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32)
내 마법이 더 쎈데-32화(32/203)
< 제15장 – 휘몰아치는 음모 (2) >
“오르펜을 잡아온 놈에겐·········, 내 친히 잊지 못할 하룻밤을 선사해줄게.”
카므릴라가 입술을 핥으며 요염히 내뱉은 그 말에, 부하 흡혈귀들은 너나 할 거 없이 환호를 내지르며 자색 마탑으로 내달렸다.
“크흐하하하!! 내가 잡아와주지!”
“겨우 그런 속도로? 내 엉덩이나 빨아라, 새끼야!”
저속한 농담들을 주고받으며, 흡혈귀들은 거침없이 마탑 코앞까지 내달렸다.
피가 끓어오른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흡혈귀 중 하나가 막 담벼락을 뛰어넘은 순간이었다.
퍽.
맨 먼저 달려 나가던 흡혈귀 하나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우당탕!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 몸뚱이가 볼품없이 바닥을 구른다.
회복력이 딸리는 하급 흡혈귀다.
회복은커녕 놈은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 소멸했다.
“······씨벌?”
“지, 지금 건 뭐야?”
“어떤 새끼냐!”
“당황하지 말고 주변이나 뒤져, 새끼들아!”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동요.
하지만 이어 놈들이 경계하기 시작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퍽.
또 하나의 머리가 박살났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의문과 멈칫거림이 퍼져나간다.
설마 마탑에서 우리들을 눈치 챈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이 현상은 그들이 알고 있는 자색 마탑의 마법과는 달랐다.
마법 특유의 화려한 폭발이나, 강렬한 마력의 움직임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저 보이는 것이라고는 휘이잉 하고 불어오는 아릿한 겨울바람과 갑작스럽게 번뜩이는 불빛과 더불어.
퍽!
이어 수박 깨져나가는 소리를 동반한 죽음 뿐.
흡혈귀들이 당황한 나머지,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후퇴하지도 못하는 그때.
“어, 어어······. 저, 저거!”
흡혈귀 중 하나가 허공을 손가락질 하며 거품을 물어댔다.
하늘에서 슬금슬금 떨어지는 눈송이와 함께, 밤하늘에서 녹아내리듯 쭈욱 늘어지는 빛무리가 있었다.
때로는 일렁이고, 때로는 차갑게 불타오르는 것이, 마치 날아드는 부나방을 유혹하는 불빛처럼.
그 순간.
화르르륵!
삽시간에 기세가 커진 불꽃은 흡혈귀들을 덮쳤고.
그것이 흡혈귀들이 마지막으로 본 풍경이었다.
****
카므릴라가 노리는 목표는 단순했다.
– 필리푸스 영지의 노인네, 오르펜 교수를 납치해서 그가 가진 정보는 물론, 모든 연구 자료를 빼돌리는 것.
로드 알트바리아께서는 말씀하셨다.
오르펜 필리푸스 교수에게 모든 것이 있을 테니, 그걸 이용하면 자신을 완전히 부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아아, 우리의 창조주시여.’
때문에 그걸 노리고 이 자리까지 찾아왔건만.
‘······뭔가 이상해.’
카므릴라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걸 깨달은 건, 아이들이 달려 나가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카므릴라의 아이들은 코넬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블러드 문을 통해 양산해낸 잡졸 따위가 아니었다.
자기 손으로 직접 피를 빨고, 자신의 정기를 나누어 만들어낸 진짜배기 혈족들.
덕분에 카므릴라의 아이들은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중급 기사와도 일대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전투요원들이거늘.
그런데.
“내 아이들의 기척이 사라지고 있다니?”
하나, 둘.
감각에서 아이들의 기척이 사라질 때마다 카므릴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자신의 아이들을 죽여버릴 수 있는 자가 있다니.
이런 실력을 가진 자라면 설마.
‘자색의 마탑주?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마탑주가 자리를 비운 건 미리 확인했으니까.’
카므릴라는 코넬리우스처럼 멋모르고 일을 저지를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당장 내일로 다가온 마도축제의 준비를 위해, 자색의 마탑주가 자리를 비웠다는 건 사전에 확인을 끝마쳤다.
그렇다면 이 짓을 벌이는 건 누구인가?
그건.
화륵.
“······불빛?”
그때 카므릴라의 시야 끄트머리에서, 요사하게 불타오르는 불빛 하나가 떠올랐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인가 했지만.
‘······온다!’
급격하게 기세를 키운 불빛이 카므릴라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카므릴라 님!”
그 사이로 파고든 부하 흡혈귀 하나가 마력을 일으켜 막아내려고 했지만.
화르륵!
그 시도를 비웃듯, 불꽃은 그대로 흡혈귀를 집어삼키고는 단숨에 재로 만들어버렸다.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눈앞에서 자신의 아이가 죽어간다.
카므릴라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콰아앙!!
어둠 속에서 일어난 급작스러운 폭발.
어둠이 물러나고, 피어오른 불꽃의 기세가 사그라든다.
당연히 적을 파괴했다고 생각한 카므릴라였지만.
“문자 그대로 위험한 눈빛이구만.”
폭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금발과 벽안을 가진 귀공자였으니.
“어머······, 누군가 했더니, 이거 참 맛있게 생긴 오빠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방금 그 안력(眼力)은 확실하게 불꽃의 중심부를 노리고 쏘아낸 공격이었다.
그런데도 상대에겐 상처 하나 없다니.
그 말은 곧.
‘내 공격을 막아낼 수준의 실력자다.’
카므릴라가 긴장하건 말건, 여기까지 오는 길에 흡혈귀란 흡혈귀는 죄다 청소해버린 남자.
아르민은 묘한 감탄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초능력까지 쓰신다. 이거지.”
****
직전까지 아르민이 구사했던 마법은 윌 오브 더 위스프(will-o’ the-wisp)
혹은 도깨비불이자 요화라고 부르는 그것.
어둠을 배회하는 요사한 불빛은 이지를 뒤틀고 달려드는 부나방을 불태우는 법이다.
‘누군가를 홀리고, 누군가를 속이고, 또한 누군가를 어둠으로 끌어들인다.’
실제로는 단순한 괴전승을 모방해서 구사할 뿐인 마법이었지만, 아르민은 쿼드 액션을 통해 이것에 특성을 더해 흡혈귀들을 불태워왔다.
말 그대로 달려드는 모기떼를 처리하는 것처럼.
그렇게 시체들을 태우며 도착한 곳에는 요야하게 웃고 있는 미녀가 있었다.
물론 단순한 미녀가 따위가 아니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구만.”
이래서야 여자로선 아웃이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르민이 도깨비불로 흡혈귀 하나를 태우자마자.
“······!!”
그녀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어둠 속에서 눈동자가 빛을 발한 것이다.
콰아앙!
폭발은 도깨비불을 산산이 조각냈지만, 아르민으로선 여유롭게 그 폭발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
이건.
‘초능력이라고?’
이 세상엔 논리도, 앞뒤도 필요 없이 막무가내로 세계에 초상능력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마법과는 다른 층위에서 존재하는 힘, 초능력.
아마 그 구조는 바라본 곳을 폭발시키는 계열의 힘일 터.
“······평범한 흡혈귀가 가질 힘은 아니야. 넌 대체 정체가 뭐냐?”
“어머, 여자는 비밀이 많은 편이 더 아름답다는 거 몰라? 정체를 묻고 싶은 건 오히려 내 쪽이야. 오빠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우릴 방해하는 거야?”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주고받은 질문에서 서로 답할 생각이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까짓 것 팔다리 네 개 정도 분지르면, 알아서 재잘재잘 불고 싶어질 테지.”
“그 말만 들어도 젖어버릴 거 같은데!”
카므릴라와 아르민이 그 자리에서 부딪쳤다.
****
아르민이 마력을 일으켰다.
마력신경으로부터 가닥가닥 피어난 마력은 아르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불타오른다.
구현하는 것은 1종 마법에서도 공격력에 특히 중점을 둔 마법.
‘속성은 불꽃, 형태는 파도, 특성은 분열.’
트리플 액션을 통해 화염은 곧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몰아쳐.
콰콰콰콰!!
어둠을 가르고 흡혈귀를 향해 쏘아졌다.
“하아아앗!”
그 파도를 향해 눈을 부릅뜬 카므릴라의 눈동자에서 발해진 무형의 힘이.
콰앙!
파도를 폭발시키고, 동시에 산산이 흩어진 화염 속으로 쇄애애액! 그녀가 오른손으로 휘두른 강철의 채찍이 날아들었다.
키이잉!
케이프에 새겨진 방어의 룬이 발동된다.
‘변칙적인 무기로 움직임을 제한하고, 그 사이에 옭아맨 상대를 초능력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인가.’
방금 전의 공방 한 번만으로도 아르민은 카므릴라의 전투방식이 무엇인지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방법을 모르는 아마추어라면 당하기 쉽지만, 이 정도 공략은 아르민에겐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억지로 틈을 만든다.’
더 길게 싸울 것도 없었다.
‘제2종 마법 각력강화. 근력강화, 전신강화.’
양손과 스텝을 맞추어, 단숨에 발동한 세 가지의 전신 강화 마법.
그대로 아르민은 바닥을 박찼다.
타앙!
“정면으로······?!”
아르민이 달려들기 시작하자, 카므릴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방금 그 공격을 보고도 정면으로 달려든단 말인가?
카므릴라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도 참으로 우습게 보였다면서.
‘이제까지 공격은 최대 출력의 절반 정도였어!’
초상능력을 발하는 힘이라고 해도, 매번을 최대 위력으로 쓰는 게 아니었다. 그것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으니까.
더구나 상대를 속이기 위해서라도 출력의 조절은 자유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만월의 은총을 받은 지금이라면······!’
카므릴라가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은 달로 가득 차 있다.
바로 내일이 음기의 마력이 가장 강해지는 날이다.
그 말은 곧 달이 뜬 이때야말로 흡혈귀들에게 있어선 더할 나위 없는 무대란 말이 될 터.
달의 마력은 흡혈귀들을 위해 준비된 힘.
태양이 지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이 무대야말로 우리들의 세계다.
카므릴라는 눈에 힘을 주었다.
“하아아앗!”
최대 출력 100%로 발휘된 안력이 아르민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폭발이 일어나고, 폭연이 삽시간에 사위로 퍼져나간다.
그 폭발조차 뚫고, 이번에도 남자는 카므릴라 앞으로 당도했지만.
“······멍청하긴!”
무얼 노리고 정면으로 달려들었는지는 몰라도, 전력으로 전개된 자신의 초능력을 정면으로 받아낸 자가 무사할 리가 없었다.
카므릴라는 숨겨두고 있던 왼손의 채찍을 뽑아냈다.
쌍편(雙鞭).
하나만 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오른손의 채찍으로 피워낸 달콤한 향기로 상대를 현혹하고 유혹하여, 왼손의 송곳니로 먹잇감을 먹어치우는 방식.
독화(毒華)는 그 향기로 벌레를 집어삼키는 법이다.
카므릴라가 숨겨놓았던 비장의 한수는 그대로 아르민을 후려쳤고.
파삭.
“······가짜?!”
그제야 카므릴라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푸욱.
등 뒤로부터 나타난 마력의 말뚝이 그녀의 사지를 꿰뚫었다.
****
윌 오브 더 위스프.
상대를 홀리고야 마는 불꽃.
아르민은 처음부터 줄곧 그 마법을 쓰고 있을 뿐이었다.
앞서 보여주었던 전투 방식 자체가 상대를 현혹시키는 요화(妖火)에 불과할 뿐.
그 술수에 당한 건 간부급 흡혈귀라도 예외가 아니다.
카므릴라는 이제까지 그저 홀린 채로 허상을 향해 전력을 다했다는 소리였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지?”
아르민의 말에 카므릴라는 사지가 결박된 채로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하아, 하아······. 어, 어째서···. 회복이······.”
코넬리우스를 통해 알아본 간부 흡혈귀의 힘이라면, 이정도 부상 따윈 쉽게 회복할 수 있을 터였지만.
아르민이 그걸 두고 볼 리가 없었다.
“흡혈귀의 약점은 매우 다양해. 태양을 극복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란 거지.”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기자, 푸욱 하고 카므릴라의 사지를 구속하고 있는 마력 말뚝이 더욱 깊이 파고든다.
<십자가에 못 박힌 자>를 재현한 마법.
붙잡혀 처형당하는 자의 신화소(神話素)를 뽑아내 만든 구속 마법이었다.
신성조차 음해하는 이 의식 앞에서, 한낱 부정한 존재 따위가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도 특히 말뚝이라는 공통된 물건을 약점으로 삼고 있는 흡혈귀라면 더욱 그렇지.”
현대 마법에 빈틈 따윈 없다.
아르민은 피를 뚝뚝 흘리는 카므릴라에게 다가갔다.
“그럼 약속대로 전부 불어주셔야겠어.”
정체가 무엇인지.
무얼 노리고 이 자리까지 왔는지.
그리고.
“알트바리아 클랜이 지금 무얼 꾸미고 있는지 말이다.”
그녀의 입을 통해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흡혈귀들을 이끌고 이 자리까지 나타났다는 건 필시 이 녀석은 알트바리아의 흡혈귀란 말일 터.
그 서슬에도 카므릴라는 고통 속에서도 가까스로 미소지어보였다.
“흐, 흥······. 내가 말할 것 같아?”
로드를 향한 충성, 그것을 꺾을 수 있겠냐고 비웃는 미녀의 태도에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내 말했지. 알아서 재잘재잘 불게 될 거라고.”
아르민은 잠시 눈을 감은 뒤, 떴다.
푸른색을 지니고 있던 아르민의 눈동자가 금색을 띤다.
그것은 흡혈귀가 이성을 유혹할 때 쓴다고 하는 매료의 눈빛.
그 자체를 흉내 내어 구현한 마법이었다.
정신력이 강인할 때라면, 통하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지금처럼 약해졌을 때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묻지. 네놈들의 목적이 무어냐?”
“······아앗. 로···드······.”
카므릴라는 힘겹게 입술을 달싹였다.
“알, 트바리아의 목표는······.”
그때였다.
찰칵. 하고 마력이 움직이는 것이 아르민의 감각에 잡혔다.
그 직후.
화르륵.
카므릴라의 육체가 불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삽시간에 재로 변해버린 카므릴라의 육체를 바라보며, 아르민은 방금 발동된 마법의 정체를 간파했다.
“제약 마법······?”
특정한 상황, 키워드에 접근하게 되면 그것을 트리거로 하여 발동하는 마법이었다.
방금 그 상황에서 트리거가 된 것은 아마도.
‘······로드 알트바리아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
마치 이 상황을 누군가 예상하기라도 한 것처럼, 간부 흡혈귀에게 그 마법이 심어져 있었다는 소리다.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단서에, 실망할 만도 하건만.
“그렇다면 한 명 더 방법이 있지.”
아르민은 저 멀리 시선을 던졌다.
여기에서 꽤나 먼 거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좆 빠지게 도망가고 있는 기척이 하나.
아르민의 추적 마법은 여전히 기똥차게 발동하고 있었다.
****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비숍 카므릴라가 당했다고!?’
어두운 밤거리를 로젠 상회의 대표 상인은 정신없이 내달렸다.
로드의 명을 받아, 가능하다면 금전으로 오르펜 교수의 연구 결과를 빼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실패한 이상, 이제 온건한 방법은 소용없다고 판단한 그였다.
그래서 카므릴라를 충동질 하여, 힘으로 자료를 빼앗고자 했거늘.
“그, 그 새끼는 대체 뭐냐고······!”
카므릴라를 제압한 청년은 상인에게도 낯익은 자였다. 분명 낮에 오르펜 교수의 서재에서 만난 그 놈이다.
왜 그런 놈이 여기에서, 그것도 저렇게나 손쉽게 간부급 흡혈귀를 제압할 수 있단 말인가!
‘도망쳐야 해. 도망쳐서 룩 메디진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만······!’
그때였다.
후욱.
목덜미 뒤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한 순간, 어둠속에서 그를 낚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으, 으아악?!”
추적 마법을 따라 이 자리까지 당도한 아르민이, 그대로 상인을 제압한 것이다.
“가, 갑자기 무슨 짓입니까!”
“뭐야, 들킨 걸 알면서도 잡아떼겠다. 이거냐?”
상인으로선 눈치 빠르게 의뭉을 떨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지만, 전후 사정을 알고 있는 아르민으로선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그래?”
발뺌을 하겠다면 좋다.
아르민은 남자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금세 빠득빠득 남자의 몸이 기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니, 상인은 끔찍한 고통이 몰려오자, 참지 못하고 고함을 내질러댔다.
“끄, 끄아아악!”
“진실을 말한다면 고통을 멈춰주지.”
분근착골을 응용한 고문 마법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고통 속에 남자는 무너졌다.
“그, 끄아아악! 마, 맞습니다요! 저, 저희 로젠 상회는! 알트바리아와 계약하고 있었습니다요!!”
쿠웅!
“허억! 허억!”
수상하다고 여기긴 했지만, 정말로 로젠 상회는 흡혈귀 클랜과 연이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라면 이 시점에서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보스의 정체를 추측할 수 있는 단서가 주어지고, 그걸 추적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귀찮게 돌아갈 필요 따윈 없겠지.”
아르민은 상인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안내 해.”
“예, 예······?”
“그 놈의 로드 알트바리아가 있다는 곳으로 안내하라고. 계약을 맺었으면 거래자가 어디 있는지도 파악하고 있을 거 아냐?”
당장 이 자리에서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
로젠 상회의 실내.
콰앙!
아르민은 주저 없이 문을 부수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오는 길에 남자는 또 고문을 당할까봐,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로젠 상회가 지난 20년 간 알트바리아와의 계약을 통해 급속도로 세를 불려올 수 있었다는 말이라거나.
그 덕분에 로스웰을 접수하고.
‘내일로 다가온 마도축제에서 뭔가를 벌이려고 했단 말이지.’
그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기반을 마련한 것조차 로젠 상회의 역할이었다면서.
“미스릴은?”
“그게 미스릴은 그들이 만드는 약에 꼭 필요한 재료라고······.”
‘······블러드 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라, 이거지.’
게다가 남자가 밝힌 이야기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알트바리아 클랜의 궁극적인 목표.
그건 바로.
“로드 알트바리아의 부활입니다요.”
불완전한 존재로 잠들어 있는 그들의 로드를 부활시키기 위해, 알트바리아 클랜이 이제껏 움직여온 것이라 남자는 말했다.
오르펜 교수의 연구 자료를 노린 것도 전부 그것을 위해서라면서.
“그 로드 알트바리아가 어디있는데?”
“바, 바로 여기에 로드 알트바리아의 육체가 모셔져 있습니다요.”
남자가 안내한 곳이 바로 로젠 상회의 지하였던 것이다.
그건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정말 이곳에 있다고?”
의심스러워하는 아르민의 태도에 남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 비숍 카므릴라가 말했습니다! 마도축제의 대업에 맞추어 로드를 부활시킬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 진짜입니다요! 어떤 방법을 통해 부활시키는지는, 협력자에 불과한 저에겐 말해주지 않았습니다만!”
슬쩍 시선을 주니, 사색이 되는 꼬라지가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 듯 했다.
‘진짜 중요한 정보는 클랜 내부에서만 공유한다, 이건가.’
어쨌거나 이곳에 로드 알트바리아의 육체가 모셔져 있다면 간단한 일이었다.
놈을 없애버리면, 이 귀찮은 일도 전부 끝날 터.
아르민이 상회 지하실로 내려섰을 때였다.
“누구냐?”
“뭐하는 놈이냐?!”
문을 파괴한 소음이 들렸던 건지, 경계를 하고 있는 흡혈귀가 몇 있었지만.
따악.
아르민의 마법 발동에, 흡혈귀들은 그 자리에서 불타올라 소멸했다.
마력저항력이 낮은 놈은 고기방패조차도 되지 못한다.
“바, 바로 저기 결계 너머에······.”
남자가 가리킨 방향으로 다가가자, 과연 코넬리우스가 펼쳤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결계가 그곳에 있었다.
“위, 위험합니다요. 나으리!”
상인 남자는 로드를 지키는 결계답게, 인간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껄여댔지만.
“그래?”
아르민이 손을 내밀자.
빠직.
실로 허무하게, 결계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알트바리아의 결계를 이렇게나 쉽게······?!”
결계는 한 장이 아니었다.
콰직. 콰직, 콰지지직!
“어? 어···?”
상인이 얼빠진 표정을 짓거나 말거나, 아르민은 종잇장과도 같은 결계를 연달아 찢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아르민은 맨 끝에 있는 방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여기에 알트바리아가 있단 말이지.”
이 너머에 흡혈귀들의 보스가 있다면, 까짓것 여기서 박살을 내면 그만일 터.
아르민은 주저 없이 결계를 찢어발기며, 방문을 열어젖혔다.
싸늘한 냉기가 퍼진다.
고독한 분위기와 함께. 퍼져 나오는 음습한 마력 앞에서.
방안의 풍경을 목도한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 제15장 – 휘몰아치는 음모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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