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50)
내 마법이 더 쎈데-50화(50/203)
< 제25장 – 눈에 띄어야 산다. (1) (수정) >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창가.
밀튼 공작은 그 따스한 기운을 만끽할 새도 없이, 부하가 올린 보고에 눈썹을 치켜떴다.
“······북방의 요새가 무너졌다고?”
“예.
눈앞에 부복한 자는, 밀튼이 공을 들여 키운 기사단의 일원이었다.
이 자만이 아니다. 지난 십 수 년 간, 남자는 자신만의 사병을 육성하기 위해 얼마나 되는 거금을 들였던가.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며칠 전.
북방으로 파견한 기사단장을 비롯해, 자신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주던 키오르세스 백작과 연락이 끊겨버린 것이다.
부라부랴 무슨 일인가 싶어 조사를 시켰더니, 돌아온 건 요새가 폐허가 되었다는 보고였다.
‘황제가 움직였나?’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애당초 그 철혈의 황제가 자신의 목적을 눈치 챘다면, 요새가 폐허가 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터였다.
당장에 친위대가 움직였을 것이고, 자신의 목은 지금쯤 성문에 걸려있었을 테지.
게다가 밀튼은 자신이 있었다.
‘그간 은밀히 움직여왔다.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내 움직임을 눈치 챘을 리가 없어.’
그 말은 즉 황제와는 다른 곳에서.
아예 다른 궤도에서 움직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소리다.
더구나 키오르세스의 요새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있는 밀튼의 심복들을 전부 처 죽였을 정도라면.
어지간히도 거대한 세력일 게 틀림없었다.
‘······제1황자가 움직였나? 아니면 3황녀?’
증거가 없다 보니 전부 다 추측의 영역을 넘지 못했다.
더구나 키오르세스 백작은 겉으로는 중립을 유지하는 입장이었다.
함부로 세력을 보내 제거하는 것도 말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밀튼 공작이 몇 명이나 되는 정적과 실력자를 떠올리고 있었을까.
부하는 잠시 망설이는 목소리로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요새와 관련해서, 조금 신경 쓰이는 정보가 있습니다.”
“······뭐냐?”
북방의 공급 루트가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큰일이거늘.
여기서 또 뭔가가 있다고?
“요새의 현재 생존자가 말하길, 요새를 부순 건 하늘에서 찾아온 괴물이라고 합니다.”
그들 중에선 아예 콕 집어서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면서.
“용이 나타났다. 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용.
드래곤.
위대한 존재라고 불리는 자들.
인류에게 마법의 씨앗을 가져다준 마법의 종주이자, 신의 대리인.
또한 모든 생명체들의 우두머리로서, 이 지상을 굽어보는 명실상부 가장 신에게 가까운 자들.
그 정도라면 대륙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상식선에서 가지고 있을 정보였다.
그때였다.
키이잉.
날카로운 이명과 함께, 밀튼 공작의 그림자가 흔들리며 비아냥거리듯 목소리를 흘렸다.
오로지 밀튼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를.
[헛소리. 용은 150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다.]“······용이라니. 그딴 헛소리를 나보고 믿으란 게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요새에서 생존한 경비병 다수가 그리 보고를 하고 있었기에.”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부하는 말했지만.
밀튼 공작은 눈가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용······.
정말로 그 말을 믿으라고?
차라리 누군가의 습격으로 인해 집단으로 착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현실성이 있다.
게다가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조만간 황실도 이 사실을 알게 될 테지.’
그리 되면 경비는 더욱 강화되고, 대륙회의의 중요도 또한 더 높아지게 될 터.
발을 내딛는 행위 자체가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더는 북방에서 이종족을 공수할 수 없겠군.’
그건 입맛이 썼다.
그래도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어쩔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앞으로의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 더욱 신중히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대륙회의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앞으로 삼주일.
그것이 고비가 될 터였다.
“알았다. 당분간 움직임을 자제한다. 북방에서 벌어진 일을 보다 자세히 조사하도록. 북방의 공급은 막혔지만, 다른 쪽은 무사하니 그쪽에 집중해라. 그리고······. 오늘부로 저택의 경계도 두 배 이상 강화시켜라.”
“존명.”
부하가 물러나기 직전.
“지금 오버레이 영애를 이 자리로 불러라. 오늘 밤은 일정이 있으니까.”
그 지시에 부하는 짧은 대답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잠시 의자에 몸을 묻고서, 밀튼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림자를 향해 물었다.
“······정말로 용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나?”
그림자는 기이하게 일렁이며 입을 열었다.
[용이 나타났건 아니건. 어차피 네게 필요한 건 용조차 잡아먹는 힘이 아니었나?]“그건······.”
그렇다. 원래부터 그러한 계약이 아니었던가.
이 세상의 중심에 서고자 한 야욕.
그걸 위해 자신은 공작이라는 안정된 지위를 제물로 삼아, 라이벌이던 오버레이 공작가를 삼키고.
끝내 나 자신조차 거래물품으로 내놓지 않았던가.
‘이번 승부를 내 승리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밀튼은 눈을 감았다.
‘흔들릴 것 없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다시금 밀튼이 눈을 떴을 때. 그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곧게 번뜩이고 있었다.
그리고.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아스라이 들려온 아름다운 그 목소리에 밀튼 공작은 히죽 웃었다.
조만간이다.
3주의 시간이 지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들어오시오. 오버레이 영애. 오늘은 ‘눈’의 상태가 좀 어떻소?”
결실을 맺을 때가 머지않았다.
****
아르민이 마력열차에서 내리자, 그 입구부터 벌써 카라클의 거리는 축제 열기로 뜨거웠다.
– 싸다 싸! 비발트에서 찾아온 신기한 도구들이 단 돈 10쿠퍼! 골라잡아!
– 맛있는 꼬치구이 맛보고 가세요!
시끄러운 소리와 향긋한 음식 냄새를 지나치며, 아르민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재 아르민의 목적은 세 개로 압축할 수 있었다.
첫째. 민세희를 찾는 것.
둘째. 마족과 손을 잡은 밀튼 공작을 족치는 것.
셋째. 지금 손에 들어온 드래곤을 조사하여, 세계의 비밀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
우선 민세희를 찾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 드넓은 카라클에서 무턱대고 찾는다고 해봤자, 사막에서 바늘 찾기야. 아무런 단서도 없는데, 찾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
차라리 민세희가 제국에서 무언가 일을 벌이려고 한다는, 미력기록장치의 메시지를 믿고 기다리는 쪽이 더 현실성이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밀튼 공작의 문제라면.
‘이것도 정보가 문제인가.’
놈이 어떤 마족과 계약을 했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아르민이었다.
애당초 놈은 북방에서 비밀리에 키운 기사단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황제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만의 사병을 키워낼 정도로 용의주도한 놈이야.’
그밖에도 대체 얼마나 되는 비장의 패를 숨기고 있을지.
우선은 그걸 파악해둘 필요가 있었다.
‘막말로 마족과 계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이미 사태는 단순히 밀튼 공작을 제거한다고 끝나지 않을 확률이 높겠지.’
더구나 이건 조금 과한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놈과 계약한 마족이 불사의 힘을 지닌 고위급 마족이라면, 별다른 준비 없이 쳐들어갔다간 죽이는 것 자체가 귀찮아질 수도 있었다.
결국 모든 건 하나로 이어졌다.
“정보를 모을 필요가 있어.”
그리고 세 번째 드래곤에 이르러선, 가장 방법이 보이질 않는 문제였다.
일단은 잠들어 있는 놈을 깨우기 위해, 냅다 마력을 들이붓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을 테니.
이거고 저거고, 해결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한 일들뿐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이 중에서 가장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일이라면······.’
아르민이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는 사이, 아르민의 발걸음은 카라클에 마련된 일레인스 별장에 도착했다.
사전에 주소는 주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찾는데 문제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가족하고 보는 건 거의 한 달하고 이주일만인가.’
마리나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반쯤 가출하듯이 홀로 떠나온 여행.
생각보다 제법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여러 가지를 겪은 시간이었지만.
아마 지금쯤 카일이나 아버지나, 자신이 제멋대로 벌인 행동에 화가 많이 나있을 테지.
‘평생 가족하고 싸워본 경험은 없는데 말이지.’
자,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일종의 기대감마저 품고선 아르민이 저택으로 들어서자.
“······어?”
때 마침 빨래바구니를 들고 움직이던 마리나와 마주칠 수 있었다.
“오, 마리나. 오랜만이야.”
태평하게 인사를 건네는 아르민과는 달리.
“도, 도, 도, 도련님?!”
마리나는 양 눈 가득 눈물을 흘려대는가 싶더니, 빨래바구니까지 내던진 채로 아르민에게 달려왔다.
“그, 그동안 얼마나 걱정한줄 아세요?! 주인님께서도 도련님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어찌나 노발대발하셨는지······! 저도 도련님이 어디서 잘못되지는 않으셨나. 계속 걱정이 되어서······!”
그야말로 꺼이꺼이 울면서 한탄하는 모습이, 지난 날 꽤나 마음고생을 한 모습이었다.
“이, 이럴 게 아니라······! 피곤하지는 않으신가요? 점심은 드셨나요? 바로 밥부터 준비할까요?!”
어째 걱정과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게, 아르민이 기억하던 마리나와 퍽이나 다른 모습인지라, 도리어 아르민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어쩌면 오랜만에 보는 거라서 착란을 일으키는 건지도 모르겠구만.’
어차피 조만간 평소처럼 괴롭혀 주다보면 이 찐한 감정도 금방 사그라들 테니.
그때까진 이대로 내버려둘까. 하고 태평스레 생각을 하던 아르민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밥을 먹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먼저 볼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보다 카일 형님 안에 있지?”
“······네?”
****
똑똑똑.
문을 두드렸더니,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 들어오너라.
끼이이익.
달칵.
아르민이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카일의 눈동자와 마주할 수 있었다.
차갑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한 시선으로 카일은 입을 열었다.
“·········꽤나 늦었구나.”
“뭐, 그렇게 됐습니다.”
아르민으로선 제법 충실한 시간이었지만.
카일 입장에선 단순히 철부지 동생의 외도 같은 것으로만 비춰질 테지.
“아버지도, 누이도 네 걱정을 많이 했다.”
“마리나한테 들었습니다. 이거 참,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정작 자신이 걱정했다는 말은 죽어도 안하는 카일이었다.
뭐,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한들 곤란할 뿐이겠지만.
어쨌거나 카일이 한바탕 쓴 소리라도 퍼붓지 않을까.
적당히 각오한 아르민이었지만.
“······왔으면 됐다.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흐음, 이것 봐라?’
예상보다도 쉬이, 카일은 아르민을 타박하는 대신 그 앞으로 툭하니 무언가를 던져주었다.
“이게 뭡니까?”
“황제탄신일 때까지 앞으로 카라클에서 있을 여러 행사들을 정리해 놨다.”
아르민이 슬쩍 살펴보니, 그건 남은 3주간 카라클에서 벌어지는 일정들을 정리해놓은, 일종의 일정표였다.
“이게 어쨌다는 겁니까?”
“네가 참가해야할 행사가 많다.”
역시나는 역시나다.
카일은 중심 파벌에서 밀려난 일레인스 가문의 부흥을 노리고 있는 자였다.
요컨대 정치놀음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황제탄신일이야말로 우리 일레인스 가문이 눈도장을 찍기에 좋은 기회니까.”
아르민은 천천히 일정표를 살펴보았다.
그곳엔 실로 다양한 행사들이 적혀 있었다.
여러 길드들이 자국의 실력자 멤버를 모집하기 위해 벌이는 모집전이나, 여러 나라가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거나 전시하기 위한 전시전이 열리는가 하면.
그밖에도 규모별로 다양하게 정리된 사교파티 등이 있었고.
무엇보다 아르민의 시선을 끄는 건.
“어전대회 예선?”
꼭 이런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하이라이트인, 토너먼트 대회가 준비되어있기도 했다.
“그것에 관심 있느냐? 아쉽게도 이미 참가자 모집은 전부 끝났다만.”
토너먼트의 예선은 이미 2회까지 진행된 모양이었다.
용병이나 모험가 따위의 일반 참가자가 참가하는 일반 부문과 제국의 내로라하는 귀족들이 참가하고는 하는 제국 사관학교 부문으로 치러지는 행사였다.
‘결승전은 무려 황제 앞에서 직접 치러지는 행사인가.’
과연 실력주의 국가답게.
이곳에서 우승한 자는 그 능력은 인정받고, 시합 내용에 따라선 작위까지 하사 받는 일도 왕왕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특전은.
“우승자는 대륙회의가 끝난 뒤 열리는 사교파티에 당당히 초대받게 되지.”
카일의 말만 들어선,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없을 테지만.
요는 대륙회의의 참가자가 단순히 제국 내 귀족들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도공화국의 총리나 연합왕국의 수장, 신성왕국의 성녀, 제국의 공작 이상의 귀족들까지.
참가자 면면만 보아도 이것 참.
‘인맥 파티로구만.’
여기서 얼굴 도장만 잘 찍게 되면, 그야말로 인생역전의 발판이 마련된다는 소리였다.
그쯤 되면 로또나 다름없다.
“시합에 참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 어차피 네가 우승할 수 있을 리도 없을 테니.”
아직 아르민은 카일에게 있어 20세 철부지 도련님쯤으로 인식되는 것이겠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런 이상, 아르민도 딱히 거기에 할 말은 없었다.
그럼 결국 이 일정 속에서 카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답은 뻔했다.
“아버지는 정무를 보시는 것만으로도 바쁘시다. 그렇다면 아버지를 대신해 우리가 직접 움직여야하겠지.”
카일은 말했다.
“오늘 밤에 있을 사교파티에 참석해라. 아르민.”
뜬금없기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처음에는 이 새끼가 무슨 헛소리야? 싶던 아르민이었지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사교파티라 함은, 여러 귀족들이 모이는 자리가 분명하다.
더구나 카일이 참가하라고 말할 정도면, 오늘밤에 벌어지는 파티는 어지간히도 일레인스 가문의 눈도장을 찍고 싶은 파티라는 소리일 터.
잠시 생각을 정리한 아르민은.
“오늘 있다는 그 사교 파티말입니다만. 혹시 높으신 분도 참가하는 파티입니까?”
“음······?”
생각보다 빠르게, 정보를 얻을 방도가 생겼다.
****
어둑하니 날이 저물었어도, 마력등으로 밝혀진 카라클의 밤은 여전히 환히 반짝이고 있었다.
“저, 저, 사, 사교파티 같은 건 처음이에요!”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아르민을 시중들기 위해 참가한 마리나는 연신 흥분한 태도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번에도 비슷한 대화를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기대 돼? 어차피 파티장에 들어갈 수 있는 건 귀족들뿐인데?”
시중을 들기 위한 하인이나 하녀들은 바깥에 마련된 장소에서 밥을 먹거나, 주인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마리나는 그것만으로도 즐거운지.
“그래도 나중에 저택으로 돌아가면 자랑할 수 있잖아요.”
해맑게 웃는 것이, 참으로 순박한 마을처녀 다운 아가씨였다.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아르민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카일이 말하길.
‘오늘 파티는 검성(劍星)이 여는 파티라고 했었지.’
검성.
이른바 소드마스터라고 불리며, 제국에서 가장 검을 다루는데 있어 뛰어난 자.
제국 사관학교에서 검술 교관을 맡고 있으며, 듣기로는 황제와도 막역지우 사이의 노인네라는 모양이었다.
오늘 주최하는 파티는 단순한 사교파티라기보단, 아무래도 사관학교의 재적생과 졸업생까지 초대한 일종의 홈커밍 파티 같은 느낌인 모양이었다.
‘정치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 위치 때문에 밀튼 공작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실력자라는 모양이니.’
오늘 파티에 밀튼 공작이 참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파티를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거북스럽긴 하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이상. 아르민은 필요한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도착했어요!”
마리나와 함께 아르민은 쭉 뻗은 대로를 따라 화려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저택의 현관으로 향했다.
벌써부터 여러 사람이 와있었는지. 문 너머에선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으니.
‘······쓸데없는 트러블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조용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아르민이 현관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였다.
살랑. 하고 익숙지 않은, 어딘가 낯선 기척이 아르민의 피부를 간질였다.
그리고.
“아~ 르~ 민~!!”
실로 급작스럽게.
와락 하고 아르민에게 달려든 사람이 있었다.
아르민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체구,
하지만 그것은 작다기보다는 날렵하고 민첩한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었다.
이런 곳에서, 난데없이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면 아르민이 기억하기로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후후, 진짜 오랜만에 보는 걸?”
털털한 웃음을 터트리며 아르민을 와락 끌어안는 금발의 여성은.
“······누님?”
전생의 기억을 깨닫고선, 처음으로 보는 아르민의 누님.
일레인스 가문의 장녀 릴리에 일레인스였다.
< 제25장 – 눈에 띄어야 산다. (1)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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