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7)
내 마법이 더 쎈데-27화(27/203)
< 제13장 – 흡혈귀 코넬리우스 (1) >
“코, 콜?”
제미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남자가 말한 콜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당장엔 잘 알 수가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이것이 혹시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기적이자, 기회라면.
“·········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다 하겠어요!”
제미니로선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걸 움켜쥘 뿐.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의 만남이긴 했지만, 이걸로 거래가 성립했다면 시간을 절약하고 한층 더 쉽게 갈 수 있을 터.
그때 제미니와 아르민의 사이를 코넬리우스가 가로 막았다.
“당신, 인간이로군요.”
“이래봬도 휴머니스트를 자청하고 있거든. 보다시피 내가 좀 인간적으로 생기긴 했지. 그러는 그쪽은 흡혈귀인가?”
귀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미청년, 생김새로는 기생오라비를 연상시키는 게, 전신에 버터칠을 한 것 같은 분위기가 도는 것만 봐도.
이거 참.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음, 생긴 거 보니 흡혈귀 맞네.”
그 말에, 빠직 하고 코넬리우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인간 주제에 감히 나를 우롱하려 드는가.’
짙은 음(陰)의 마력이 바닥으로 치덕치덕 내려앉는다.
하지만 이내 놈은 빙긋 웃었다.
속으로는 분노를 품어도, 겉으로는 여유를 가장한 척.
“이거, 소개가 늦었습니다. 제 이름은 코넬리우스 알트바리아. 위대하신 로드 알트바리아를 모시는 클랜의 고결한 나이트입니다.”
오른손을 가슴께에 가져다대며 예의를 표하는 게 퍽이나 멋스럽다만.
‘나이트급의 흡혈귀라고 했었지.’
지구에서도 흡혈귀들은 지들끼리 급수를 나누기 좋아하는 무리였더랬다.
흡혈귀들은 종족을 늘리는 그 방법의 특성상 군집을 만들기 좋아했고.
여왕벌 마냥 최정상에 자리한 로드 아래로, 각종 간부급 흡혈귀가 포진하고 있는 것이 그네들의 권력구조였던 것이다.
이른바 피라미드 구조.
옆에서 보고 있으면, 밑에 몇 명의 쫄다구를 모아오면 다이아 계급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하고 꾀는 꼬라지가 꼭 다단계를 보는 것만 같다.
‘나이트급이라는 게, 그 중에서 과연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르민은 뚜둑뚜둑 손가락을 풀었다.
“최소한 거들먹거릴 정도의 실력은 있다는 거겠지?”
그 호전적인 태도에, 코넬리우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이어서 놈은 말했다.
“하하하. 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입니다만. 이쪽 아가씨와 저는 긴밀한 관계입니다. 기왕이면 서로 다투지 않았으면 합니다만, 이대로 자리를 비워주셨으면 하는 군요.”
결계가 해킹 당했다는 걸 모르니, 놈 입장에서는 아르민이 내막을 모른다 하여 말로 설득해서 돌려보낼 수 있다 착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르민은 그저 코웃음을 쳤다.
“야, 흡혈귀라는 놈들은 원래 그렇게 눈치가 없냐?”
“예?”
무슨 소리냐는 듯 되묻는 코넬리우스였지만.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만난 흡혈귀들은 죄다 그래왔다.
자기가 포식자인양.
자기 앞에 서 있는 이가 누군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로, 서로의 위치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방금 저 아가씨한테 구해준다고 말했잖아. 그럼 여기서 내가 너랑 한판 붙을 생각으로 왔다는 것 정도는, 좀 알아차려라.”
아르민의 손가락이 놈을 향한다.
뭐, 말로 해서 모르겠다면.
그 몸에다 직접 가르쳐주면 그만이긴 했다.
“······음?”
아르민의 급작스러운 행동에 코넬리우스가 의문을 표한 순간.
“빵.”
사전의 양해 따윈 구하지 않고서.
오로지 놈의 빈틈을 노린 기습.
더블 액션으로 구현된 바람 총알은, 그대로 코넬리우스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퍼억!
****
터져 나갔다고 생각한 머리통이, 스르륵 안개로 변해 형체를 잃고 무너졌으니.
“·········이거 참, 예의라는 걸 모르시는 분이로군요!”
쿠우우웅!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새빨간 색의 혈무.
육체를 안개로 만들어, 위험을 회피하는 저 형태는 확실히 아르민 또한 잘 알고 있는 지구의 흡혈귀와 똑같다.
‘흡혈귀라 이거지.’
“보고만 있을 겁니까?”
아르민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코넬리우스의 으름장에, 주변에서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던 놈의 따까리들이 뒤늦게나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넵!”
“이 새끼가······!”
달려오는 놈들 뒤로 흘낏 시선을 던지자.
붉은 머리의 여성. 제미니는 승객들과 함께 다른 열차 객실로 대피한 상황.
영특한 아가씨였다.
이렇게 솔선해서 무대를 만들어준다면야, 아르민도 따로 신경 쓸 것 없이, 가지고 있는 마법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열차 내부를 파괴할 수 있을만한 공격은 자제하는 게 좋겠지.’
그런 의미에서 삽시간에 번져나가는 공격적인 불의 속성이나, 파괴의 특성을 더하는 것은 난센스.
달리던 열차에서 때 아닌 강제 하차를 당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니.
꽈앙!
아르민이 바닥을 내리찍자.
충격과 함께 그 마력신경의 가닥이 퍼져 나간다.
‘속성은 바람, 특성은 세 줄기의 파도.’
마력의 파도는 이윽고 공격으로 변해 달려드는 반푼이 흡혈귀들 사이로 파고들었으니.
일본에서도 으레 요괴로서 알려져 있는 존재를 마법으로 구현한 형태.
‘족제비 바람(かまいたち).’
스가가각!
날카로운 낫에 갈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흡혈귀들의 목이 허공으로 튀었다.
동시에 피보라가 흩뿌려진다.
잠시나마 생겨난 시야의 공백.
그 틈을 노리고.
콰지지직!
자기 동료의 육신까지 꿰뚫는 형태로, 코넬리우스의 날카로운 발톱이 아르민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보, 보스.”
“어, 어째서······.”
찢겨나간 육편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리 중얼거렸지만.
애당초 간부 흡혈귀들은 저런 엑스트라 따위를 동료로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콰앙!
“······막혔다고?”
코넬리우스의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흐른다.
코앞에서 번뜩이는 붉은색의 마법진.
케이프에 새겨진 룬 문자가 반짝인다.
그것은 코넬리우스의 공격은 물론거니와 아르민에게 튄 혈액까지도 막아주는 물리적 방호의 룬이었다.
“정정당당한 척 하더니, 결국 자기 새끼들까지 희생시키면서 공격하는 거냐.”
그런데 이걸 어쩌냐?
“안 통하는 모양인데?”
“······!!”
코넬리우스는 다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치더니.
콰앙!
그 충격을 발판으로 아르민과 거리를 벌렸다.
한 차례의 공방으로 피어난 혈무 덕에, 객실 안으로 진한 피 냄새가 감돌기 시작했다.
“과연······. 숨겨둔 비장의 수가 하나 쯤은 있다는 겁니까?”
이런 상황에서까지 여유를 가장한 척.
놈은 그따위 헛소리를 지껄여왔지만.
방금 전의 공방으로 놈의 수준은 대강 파악이 끝난 아르민이었다.
나이트급이라길래 조금 기대를 했건만.
이래서야, 원.
“무진장 약하구만.”
“······무슨 소리입니까?”
“나이트라면서 거들먹거리더니,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니, 겨우 이걸로 자랑할 정도면, 그 뭐냐. 알트 뭐시기? 네놈 클랜의 로드도 결국 보잘 것 없는 거 아니냐?”
아르민이 경험한 바로는 흡혈귀들에겐 이상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놈······! 감히······! 네놈이 뭐라고 우리의 로드를 모욕하는가······!”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보다도, 놈들이 부모처럼 끔찍이 아끼는 로드를 모욕하는 데에 더 쉽사리 이성을 잃는다는 사실이었다.
뭐, 평정을 잃어준다면야.
아르민으로선 고마울 뿐이었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꼬우냐?”
그럼.
“직접 덤벼. 새끼야.”
아르민의 노골적인 도발을 시작으로.
“······!!”
쿠우웅!!
본격적으로 코넬리우스와 아르민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
“흐아아압!”
코넬리우스가 양손을 휘두르자, 손톱에서 새어나온 음의 마력은 이내 칼날이 되어.
객실 차의 양옆을 날카롭게 베어내며 아르민에게 날아들었다.
‘방호의 룬.’
키이이잉!
케이프에 새겨진 룬이 번뜩이며, 공격을 무위로 돌렸으니.
그 뒤를 따라, 아직도 살아있는 코넬리우스의 부하들이 자폭 공격을 하듯 거리낌 없이 아르민에게 달려들었다.
“귀찮게시리!”
이어 아르민은 카운터를 먹이듯 손가락을 튕겼다.
‘전체적인 공기를 압축, 바람을 일으켜 진형을 무너트린다.’
더하는 형태와 속성은 총 네 가지.
바람, 압축, 폭발, 산개.
일순간에 이루어진 쿼드 액션을 통해.
콰아아앙!
“끄아아악!”
“커허억!!”
차내에 몰아진 폭발적인 바람으로, 단숨에 놈들은 나동그라졌다.
‘제2종 마법, 각력강화.’
그 순간을 노린 채, 아르민은 다리 힘을 강화한 채로 코넬리우스를 향해 뛰었다.
한 차례.
스가각!
음의 손톱이 아르민의 가슴께를 베어왔지만.
강화된 각력으로 자리를 박차고, 벽면을 박차고, 열차의 천장에 발을 내딛는 것으로.
아르민은 놈의 공격 범위로부터 벗어났으니.
“흡?!”
코넬리우스가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을 무렵엔.
이미 아르민은 놈의 코앞까지 다가든 상황이었다.
후우웅!
한 번 더 손톱이 날아들지만.
그 아래를 미끄러지듯 파고든 아르민은 놈의 팔뚝을 후려치며 마법을 발동했다.
“하갈라즈.”
파괴의 룬.
콰아앙!!
그 공격에 팔이 잘려나갔지만,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다시금 팔은 돋아나고야 말았다.
“겨우······! 이 정도로······!”
일단은 나이트급이라는 이름이 자랑할 것은 되는 건지.
아까 잡몹 놈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회복력이었다.
팔을 박살내고, 목을 베어도 무시하며, 놈은 연이어 공격을 감행해왔다.
‘흡혈귀를 상대하는 데는 약점을 공략하는 게 최고지.’
그리고 가장 무난한 약점이랄 게 하나 있다면.
콰직, 콰지지직.
콰아아앙!!
“······?!”
코넬리우스의 시선이 잠깐이나마 천장으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는 방금까지 천장이었던 곳을 향한 것이다.
직전 아르민이 박찬 천장이, 지금은 산산이 부서진 채 터져나간다.
‘하갈라즈로 시선을 빼앗고, 진짜 노림수는 놈의 시야를 빼앗은 틈에 시도하는 법.’
현대 마법사라면 응당 몸에 익은 기만과 수 싸움의 전술이기도 했던 한 수였으니.
천장에 발을 댄 순간 설치했던 아르민의 폭발 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가림막이 사라지고 훤히 드러난 한낮의 태양.
코넬리우스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아르민이 미끄러지듯 바닥에 도달한 지금, 드러난 태양과 코넬리우스 사이엔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상황.
그 뿐이랴.
오른손으로는 코넬리우스를 붙잡아두기 위해.
“위카.”
그림자를 고정시키는 위치크래프트를 발동.
“크윽?! 모, 몸이!?”
급작스레 움직임을 멈추는 코넬리우스가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흡혈귀의 근력이라면 그림자가 새겨진 열차 바닥을 부수고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그러니 그 전에.
‘선수를 친다.’
아르민의 양손이 복합적인 움직임을 그린다.
‘수분 렌즈 생성, 광량 굴절, 집약, 발사.’
손가락을 튕기고, 왼손으로 수인을 맺어 발동하는 쿼드 액션으로.
허공에 만들어진 다수의 수분렌즈는, 이어 태양빛을 흡수하고, 굴절, 굴절, 또 굴절시킨 빛을 하나의 광선으로 만들어내었으니.
SF 영화에서도 곧잘 나오고는 하는 개념의 이름을 아르민은 그 입에 담았다.
“새틀라이트 빔이다. 새끼야.”
콰앙!
광선 자체가 움직이지 못하는 코넬리우스의 머리를 강타했으니.
흡혈귀에게 효과가 직빵인 그 공격에.
당연하게도 놈의 머리통이 한 번 더 터져나갔다.
퍼억!
****
< 제13장 – 흡혈귀 코넬리우스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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