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3)
내 마법이 더 쎈데-3화(3/203)
< 제2장 – 마법을 익히다. (1) >
현대 마법.
그것은 지난 수천 년 간 인류가 쌓아온 다양한 역사와 문화가 만나며 만들어진 인류의 예지(叡智)다.
딱히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마법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짚 인형에 대못을 박아 미워하는 상대를 저주하려고 한다던가.
자식이 중요한 시험에 합격하길 기원하며 절에 찾아가 천 배를 올린다던가.
이가 빠졌을 때, 무사히 새로 나길 바라며 지붕 위로 빠진 이를 던진다던가 하는 행동들처럼.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은연중에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길 바라는 그 행동들은 이미 하나의 ‘마법’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전부가 진짜 효과를 지니진 않는다.
다만 어떻게 하면 저런 행위들이 정말로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
마법사들이 그것을 고민하고 궁구한 끝에 내놓은 해답이 바로 현대 마법인 것이다.
신화, 전설, 종교, 철학, 민족의식 등.
현대 마법은 다양한 문화권의 수많은 문화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때문에 특정한 마법을 배운다는 건 곧 그 마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쌓여온 국가나 지역, 민족의 문화와 역사를 배운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기독교 계열의 종교 마법은 오로지 ‘구원’이라는 개념만을 위해 발달해온 분야다.
‘오롯이 위대한 그분’의 인도를 받아 악마를 퇴치하고자 하는 구마기도(驅魔祈禱)처럼, 철저하게 구원과 정화, 누군가를 축복하여 구하고자 하는 사상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 기독교의 마법이었다.
여기에 인간 개인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구원이란 어떻게 찾아오는가를 서술해놓은 성경에는 당연하게도 서양인들의 시선이 담겨있다.
그와 반대로 동양에서 받아들여지는 불교 계통의 마법은 어떠한가?
여기엔 초월적 존재가 인간을 구원해준다는 말은 없다.
대신 개인의 ‘자기발전’과 ‘해탈’에 중점을 둔 채로 신비현상을 일으키는 방법론으로 진화해왔다.
보다 완전한 육체. 완벽한 정신을 목표로 하여 금강불괴(金剛不壞)를 이루고자 하는 것처럼.
이것만 봐도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확연하다.
이렇게 문화권마다 마법을 정의하는 형태가 제각기 다른 것이 현대 마법의 묘미이지만.
그래도 세계마법사협회는 일정한 기준을 두고 현대 마법을 대강의 다섯 종류로 구분했다.
그 속성과 사상, 이루고자하는 목표에 따라 보통 현대 마법은 [원소 마법], [비원소 마법], [종교 마법], [원시 마법], [외법]으로 분류되었으니.
한 가지만 완벽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현대 마법사’라고 인정받기 위해선, 이러한 마법 전부를 숙달하고 경지에 오를 필요가 있었다.
‘괜히 마법사가 헌터의 꽃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되기 어려운 만큼, 되면 강하다.
마법사는 겁나 쎄다.
그게 지구의 상식이었다.
다섯 종의 마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원소 마법이겠지.”
제1종 마법 : 원소 마법. (자연 마법)
이름하야 엘리멘탈 매직(Elemental magic).
서양의 사대원소설(四大元素說)이나 동양의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을 기반으로 하는 이 마법은, 자연 그 자체를 다루는 마법이다.
자연이란 언제나 신비의 대상이었다.
번개가 칠 때마다 신께 기도를 드리며, 일식과 월식에 하늘이 노여워했다고 두려워하고, 바다가 잠잠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제사를 지낸다.
이처럼 자연이란 인간에게 있어 늘 신비로운 대상이었고, 때문에 인간은 평생토록 이런 자연을 자기 손으로 재현하고자 해왔다.
이러한 사상에서 발생한 원소 마법은 언제나 마법의 근간을 이루어왔다.
괜히 1종이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다.
‘뭐······,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러나 자연을 재현하는 건 아르민의 취향에 맞질 않았다.
대신 아르민의 특기는 바로 2종 마법이라 불리는 분야였다.
-제2종 마법 : 비원소 마법. (개념 마법)
적을 탐지하거나, 중력을 조작하는 등.
‘조작’과 ‘제어’를 전문으로 삼는 제2종 마법이야말로 아르민의 특기 분야였다.
그밖에도 종교의 기적을 재현하기 위한 제3종 종교 마법.
원시 주술이나 오컬트 따위로 대표되는 제4종 원시 마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금지된 주술을 총망라한 제5종 마법 외법(外法)까지가 현대 마법으로 분류되는 마법들이었다.
“······전부 다시 익히려면 시간 좀 깨지겠구만.”
마법을 복습한다는 건, 단지 잊고 있던 지식이나 학문을 다시 떠올려서 공부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각 운동이나 스포츠에서 쓰이는 근육이 제각기 다른 것처럼.
마법 또한 사용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게 신체를 단련시키고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이 바로.
“마력신경을 다시 만들어야 할 텐데, 그 끔찍한 짓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니······.”
현대 마법에서도 ‘마나 제어’는 수많은 선인들이 연구해온 분야였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체내의 마력기관]과 그걸 이어주는 [마력신경(魔力神經)]이라는 개념이었다.
마력기관은 말 그대로 마력을 쌓아두는 기관을 말한다.
흔히 과학으로도 규명된 체내의 마력이 모이기 쉬운 기관.
즉 단전(丹田)이라고 부르는 곳에 마력을 응집시키고, 의지력과 특별한 호흡법을 통해 육체 전신에 뻗어 있는 신경에 마나를 녹여내면.
그 자체만으로도 마나를 다룰 수가 있다.
마력신경을 만드는 방법이 개발된 다음부터는 통계적으로 마법 발동 시간이 기존보다 30% 더 빨라졌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였으니 그 효과는 확실했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게 또 무지하게 아프단 말이지.’
마력신경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한 번 만들어두기만 하면, 마법 발동의 효율을 극단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굉장한 방법이지만.
문제는 그 마력신경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다.
무려 인체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신경을 억지로 만드는 행위다.
치과 치료 할 때 신경을 잘못 건드리기만 해도 미치고 팔짝 뛰는 게 인간이거늘.
마력신경을 만들기 위해 신경 자체를 마력으로 주물럭거리는 과정이 쉽게 될 리가 없었다.
단적으로 말해 졸라 아팠다.
강재민이었던 시절에도 피를 토해가며 간신히 만들었건만.
이 육체로 다시 그 길을 가야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르민은 현대 마법을 다시 익히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복습하고 정리했다.
의자에 앉아 한동안 책상을 두드리며 정리를 끝마친 끝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세상의 마법도 한 번쯤은 봐두고 싶은데.’
재민으로서의 기억과는 별개로, 사실 아르민은 마법이라는 걸 잘 몰랐다.
단지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대단한 것.”이라는 인상만 있을 뿐.
이건 아무리 귀족 가문의 아들내미라고 해도, 마법사와 연이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쪽 세상의 마법을 접하면,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몰라.’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각종 화학반응을 야기하는 법이었다.
물론 그게 매번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새로이 접하는 지식에서 생각지도 못한 돌파구를 찾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기대감을 품게 되는 건, 역시 아르민이 천성 마법사이기 때문이리라.
애당초.
‘마법사 된 몸으로 이 세상의 마법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오죽하면 자신부터가 딴 세상의 마법에 욕심을 낸 나머지, 이렇게 환생하는 꼴이 되지 않았던가.
문제는.
“그 놈의 마법을 어디서 손에 넣느냐인데······.”
그리고 바로 그때.
불현듯 아르민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호오······.”
이거라면 방법이 있었다.
****
킬레인과 카일,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지금.
저택 내부의 분위기는 한산했다.
저택에서 근무하는 메이드들도 이 시간이 되면 일레인스 가문 사람들이 머무르는 2층에 올라올 일은 없다.
그렇다는 건.
“지금이 딱 절호의 찬스라는 거지.”
지구 시절에서 자주 쓰던 말을 중얼거리며 아르민이 찾은 곳은 아버지 킬레인의 방이었다.
평소라면 무서워서라도 찾지 않을 곳이었지만,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게 있었다.
‘올해 초, 적색 마탑에서 아버지에게 신년 선물이라면서 물건을 보내온 적이 있었다.’
파벌 싸움에서 밀려났다고는 하나, 킬레인 백작은 제국 군부에서도 알아주는 장성급 장교다.
덕분에 적색 마탑에서는 매년 우리 좀 잘 봐주십사. 하고 신년 선물을 보내오곤 하는데.
올해 선물은 다름 아닌 마법 개론과 1서클의 마법이 기록된 적색 마법서였다.
마법서라고는 하나 1서클은 돈만 있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 게 분명했다.
‘그나저나 굳이 1서클이니 2서클이니 구분하고 있는 걸 보면,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인 기준이 있다는 걸 텐데, 제법 흥미가 생기는걸.’
고도로 발전되고 체계화된 현대 마법에서 마법의 구분이란, 보통 1종이니 2종이니 하는 식으로 그 종류로 구분되지.
마법의 쉽고 어려움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그야 마법이라는 게 게임 레벨처럼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닌 이상, 당연한 이야기다.
헌데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마탑의 마탑주들은 대부분이 7서클의 마법사고, 평범한 인간은 넘볼 수 없는 초인······이라는 느낌이긴 한데.’
아르민의 어렴풋한 기억에 남아있는 인상으로는, 5서클만 넘어도 그 마법사는 제국 군부나 각종 연구시설에서 모셔가려고 아우성인 수준이고.
7서클쯤 되면 인간을 초월한 반신쯤으로 여기며 ‘위대한 자’라고 칭송까지 받는 모양이었다.
말 그대로 서클의 높음이 곧 마법사의 대단함을 나타내는 레벨이 되는 것이다.
그 구분 방식이 아르민에겐 퍽이나 신선했다.
“적색 마탑주도 7서클 마법사라고 했었지.”
혹시 언젠가 만날 기회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얼마나 강할 것이며, 대체 어떤 지식을 축적하고 있을까.
벌써부터 가슴이 끓어오르는 듯 했다.
“좋아, 아무도 없군.”
슬며시 침입한 킬레인의 서재는 예상대로 인기척이라고는 없었다.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을 더듬어가며, 책장을 얼마나 뒤졌을까.
“······찾았다.”
아르민은 책장 구석에서 새빨간 붉은색 표지가 인상적인 두툼한 책을 하나 찾아낼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죽표지 위로 <적색 마법 입문서 : 1서클의 이해>라는 글자가 유려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으음.”
이대로 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지식욕에 몸을 맡기고, 주저앉아 책을 탐독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러다가 킬레인에게 들키면 본말전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망나니 취급을 받는데, 괜히 수상한 오해를 샀다간 더욱 귀찮아질 터.
머리로는 그런 이성적인 생각을 한 아르민이었지만.
아르민은 주저 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에라이, 궁금해 죽겠는데. 알 게 뭐야.”
마법사는 호기심의 괴물이다.
****
“이게 이 세상의 마법서란 말이지.”
손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보아하니, 어지간히도 최고급 가죽을 쓴 모양이었다.
표지에 쓰인 금색의 글씨는 아무래도 진짜 금박을 입혀 써낸 것이겠지.
필체 자체에서도 유려함과 웅장함이 느껴지는 것이, 비싼 느낌이 팍팍 드는 물건이다.
두툼한 정도는 지구의 백과사전 정도.
이쯤 되니 읽기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어째 책장에 장식하기 위한 인테리어 소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 이런 종류의 마법서는 찾기 힘들지.’
지구에서 마법서라고 하면 철저하게 지식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산품이라는 느낌인지라.
보통은 대학교 전공서적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런 고급품과는 거리가 먼 물건인 것이다.
뭐, 현대 마법서적이 그렇다는 거고, 흔히 그리무아르(Grimoire)라고 불리는 과거의 비전서라면 비슷한 물건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또 그 대부분은 인간의 가죽으로 만들거나, 생물체의 부속품을 써서 음(陰)의 마력을 깃들게 한 기분 나쁜 물건들이 많았던 지라.
이것도 고급품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긴 마찬가지.
아마 이런 차이가 생긴 것도 세상이 마법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재민이 살던 지구는 과거부터 신비를 사냥하고, 마녀를 혐오하고, 마법이 박해당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어떠한가?
고위급 마법사가 곧 존경을 받는 세상.
학자로서 대우를 받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발생한 필연적인 차이인 것이겠지.
마법서를 찬찬히 살펴보던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크흐흐, 그럼 읽어보실까.”
이 세상의 신비로 안내하는 천금의 지식이 눈앞에 있다.
다른 세상의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에, 과연 그 어떤 마법사가 웃지 않을 수 있으랴.
자신에게 주어진 천혜(天惠)의 기회.
아르민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애써 다독이며, 마침내 적색 마법서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엥?”
촤라락.
재빨리 마법서를 한 번 훑어본 아르민은, 이윽고 기가 찬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마법이, 뭐 이래?”
< 제2장 – 마법을 익히다.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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