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28)
내 마법이 더 쎈데-28화(28/203)
< 제13장 – 흡혈귀 코넬리우스 (2) >
꼼짝없이 놈의 머리통이 터져나갔다.
압도적인 열량에 신체부위 자체가 증발한 것이다.
하지만
[소용······ 없다!]과연 간부라 자신할만 했던 것인지.
증발한 머리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면서 부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놈은, 강렬한 포효를 내지르며 품에 가지고 있던 블러드 문을 입안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키는 약의 개수만 일곱 여개.
그러자.
쿠구구구!!
코넬리우스의 모습이 조금씩 변모하기 시작했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그 외모가 바뀌어간다.
약의 영향으로 미청년은 어느덧, 점차 근육이 번뜩이는 괴생명체로 탈바꿈된 것이다.
“······TV에서 비슷한 걸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흔히 일본 파워레인저 같은데서 나오는, 패배 직전에 이른 적 괴물이 불가사의한 힘으로 파워업 하는 바로 그 전개다.
[블러드 문을 통해······! 우리 알트바리아는 데이워커로서!! 태양을 극복한 몸······!]‘블러드 문의 원래 용도는 그런 것이었나?’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확실히 처음부터 살짝 의문이 든 참이었다.
블러드 문이 단순히 인간을 흡혈귀로 탈바꿈시키는 마약에 불과하다면, 흡혈귀 놈들은 굳이 그걸 제조할 필요가 없다.
그야 동료를 늘리고 싶다면 직접 자기 손으로, 자기 눈으로 선별한 놈들만 동료로 늘리면 될 테니까.
물론 불특정 다수의 흡혈귀를 늘려, 조직의 덩치를 키우는 것도 조직의 힘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게 해서 만든 놈들이, 조직을 끔찍이 아끼는 흡혈귀놈들 입장에서 진정한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
게다가 무작정 조직의 덩치를 키워봤자, 그건 곧 관리해야 할 덩치 또한 커진다는 말이기도 했다.
혹여라도 너무 덩치를 키운 나머지, 신성왕국의 눈에 밟히기라도 했다간.
그 날로 퇴마기사단이 파견되며 흡혈귀 놈들은 클랜의 운명을 걸고 일대 사투를 벌여야할지도 모른다.
조직을 키운다는 건 그만큼 양날의 검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전제가 달랐다면?
블러드 문의 효능이 단순히 인간을 흡혈귀화 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원래부터 노리던 효과가 다른데 있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면 놈들의 행보가 납득이 간다.
막말로 블러드 문을 복용하는 것으로, 흡혈귀들이 그 놈의 지긋지긋한 태양을 극복할 수 있다면야.
‘제법 굉장한 물건이군.’
그건 밤의 지배자들에게, 낮을 내어주는 엄청난 물건이 될 테니까.
[인정하겠습니다!! 당신은 강합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로드 알트바리아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터!!! 여기서 당신을 쓰러트리는 것이야말로!!! 로드를 위한 선물!!!]짐승과도 같은 울부짖음 끝에. 놈은 아르민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방이 무너진다.
달리던 열차가 삐걱거릴 만큼, 커다란 충격이 객실을 덮쳤다.
“지, 진정하십시오! 코넬리우스 경! 이대로 있다간 열차가······!”
그 가운데, 흡혈귀 하나가 코넬리우스의 폭주를 만류하려고 들었지만.
콰직!
코넬리우스는 주저앉고 자기를 가로막은 흡혈귀의 머리통을 깨물었다.
으적으적.
놈의 마력이 일순 늘어났다.
자기의 따까리를 먹어치우는 걸로, 일시적이나마 힘의 증폭을 노린 것이다.
“고귀한 흡혈귀치고 생존 본능이 제법이군.”
아니, 솔직히 여기까지 와서는 저것을 흡혈귀라고 불러야 할지. 아르민으로선 자신이 없어졌지만.
“날 죽이기 위해 동포조차 잡아 먹어치우는 게, 네놈이 말하던 고결함이냐?”
그러한 아르민의 비아냥에, 코넬리우스는 고개를 흔들며 포효했다.
[당신은······, 강합니다! 인정하지요. 하지만 내가 이 형태를 취할 때까지 지켜보기만 한······! 당신의 패배입니다!]놈의 육체는 더욱더 괴물의 형태로 변화해가기 시작했다.
그 때문일까.
놈은 무너져가는 정신을 필사적으로 움켜잡듯.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입에 담았다.
[내 이름은 코넬리우스······! 알트바리아!! 내가 바로 포식자······!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놈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아르민의 움직임이 한 박자 더 빨랐다.
따악.
바닥을 낮게 내달리는 칼날이 놈의 무릎을 훑고 지나간다.
기우뚱.
놈의 거구가 기운다.
쿠웅!
이어 바닥에 쓰러져, 놈은 부풀어 오르는 거구를 주체하지 못한 채 몸을 버둥거렸다.
그 다리는 잘린 직후부터 재생을 시작했지만, 그걸 기다려줄 아르민이 아니었다.
“그래, 그렇게 알아서 무릎을 꿇어주니, 눈높이도 맞고 얼마나 좋냐?”
[······크으아?!]동시에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지는 코넬리우스.
태양을 극복하겠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 근처까지 온 것에는 박수를 쳐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흡혈귀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차고 넘친다.‘
흡혈귀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전승은 태양뿐만이 아니다.
십자가, 흐르는 물, 그 심장에 쳐 박는 말뚝 등. 당장에 떠오르는 것만 해도 십 여가지.
그렇다면 여기서 아르민이 택하는 건 그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이고도 메이저한 방법 하나.
아르민은 검지로 놈의 심장을 겨눈 채, 다시 한 번 놈의 폐부를 찌르는 총알을 장전하고.
“빵.”
쏘아냈다.
콰직!
****
[······!!]코넬리우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느껴질 리가 없는 고통. 느껴져서는 안 되는 아픔이 가슴께에서 넘실거리기 시작했기에.
[무, 슨······?]코넬리우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내려다보았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독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심장 부위 주변으로부터, 핏줄이 불타듯 거멓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은(銀)?]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 럴······리가. 열차 내의 은제······. 도구는···. 전부. 회수를······, 했을 터···.]하지만 아르민은 보란 듯이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놈의 발치로 내던졌다.
짤랑 짤랑.
금속성 소리를 내는 동전들.
이게 참으로 아쉽게도.
“은이라면 나도 좀 가지고 있는 게 있었거든.”
실버. 여기 기차표를 살 때도 썼던 바로 그 화폐였다.
물론 아쉽게도 방금 그 은화를 다 써버린 참이지만.
그렇다.
방금 아르민이 한 행동은, 가지고 있던 은제 동전으로부터 은을 뽑아내 탄환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을 통한 은탄 제조.
수분을 얼린 얼음 탄환에 은을 코팅.
이어 공기팡을 응용해 쏘아낸 탄환은, 그야말로 아르민이 손수 만든 특제 은총알인 셈이었다.
연금술에서도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토스라는 이름을 가진 아르민이기에 펼쳐 보일 수 있는 기예.
요컨대 현대 마법 만만세란 거다.
[커, 흑]코넬리우스는 검은 피를 토해가며, 천천히 그 육체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걸로 끝이다.”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퍼서석!
코넬리우스의 체내에 남겨져 있던 은탄환은, 아르민의 바람대로 내부에서부터 터져나가며 그 육을 찢고 뇌까지 파괴해버렸다.
[로, 드······시여.]그것을 버티지 못한 코넬리우스의 육체는 재가 되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풍경을 담담히 지켜보면서.
아르민은 가슴 한켠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정에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쓰고 보니 아깝네.”
소비는 계획적으로 해야 하는 법이다.
****
한바탕의 소란이 끝나고.
아르민은 남아 있는 흡혈귀 마지막 한 마리까지 모조리 소탕해버린 뒤.
놈들의 품을 뒤지며 아이템을 루팅하기 시작했다.
꼴에 흡혈귀 클랜이라고, 가지고 있는 돈이나 아이템이 제법 될 테니, 그 전부를 회수해둘 생각이었다.
‘이럴 때 벌지 않으면 여행 경비 마련이 쉽지가 않지.’
그야말로 여행 나온 자의 비애였다.
그렇게 아르민이 재로 변해 육체가 사라진 채, 옷만 남은 코넬리우스의 바지주머니를 뒤지고 있을 무렵.
“저. 저기······.”
궁상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르민에게, 제미니가 망설이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제미니는 굳게 마음 먹은 채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사람은 대체······.’
방금 보았던 그 광경이, 제미니로선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거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그 강대한 흡혈귀조차도 가지고 놀 듯 쓰러트린 이 남자.
이 사람은 누구일까.
겁을 집어 먹고도,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다가온 제미니.
그런 그녀를 흘깃 바라본 아르민은, 다 뒤졌는지 손을 탁탁 털며 입을 열었다.
“자, 약속도 지켰겠다. 우리, 어디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
열차가 수도에 도착하기까지.
아르민은 자신의 이름을 제미니 필리푸스라고 밝힌 그녀로부터 여러 가지 뒷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필리푸스 영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등등.
‘이번 일에 흡혈귀 클랜이 엮여 있단 말이지.’
그녀의 아버지는 아무래도 사업을 확장하던 도중, 보기 좋게 흡혈귀 클랜에게 먹잇감으로 찍혀버린 모양이었다.
지구에서도 흡혈귀는 끈질긴 놈들이었다.
인간을 착취하고, 오랜 기간 인간 사회에 기생해서 살아온 놈들은, 강력한 자금력을 가진 건 물론,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암흑가를 지배해왔다.
‘그것도 헌터들이 대두되면서, 대부분 소탕되긴 했지만.’
하지만 이 세계에선 그런 결정적인 ‘계기’가 없었다.
인간들은 여전히 착취당하면 착취당하는 채로 있고.
흡혈귀들은 텃세를 부리며, 성세를 구가한다.
딱히 필리푸스 가문이 커다란 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었다.
‘단순한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이, 그저 불운하게 찾아든 재앙.
특히나 남작가라면 귀족이라고는 하나, 그리 큰 세력을 이룬 가문도 아니다.
때문에 더욱이 그녀에게 비극은 갑작스러웠으리라.
비발트행 열차는 이윽고 마도공화국 비발트의 수도.
로스웰에 도착했다.
“로스웰에는 총 두 개의 마탑이 있어요.”
비발트가 아무리 마탑들의 상아탑이라고는 하나, 모든 마탑이 수도에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로스웰에 있는 마탑은 적색과 자색까지.
총 두 가지 색의 탑이라고 제미니는 설명했다.
‘적색이라면, 아버지에게 마법서를 선물해왔던 그곳이군.’
불이라는 속성 심화 연구에선 그 어떤 곳도 따라올 수 없는 곳이라고 했던가.
그에 반해 자색은.
“할아버지는 생명 연구 분야의 권위자세요. 그 분이라면, 이 블러드 문의 해독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거예요.”
제미니는 가문의 큰 어르신이면서, 영지를 떠나 마탑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할아버지라는 자.
그리고 지금 상황에선 아르민에게 있어 가장 관심 가는 지식 또한 자색의 지식이었다.
“생명을 연구한다······라.”
그렇다면 역시 여기서 마력신경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역에서 내린 아르민과 제미니는, 곧장 마차로 갈아탄 뒤 자색의 마탑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에서.
“······제미니? 정말 제미니더냐?”
백발이 성성한 노인네가 버선발로 뛰쳐나오듯 마탑 입구로 나왔으니.
딱 봐도 학자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학구적인 인상이 강한 노인네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제미니를 맞이해주었다.
“하, 할아버님!”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한 건지, 제미니는 우는 얼굴로 노인에게 안겨들었다.
한동안의 해후를 가진 뒤에서야.
“······자자, 안으로 들어가자꾸나. 젊은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내 차 한 잔 대접하겠네.”
제미니를 부둥켜안고, 마탑 안으로 들어서는 노인의 뒤를 따르면서.
‘여기가 자색의 마탑이란 말이지······.’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진정으로 이 세계의 마법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 제13장 – 흡혈귀 코넬리우스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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