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41)
내 마법이 더 쎈데-41화(41/203)
< 제20장 – 150년 전에 찾아온 손님 >
문이 열리자 먼지구덩이에 가까운 풍경이 아르민의 눈앞에 펼쳐졌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있던 것일까.
절로 기침이 나오는 것이, 발을 들이는 것조차 저어되는 장소였지만.
정작 아르민은 그 광경을 목도한 순간, 그리움과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것들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군.’
비커나 유리 시험관 같은 기본적인 장비들이 어설프게나마 늘어서 있는 광경.
‘전부가 국제 표준이야.’
한눈에 그것들이 지구에서 쓰이던 장비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생전에 아르민이 이 물건들을 대체 몇 천 번, 몇 만 번이나 만져왔던가.
모종의 감개까지 느껴가며, 아르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의문은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이런 물건들이 있는 거지?’
“여긴 뭐하는 장소일까요?”
그레이시아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표했다.
이쪽 세상 출신의 하이엘프인 그녀에겐 내부의 공간이 지극히 이질적으로 보인 탓이리라.
‘대부분이 쓰인지 오래된 물건인 것 같은데.’
먼지가 쌓인 정도나, 시험관 아래로 약물의 굳어있는 정도를 보면, 아마 실험이 행해졌던 것도 까마득하게 오래된 모양이었다.
뭔가 없을까.
아르민이 주변을 살펴보던 도중, 시선을 끄는 물건을 하나 발견할 수가 있었다.
먼지 구덩이 속에서도 그나마 다소 생활감이 느껴지듯, 더러운 정도가 덜한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것은.
“마력기록장치인가.”
수정구와 비슷한 모양새.
한 손에 쥐기 쉽게 만들어진 이 물건은 마력을 이용해 영상이나 음성 정보 따위를 기록하는 기록 매체였다.
물론 지구에서 카메라나 캠코더처럼 전자 기록 장치를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런 물건들은 필연적으로 전자공격에 취약했고, 무엇보다 보안에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보통 마법사라고 한다면, 마력기록장치 한 두 개쯤은 구비하던 게, 당시의 유행이기도 했다.
‘기록장치라면 뭔가 남겨져 있는 데이터가 있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그것이 무엇보다 도움이 되어줄 터.
아르민은 마력기록장치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우우우웅
아르민이 마력신경을 자극하자, 전신에서 마력장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마력기록장치의 사용법은 간단했다.
이런 식으로 마법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마력장을 이용하면 기록은 물론.
‘열람도 가능하다.’
물론 마법 아티팩트답게 보안도 확실해서, 이걸 열람하기 위해선 또한 특별한 패턴의 마력장을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패스워드가 되는 마력장은······.’
해킹까지 할 요량으로 아르민이 수정구를 살펴보는데.
문득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마력기록장치의 제식넘버가 눈에 익었던 것이다.
표면에 쓰여 있는 KOR이라는 키워드.
이건.
“······대한민국의 장비다.”
정부 소속 마법사들에게 지급되는 제식 장비였다.
아르민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우연히 원래 조국의 장비를 접하게 되다니.
게다가 대한민국 장비라면, 해킹할 필요도 없이 그 마력장의 비밀번호도 간단했다.
[1q2w3e4r!]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 패턴을 입력한 찰나.
찰칵.
기록장치가 가동하는 소음과 함께.
파아아앗!
아르민의 눈앞으로 홀로그램이 투영되었다.
기록이 재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 ······이곳에 떨어진지 187일째가 되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기록해놓은 음성 기록물이었다.
****
“뭐, 뭔가요?!”
갑작스레 등장한 홀로그램에 그레이시아가 깜짝 놀란 듯 반응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네요······.”
그녀는 조금 아리송한 기색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당연했다.
재생되는 음성은 아르민과 그레이시아가 사용하는 대룩공용어와는 기본부터가 다른 완전한 타국의 용어였으니까.
‘한국어다.’
다만 기록물의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다.
‘음성이 깨진 정도가 심해. 군데군데 이가 빠지듯 망가진 부분도 많다.’
수정구 표면의 흠집이나 마모 정도를 보면, 상당히 오랜 시간 사용해왔던 것이겠지.
데이터의 열화 수준이 생각보다도 심각했다.
지직거리는 음성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 이 세계에서 몬스터라고 부르는 것과 조우했다. 그것들은 게이트 너머에서 보던 생물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
그렇게 기록은 이어졌다.
– 이 세계에 찾아와서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이곳에도 인간이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문명 정도가 원래 지구의 중세에서 르네상스시기에 걸쳐 있는 듯 했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
감탄이 어린 어조로 기록자가 떠들어대는 건.
자신이 여기에 찾아와 만난 것, 본 것, 그리고 겪은 것에 대한 것들이었다.
– 이곳에 떨어진지 2년 하고 3개월 째. 마법에 대해 알아보던 도중 이상한 걸 알게 되었다. 아직 언어가 익숙지 않아 자세한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확신할 수 있다. 이 세계의 마법은 원래 내가 알던 마법과 근본 구조부터가 다르다.
기록자는 아르민이 그랬던 것처럼, 이 세계의 서클 마법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그 뿐이랴.
– 이곳에 떨어진지 4년하고 6개월 그리고 7일 째. 마을에서 만난 신관으로부터 이 세계의 신화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기록자는 말했다.
– 이 세상의 종교관은 납득하기가 힘들다.
– 이곳에 떨어진지 7년하고 보름째. 우연히 마주친 마법사로부터 획득한 정보에 따르면 이 세계의 마법은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 인간이라면 본디 이룩해야 할 마법사로서의 욕망 대신, 이 세계는 단순히 체계화된 수치로 마법을 판단하고 사용할 뿐이었다.
그 형태는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면서.
기록자는 서클 마법 자체에 의문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은.
– 이 세계의 마법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그밖에도 대한민국 출신의 기록자는 하나, 둘 세계의 삐걱거림에 대해 떠들어댔다.
이 세계의 구성 요소에 대해, 그리고 세계 자체에 대해 기록자는 의문을 품은 채로 말하길.
이 세상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 잘 만들어진 모형정원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 뒤로 한동안 이어진 기록은 제대로 된 음성 대신 지직거리는 노이즈로 가득 찼다.
몇 번을 빨리 감기 하듯 마력장을 돌렸을까.
기록을 돌려보는 내내 아르민의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떠나지를 않았다.
‘기록자는 누구지······?’
이 음성을 녹음한 이는 분명 대한민국 출신의 마법사였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어떤 방법을 통해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었던 걸까?
그 뿐만이 아니다.
‘무얼 목적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
자연스레 치솟는 호기심을 가지고, 아르민이 마력장을 더듬는 사이.
직후 들려온 음성은 말했다.
– 이 세계에 떨어진지 28년······하고 며칠이나 지났지? 어쨌거나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는 담담하게도 이런 말을 전했다.
– 육체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아무래도 이동 중에 있었던 사고 때문인 듯싶다. 의심하고는 있었지만, 사실로 밝혀지니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그 다음엔.
– 이곳에 떨어진지 48년 하고도 11개월 째. 마을 사람들과 부딪쳤다. 늙지 않는 괴물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걸 보아하니, 더는 마을에 머무를 수 없겠다 싶었다.
– 준비해온 장비도 대부분 망가지거나 소실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나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했다.
‘이 공방은,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했던 건가.’
그제야 기간테스의 어설픈 만듦새나, 공방이 돌아가던 이유가 이해가 되었다.
개인의 몸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그런 완성도를 지니고 있던 것이겠지.
그래도 혼자 만들다니 엄청난 집념이다 싶었다.
그만큼 기록자는 공방을 필요로 한 것이리라.
– 세계의 진실을 조사해보고 싶다는, 학자로서의 열망은 있지만. 내 원래 목적조차 이루지 못한 마당에 한눈을 팔 시간은 없다.
어느 순간부터 기록자는 객관적인 진실을 입에 담는 대신, 개인적인 이야기를.
오늘의 날씨는 어땠더라, 라거나. 오늘은 무슨 음식을 먹었다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점차 목소리는 지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소득이 없이 지나갈 뿐인 시간에, 마음이 마모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열화가 심해 중간마다 기록은 끊겨 있었지만.
“·········.”
문득 아르민의 손이 멈추었다.
기록물에서 허투루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다.
– 이곳에 떨어진지 110년째. 이제는 슬슬 내가 여기에 온 이유조차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다시 한 번 기록하려고 한다.
‘드디어.’
원래라면 초반에 기록되어있을 이야기지만, 소실되어 확인하기 힘들었던 진실이 다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을 들은 아르민은, 그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 나는 마왕을 물리치고, 지구를 지켜냈던 영웅을 찾아 이 자리에 왔다. 영자이동 술식의 비밀을 풀고,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도약에 성공했다고 생각했지만.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기록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 나는 아직까지 그 영웅을 만나지 못했다.
“이건······.”
기시감이 아르민의 목 뒤를 스치고 지나간다.
– 영웅을 찾으러 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정말 영웅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툭하면 건들고, 툭하면 귀찮게 구는 인간이었다.
불평을 늘어놓고.
– 바보 같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남에게나 맡기고. 그런 주제에 자기가 잘난 듯이 굴던 최악의 인간이었다.
험담을 해댔지만.
그래도.
– 그 사람을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다.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는다. 찾고야 말 것이다.
기록자가 떠들어대는 이야기는, 착각이 아니라면 아르민에게도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이었다.
– 그 인간은 실력만큼은 확실하니까. 분명 살아있을 거다.
마침내 기록은 이렇게 이어졌다.
– 이곳에 떨어진지 148년째. 신화급 마법의 전조를 확인했다. 계측기가 고장 나서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내 가설이 맞았다. 나는 선배보다 먼저 이곳에 도착해버린 것이다.
시간의 비틀림.
가설의 인정.
입력값을 잘못 설정했던 걸까?
아니면 영자이동 자체의 술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런 이야기들을 떠들어대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기죽지 않고 말했다.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 선배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상대적으로 최근 기록이었던 덕분일까.
그 말이 끝난 뒤, 열화 되지 않은 기록자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새까만 단발 아래로, 피로에 찌들었지만 담담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단아한 얼굴.
그녀는 아르민 또한 잘 알고 있는 이었다.
– 역시 나는 틀리지 않았어.
“······민세희.”
다름 아닌 강재민의 연구실 후배였다.
****
그건 언제적의 기억이었을까.
두두두두!!
헬기의 프로펠러 소리가 시끄럽다.
최후의 결전을 위해, 강재민은 헬기를 향해 걸었다.
그때였다.
“선배!!”
그를 붙잡는 목소리가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평소처럼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실험 가운을 굳게 여며쥔 여성이 서 있었다.
나이는 20대 초반.
그녀, 민세희는 입을 열었다.
“정말로 가시는 건가요?”
정부 소속 마법사로 한가로이 실험이나 하던 주제에, 강재민은 당시 칠영웅이랍시고 언론과 대중에게 등 떠밀리듯 마왕성으로 향하게 됐었더랬다.
하지만 재민은 후회하지 않았다.
“가서 마왕이라는 놈을 족치고 새로운 마법을 배우면 무진장 재밌을 거 같잖아.”
그저 호기심만으로, 재미만을 위해 떠드는 재민에게 그녀는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선배가 하던 연구들, 다 제가 떠맡게 됐어요. 짬처리라고요. 근데 냉큼 혼자서 도망치려고 하다니!”
“뭐야. 왜 이렇게 질척거려. 너, 나한테 관심 있냐?”
“······선배가 현대 최고의 마법사만 아니었어도, 대학 졸업하고 여기 올 생각 따윈 안했을 거예요.”
재민의 농담에 꽥꽥 소리를 질러대던 그녀는, 그래도 마지막에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꼭······. 돌아와야 해요.”
“불길한 소리 하지 말고, 나 돌아올 때까지 실험 결과나 정리해놔. 다음 세미나 때 쪽팔리기 싫으면.”
손을 흔들며 떠나는 재민의 등 뒤로.
“······그거 참 선배답네요.”
민세희는 그렇게 중얼거렸더랬다.
****
아주 하찮은 기억.
딱히 추억이라고 부를 것도 없다.
놀려먹는 재미가 있던 귀여운 후배였다.
그저 여기 와서는 마리나를 괴롭힐 때마다 가끔씩 떠올린 게 전부였던 사람.
그런데.
‘······그 녀석이 여기 있다고?’
아르민의 손이 기록장치를 더듬는다.
마침내 기록은 이런 말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 여기에 도착한지 150년째. 또 다시 신화급 마법이 관측되었다. 이젠 볼 것도 없다.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 선배가 이 세계에 있다면, 내 발로 찾으러 가야만 한다.
목적지는 정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 근처 더블린에서 정보를 얻었다. 한 달쯤 뒤에 칼센 제국에서 황제의 탄신일이라며 큰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거기서 소란을 일으킨다면, 싫어도 선배의 눈에 띠게 될 것이다.
그러니.
– 지금부터 제국으로 향한다.
기록물은 그렇게 끝이 났다.
이 세계에 후배가 있다는 사실을 남긴 채.
“······여기서 고향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에드윈 님?”
그레이시아의 부름에 아르민은 손을 내저었다.
아르민이라는 스스로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강재민이라는 정체성까지 잃어버린 건 아니었다.
단순하게 본다면, 이건 과거의 인연일 뿐이지만.
‘녀석은 나를 찾아왔다.’
흔적과 기록물의 상태를 살펴보면, 떠난 것은 바로 삼일 전.
이러면 앞뒤 전후 맥락이 이해가 되었다.
기간테스가 3일 전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공방이 던전으로 기능하고 있던 것도 전부, 그녀가 이곳을 떠난 뒤에 가동시킨 방범 시스템 같은 것이었다.
‘정해졌군.’
아르민은 몸을 돌렸다.
까짓 것 후배와 만나 회포도 풀 겸.
궁금한 게 있었다. 그녀가 어째서 나를 찾아왔는지.
그 이유를 묻기 위해서라도.
“제국으로 향해야겠어.”
다음 목적지는 바로 제도 카라클이다.
****
눈발이 흩날리는 숲속.
그곳을 걸어가는 두 사람이 있다.
“헉, 헉······. 좀, 쉬었다 가세나······.”
자색의 로브와 튜닉을 걸친 노신사가 그리 말하자, 앞서 걷던 검은 머리의 여성이 돌아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힘들면 따라오지 않으면 되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 난 자네의 몸에 관심이 많다네!”
지구였으면 단박에 성희롱으로 신고 당했을 이야기겠지만, 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노인네가 그런 이유로 저따위 헛소리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마력의 비틀림으로 노화가 찾아오지 않는 몸이라니! 자색 마탑의 마탑주로서 자네를 놓칠 순 없지! 그리고 자네 목적이라면 내 지위나 힘이 도움이 될 걸세! 대신 자네는 조금만 내 연구에 협력해주면 돼! 좋은 조건이지 않나?”
3일 전에 갑자기 찾아와서 싸움을 걸었던 노인.
지금은 어쩌다보니 오해가 풀리고, 서로 목적이 합치되어 같이 움직이게 된 자였다.
“······마음대로 하세요.”
상대해주는 것도 귀찮아진 여성은 다시금 걸음을 재촉했다.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자색의 마탑주라 밝힌 노인은 말했다.
“정말 그 골렘은 추후 정지를 하는 것이겠지?”
“걱정이 되시면 돌아가시면 되잖아요.”
“자네를 내버려두고 그럴 순 없지.”
학자적 호기심과 더불어, 원흉을 감시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그 의도를 꿰뚫어본 여성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적당히 주변을 경계시키다가, 잠들 예정이에요.”
처음부터 무의미한 피해가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 그녀였다.
주변에 이런 괴물이 돌고 있으니, 접근하면 큰일이 난다더라···하는 소문이 나는 걸로 족하기 때문에 기간테스의 활동시한을 미리 정해둔 참이었다.
“그렇다면 좋네.”
“그러니 신경 쓰지 마시고 갈길 가시죠.”
“하하, 자네야말로 이 늙은이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게나.”
한 번을 티격댄 뒤, 잠시 여성을 바라보던 노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흐음······. 그렇게나 선배라는 자가 걱정되나? 혹시 연인이었다든가?”
노인으로서 입에 담는 짓궂은 농이었지만.
여성은 고개를 저었다.
선배는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선배는.
“영웅이었어요.”
그리고 자신은 바로 그 영웅을 찾아 이곳에 당도했다.
그렇게 민세희는 눈이 쌓인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150년을 기다려온 만남을 위해.
‘기다려주세요. 선배.’
< 제20장 – 150년 전에 찾아온 손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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