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58)
내 마법이 더 쎈데-58화(58/203)
< 제28장 – 드래곤 메이커 (1) >
2년 전.
앞서 아르민이 자동 방어 마법을 통해 언급했던 것이 있다.
지구에 있을 적에도 유명했던, 중세풍 판타지의 TRPG 게임.
던전을 탐험하며, 드래곤을 무찌르는 그 게임에선 마법이 레벨로 구분되어있으며.
신앙을 모아 신에게 빌면, 신의 힘이 강해지고.
곧 신의 은총을 통해 신도들 또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정이 있었다.
그래. 무엇을 숨기랴.
이 세계는 바로 그런 세계의 모양새를 띠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우연일까?’
설마.
아르민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까지 의심하던 게 어디로 가는 게 아니다.
세계의 모양새부터가 이 꼬라지다.
게다가 아르민의 의심을 부추기는 건 다른 곳에도 있었다.
“오늘 카라클의 북쪽 거리에서 게이트가 열렸었지.”
“······네.”
게이트 너머에서 찾아온 검은 역병과 치렀던 싸움까지.
여전히 이 세상에서도 게이트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된 시점에서, 아르민과 민세희는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이세계라고 생각하기엔, 지구와 접점이 너무 많아요.”
민세희의 말대로다.
그리고.
“맞다. 아직 너에겐 설명해주지 않았지.”
“네?”
아르민은 민세희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자기 방에 두었던 봉제인형 크기의 드래곤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게 뭐죠?”
“야. 일어나 봐.”
아르민이 툭툭 치자, 슬쩍 잠들어 있던 놈은 꿈지럭거리며 눈을 뜨더니.
– 크아아앙.
화르륵.
가볍게 불을 내뿜었다.
“그, 그거 살아있는 거예요?!”
꼼짝없이 인형이라고 생각했던 게 움직이면서 불까지 뿜어내니, 민세희는 화들짝 놀랐지만.
놀라는 건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드래곤이 갑자기 밝은 빛을 내뿜으며, 그 형체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폴리모프를 통해 이 자리에 등장한 건.
“아, 아까 봤던 그······.”
민세희와 함께 검은 역병을 퇴치하는데 한 손 거들었던, 붉은 머리의 꼬맹이였다.
“이게 대체······.”
“드래곤이야.”
“···드래곤?”
굳이 말하자면.
“이 세계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대행자로 쓰는, 지구의 천사 비슷한 존재다.”
아르민의 말에 민세희의 표정이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여기서 천사가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왜 그래? 천사라면 너도 알잖아? 기독교계 종교 마법에선 자주 나오기도 하는 그······.”
“아니, 알기야 아는데요······. 저야 학교에서 배우기만 했지, 직접 본 적은 없는데······.”
“그래? 마법 쓰다보면 가끔 보지 않나?”
실제로 고위급 종교 마법엔 천사의 개념이 들어가는 게 곧잘 있으니, 거짓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아르민의 말을 들은 민세희는 도리어 기가 차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 고차원적 영적존재랑 만날 수 있는 건 선배정도겠죠······.”
아, 그런가?
확실히 신화급의 마법을 펼칠 수 있는 자는 지구에서도 극소수였다.
뭐, 그런 사실이야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그저.
“어이, 드래곤. 네가 게이트에 대해 알고 있는 걸 전부 털어놔라.”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검색.”
드래곤은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더니, 이내 기다렸다는 듯이 정보를 쏟아내었다.
“게이트(Gate). 마력의 급격한 유동상황에 따라 세계에 구멍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이상현상. 파편화된 다층차원의 입구로, 그 너머에 펼쳐진 세계는 엄밀히 말하면 또 다른 차원으로 분류된다. 그 종류는 200가지 이상.”
민세희를 저택에 옮기고 난 뒤, 시간도 때울 겸 아르민은 드래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정보를 캐냈더랬다.
그랬더니 알게 된 것이 바로 이것.
‘데이터베이스가 남아있었다.’
세계와의 연결이 끊어졌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놈이 대행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운로드 되었던 데이터베이스를 발견해낸 것이다.
물론 알아낸 것은 결국 저런 식의 간단한 잡지식 정도고, 실제로 앞으로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무심히 이어진 드래곤의 목소리를 들은 민세희의 눈동자가 급격히 떨리는 것이, 아르민의 시야에 들어왔다.
“왜 그래?”
“이건······. 미국의 게이트 전담 연구기관 NGPA에서 조사하고 발표한 게이트에 대한 정의에요. 잠깐만. 대체 그걸 어떻게? 아니······, 어디서 그 정보를······?”
‘역시 예상대로인가.’
국제 헌터 협회의 흔적을 포함해, 이런 점까지.
“이 세계는 분명 지구와 접점이 있어. 그건 의심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그렇, 군요.”
문제는 그 접점이 어디서부터 어떤 식으로 생겨났냐 하는 것.
‘정보가 부족해.’
지금까지 아르민과 민세희가 알아온 정보는, 어디까지나 파편화되어 단발적인 정보들에 불과했다.
이걸 하나로 묶어주는 핵심이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였다.
“이 세상이 지구의 미래라는 설정은 어때?”
아르민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가설을 두서없이 던져보았다.
“······SF영화 이야기에요?”
“혹시나 하는 거지.”
“그렇다면 왜 지구의 문명은 보이질 않는 거죠?”
“나야 모르지.”
실로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아니면 매트릭스처럼, 우리가 가상의 공간으로 내던져졌다던가?”
그래서 끊임없이 비참한 실험을 반복하는 케이스라는 건 어떨까?
그 왜, 사고 실험으로 유명한 통속의 뇌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만약 관측자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런 불온한 생각을 하는 걸 가만히 두고보지 않지 않았을까요?”
“뭐, 그런가?”
민세희와 나누는 대화는 그렇게 공회전을 하듯 맴돌았다.
당연했다.
정보가 부족한 이상, 모든 건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나질 않는 법이었으니까.
그렇게 아르민이 헛소리에 가까운 추측을 더들어대고 있자니.
“풋.”
민세희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왜 갑자기 웃고 그래?”
“그냥······. 선배랑 이런 바보 같은 대화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런 말을 하며 활짝 웃고 있는 민세희를 보고 있으려니, 지난 150년의 어둠은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 정도 대화로 기운을 되찾는다면, 나쁘지 않은 장사이긴 했다.
어쨌거나.
“당장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네요.”
“그렇겠지.”
상황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는 걸 확인한 그때였다.
옆에 침대에 앉아, 하릴없이 발을 흔드는 드래곤을 본 민세희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 파렴치한 복장도 선배 취향인가요?”
“그럴 리가 있겠냐.”
머리카락으로 중요부위를 가리고 있을 뿐인 건, 순전히 녀석이 그런 모습으로 변신했을 뿐인 결과다.
드래곤은 아르민과 민세희가 자길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든 관심이 없는지.
그저 묵묵히 마리나가 민세희를 위해 가져온 빵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근데 이 사람······. 아니, 드래곤의 이름이 뭔가요?”
“이름?”
그런 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드래곤이라고만 부르고 있을 뿐.
“그래서는 불편하기만 하잖아요. 이름을 붙여주는 게 어때요?”
“그런 귀찮은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있냐?”
“이름이라는 건 중요하다구요. 마법적 의미에서도 빼놓을 수 없잖아요?”
그야 그렇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름은 주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꺼려지는 일이었다. 이름을 붙여주게 되면 마치.
‘애완동물을 하나 키우는 느낌이 나버린단 말이지.’
그래도 확실히 상황에 따라서는 이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아르민은.
“이스텔.”
“······?”
“네 이름은 앞으로 이스텔이다.”
드래곤에게 그리 입을 열었다.
“·····················이스텔.”
드래곤이 조용히 자기 이름을 중얼거리는 그때였다.
‘음?’
찌르르 하고 울리는 감각.
그것이 어디서 전달된 감각인지, 아르민은 단박에 눈치를 챘다.
‘게이트가 열렸던 북쪽 거리에 설치해둔 마법이 발동했다.’
그리고 그건.
“진짜로 범인은 현장에 다시 나타났다. 이건가.”
“선배?”
민세희의 부름에 답하는 대신.
아르민은 눈을 감았다.
****
“여기는 관측자. 흑문(黑門) 실험에 성공했다고 알림.”
흑의를 걸친 남자는 마도구를 통해 보고를 시작했다.
사전에 그들의 계획대로 이 세계에 구멍을 내는 기술을 실험했다고.
“우리의 예상대로다.”
이어진 보고에 마도구 건너편의 목소리는 담담하게도 관측자의 공을 치하했다.
[수고했다. 관측한 자료를 가지고 귀환을 바란다.]“알겠다. 복귀 경로는······.”
그때.
샤아아앗.
남자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마기가 사용자에게 경고를 알렸다.
인간의 감각조차 속인 수법을.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기운은 눈치를 채고 꿰뚫어본 것이다.
“······?!”
남자는 그대로 주변을 둘러보며 경계심을 끌어올렸다.
들켰다.
마기는 그것을 경고했지만, 남자의 상식으로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주의에 주의를 계속했고, 심지어 그들의 주군이 내려준 마기까지 이용해서 최대한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이지 않았던가.
그런데 대체 누가 자신을 눈치 챘단 말이냐.
하물며.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남자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들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기는 계속해서 경고를 알렸지만, 정작 남자의 날카로운 감각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혼란 속에서.
“내 마법을 꿰뚫어본다니. 그거, 단순히 감이 좋다는 거 이상이네?”
천천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아르민이었다.
그 눈동자는 흥미로 물들어 있었다.
방금 그가 펼친 마법은, 두 장소에 같은 존재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도시전설.
독일의 전승 도플갱어를 기반으로한 사건급 제2종 개념 마법.
‘도플갱어를 꿰뚫어봤다. 이거지.’
자신이 설치해둔 마법에 걸리는 기척이 있어 찾아와 봤건만.
‘대놓고 수상한 흑의를 걸치고 있다니, 이거 내가 범인이오. 하는 꼴이구만.’
아르민의 눈동자가 빛난 순간.
따악.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겼다.
놈이 가진 마도구를 마력으로 장악해, 그 연락상대가 어디 있는지 마력선을 이용해 위치를 특정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
남자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마도구를 파기했다.
정체가 들켰다고 생각한 순간, 자신의 모든 증거를 은폐하도록 교육을 받은 것이리라.
‘우수하군.’
다만 아쉽게도.
‘내 쪽이 더 우수한 게 안타까울 뿐이지.’
방금의 행위로, 아르민은 이미 마도구의 마력선이 어디로 연결되어있는지를 확인했다.
그곳은 바로.
“······황궁인가.”
“!!!!”
남자의 육신이 한 차례 출렁였다.
늦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처음엔 밀튼 공작의 하수인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이번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건 황궁의 누군가.
심지어 이 놈도 마기의 영향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마족과 계약한 놈이 하나 더 그곳에 있다는 소리였다.
마력선으로는 방향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정확히 그 뒤에 누가 자리잡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흐으읍!”
단도를 품고, 아르민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흑의의 남자를 향해 아르민은 손가락을 겨눴다.
“어디, 넌 알고 있는지 확인해볼까?”
****
“······선배?”
아르민이 갑자기 눈을 감자 왜 그러냐는 듯이 질문을 던져온 민세희에게.
“방금 도플갱어의 마법으로, 게이트를 열었을지도 모를 범인을 찾아냈다.”
그 대답에 민세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게이트를······. 연다구요?”
그건 아르민이나 민세희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이미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아르민이 거짓말을 할 리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마력의 급격한 유동을 통해 게이트가 열린다는 게 밝혀졌다면, 정말로 내 손으로 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흑의의 남자는 당연하게도 아르민이 제압했다.
다만 문제는.
‘제압한 순간 독단을 깨물고 자살해버렸다는 거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체조종 마법을 통해 뇌를 끄집어내 헤집어봤지만.
역시나라고 해둘까.
‘놈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진짜 순전히 누군가 알 수 없는 세력의 말단으로 움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철저하게 보안을 신경 쓰고, 밀튼 공작과는 다른 층위에서 움직이는 놈이······. 황궁에 있다.’
“대체, 무슨 일인 거죠?”
“지금 이 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있거든.”
아르민은 민세희에게 지금 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짤막하게 설명했다.
북방에서 자신이 마주한 밀튼 공작이라는 남자. 그 남자가 계약한 마족의 존재.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열린 게이트까지.
“여기도 지구 못지 않게 시끄럽군요.”
“나는 지금 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막으러 움직일 생각이야.”
이대로 뒀다간 밀튼 공작이든, 황궁의 누군지도 모를 놈이든.
아마 조만간 황제 탄신인을 기점으로 사고를 치려는 게 확실시 되는 상황이다.
내 나와바리에서 깽판이라니, 아르민이 용납할 리가 없었다.
“세희, 넌 어떡할 거냐?”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저도 당연히 협력하겠어요.”
딴 일이라면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일은 아르민이, 선배가 엮여있다.
더구나 또 하나 더.
“게이트를 미연에 방지하고 막아내는 건, 그건 우리 헌터들이 할 일이잖아요?”
“······말은 잘해요.”
그래도 후배가 협력해준다면 정말 든든한 아군이 생긴 셈이었다.
그녀라면 무언가를 숨길 필요도, 이쪽이 속일 이유도 없으니까.
‘자, 그럼 앞으로 어쩌지.’
밀튼 공작이나, 황궁의 일이나.
아르민이 섣불리 접근하기 쉽지가 않은 영역이었다.
밀튼 공작도 공작인데, 이번엔 또 황궁이라니.
황제가 기거하는 그 지역에 접근하려면, 아르민으로서도 꽤나 신경을 써야할 터다.
그걸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황궁이나 밀튼 공작에게 접근하고 싶다면, 사실 대륙회의 참가권을 노리는 게 가장 좋아.’
후배를 만나버렸으니, 어전대회를 참가하는 의미가 좀 색이 바라긴 했지만.
그래도 결승에서 우승하여 얻는 대륙회의 참가권은 이 모든 아르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만능 아이템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면서 따로 조사를 진행하고도 싶단 말이지.’
어전대회 참가야 그렇다 쳐도.
아르민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고위 귀족의 눈에 띄기 위해 여러 떡밥을 던져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레인스 가문이 참가하는 여러 귀족 행사까지 무시하고 함부로 움직일 수가 있을까?
‘차라리 도플갱어 마법처럼 몸이 두 개 였으면······.’
하지만 도플갱어 마법은 내 자아를 가진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주는 편리한 마법이 아니었다.
달리 방법이 필요했다.
잠깐, 그러고 보면······.
‘음?’
한 가지.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멀리 갈 거 없이, 바로 옆에 이용해먹기 좋은 녀석이 있지 않느냐고.
“야, 드래곤······. 아니지. 이스텔.”
눈앞에서 묵묵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붉은 머리 꼬맹이를 향해, 아르민은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너, 나로 변신할 수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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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8장 – 드래곤 메이커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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