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47)
내 마법이 더 쎈데-47화(47/203)
< 제23장 – 내 손에 뒤진다. (2) >
요새가 흔들린다.
이건 평범한 진동이 아니었다.
‘마력의 파동······. 아니, 격류 자체가 바로 근처에서 일어났다.’
보통 마법을 사용하면 마력파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숙련된 마법사는 그걸 통해 어디에서, 또 어떤 마법이 사용되었는지 그 연원(淵源)까지 추측할 수가 있었으니.
동북쪽 방향.
대강 200여 미터의 거리에서 발생한 이 진동은.
‘마법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야. 순수하게 마력만이 움직인 흔적이다.’
아르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마력의 움직임만으로 이 정도의 지진이라니?
‘그게 말이 돼?’
자연 속에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마나는 아무런 힘도 특징도 지니지 않는다.
당연했다.
예를 들어 불의 속성을 지닌 채로 허공을 떠돌아다닌다면, 인간은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폐가 타들어갈 테니까.
때문에 마법이라는 방식을 통해 마력을 정제하는 것이 상식이거늘.
‘방금 건 그 상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현상이었다.’
아무런 술식도, 기반이 되는 마법 논리도 없이 쏘아진 단순한 마력의 격류.
마력신경으로 느껴지는 열기를 생각하면, 불의 속성 정도는 더해진 것 같았지만.
단순하게 불의 마력이 레이저 마냥 통째로 쏘아진 기술을 두고 마법이라고 부를 순 없다.
게다가.
‘단순히 마력을 행사했다 수준의 힘이 아니야.’
직전에 느낀 마력량은 이미 평범한 일개 개인이 다룰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장비나 의식 마법을 준비하여, 오랜 기간 공을 들이면 흉내 정도나 낼 수 있을까.
그래서 아르민은 생각했다.
‘방금 전의 흔들림은 마치······.’
마법이라기보다는, 그저 자연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힘을 행사한 게 아닌가. 하고.
‘······퍽이나.’
고개를 흔든다.
자연이 의지를 가지고 움직여?
그런 말을 함부로 떠들 만큼 아르민은 어수룩하지 않았다.
이 힘을 행사한 녀석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는.
“놈이 이곳을 향하고 있다는 거겠지.”
마력의 기척이 진해진다.
점점 더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떡할까.
피할까? 아니면 이쪽에서 먼저 치고 들어갈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선택지들을 두고, 아르민이 움직이려는 찰나.
콰직.
이 일대의 마력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너무나도 순식간에 한 군데로 모여들었다.
아르민의 본능이, 마력신경이 경종을 울렸다.
이건.
“그레이시아, 고개 숙여라. 온다.”
“네?”
아르민은 억지로 그레이시아의 뒤통수를 잡아 끌어내리듯 바닥에 자빠트렸다.
직후.
콰아아아아!!!
기괴한 소음의 뒤를 이어 요새의 벽면을 꿰뚫고, 백열의 빛줄기가 바로 그레이시아가 있던 자리의 옆면을 스치듯 지나쳤다.
콰아아아앙!!
****
펄럭.
파충류를 연상케 하는 피막의 날개를 펄럭이며, 뚫린 요새의 벽면으로 놈은 나타났다.
그건 붉은 머리를 가진 인간형의 개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한 인간은 아니다.
알몸 위로 옷을 걸친 대신, 파충류의 비늘로 신체를 가리고 있는 모양새나 등 뒤로 피막의 날개를 가진 놈을 인간이라 부르진 않을 테니까.
저게 바로.
“드래곤·········. 위대한 존재시여······.”
그레이시아는 고개를 처박았다.
그건 일전에 아르민을 드래곤이라 착각하고 보여주었던 반응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그 정도로 놈에게선 이질적인 무언가를 느낀 것이리라.
‘소년? 아니 소녀인가?’
어차피 저놈에게 그런 구분 따윈 의미 없겠지.
아르민의 눈엔 보였다.
붉은 머리의 저 개체 주변을 떠돌고 있는 마력의 소용돌이가.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놈은 마력을 제 것 마냥 다루고 있었다.
‘하.’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삼켰다.
저건 단순히 마력을 이용한다는 수준이 아니다.
마력을, 그리고 자연을 지배하고 있다.
“이게 진짜 드래곤이란 말이지.”
마법의 종주라는 건 허명이 아니었나.
“············.”
놈과 눈이 마주쳤다.
생김새는 인간을 닮아있지만, 놈에게선 인간이라면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을 생명력이나, 생기 자체가 느껴지질 않았다.
그뿐이랴.
– 고오오오오오!!!
마력의 떨림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자, 전신을 짓누르는 압력이 느껴진다.
“아, 아아······.”
압력을 이겨내지 못한 건지, 그레이시아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고.
– 우아악! 뭐, 뭐야?!
– 모, 몸이 안 움직여······!
저 멀리서, 요새에서 일하는 경비병들 또한 퍼져나간 마력의 떨림에 허우적거리며 하나 둘,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 전해져왔다.
이 현상을 아르민은 알고 있다.
피어(fear)
강력한 마력의 압력으로 생명체 근원에 존재하는 공포심을 자극해, 몸의 통제권을 잃게 되는 특유의 현상.
용은 손을 들어 이쪽을 겨누자, 허공에 수십 개의 마력포대가 전개되었다.
그것은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인간 따윈 가볍게 불태울 정도의 열량을 품고 있는 마력 덩어리였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하는 의문은 소용이 없다.
150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며? 하는 생각도 의미가 없다.
“어째서 위대한 존재가 저희를······.”
그레이시아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한 채로.
– 재앙을 배제한다.
주문과도 같은 말과 함께.
놈의 눈동자가 세로로 찢어지고, 그 피부를 덮는 비늘의 양이 늘어나며, 피막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자.
쿠우웅!
압도적인 마력의 파도는 이내, 화염의 폭풍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콰과과과과!!
“멍청아, 뒤로 피해!”
아르민은 그레이시아의 뒷덜미를 끌어당기면서 그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쏟아지는 마력의 파도를 막기 위해 방호의 룬을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하지만.
‘부족해.’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만으로는 소용없다.
‘개념적으로 열량 자체를 무효화하기 위한 방패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마침 적당한 게 있었다.
제3종 마법 중에서도, 북유럽 신화의 신화소로부터 뽑아낸 마법은.
‘신을 위해 준비된 방패. 나는 태양이 떨어지기 전, 불타오르던 산과 바다를 잊지 않는다.(skjöldr, skínanda goði; björg ok brim, ek veit, at brenna skulu, ef hann fellr í frá.)’
세 어절로 끊어 마력을 강화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캐스팅으로, 열기 그 자체를 무효로 하는 얼음과 한기의 방패를 소환한다.
그 이름.
“스발린(Svalinn)”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긴 순간, 얼음의 방패가 그레이시아와 아르민의 앞을 가로막았다.
콰아아앙!
쿠구구구구!
폭발이 일어나고, 한계까지 버티고 있던 요새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저벅, 저벅.
폐허로 변한 장소를 붉은 머리의 용이 내걷는다.
한 걸음, 두 걸음.
자신이 처치한 재앙의 씨앗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마력을 일으키려는 그때.
“이거나 쳐 먹어라.”
짜악
아르민의 박수를 통해 일어난 마력이, 먼저 선수를 치듯 놈을 포박했다.
이후.
‘제2종 마법, 영역 설정. 속성 변환.’
그 개념을 매만지며 아르민은 놈 주변의 중력을 조작하여, 아래가 아닌 놈을 중심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이름하야.
“중력역전(重力逆轉).”
리버스 그래비티.
콰콰콰!!
순식간에 주변에 널려 있는 잔해들이, 놈을 향해 쏘아지듯 수십 배로 강해진 중력을 따라 한데 뭉쳤다.
최소 수십 톤은 될 잔해의 파도.
그대로 놈이 찌부러지길 바라며 잠시나마 용을 포박한 아르민은, 여전히 쓰러져 있는 그레이시아를 불렀다.
“그레이시아!”
“어, 어째서 위대한 존재가 저희를 죽이려고······.”
피어의 영향과 더불어, 압도적인 마력의 파도에 혼란을 일으켰는지 횡설수설하는 그레이시아를 향해.
짜악.
아르민은 망설임 없이 그 뺨을 후려쳤다.
“아.”
고통에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는지, 그레이시아가 아르민을 올려다보았다.
“넋 놓고 있지 말고. 지하에 있는 엘프들을 데리고 도망쳐.”
“하, 하지만 저만 도망쳐서는······! 아! 마, 말로 잘 설명하면 위대한 존재께서도······!”
이해해줄 것이다.
그리 말하고 싶은 건지도 몰랐지만.
“헛소리 하지 마. 저 놈이 말을 들어줄 거 같냐?”
“······윽.”
아르민이 가리킨 방향에선 벌써부터 잔해가 빠직빠직 부서져 내리고 있는 광경이 비춰졌다.
앞으로 길어봐야 놈을 포박할 수 있는 시간은 5초 남짓.
지금도 기세등등하게 우리를 처 죽일 생각인 만만인 놈이 말로 설득이 될 거라고?
아니면 뭐냐.
“놈이 날뛰면 요새도 무사하지 않을 거다. 지하 감옥에 있는 동포들이 죽도록 내버려둘 생각이냐?”
원래 여기에 온 목적은 그들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냐고.
아르민이 다그치는 목소리에, 끝내 그레이시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인 뒤, 그레이시아는 지하 감옥이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좋다. 이것으로 방해꾼은 사라졌다.
콰앙!
잔해를 부수고, 여전히 놈은 멀쩡한 모습으로 뚜벅뚜벅 아르민을 향해 걸어왔다.
“재앙을, 단죄한다.”
설마 할 줄 아는 말이 그것밖에 없는 건지.
“어휘력 한 번 끝내주게 수준 떨어지는 놈이구만.”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지는 마력의 열선을 향해,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여기서부턴 전력을 다한 마법 배틀이다.
****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하늘이 깨어진다.
용의 손짓에 마력 포대가 전개되면, 그에 맞추어 아르민은 마력신경으로부터 일거에 마력을 짜내어 길항이 되는 마법을 쏘아냈다.
어쩌다 아르민이 놈의 눈을 속이고, 유효타의 데미지를 주는 공격을 처박더라도.
슈와아아악!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 데미지까지 회복해버렸으니.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회복력이었다.
이것이 드래곤.
마법의 종주라고 불리는 존재인가.
아무리 마법을 처먹인다한들 데미지를 입힐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이래서는 소모전만이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자연의 마력을 끌어오는 놈과 달리, 소모전은 아르민에겐 한없이 불리했다.
‘공략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
현대 마법사에게 있어, 마법이란 화력전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번, 구마기도를 통해 악마를 물러가게 하고 성녀를 만드는가 하면.
나아가 태양을 쏘아 떨어트린 화살로, 태양을 자처하는 놈을 땅으로 끌어내린 것처럼.
녀석을 보다 확실하게 쓰러트리기 위해선, 그에 기반하는 마법 논리를 확정 지을 필요가 있었다.
‘놈이 용이라면, 용을 죽였던 전승을 가져와야 한다.’
때 마침 아르민이 가진 무기 중 가장 강력한 것을 꼽으라면, 한 자루의 리볼버 마력포가 있다.
‘화살을 은유해서, 용을 쓰러트린 전승이라면 한 가지 딱 알맞은 게 있지.’
아르민이 택하는 건 그리스 신화 속에서, 아폴론이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쓰러트렸다던 용.
퓌톤(Πύθων) 사냥의 신화였다.
하지만 당장에는 그 방법을 사용하기가 애매했다.
‘우선은 놈이 인간형의 육체가 아닌, 용의 형태로 되돌아가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용을 죽인다는 그 기본 논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 테니까.
마법에서 개념이란 그만큼이나 중요했다.
하지만 놈을 공략하는 방법에만 몰두한 나머지, 미처 지금 벌어지는 마법전의 여파를 생각지 못했다.
콰아아앙!
드래곤의 공격으로 요새의 일부가 붕괴하며, 때마침 그곳에서 도망치던 엘프들이 놈에게 노출이 된 것이다.
‘아직 대피가 전부 끝나지 않았나···?’
아마, 생각보다도 체력이 떨어진 엘프들이 많은 탓이리라.
아르민과 대적하던 놈의 공격 방향이 바뀌었다.
그 오른손을 아르민이 아닌 엘프들에게 향한 것이다.
절대로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마력포가 쏘아진 순간, 엘프들은 전부 죽는다.
지친 엘프들이 저 마력포를 피해 무사히 도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막는다.’
아르민이 리볼버에 마탄을 처넣어, 놈을 향해 쏘았지만.
쿠웅!
펼쳐진 피막의 날개가 마력의 방벽을 만들며 그 공격을 무효로 만들었다.
역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불완전하지만, 여기서 쓸까?’
신화급 마법을 무리하게 전개해야 하나?
아르민이 고민한 찰나였다.
바로 그때 그레이시아가 냅다 달려들어, 양팔을 펼치며 드래곤의 앞을 막아섰다.
“위대한 존재시여······! 부디 자비를······!”
저 행위만으로는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실로 어리석고, 단순한 자살시도 밖에 되지 않는 행위였지만.
“······!”
그 순간, 아르민은 깨달았다.
저런 무의미한 행동 덕에, 고작 영점 몇 콤마에 지나지 않지만.
분명히 드래곤이 아주 찰나 동안 멈칫거렸다는 것을.
그거면 충분했다.
“이것도 참을 수 있나 보자.”
타앙!
콰아아앙!
빈틈을 노리고 연달아 쏘아진 여섯 발의 마탄.
각각이 용을 박살내기 위해 최고의 마력을 품고 있는 공격은 있는 힘껏 드래곤의 육체에 명중했고.
쿠우우웅!
그 결과.
놈 육체의 태반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이 트리거가 된 것이겠지.
그그그그긍!!
놈의 육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날개가 펼쳐지고, 인간이었던 육체는 도마뱀에 가까운 형체로 변한다.
몸은 커지고, 이윽고 그 형태는 말로만 들어오던 진짜배기 드래곤의 모습으로 화했으니.
– 크워어어어!!
놈은 데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본체 현신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한 것이다.
마침내 드러난 본모습.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오던 아르민이었다.
‘이걸로 끝이다.’
리볼버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겨.
아르민은 아폴론의 화살을 쏘아내, 퓌톤의 심장을 꿰뚫었다.
****
쓰러트렸다.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 크아아아아아아!!
포효가 울려 퍼진다.
“쓰러지지 않았다고?”
드래곤의 육체는 멀쩡했다.
심지어 그 심장을 꿰뚫은 화살조차 무효가 되어, 놈의 상처는 빠르게 치유되기 시작했다.
용을 살해한 원전의 마법이 통하질 않는다.
그 현상에서 아르민은 마침내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착각이었다.’
저 외견에 속아, 놈을 드래곤이라고 판단해버렸지만.
하지만 아니다.
애당초 아르민이나 그레이시아가 알고 있던 드래곤의 대한 정보는 너무나도 피상적이었다.
그 본질이 무엇인지 확인할 틈도 없었던 것이다.
‘녀석은 현대 마법의 신화 속에서 전해지던 드래곤과는 다른 존재다.’
지구에서 드래곤이란, 흔히 재앙이나 사탄으로 대표되는 악의의 집합체다.
때문에 그 존재를 악으로 규정하고 사냥하고, 쓰러트리는 전승이 있어왔던 것이지만.
이 세계에선 그 의미부터가 다르다는 걸, 아르민은 뒤늦게 깨달았다.
‘재앙의 배제라는 건, 세계에 위협이 되는 재앙을 말하는 것일 터.’
그 재앙이라는 것이 자신을 가리키는 건지.
아니면 이 자리에 없는 민세희를 가리키는 것인지.
또 아니면 혹시라도.
‘이 자리에 나타났던 마족을 가리키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르민이 추측하기로, 저 드래곤은 바로 그러한 재앙을 배제하기 위해 보내진 ‘전령’에 가깝다.
말하자면 높으신 누군가의 의지를 대변해, 세계에 힘을 행사하는 존재.
그리고 아르민은 그러한 존재를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간파할 수 있었다.
일개 인간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대신하여 휘두르는 자.
우리는 그것을 이렇게 부른다.
‘천사······.’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비에 이르는 마법 그 자체라고.
만약 자신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용을 죽이기 위한 마법으로 놈을 처치할 수 없는 것도 설명이 된다.
그렇다면 해결방법이 없는가?
‘아니, 놈이 천사에 가깝다면 오히려 다른 방법이 있다.’
아직 놈이 치유에 전념하고 있을 바로 지금.
아르민은 전력을 다해 드래곤을 향해 자리를 박차고 날았다.
****
– 쿠오오오오!
용은 생각했다.
재앙을 배제한다.
그 입을 벌려, 주제도 모른 채 달려드는 날파리와도 같은 ‘적’을 향해.
용은 재앙을 배제하는 철퇴를 내렸다.
고오오오오오오!!!
대기가 울부짖듯이, 그 입안으로 모이는 절대적인 마력의 격류.
이것이 바로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위력의 공격이었다.
푸화아아아아악!!!
이내 모여든 마력은 브레스가 되어 아르민을 덮친다.
끝이었다.
만물을 녹이고, 마력을 뭉개고, 세계 자체를 불태우는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앞에서 견뎌낼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이번에도 용은 재앙을 격멸했다고.
그리 판단을 내렸지만.
– ·········!!
드래곤은 순간 자신의 등골에서 싸늘한 감각이 올라오는 걸 감지했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고, 본능이 속삭인다.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눈치를 채기도 전에.
“처음부터 이 방법을 쓸걸 그랬어.”
키이잉.
아주 사소한 마력의 떨림.
적을 죽이기 위해 마법을 쓴 게 아니라, 접근하기 위해 사용한 마법.
아르민은 드래곤의 브레스를 뛰어넘어, 그 육체의 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천사는 요컨대 신이 행사한 마법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마법에 대한 해킹을 해온 적이 있다.’
죽이기 위한 게 아니라, 단순히 무력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해결방법은 지극히 단순했다.
‘마력 자체를 해킹하면 돼.’
이 세계의 마법사라면 절대로 떠올리지 못할, 현대 마법사인 아르민이기에 택할 수 있는 선택지.
경험이라면 있다.
그야 용을 죽인 경험보다는 마법을 해킹한 경험이 더 많은 아르민이었다.
그러니.
“현대 마법의 정수를 보여주마.”
아르민의 손이 드래곤을 향해 닿은 순간.
키이이잉!
마력을 해킹하는 것과 동시에 그 머릿속으로 정보의 소용돌이가 들이닥쳤다.
****
아르민이 눈을 뜨고 목도한 풍경.
그것은 세계가 불타는 광경이었다.
< 제23장 – 내 손에 뒤진다.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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