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4)
내 마법이 더 쎈데-4화(4/203)
< 제2장 – 마법을 익히다. (2) >
적색 마법서의 서두는 이런 말로 시작하고 있었다.
[마법이란 위대한 마나의 가호를 받은 자들만이 다룰 수 있는 선택 받은 힘이다.] [자연과 교감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어, 내 손으로 자연을 뒤트는 것이 바로 마법의 본질이다.] [신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에 서슴없이 발을 들이는 자. 그렇기에 신에게 가장 가까운 자. 그것이 바로 마법사다.]‘이것이 이 세상에서 마법사를 정의하는 개념인가.’
처음부터 퍽이나 도발적인 문구였다.
‘이러니 사제들과 마법사들의 사이가 앙숙지간인 것도 어쩔 수 없겠군.’
아르민의 기억에 따르면, 사제와 마법사들은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이였다.
그야 한쪽은 경건하게 신의 기적을 노래하고 찬미하는 한 편.
다른 한쪽에서는 마나를 조물거리면서 신들의 영역에 도전하려고 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 관계는 지구에서 자주 보이던 종교인과 과학자들의 관계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르민은 다음 책장을 넘겼다.
[우선 마법에 입문하기 위해선, 마나를 느끼고 받아들여야한다.]‘여기까지는, 뭐, 당연한 소리군.’
하지만 바로 다음 문장에서 아르민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전신으로 마나를 느끼는데 성공했다면, 그 뒤엔 자신의 의지로 마나를 이끈다.] [그렇게 이끌어낸 마나를 심장 주변에 고리의 형태로 쌓는데 성공한다면.] [자, 하나의 원환(圓環)을 가슴에 품은 그대여, 명실공히 마법사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을 축하한다.]‘심장에 마나를 품는다고?’
그 어이없는 소리에 아르민이 가장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이 세상엔 마력신경(魔力神經)에 대한 기본 개념도 없는 건가?’
마법사가 마력신경을 만드는 이유는, 마법을 효율적으로 발휘하기 위함도 있지만.
뭣보다도 그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마나란 힘이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람의 의지에 따라 물이 되기도, 불이 되기도 하는 그 힘은 불완전하기에 아름답고, 그래서 위험했다.
그래서 마법사는 단전과 마력신경을 연결하고는, 전신에 마나를 녹여내서 최대한 그 힘을 제어하려고 든 것이다.
저렇게까지 안전장치를 해놓고도 간혹 미숙한 마법사가 마나 제어에 실패하여 폭주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아예 그걸 심장에 품는다고?
아르민이 보기엔 그게 의미하는 바는 딱 하나였다.
‘자살시도다.’
물론 심장이 마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긴 한다.
예를 들어 북구 신화에서는 우수한 전사의 심장을 취하면, 자신의 능력이 상승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주술적 의미와 결부시켜, 심장에 마나를 쌓는다는 행위 또한 그런 원시적인 믿음에서 나온 결과물일지도 몰랐다.
백보 양보해서 그건 그렇다고 치자.
“······마법의 종류는 또 왜 이래?”
빛을 만들어내는 ‘라이트’.
불을 피우는 ‘파이어’.
피워낸 불을 손에 두르는 ‘파이어 핸드’.
그리고 그렇게 만든 불을 화살의 형태로 쏘아내는 ‘파이어 애로우’까지.
적색 마법서에 적힌 마법은 총 네 가지.
헌데 그 종류와 구분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단순하게 빛을 만들고 불을 만들고, 그걸로 공격할 뿐인 스킬이라니.’
마법이란 본디 그 목적부터가 ‘기원’, ‘바람’, ‘소망’으로부터 시작된 기적이다.
병마(病魔)를 물리치고 싶다.
신의 은총을 받고 싶다.
현자의 돌 따위를 만들어, 완벽한 생명으로 거듭나고 싶다. 등등.
인간의 욕망을 비료로 해서 발아한 마법들은 필연적으로 사상이나 믿음을 표현하는 기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이 마법서에 적힌 마법들은 어떠한가?
“단순하게 초상현상을 재현하는 것만으로 끝이라고?”
단지 불을 일으키는 것에서 만족할 뿐인 마법.
이래서야 고대인들 앞에서 쌩쇼를 하던 제사장하고 다를 바 없는 원시 주술이다.
보이고 싶은 사상도, 이루고 싶은 목적조차도 불분명한 단순한 힘 덩어리.
아르민으로선, 이런 건 마법이라고 인정할 수도, 하고픈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이건 단순한 1서클 마법서라 그런 걸지도 몰라.’
원래부터 신비한 지식이란, 그에 걸맞은 위치가 아니라면 손에 넣을 수 없는 법이다.
복잡하고 굉장한 지식은 언제나 신비롭게 은폐되어 있는 법.
그러니 여기까지도 어떻게든 납득했다고 치자.
하지만 최종적으로 더욱이 아르민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건, 다음에 적힌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방식이었다.
“심장에 고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의지를 담아 주문을 외우면 된다. ‘세계를 비추는 만물의 벗이여, 내 손에 모여 내 앞길을 비추는 빛이 되어라. 라이트.’ 라니······.”
대체 이 장황하기 짝이 없는 주문은 또 뭐란 말인가.
더욱 가관인 건.
그 뒤로 쓰여 있는 [마법 발동에 능숙해질수록 마법사는 주문을 단축할 수 있다.] 라는 문구였다.
“······이건 단순한 자기 암시잖아?”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선 주문이 필요하다는 게 상식이다. 마나를 내가 원하는 바대로 이끌기 위해선 당연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 주문이 꼭 구구절절한 ‘말(言)’일 필요는 없다는 것 또한 현대 마법사에게 있어선 상식이다.
주문이란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한 프로그램 코드와도 같다.
마법의 속성을 정의하는 키워드.
마법의 길을 짜는 루트.
마법의 발현을 고정화 시키는 스펠 등.
수많은 방법을 통해 현대의 마법사들은 주문을 끊임없이 개량해왔다.
그 결과.
현대 마법은 손목의 스냅이나 입술의 달싹임, 휘파람, 어절의 구분만으로도 마법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이 라이트 주문만 봐도 그렇다.
마나를 사용해 단순히 빛을 발생시킬 뿐인 마법이라면, 지구에서의 재민은 ‘쯧’ 하고 혀를 차는 것만으로도 발동할 수 있었다.
여기에 특별한 어절이나, 의미를 부여하는 키워드를 삽입한다면 원하는 속성이나 효과까지 부여할 수 있을 테지.
빛이라고 해도 뜨거운 빛이냐, 차가운 빛이냐, 은은한 빛이냐가 전부 다른 것처럼.
이처럼 마법이란 이런 응용의 폭도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건만.
여기 적혀 있는 마법의 주문은 그런 과정 따윈 전부 생략한 채.
오로지 이런 주문을 외우면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라는 자기 암시의 결정체에 불과했다.
어째서 이런 주문을 외워야 하는지.
이 정형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주문을 입 밖에 내는 것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현실에 아르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세상 놈들은 정말 이걸 외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현대 마법을 연구해온 아르민으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마법서를 대강 살펴본 아르민은 결론을 내렸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1서클 마법이란 단순한 원시 형태의 마법쯤 되겠군.”
특별한 사상이 담기지 않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원시 마법.
이런 수준이라면 아르민에겐 별 도움도 안 되는 잡학에 불과했다.
“너무 크게 기대 했던 걸지도 모르겠어······.”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됐다.
“결국 일단은 현대 마법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군.”
당장 이쪽 세상의 마법이 별거 없다는 걸 확인했겠다.
아르민은 눈을 감고선 심호흡을 반복하며, 신경을 날카롭게 벼렸다.
‘몸이 근질거리는 구만.’
마법이 쓰고 싶었다.
사상이니, 시대상이니, 역사니 떠들곤 했지만. 결국 마법이란 실제로 초상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내 손으로 세상을 변모시킬 수 있는 기술.
지난 십 수 년 간 마법을 익히고 써온 재민이지만, 마법을 쓰는 순간은 매번이 새롭고 즐거웠다.
그러니 여기서도.
‘마법을 써볼까.’
뚜둑. 뚜둑.
아르민은 손가락을 풀면서 준비를 시작했다.
‘간단한 마법이라면 지금 상태로도 괜찮겠지.’
세상 모든 생명체는 그 체내에 마력을 품고 있다.
그건 한낱 식물이나 벌레 같은 미물도 예외가 아니다.
그건 마력이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체를 살아가게 만드는 생명력이기 때문이다.
마력이 강성해지면 육체가 강력해지고, 마력이 부족해지면 기가 허해진다는 것도 다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그건 망나니로서 살아온 아르민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그런 마력을 움직이는 건 일반인에겐 지극히 어려운 일이지만.
아르민이 누구인가?
과거 최강이라고 불렸던 마법사.
현대 마법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몸이다.
그에게 있어 마나를 컨트롤하고 마력을 조정하는 건 숨을 쉬는 행위나 마찬가지.
아르민은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우선 감각을 일깨운다.’
마치 전신의 피부가 또 다른 눈이 된 것만 같은 착각.
이후 극도로 섬세해진 피부가, 혓바닥이, 코끝이, 눈꺼풀의 떨림이 나아가 제육감의 단말이 되어 피부를 쓰다듬는 마나를 캐치해냈다.
‘역시 이 감각이 좋다니까.’
이 상태에서 다룰 수 있는 마력은 한없이 0에 가까울 정도로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잠시 간을 본 아르민은 이걸로도 기본적인 마법 행사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일단 첫 번째 마법부터 시작해볼까.’
아르민이 선택한 마법은 빛을 일으키는 라이트 마법.
물론 저 장황하기 짝이 없는 주문을 외울 생각 따윈 없었다.
준비를 마친 아르민은 체내에 녹아있는 극소량의 마나를 조금씩 건드린 채로 오른손을 내뻗었다.
“마침 이럴 때 어울리는 적당한 말이 있지.”
첫 발을 내딛는다는 걸 기념하는 셈치고.
아르민은 새로운 시작을 알린 가장 유명한 명대사를 조용히 중얼거렸다.
“빛이 있으라.”
파앗.
그러자 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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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장 – 마법을 익히다.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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