화했다.
‘폭발,’
콰아앙!
고드름창이 폭발하고, 그 날카로운 얼음 파편들이 허공으로 비산해 실버팽 무리를 덮친다.
트리플 액션으로 추가된 급작스러운 폭발에 놈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비틀거렸지만.
흥이 오른 아르민은 멈추지 않고 한 번의 액션을 또 다시 더했다.
쿼드 액션.
‘온도 하강.’
쩌저적!
파편화된 얼음조각들이 단숨에 얼어붙는다.
그 위력은 놈들을 살아있는 동상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
‘이름을 붙이면 얼음땡 정도가 되려나?’
아르민이 그렇게 시시한 생각을 하는 사이.
실버팽의 사체들은 달리던 기세가 멈추지 않은 채, 아르민이 있는 자리로 날아들었다.
“······어?”
꽈앙!
그 충격에 눈 더미가 비산하며 아르민을 덮쳤다.
****
저택으로 돌아오자.
마리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르민을 맞이해주었다.
“······홀딱 젖으셨네요.”
아침나절부터 일찍 어딜 나가나 했더니, 두 시간도 되지 않아 물에 빠진 생쥐 꼴로 귀환한 아르민이었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겠지.
“그냥 산책 나갔다가 미끄러졌거든.”
아르민은 대충 얼버무렸다.
마법을 익히고 있는 걸 비밀로 하고 있는 이상.
실버팽 무리를 혼자 격퇴하러 갔다가 눈 더미에 파묻혔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씻고 싶은데, 욕탕 지금 쓸 수 있나?”
“바로 준비할게요. 도련님도 얼른 옷부터 갈아입어주세요. 그러다가 감기 걸리시겠어요.”
“마리나가 걱정해주다니, 이거 몸 둘 바를 모르겠네.”
“아이 참, 농담 하지 마시구요······!”
마리나랑 가볍게 티격태격하고 난 뒤, 아르민은 곧장 욕탕으로 향했다.
촤악.
뜨거운 온탕에 몸을 담그자, 피로로 늘어진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히야. 쥑이는 구만.”
잠시 온탕에 몸을 맡기고 있던 아르민은, 오늘 구해온 실버팽의 마석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시약으로 만들어 복용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군.’
아르민이 마석을 구해온 이유.
그건 체내의 마력신경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1년 정도면 절반은 복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만 한 가지.
아르민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이곳은 지구가 아니란 게 문제지.’
각종 과학과 발달된 마법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대 지구라면 몰라도, 이 세계에서는 오로지 아르민 혼자서 마력신경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어지간한 수는 다 써봤는데 말이야.’
그간 점성술이나 수비술, 연금술, 각종 원시 주술까지 동원해가며 여러 방법을 써보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년 간 아르민이 육체에 구성할 수 있었던 마력신경은 약 42% 정도.
‘심지어 그것도 최근엔 성장이 멈춘 상태지.’
더는 자잘한 수단만으로는 마력신경을 성장시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물론 아르민 또한 여러 가지로 돌파구를 찾아보긴 했다.
‘흑마법사가 남긴 물건에서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2년 전.
아르민은 예의 흑마법사로부터 회수한 물건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 세계의 마법을 엿볼 수 있을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정작 마땅한 소득은 없었다.
대부분의 정보가 아르카스의 신도들이 쓴다던 흑마법에 치우쳐져 있던 데다가.
그조차도 태반이 아르민에겐 쓸모가 없는 반쪽짜리 정보였던 지라(사용하기 위해선 아르카스와의 계약이 필요하다는 둥의 이야기였다).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아르카스를 믿는다던 사이비 종교······. 흑영교(黑影敎)에 대한 교리 정도였던가.’
그런 놈들이야 지구에서도 숱하게 있었으니, 특별히 뭔가 대단한 걸 알아낸 느낌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2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이 세상의 마법은 아르민에게 있어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이 세상의 마법을 알게 되면, 조금은 돌파구가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이 답답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본질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곰곰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덧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
오늘은 마침 점심약속이 있던 참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저택으로 촌장과 꼬맹이들이 찾아왔다.
“아르민 님!”
식당문이 열리자 꼬맹이 여자애 하나가 쪼르르 아르민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르민은 귀찮다는 듯이 녀석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따악
“아야!”
“아서라, 몸도 약한 놈이 뭔 호들갑이냐.”
그렇게 이마를 감싸 쥔 여자애에게 두어살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소년이 짐짓 나무라듯 입을 열었다.
“그러게 아르민 님한테 너무 민폐 끼치지 말라니까.”
“히잉······.”
식당에 나타난 건 총 4명의 아이들이었다.
모두 2년 전 있었던 흑마법사 사건에서 아르민이 구해준 녀석들로, 지금은 이렇게 촌장이 돌봐주며 가끔 아르민이 있는 저택으로 점심을 먹으러 오곤 했었다.
“점심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나도 요즘 마을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참이고.”
백발이 성성한 촌장이 고개를 숙이자, 아르민은 손을 흔들며 입을 열었다.
자연스러운 하대와 존대.
새삼 신분의 차를 느끼기도 하면서도, 또한 아르민이 느끼는 바는.
이런 식으로 촌장과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최근 자신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아르민 님 덕분에 이번에도 쿠올 상단과 싼 가격에 밀을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올해 겨울도 식량 걱정은 덜게 되었습니다.”
“그거야 뭐, 원래 영주가 해야 할 일이잖아? 일단 대리를 맡고 있으니 할 일은 해야지.”
킬레인과 카일이 카라클로 돌아간 사이, 아르민이 영지 운영에 이것저것 손을 댄 결과였다.
처음엔 영약을 찾기 위해 마을과 거래하는 상단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 다음엔 마석을 구하려고 틈만 나면 경비대를 이끌고 마을 주변의 몬스터를 토벌했다.
그밖에도 수도원이 무너진 뒤에는, 남겨진 아이들을 내버려둘 수 없어 촌장과 교섭하기도 하는 등.
그 전부 순전히 아르민이 자신을 위해서 한 일들이었지만.
‘어째 다들 좋아하더란 말이지.’
아르민이 한 행동들이 마을에 도움이 되기 시작하면서, 점점 아르민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으니.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망나니 아르민이 정신을 차렸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가 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란 어떤 일이든 자기에게 좋게 해석하기 마련이니까.’
멋대로들 그리 생각해준다면야, 아르민으로서도 나쁠 게 없었다.
“어제, 마틴이 근처에서 실버팽 무리를 봤다고 하더군요.”
“아, 그거라면 경비대한테 말해놨어.”
이미 아르민이 처리하긴 했지만, 최소한 경비대를 움직여 대처를 하고 있다는 액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이런 행위들도 전부 아르민의 평판으로 이어지리라.
‘뭔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걸 하는 기분이군.’
“역시 아르민 님입니다!”
그렇게 촌장의 낯간지러운 말을 들으며, 꼬맹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있을 때였다.
“저, 아, 아르민 도련님······!”
급작스럽게 식당문이 열리며, 마리나가 다급한 얼굴을 한 채 뛰어 들어왔다.
“응? 왜 그래?”
“그, 그게······! 지금 창밖에 손님이······!”
창밖? 손님?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 아르민이 창가를 내다보자.
“아.”
그곳에 용이 있었다.
****
거대한 피막으로 덮인 날개가 허공에 펼쳐진다.
하늘에서 날아든 비룡이 천천히 선회를 하며 저택의 마당으로 내려서고 있었으니.
아르민은 저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와이번.’
용종 중에서도 급이 낮은 몬스터로 분류되고는 하지만, 인간이 길들이는데 성공한 얼마 안 되는 비룡이 바로 저것이었다.
게다가 와이번이 목에 두르고 있는 문장은 아르민도 익히 알고 있는 집단의 상징이기도 했다.
두 마리의 용이 교차하듯 앞발을 들고 서 있는 문양.
“······비룡기사단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지?”
카일이 부단장으로 있는 제국의 명문 기사단이다.
쿠우우웅!
둔중한 소음과 함께 와이번이 저택에 착지했다.
이내 그 위에서 두꺼운 방한 코트를 걸친 이가 바닥에 내려섰다.
‘저건······.’
뾰족한 귀, 구릿빛 피부, 거기에 새하얀 머리카락을 지닌 미녀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방한 코트 속으로 숨겨져 있는 육감적인 몸매가 슬쩍슬쩍 드러난다.
“귀하가 아르민 일레인스 님 되십니까?”
사무적인 말투로 아르민의 이름을 물어온 그녀는.
다름 아닌 다크 엘프 여성이었다.
< 제11장 – 2년 후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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