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6)
내 마법이 더 쎈데-26화(26/203)
< 제12장 –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 (2) >
덜컹. 덜컹.
목적지로 향하는 비발트행 열차 안에서.
코넬리우스는 제미니의 품에서 물건을 빼앗아 들었다.
“······윽!”
“본의 아니게 아가씨 몸에 손을 대는 건 죄송합니다만, 이 물건은 저희가 맡아둬야지요.”
그건 기다란 크기를 가진 유리병이었다.
찰랑이는 붉은빛 액체가 전등의 빛을 받아 반짝인다.
코넬리우스는 살짝 감개에 젖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바로 ‘블러드 문(Blood moon)’. 아가씨가 가져간 원액의 이름입니다.”
다름 아닌 제미니의 아버지인 자드 필리푸스가 흡혈귀들과 손을 잡고 만들어낸 금단의 약물.
“이 원액을 사용해 주조한 약물은,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사용자에게 여러 가지 혜택을 가져다주죠.”
감각의 활성화는 물론, 압도적인 힘과 마력을 부여한다. 그 과정에서 주어지는 커다란 쾌락은 말할 것도 없다.
요컨대.
“인간의 하잘 것 없는 육신의 한계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약이란 말입죠. 필리푸스 남작께서는 이 약의 가치를 높게 보고, 저희와 손을 잡으신 겁니다.”
이걸 알아봐 준 자드 남작은 실로 유능한 분이라며.
칭찬을 이어 나가던 코넬리우스는, 이윽고 제미니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을 아가씨가 멋대로 망치면, 남작님께서 슬퍼하실 겁니다.”
“웃기지마······!”
제미니는 코넬리우스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저 간악한 흡혈귀가 아버지를 운운하는 말에, 참지 못한 비애가 터져 나온 것이다.
“어차피 네놈들이 세력을 늘리기 위해, 아버지를 점찍은 것뿐이잖아!”
그렇다.
아버지는 중간에서 이용당했을 뿐이었다.
바로 저 흡혈귀들 ‘알트바리아 클랜’에게 찍혀, 제물이 된 것이다.
‘이미······. 아버지는 죽었어.’
아니, 그 육은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지금의 자드 필리푸스 남작은 더 이상 제미니가 알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아니었다.
애당초 저 약은 단순한 종류의 약이 아니었다.
“그 약을 먹은 사람들은······, 전부 네놈들의 하수인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일주일 전.
제미니는 우연히 아버지의 서재에서, 아버지가 남긴 쪽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쪽지엔 아버지가 이성을 잃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써내려가던 내용이 적혀 있었다.
– 놈들이 만드는 블러드 문은, 단순한 체력 포션이 아니다. 그 약은 처음엔 단순히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데서 끝나지만, 오래 복용하면 복용할수록 사용자로 하여금 피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고······. 끝내 복용자를 하급 흡혈귀로 만들고야 만다.
처음엔 그저 돈벌이가 된다는 말에 포션 사업에 손을 대려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릇된 선택으로 인해.
필리푸스 남작의 영지에 흡혈귀들이 둥지를 틀게 되었다.
– 미안하다. 제미니. 욕심에 눈이 멀어 놈들과 손잡은 날 용서하지 말거라. 그리고 이 약을 부디 아버지께 전해다오. 아버지라면 해독제를 만드실 수 있을 게다.
진실을 알게 된 제미니는, 그렇게 아버지의 유언대로 약을 훔쳐 달아났다.
‘마탑에서 교수로 계신 할아버지라면, 이 약의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야!’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이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
“그건 정말 불행한 사고였지요. 아가씨께선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으면 더 편하셨을 텐데.”
코넬리우스는 빙글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차라리 아가씨도 저희 클랜에 들어오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 로드(Lord)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아름다운 동포는 언제나 환영이니까요.”
코넬리우스가 천천히 제미니에게 다가왔다.
그가 입을 벌리자, 날카로운 송곳니가 번뜩인다.
“아가씨라면 이런 약에 기대지 않고, 제 힘을 써서 바로 동포로 만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제미니는 질끈 눈을 감았다.
목덜미로 다가드는 숨결.
흡혈귀는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강대하냐에 따라, 특별한 흡혈방법으로 동포를 늘릴 수가 있었다.
여기서 흡혈을 당하면, 자신은 아버지를 죽여 버린 놈들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절망 속에서 코넬리우스의 송곳니가 다가왔고.
푸욱.
제미니는 그 틈을 노려, 코넬리우스를 찔렀다.
****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이윽고.
“······이거 참.”
코넬리우스는 자신의 가슴께를 내려다보았다.
그 심장 부근에는 날카로운 은단도 하나가 박혀 있었다.
영특하게도 제미니는 이 거리까지 코넬리우스를 끌어들여, 흡혈귀의 약점을 치려고 한 것이다.
“이 열차 내의 은제 도구들은 전부 처리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깜찍하게 이런 걸 숨기고 계셨다니. 역시 제미니 아가씨입니다.”
감탄하는 코넬리우스를 향해, 제미니는 퉷 하고 놈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나마 너 같은 놈들이 아직 날 아가씨로 대우해줘서 다행이었지.”
제미니의 늘씬한 허벅지 사이로 보이는 단검집.
저 자존심 강한 흡혈귀가 신체검사를 하지 않았기에, 약점을 노릴 수가 있었다.
퍽!
코넬리우스를 발로 찬 제미니는 그대로 몸을 돌려, 객실을 빠져나가고자 했다.
“형님!”
“저 년이······!”
“가만히 있어라! 너희가 손 대어도 되는 분이 아니다!”
부하들이 벌떡 일어난 걸, 코넬리우스는 성난 외침으로 잠재우고, 그는 도망친 제미니를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어, 어째서 문이······!”
제미니가 몇 번을 손잡이를 돌렸지만, 열차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하하, 이미 이 객실 내는 제 마법으로 외부와 격리된 상태입니다.”
처음부터 이럴 예정이었다.
방금 기습은 깜찍하긴 했으나.
스르륵. 타앙.
가슴께에서 절로 밀려나듯 빠져 나온 은 단도는 바닥에 떨어진 채로, 푸슈욱 소리를 내며 흔적도 없이 녹아내렸다.
“확실히 은제 무기는 저희의 약점이긴 하지만, 그 심장을 찌르지 않는다면 통하지 않습니다. 아가씨. 아쉽게 되었군요.”
“크윽!”
다가드는 걸음에는 여유가 있었다.
“아가씨의 할아버지라면, 분명 생명체 연구를 주로 한다던 자색 마탑의 교수였죠? 이해합니다. 그 분이라면 아가씨의 바람대로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저벅 저벅.
단순히 걸어가고 있을 뿐인데도, 제미니는 코넬리우스의 위압감에 절로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인간을 포식하는 흡혈귀는, 그저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정신을 좀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게······ 포식자.’
인간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힘이었다.
“하지만 보십시오. 아가씨. 당신은 이미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 열차는 제가 접수했죠. 이대로 당신에겐 안타까운 최후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동포가 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여기서 죽음을 맞이할 뿐.
제미니의 코앞까지 다가간 코넬리우스는, 최후를 선고하듯 제미니에게 속삭였다.
“당신에게 기적이 일어날 일 따윈 없다. 이 말입니다.”
그리고.
콰아앙!!
저 멀리, 등 뒤에 있던 열차의 문이 박살나고, 그 파편이 열차 내부로 흩뿌려졌다.
그 중에 날카롭게 날아든 파편 하나가 팟! 하고 코넬리우스의 뺨에 상처를 냈으니.
주륵.
그 뺨에서 탁한 피가 흘러내리는 가운데.
“거기, 아가씨네. 할아버지가 마탑 교수라고?”
뚜벅뚜벅.
기적(奇蹟)은, 난입자의 모습을 한 채로 이 자리에 나타났다.
****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아르민의 코를 간질이는 냄새.
그것을 아르민은 ‘시체 썩는 냄새’라고 평했다.
‘여기 좀비라도 타고 있나?’
그러나 좀비 특유의 사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아르민의 눈에 들어온 건, 거의 아르민 체구의 두 배는 될법한 덩치를 가진 빡빡머리의 남자였다.
쇠를 덧댄 하프 플레이트 아머를 걸치고서, 2인용 의자를 혼자 차지하고 있는 게 무슨 씨름 선수를 보는 느낌이었지만.
‘······뭔가 이상한데?’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놈은 인간이다.
하지만 아르민의 감각이 속삭이고 있었다.
동시에 놈은 완전한 인간은 아니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
그냥 내 자리로 가서, 도착할 때까지 퍼질러 잘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 예상이 맞다면, 꽤 짜증나는 트러블이 일어나는 셈인데.’
그토록 트러블을 피하고 싶었건만.
역시나 여행지에서 트러블을 피하기란 어려운 법이었나 보다.
무엇보다.
“뭘 꼬라 봐?”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아르민에게 던진 그 말이 계기가 되었다.
“아니, 냄새가 심하게 나는 거 같아서 말이지.”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이면서 이어 말하길.
“혹시 너 흡혈귀냐?”
그 말에 남자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남자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양 옆으로 앉아있던 놈들의 시선이 아르민에게 박혀든다.
‘예상대로인가.’
썩는 냄새가 난다 했더니, 이건 시체보다도 관이나 흙 따위가 썩는 냄새였다.
문제는 놈들의 생김새나 보유한 마나 자체는, 인간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었지만.
“이 새끼······.”
“형님, 코넬리우스 경께 말씀을······.”
“씨발, 닥쳐. 새끼야! 그렇지 않아도 여자 하나 못 잡아서 깨진 판인데, 여기서 뭘 나이트(Knight)급한테 손을 벌린다는 거야?!”
덩치 큰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쿵쿵 아르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여긴 내가 맡는다.”
“그러니까 그쪽이 흡혈귀가 맞다는 거지?”
“푸하하! 어떻게 눈치 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알았다면 살려 보낼 수는 없지.”
남자는 건틀릿을 낀 주먹을 움켜쥐더니.
“처음부터 이 열차에 탄 놈들은 먹어치울 생각이었다만, 그 시기가 조금 빨라졌다고 생각해라!”
후웅!
통나무처럼 굵은 팔이 휘둘러진다.
닿은 순간, 뼈를 부수고 살을 찢어버릴 무시무시한 공격이었지만.
한 걸음, 그 품으로 파고들며 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은 아르민은,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꿈치를 툭 치며 주문을 외웠다.
‘절단.’
이른바 파괴하는 룬 마술.
“하갈라즈(Hagalaz).”
그 순간.
스걱!
남자의 굵은 팔이 잘린 채로 날아가, 철퍽 바닥에 떨어졌으니, 아르민을 제외한 모두가 그 광경에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으, 으아악?! 내, 내 팔이!?”
“그러니까 초면에 주먹질을 하지 말았어야지.”
두어 걸음 뒤로 떨어진 채, 아르민은 혀를 차며 말했다.
다만 이건 아르민에게 있어선 단순한 실험이었다.
상대가 진정으로 흡혈귀라고 한다면.
‘여기서 놈들 특유의 재생력을 보여줄 터.’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팔이 잘린 남자는 분노를 토해내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약?”
그것은 작은 유리병에 담긴 물약이었다.
“무, 무슨 수를 쓴 건진 모르지만! 내 죽여 버리겠다!”
꿀꺽꿀꺽.
남자가 물약을 한입에 털어 넣자, 놈의 몸에서 급작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잘렸던 팔의 단면에서, 느릿하니 재생되기 시작한 새로운 팔.
그것에 아르민은 놈들의 정체를 대강이나마 눈치 챌 수 있었다.
‘약을 복용한 순간, 놈이 가진 생명의 그릇이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즉 약을 복용한 것만으로 흡혈귀가 될 수 있다는 말일 터.
놈의 행동을 보고선, 아르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흘렸다.
“······왜 그딴 미친 짓을 하는 거지?”
“크흐흐? 왜냐고? 이 넘치는 힘을 보면 모르겠느냐! 지금의 나는 강하다! 네놈보다도 더욱 강하단 말이다!”
놈은 즐거이 웃고 있었지만.
애초에 흡혈귀란 생명의 그릇이 깨져 탄생하는 괴력난신이다.
강인한 생명력과 마력.
더불어 강력한 육체적인 힘과 정신력을 지니지만.
‘결국엔 생명의 그릇이 깨진 탓에, 인간의 생명력에 기댄 채로 살아가야만 하는 단점을 지닌 놈들이다.’
그렇다.
남의 피를 빨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놈들.
그렇다고 놈들은 단지 생존만을 위해 피를 빠는 것도 아니다.
피에 취해, 인간을 습격하고, 피를 빨아 자신의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뿐인 괴물.
그래서일까.
“크하하! 네놈의 피도 전부 마셔주마!”
놈들은 예전부터 그랬다.
지구에 있을 때부터 흡혈귀들은 아르민을 볼 때마다 늘, 자신을 포식자라고 생각하며 당장이라도 아르민의 목을 부러트릴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곤 했지만.
그건 착각이다.
먹이사슬로 결정되어있는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결정할 뿐.
그러니.
“시체가 되는 건 네놈이다. 새끼야.”
여기에선, 내가 네놈들을 먹어치워주마.
달려드는 놈을 향해, 포식자를 자처한 아르민은 손가락을 겨누고는.
“빵.”
전투의 신호탄을 울렸다.
****
‘조준, 폭발.’
아르민의 마법 구사에.
콰앙!
열차의 지붕이 터져나간다.
처음엔 상대가 흡혈귀들이다보니, 태양을 불러들여 단숨에 처리하기 위함이었지만.
“태양볕 따윈 간지럽지도 않다······!”
인간과 흡혈귀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일까.
놈들은 햇빛이 통하지 않는 데이워커로서 활동하는 게 가능한 모양이었다.
쿵쿵쿵쿵!
육탄전차 마냥 거구를 이용해 돌진해오는 놈을 향해.
‘영역 지정, 벽면, 속성은 바람, 특성은 폭발.’
아르민은 단숨에 트리플 액션을 사용.
콰아앙!!
벽면이 터져나가며, 쏟아진 바람의 폭발 속에서 가장 앞에 있던 거구의 남자가 튕겨져 나가는가 싶더니.
쿠웅!
벽면에 쳐 박히자 충격을 이기지 못한 객실의 벽까지 함께 터져 나갔으니.
그 위력에 놈의 육체마저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부서진 객실 너머로 흩어지는 시체의 육편을 흘깃 바라보며 아르민은 중얼거렸다.
“재생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거기서 살아남을 순 없을 거다.”
“무, 무슨 놈의 마법이 저래?!”
“조, 조져!”
남은 흡혈귀들 또한 저마다 약을 복용하고 아르민에게 달려들었지만.
솔직히 그의 입장에선 앵앵 거리는 모기만도 못한 놈들이었다.
‘약해.’
약하다.
손가락을 튕겨 팔을 짓이기면, 놈들은 고통에 울부짖고.
손뼉을 마주쳐, 다리를 베어내는 바람의 칼날을 날려 주면.
놈들은 중심도 잡지 못한 채로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기를 반복했다.
‘이상하군.’
아르민이 알고 있는 흡혈귀는 겨우 이 정도가 아니다.
진짜배기 뱀파이어는 그 육을 안개로 화해, 이쪽의 숨통을 조여 오는가 하면.
강력한 마법마저 구사하며 필사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괴물 새끼들인 법이다.
그에 비해, 이 놈들은 그저.
‘전부 되다만 놈들이야.’
아르민은 그리 평가하며, 흡혈귀들을 처리하고는, 이어 구석에 숨은 승객들을 향해 손짓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할 테니, 뒤로 도망가는 게 좋을 거야.”
아르민의 경고에, 승객들은 저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뒤쪽 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음? 이 앞에 결계가 있는 건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 흡혈귀들을 이끄는 보스급이 바로 거기에 있을 터.
아르민은 천천히 앞 칸으로 향했다.
덤벼드는 흡혈귀는 처리하고, 승객은 알아서 피하든 말든 뒤로 돌려보내는 사이.
마침내 닿은 최선두의 객실 칸 앞에서.
투웅.
아르민은 침입자를 거부하는 결계와 마주할 수 있었다.
‘흐음. 구조 자체는 격리형의 형태······. 쓰이는 마력은 음기의 속성을 띠고 있나.’
그렇다면 우선, 내부의 상황이 어떤 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을 터.
아르민은 주저 없이 결계를 향해 손을 밀어 넣었다.
스가가각!!
마력신경에서 솟아난 마력가닥들이, 단숨에 결계를 해킹하고 내부를 염탐했으니.
내부에는 아르민도 한 번 보았던 얼굴이 있었다.
‘아까 쫓기던 그 여자로군.’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하나 둘, 아르민의 귓가에 닿기 시작했다.
그 내용은.
– 블러드문에 관한 이야기.
– 저 붉은 머리의 여성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 흡혈귀들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까지.
천천히 사정을 이해해가는 와중에.
한 가지, 아르민의 구미를 당기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결정적인 한 마디가 바로.
– 아가씨의 할아버지라면, 분명 생명체 연구를 주로 한다던 자색 마탑의 교수였죠? 이해합니다. 그 분이라면 아가씨의 바람대로 해독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오호라.’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아르민은 판단했다.
‘······이건 나쁘지 않군.’
괜히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보다 재빠르게 비발트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기회.
때 마침 운 좋게 맞이한 상황.
머릿속으로 셈을 마친 아르민은 결심했다.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걸 이용해줘야 현대 마법사가 아니겠느냐고.
아르민은 망설임 없이 결계에 접한 손에 마력을 가했고.
콰아앙!
결계를 부수고, 안으로 난입했다.
****
파편이 튀고, 혼란이 일어나는 객실 안에서.
“당신은······. 대체 뭐하는 작자입니까?”
코넬리우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던지는 질문 따윈 무시한 채.
아르민은 깜짝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뜬 붉은 머리의 여성을 향해.
“어때, 아가씨, 댁네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준다면, 지금 도와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입을 열었다.
“콜?”
< 제12장 – 비발트로 향하는 열차 (2) > 끝
ⓒ 뫄뫄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