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5)
내 마법이 더 쎈데-25화(25/203)
< 제12장 –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 (1) >
푸슈욱.
열차 한 대가 연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속도를 늦춘다.
끼기기긱!!
얼마 가지 않아 열차는 마침내 그 움직임을 멈추었으니.
차문이 열리자, 수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제 갈 길을 찾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빈투크를 떠나온 마력열차가 마도공화국 비발트로 이어지는 중계지점 도시인 브라스크에 도착한 것이다.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속에는 당연히 아르민도 있었다.
‘어째 갈수록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
아르민이 떠나온 빈투크는 칼센 제국에서도 최남단, 말하자면 벽지의 시골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출발한 열차가 대도시로 향할수록, 강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듯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필연일 터.
그것 자체야 아무래도 좋지만, 문제가 있다면.
‘비발트로 향하는 표를 제때 구할 수 있느냐가 문제겠지.’
아르민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삼 개월 남짓.
일레인스 영지를 빠져 나오고, 이곳 브라스크에 도착하는데만 벌써 5일을 소모했다.
사람이 많다는 건 당연히 그만큼 표를 구하기도 힘들어진 다는 뜻이다.
당장 오늘 하루 표를 구하지 못한다면 크게는 하루, 이틀의 일정이 지연될 테니.
그것만으로도 아르민에겐 꽤나 큰 타격이었다.
애당초 아르민이 비발트로 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비발트는 이 세계의 최신 마법이 모여든다는 장소다.
‘어쩌면 그곳에서 마력신경을 복구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겸사겸사 이 세계의 마법을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였다.
그 뿐이랴.
아르민은 다밀라를 통해 이 세계에도 총기류의 아티팩트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만약 연이 닿는다면, 여기서도 총기류를 얻을 수도 있겠지.’
아르민도 지구에 있을 때는 호신용으로, 그리고 특정 고위마법을 사용할 때는 총기를 애용하고는 했다.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보다 총을 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다.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오죽하면 악마에게 특효약은 더블 배럴 샷건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가 아니던가.
때문에 아르민에게 있어 열차를 타고 움직인다는 건 곧 시간 싸움이기도 했다.
‘막상 비발트에 도착한다고 해서, 원하는 걸 제때 다 이룰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지.’
그러니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다음 열차표를 구하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하더라.”
그렇게 아르민이 발을 내딛었을 때였다.
– 잡아!
– 그쪽으로 간다!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인파로 가득한 골목 끄트머리에서, 툭 튀어나온 누군가가 있었다.
와장창!
그 서슬에 인파들을 향해 꽥꽥 소리를 내지르며 장사하던 장사치들의 좌판이 튕겨져 나가며, 단숨에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뭐, 뭐시여?!”
“어떤 놈이여?!”
장사치들이 쏟아내는 불평불만 속에서, 좌판을 헤치며 도망치고 있는 건 새빨간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었다.
“거기 서!”
“잡아!”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제복을 걸친 우락부락한 남정네 둘이 쫓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초반쯤 될까.
입고 있는 복장이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든 투톤의 하녀복인 걸 보아하니.
‘저택에서 도망친 하녀인가?’
하긴 가끔 일이 힘들어 사용인으로 들어간 마을 처녀가 저리 도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고는 했으니.
그리 신기할 건 없는 풍경이었다.
더구나.
‘음, 여행지에서는 늘 트러블이 일어나기 마련이지.’
지구에 있을 때도 여행할 때는 늘 현지인과 트러블이 발생하는 것에 주의하란 말이 팁처럼 돌아다닐 정도였다.
‘괜한 트러블에 휘말리는 건 사양이고.’
아르민은 슬쩍 몸을 피했다.
그를 지나쳐 다수의 남정네들이 씩씩거리며 지나가는 걸 일별하고 난 뒤, 아르민은 몸을 돌렸다.
갈길도 바쁘다.
최대한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비발트로 향하자.
그리 마음 먹은 아르민은
‘표를 파는 곳이 저쪽인가?’
표를 사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붉은 머리의 여성.
제미니는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도망쳐야만 해······!’
제미니는 자신이 입은 옷을 내려다보았다.
여기까지 도망치는 동안, 자신을 도와주었던 하녀로부터 건네받은 옷이다.
– 아씨, 저랑 옷을 바꿔 입으시면, 시선을 피해서 도망치실 수 있을 거예요.
–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네가 위험하지 않느냐고.
그들이 쫓는 건 자신이다.
괜히 그녀가 표적이 될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하녀는 애써 웃는 얼굴로 제미니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 아씨는 꼭 비발트로 가야하잖아요? 괜찮아요. 저 이래봬도 숨바꼭질에는 자신이 있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옷을 바꿔 입은 하녀는 냉큼 남정네들의 주의를 끌며 브라스크의 골목 너머로 도망쳤더랬다.
오로지 제미니가 무사히 도망치는 걸 돕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도 얼마 오래가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으득.
이를 악문 채로 제미니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도움까지 받았다.
그럼 확실히 도망쳐야만 했다. 할아버님이 계신 비발트의 수도를 향해.
자신이 가슴에 품고 있는 이 ‘물건’을 반드시 할아버님에게 전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필리푸스 가문은 정말 여기에서 끝을 맞이할지도 몰랐으니까.
골목으로 숨어들어,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가 있는 플랫폼으로 달리는 사이.
두두두두!
다수의 남정네들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제미니의 발이 절로 멈추었다.
– 그년은 잡았나?
– 노, 놓쳤습니다······.
– ······뭐?
– 그, 그게, 처음에 하녀복으로 바꿔입은 걸 눈치 채지 못해가지고······.
–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 병신 새끼가!
뻐억!
– 크억!
– 얼타지 말고 얼른 움직여!
그렇게 남정네들이 사라진 뒤.
그들을 따돌렸다고 확신할 때까지 버티던 제미니는, 이내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가 세워진 정거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표는 없지만······.’
열차에 탈 수만 있다면, 조금이라도 그들과 거리를 벌려, 도망칠 수 있으리라.
남들에게 정체가 들킬세라 고개를 숙이고, 종종 걸음으로 열차에 올라탄 제미니는 구석 자리에 몸을 붙였다.
“하아······. 하아······.”
안심했다.
여기까지 왔다면, 열차만 출발하면 달아날 수 있다.
제미니가 그런 마음으로 마음을 놓았을 때.
툭.
그녀의 어깨에 올라온 손이 있었다.
깜짝 놀란 제미니가 퍼뜩 고개를 들자.
“계속 찾았습니다. 제미니 필리푸스 아가씨.”
잘생긴 미청년이 씩 웃으며 제미니를 아는 채 했다.
****
“코넬······리우스······!”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제미니를 향해, 코넬리우스라 불린 미청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확히는 코넬리우스 경입니다. 아가씨.”
“······!”
그 농담과도 같은 말에 제미니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 남자였다.
이 남자가 바로 자신을 쫓는 추격자들의 리더였던 것이다.
상당한 실력을 가진 남자로, 어지간한 기사조차 한손으로 가지고 노는······.
인간을 벗어난 자.
“하하,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주시지요. 오히려 저희는 아가씨가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아이는······. 어떻게 한 거야!”
코넬리우스가 여기 있다는 건, 결국 스스로 미끼를 자처했던 그 아이는 결국.
“하녀 말입니까? 아가씨로 변장하다니, 용기가 가상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잘 다독여서 돌려보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돌려보냈다니, 그럴 리가 없다.
실제로 코넬리우스는 피식 웃더니.
“떠나기 직전까지 아가씨를 걱정하더군요. 참으로 달콤한 피를 가진 여성분이었습니다.”
그 특유의 ‘송곳니’를 드러내며, 즐겁다는 듯이 지껄였다.
순간 제미니는 자리를 박찼다.
이 자리에서 도망치려는 생각이었지만.
“앉아주십시오. 아가씨가 함부로 움직이신다면, 열차 안의 모두가 위험합니다.”
코넬리우스의 나지막한 경고에 제미니의 몸이 우뚝 멈추었다.
“······무슨 소리야?”
“이미 이 열차에 타는 승객들은 하나하나 전부 파악이 끝났습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아가씨도 이미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희와 계약하고 있는 당신의 아버지······. 필리푸스 남작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코넬리우스의 손짓에, 건장한 남정네들이 하나 둘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그 위압적인 행위에, 주변에서 상황을 모르는 손님들 사이로 조금 소란이 인 모양이지만.
코넬리우스의 부하들이 눈알을 부라리자, 소란은 금세 가라앉았다.
그걸 지켜보던 코넬리우스는 퍽이나 유쾌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미 여기 브라스크에선 역무원, 표 판매원, 할 것 없이 많은 분들이 저희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아시다시피.
“아가씨가 가져가신 그 ‘약’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많거든요.”
그 말에 제미니는 자신의 주머니를 강하게 의식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빼돌리기 위해 노력했던 ‘물건’.
자신의 아버지가 욕심을 낸 나머지 손 대고야 만 금단의 약물.
이들이 바로 그것을 쫓아온 아버지의 하수인이었다는 것이, 다시금 떠오른 것이다.
그때.
덜컹.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넬리우스는 그대로 제미니의 건너편 좌석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한결 같이 여유가 넘치는 미청년은 그렇게.
“기왕 이렇게 된 거, 잠시 저와 함께 열차 여행을 즐기시지 않겠습니까?”
씨익 웃는 모습이 남이 보기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지만.
제미니는 알고 있었다.
저 얼굴 뒤에 숨어 있는 사갈(蛇蝎)의 독니를.
덜컹. 덜컹.
‘제길······! 젠장!’
필사적으로 도망쳐온 제미니의 마음도 몰라준 채, 열차는 그렇게 천천히 비발트로 향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열차가 떠나기 약 10분 전.
브라스크 역 매표소의 역무원은 자기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약의 감촉에 히죽 웃었다.
도망친 노예를 쫓아왔다면서, 의뢰인은 비발트행 열차 하나를 자기 입맛대로 표 판매를 조작해줄 걸 요청해왔다.
‘그걸 조금 도와준 것만으로 약을 받을 수 있다니.’
쌩으로 구입하려면 은화 두 어개가 깨졌을 물건이다.
오늘은 돌아가는 길에 주점에서 거나하게 퍼마시면서, 이걸 즐겨주겠다고.
역무원이 남몰래 욕망으로 가득 찬 미소를 흘리고 있을 때.
쿵.
“여기서 비발트행 열차표를 파는 게 맞지?”
곱상하게 생긴 금발의 청년 하나가, 대뜸 그런 말을 건네 왔다.
“험험. 오늘치 비발트행 표는 다 팔렸습니다. 손님.”
사전에 짜맞춰둔 이야기대로, 역무원은 그리 대답했지만.
“오는 길에 창문 보니까, 좌석 많던데?”
청년의 말에 역무원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필 그것까지 확인하고 왔을 줄이야. 귀찮게 되었다.
이대로 표 같은 건 없다고 딱 잡아뗄 수도 있겠으나.
‘귀족인가···?’
새삼 보니, 청년의 차림새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걸친 옷이 퍽이나 고급스러운 옷감을 쓴 건 그렇다 치고, 전신에서 슬며시 흘러나오는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내가 좀 급해서 그런데. 빨리 팔아주면 안 될까?”
슬며시 짜증이 묻어나는 그 목소리에, 역무원은 화들짝 놀랐다.
여기서 괜히 귀족하고 소란을 일으켰다간, 앞서 의뢰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었다.
당장 사무실에 쳐박혀 있는 역장이 찾아와서 왜 팔지 않았냐고 따지고 들면, 말이 궁해지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하는 수 없지.’
남자는 잠자코 표를 내밀었다.
“2실버입니다.”
“봐봐, 있잖아.”
짤랑.
떨어지는 금액을 받아들며 판매원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 열차에 타다니, 어차피 거기 있는 놈들은 다 죽을 텐데. 불운한 자기 운명이나 탓하시오. 귀족 나으리.’
그렇게 히죽거리는 판매원을 뒤로한 채.
방금 막 표를 산 귀족 도련님──.
아르민은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고.
킁킁.
“······뭔 열차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난대냐?”
아르민이 그렇게나 피하고자 했던 트러블의 냄새와 함께
비발트행 열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 제12장 –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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