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57)
내 마법이 더 쎈데-57화(57/203)
< 제27장 – 당신이 없어지고 난 뒤에. (2) >
태평양에 마왕성이 나타났던 그때.
인류를 향해 두려움에 떨라고 지껄였던 마왕은, 그 자리에서 인간의 손에 쓰러졌다.
그 전부가 칠영웅이라고 불리던 인류의 영웅이 이룬 업적이었다.
그러나 승리의 뒤편엔 자신을 희생한 ‘현대 마법의 아버지’가 있었다.
남은 자들은 그러한 강재민을 기리며, 세계를 향해 외쳤다.
인류는 승리했으며 우리는 살아남았노라고.
그렇게 세상을 암흑으로 몰고 갔던 사건은 막을 내리고 엔딩은 찾아왔다.
······아니, 찾아왔을 터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후.
[14시 38분을 기점으로 서울 은평구에서 게이트 발생! 규모는 B급. 협회의 지원이 필요합니다!]여전히 지구에서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
지구는 혼란에 빠져 들어갔다.
마왕을 물리치고 전부 끝난 게 아니었나?
왜 다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가?
하지만 인류는 이전처럼 마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들에겐 그간 쌓아온 헌터들의 노하우와 힘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 최전방에는 칠영웅, 아니. 이제는 육영웅(六英雄)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시 육영웅 블라디미르의 활약으로 러시아에 나타났던 A급 게이트가······.] [이번에도 영웅은 승리했습니다! 미국 뉴저지에 발생했던 S급 게이트를 육영웅의 제이크가 저지하면서······] [중국을 집어삼켰던 아룡(亞龍)을 중국의 육영웅인 샤오메이가 소속된 헌터 길드가 토벌하는데 성공했습니다!]헌터들은 날이 갈수록 노하우가 쌓이고, 실력이 성장하여 어느 순간부터 게이트는 재앙이 아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그때부터 지구의 수많은 이들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게이트를 단순히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가 아닌, 또 다른 가능성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게이트 연구기관인 NGPA의 발표에 따르면 게이트 너머의 차원은 저희가 살아가는 차원과는 다른 시공간의 개념이 적용된 이세계로서······.]게이트 너머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연구를 통해 그 정보가 차차 밝혀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생겨난 문 너머의 환경은 어떠하며, 그 세계는 지구에 비해 어느 정도의 크기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각국에서 비상하게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최근 발생한 게이트 너머에서 인류가 500년은 쓰고도 남을 자원이 매장된 것이 연구원들의 조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그 정보가 알려진 순간.
수많은 국가들이 자국의 게이트를 닫는 대신, 유지하는 길을 택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를 사육하기 시작하고, 그들에게서 마석을 채취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게이트 너머의 생태에 대해 조사가 시작되고, 마침내 인류는 게이트를 정복하기에 이른 것이다.
– 새로운 자원으로서의 가능성.
그리고 그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야 말았다.
다름 아닌 육영웅들의 반목이라는 결과를.
****
“아마 선배가 없던 영향이 가장 컸던 거겠죠.”
아르민으로선 그런 자각이 없었지만.
민세희의 말에 따르자면, 강재민은 아마도 그들을 억제하는 억지력 역할을 해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강재민은 강하고, 잔재주 따윈 통하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문제는 선배가 사라지고 난 다음이었죠. 원래부터가 칠영웅들은 다국적 인종들이 모인 집단이었으니까요.”
필연적으로 그건 정치적 알력과 다툼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었다.
마왕을 쓰러트리기 전까진 인류를 위한다는 대의를 위해 움직였지만.
하지만 그 다음엔?
‘파이 나누기가 시작되었다는 거군.’
강재민이 사라진 뒤, 한국은 상대적으로 선진국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S급 헌터를 보유하지 못한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강력한 게이트가 나타나면, 자국의 헌터들로만은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중국이나 일본 등 가까운 이웃국가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 결과.
“처음 갈등이 시작된 계기는 중국이 한국에 나타난 S급 게이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부터였어요.”
침대에 앉아, 민세희는 조용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여느 때처럼 한국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게이트를 해결했다.
하지만 중국이 급작스럽게 그 게이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뭐, 어떻게 했대냐?”
정상적인 국가라면 저런 얼토당토 않는 요구를 넙죽 받아들였을 리가 없다.
“당연히 미국에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러자 바로 제이크가 한달음에 달려와서는 공식 석상에서 이런 말을 했죠. ‘우리 우방국인 한국을 위협하는 중국은 그 도발행위를 멈춰라. 강재민과 베스트 프랜드였던 나는 당신들의 위협을 좌시할 수 없다.’ 라던가요. 한국 국민들의 호응이 엄청났었죠.”
아마 그때 인기 아이돌 그룹 따윈 제치고, 인터넷에서 제일로 인기 많았던 사람이 바로 제이크였을 거라고 민세희는 중얼거렸지만.
그건 아르민 입장에선 기가 찬 이야기였다.
“베스트 프랜드라고? 내가? 그 새끼랑?”
전형적인 금발 근육 미남이었던 제이크와는 제대로 말도 섞어본 적 없는 아르민이었다.
그런데 친구라니?
아르민이 보여준 반응에, 민세희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저희 연구실 사람들도 아무도 안 믿었지만요. 선배한테 친구가 있다고? 하면서 다들 깜짝 놀랐으니까요.”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묘해지는 이야기였지만.
하여간 제이크의 난입으로 상황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모양이다.
중국의 반발.
제이크의 영향력이 커지는 걸 우려한 러시아나 일본의 개입 등.
“당시의 S급 헌터들이었던 육영웅은 사실상 대통령보다도 더 큰 발언권을 지닌 이들이었으니, 장난 아니었죠.”
육영웅은 세계를 구해낸 자들이다.
아마 나라 국민들 중에는 아예 자국의 육영웅 인원을 대통령으로 세우자고 지껄이는 놈들도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영웅 대다수들은 끝내 국제헌터협회 소속으로 남아, 단순히 자국의 게이트 정책에서 담당 고문 역할을 하는 정도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지만.
문제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의 골이 깊었던 것이겠지.
“그 사건을 계기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그 심각한 이야기를, 민세희는 실로 담담한 어조로 꺼내들어 아르민은 처음엔 자기가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전쟁이 벌어졌다고?”
“아, 물론 세계대전처럼 총이나 미사일이 오가는 전쟁은 아니에요.”
초능력에 가까운 힘을 지닌 헌터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총이나 대표, 미사일을 쏠 틈도 없이 전쟁은 각 국가가 보유한 헌터들만으로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고 한다.
“승리자는 미국. 그 결과 세계의 권력이 개편되었어요.”
그렇게 미국이 점점 더 게이트에 대한 권한과 힘을 길러왔고, 점차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민세희는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때의 지구와 별로 다를 것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문제는 바로 직후.
“그 제이크가 자기 일당을 이끌고 저희 연구소를 찾아온 게 문제였죠.”
제이크의 요구는 간단했다고 한다.
강재민이 그간 연구해온 모든 연구 자료를 내놓을 것.
그가 만들어낸 모든 성과를 공유할 것.
그리고.
“······제가 연구하던 영자이동 술식까지도 전부 내놓으라고 했었죠.”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 건지는 몰라도.
강재민이 사라진 자취를 더듬기 위해, 민세희가 홀로 2년 이상을 연구해오던 자료까지 제이크는 탐을 냈다고 했다.
“그것이, 선배가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였는지······.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이대로 있다간, 정말로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라 생각한 민세희는 끝내 틈을 보아 그들의 포위망을 빠져 나갔고.
장비까지 챙겨 혼자 태평양으로 향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자이동의 술식을 응용해, 이 세계로 넘어왔죠.”
여기까지가 바로, 강재민이 사라진 뒤에 지구에서 벌어진 이야기라면서.
민세희는 말을 끝마쳤다.
****
한동안 방안에는 다 식어버린 차를 홀짝이는 소리만이 오고갔다.
그러던 중, 민세희는 떠듬떠듬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는 선배가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럴 리는 없겠지.’
강재민이 돌아간다고 한들, 개인의 힘으로 거기까지 변화한 세계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는가.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짓을 하는 시점에서 강재민은 독재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나 자신이 영웅이라는 자각 따윈 가져본 적도 없는 아르민이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영웅이었던 남자가 악당으로 타락하는 이야기야, 소설이나 영화에선 자주 봤다지만 직접 그런 역할을 맡는 건 사양이다.’
뭣보다 그럴 이유 자체가 없었다.
결국 지구의 인간들은 그런 식으로 인간답게 반목하고 싸우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갈 테지.
“어쩌면 그런 식으로 선배에게 기대려고 생각한 시점에서, 이런 저주를 받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벌을 받은 거겠죠.”
1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 않는 몸.
홀로 기나긴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온 민세희는 그런 말을 했지만.
“헛소리 하지 마라. 얌마.”
“······선배?”
민세희가 올려다보건 말건, 아르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뭔 저주고, 뭘 벌을 받았다는 거냐.
“만화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
후배 녀석이 겪은 일은 결국 사고에 불과하다.
아르민이 환생을 한 것도.
그녀가 이 세계에 넘어와 150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게 된 것도.
결국엔 우연히 벌어진 사고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가요.”
민세희는 슬며시 고개를 숙인 채, 담담히 그리 중얼거렸다.
지나간 일은 됐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래서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역시 돌아갈 거야?”
그 전에 돌아갈 방법은 있는지 궁금했다.
아르민의 질문에 민세희는 잠시 고민하다 답했다.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어요.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도구도 전부 망가진 채고. 새로 만든다고 해도 이런 문명 수준을 가진 세계에서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확실히 그 부분은 이 세계에서 아티팩트를 만들어 본적 있는 아르민 또한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럼 돌아갈 방법은 역시 없는 건가. 싶던 아르민에게.
“하지만, 뭐. 돌아가지 않아도 별로 상관없긴 하죠.”
“응?”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니?
“그럼 너 가족은······.”
“아~ 역시 선배는 나한테 아무런 관심이 없었구나. 저 편모가정이었어요. 그것도 술만 마시면 저한테 화풀이를 하려는 여자랑 평생을 살아왔다구요. 괜히 선배네 연구소에 지원한 줄 아세요?”
급작스러운 고백이 아닐 수 없었다.
강재민이 있던 연구소는 숙식을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최고로 알아주는 연구기관이었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거길 선택한 이유는 가정환경의 이유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끝내 거기에서 강재민을 만나게 되었다는 거다.
“선배가 돌아가지 않겠다면, 저도 돌아갈 생각 따윈 없어요.”
아예 돌아갈 이유 자체가 없다고.
“이런 육체를 가지고 돌아간다고 해도, 결국 제이크 같은 인간에게 실험체 취급이나 받겠죠.”
어차피 자기가 없어도, 그 세계는 멋대로 움직일 터였다.
그 생각은 아르민과도 같았다.
이런 데서 아르민은 역시 민세희는 내가 가르친 후배라는 생각이 드는 점이 또 신기했지만.
동시에.
“선배가 여기 있으니까. 저도 여기에 있고 싶어요.”
지극히 직설적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했다.
“요즘 애들은 다 너 같냐?”
기가 찬 아르민이 실로 아저씨 같은 반응을 보이자, 민세희는 작게 킥킥거리며 웃어보였다.
간신히 웃는 민세희를 보고 있자니, 역시 후배는 후배인 모양이다.
더구나.
“뭐, 그게 아니더라도 또 하나. 당장 이 세계를 떠나지 못할 이유가 하나 있지만요.”
앞서 말한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한 것을 시치미라도 떼듯, 민세희는 평이한 어조로 이런 말을 꺼내 들었으니.
“이 세계가 이상하다는 거, 선배도 눈치 채셨죠?”
“······그래.”
그것은 아르민 또한 줄곧 느껴오던 위화감에 관한 이야기였다.
****
“이 세계는 뭔가 이상해요.”
지난 150년 동안.
민세희가 이 세계에서 느껴온 위화감은, 아르민이 보고 느껴온 것들과는 조금 궤를 달리하는 디테일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의 구조가 이상할 정도로 정형화되어있는 점이나, 제가 이 세계의 신학자로부터 들을 수 있던 신화도 어딘가 모양새가 이상해요.”
이해하기 어려운 마법의 구조.
납득하기 힘든 종교관 따위를 접해오다 보니, 자연스레 민세희는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마치.
“이 세계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형정원 같아요.”
종교란 무엇인가.
인간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기 위한 성전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세상의 종교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고 민세희는 말했다.
“신을 믿고, 신앙을 바치면 신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그러니 보다 강한 힘을 부여받기 위해 신을 믿어라. 라는 게 이 세상의 교리 중 하나에요.”
태양신을 모시는 일원교에서도 그 과정에 대해 떠들어댔더랬다.
그 결과가 바로 일광의 증거를 가진 자가 우대를 받고, 성녀로 취급되며.
끝내 성전기사단들까지 함부로 못한다는 현상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다름 아닌 아르민은, 그것을 직접 이 두 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믿음과 별개로 힘을 가진 자가 종교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다······. 이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민세희의 질문에 아르민은 줄곧 생각해오던 걸 입에 담았다.
“꼭 지구 있을 적에 유명하던 TRPG 게임 같다.”
< 제27장 – 당신이 없어지고 난 뒤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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