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
내 마법이 더 쎈데-6화(6/203)
< 제3장 – 외출 (1) (수정) >
“술맛 떨어지게 어디서 지랄이야!”
사람이 튕겨져 나오고, 그 뒤를 따르는 건 걸지기 짝이 없는 욕설들.
갑작스러운 이벤트에 아르민은 무슨 일인가 싶어 걸음을 멈추었다.
‘용병인가?’
4층짜리 건물은 다름 아닌 일레인스 마을에 지부를 두고 있는 칼센 제국의 공식 용병 길드 건물이었다.
그 안에서 나온 건장한 남성은 총 셋.
저마다 가벼운 경장갑이나 허리춤에 날붙이 따위를 달고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용병들이었다.
그에 반해.
“······의, 의뢰금은 길드에서 말씀해주신대로 확실히 준비해왔어요. 만약 부족하다면, 나중이라도 반드시 갚을 테니까······!”
나이는 20대 초반쯤 될까.
갈색 머리에 주근깨가 살짝 엿보이는 것이, 평범한 마을 처녀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여성이었다.
그런 여성이 용병들을 향해 굽실거리며 매달리고 있었다.
쭈욱 훑어보니, 대강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금방 파악했다.
‘의뢰금 액수가 맞질 않았나 보군.’
용병이란 돈으로 움직이는 자들이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상단이 호위로 고용하거나, 마을 근처에 나타난 몬스터를 퇴치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합심해서 의뢰한다거나.
사람에 따라 맡아주는 일의 정도야 다르겠다만, 어쨌거나 돈만 있다면 용병 길드에서 사서 쓸 수 있는 노동력.
이 세상에서 용병이란 그런 존재였다.
때문에 누구보다 돈이 얽히는 문제에 민감한 것이 바로 거친 용병 사내들인 법이다.
어떤 사정인지는 몰라도, 그런 자들을 상대로 돈이 부족하다고 말해봤자 돌아오는 건 조롱뿐이다.
그래. 보다시피.
“나중에 갚으시겠다? 그럼 좋아.”
“저, 정말이신가요?”
여성은 간신히 발견한 희망을 움켜쥐듯 반색했지만.
“백만 골드를 지금 이 자리로 가져온다면 네년의 의뢰를 맡아주지. 어때?”
“푸하하하!”
“그래! 백만이면 맡아줄 수 있지!”
용병들은 서로 낄낄거리며 여성의 어깨를 툭툭 쳐댔다.
“·········윽.”
그제야 그녀도 자신이 놀림당한 걸 눈치 챈 것일 테지.
하지만 참았어야 했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움켜쥐고 부들부들 떠는 그 태도를 용병들이 곱게 보고 넘어가줄 리가 없을 테니까.
“어쭈? 이년 봐라?”
“꼽냐? 부탁하는 주제에 어디서 눈을 부라려?”
용병들의 언성이 바뀌기 시작하고 나서야, 여성은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분명 용병들이라면 의뢰할 수 있다고 해서······.”
하지만.
짝, 하고 용병은 주저 없이 여성의 뺨을 후려쳤다.
“이년이 누굴 싸구려로 아나.”
“우리가 말이야. 그 유명하신 푸른 깃발 용병단이라 이 말씀이야.”
“최소한 지금 준비한 액수의 두 배는 가져와야지. 어디서 후려칠라고. 이 새끼가.”
웅성웅성.
그 광경을 마을 사람들이 보면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직접적인 폭력의 현장.
눈살을 찌푸리는 이도 있고, 수군거리며 손가락질 하는 이도 있지만.
“뭘 쳐다봐. 구경났어?”
“씨발! 다들 눈깔 깔어!”
용병들의 폭력적인 언사에, 마음 사람들은 저마다 창문을 닫거나 줄행랑을 치며, 폭력에서 도망치고자 할뿐.
‘그래, 이런 게 당연한 세상이었지.’
법보다도 주먹이 가깝고.
권력을 증명하는 신분과 근육에서 나오는 힘이 깡패인 세상.
그게 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지구에 있을 적의 기억을 되찾았다고 한들.
아르민은 인권을 부르짖는 사회운동가도 아니었고, 뭣보다 아르민 또한 그러한 톱니바퀴인 귀족의 일원이지 않았던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저 광경은 아르민에게 있어선 ‘일상’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킬레인 백작이나 카일이라면, 손수 나서서 영지민을 지키고자 단속했겠지.
그건 인권이 어쩌다 이전에, 그들에게 있어 영지민이 곧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나니 아르민이라면 어떨까?
그렇게 지켜보는 사이.
용병들이 움직였다.
그들 중 한 명이, 여성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아 고개를 들이대더니.
“호오”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잠깐만······. 자세히 살펴보니까, 이 년 좀 반반하게 생겼는데?”
“그래?”
“그럼 돈 대신 차라리 그걸로 받아볼까?”
낄낄거리며 다가가는 용병들.
당장이라도 폭력을 넘어, 더욱 불온한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서야.
“읏!”
“끄악! 이 새끼 좀 떼어내!”
“팔을 깨물다니! 미친 새끼!”
기습적으로 용병들을 공격한 여성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눈이 벌개져 곧장 뒤를 쫓으려고 했지만.
하필 달려오던 여성은 툭 하니 아르민과 부딪쳐 그 자리에 쓰러지고야 말았다.
“개새끼! 잘 걸렸다!”
“어이, 거기 너! 그 새끼 좀 붙잡아!”
분기탱천한 상태로 용병들이 달려오는 사이, 아르민은 쓰러진 여성을 내려다보았다.
“으읏.”
입술을 깨문 채로 쓰러진 여성.
처음엔 개입할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남의 일.
자신에게 똥물만 튀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걸 어쩌냐.
“잠깐, 저 새끼······. 설마 아, 아르민 도련님?”
“뭐? 망나니 아르, 흡?!”
용병들은 그제야 아르민의 존재를 눈치 채고 깜짝 놀란 듯 제자리에 못박혔으니.
“야, 니네 되게 오랜만에 본다.”
하필 그놈의 용병들이 아는 얼굴이란 게 문제였다.
****
귀찮아졌다.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이러면 본의 아니게 얽힌 꼴이지 않은가.
그러거나 말거나 용병들은 아르민의 행차에 저마다 눈알을 굴리며, 필사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들었다.
‘뭐, 용병답게 눈치를 본다는 거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용병의 가장 큰 주 고객은 커다란 사업(상단, 건설 등)을 벌일 확률이 높은 귀족층인 게 사실이다.
아무리 변두리라고 해도 아르민의 집안은 백작가.
척을 져서 좋을 것이 없는 가문이었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제법 약삭빠른 놈들이었다.
“알아봤다니 다행이네, 난 딴 데 볼일이 있어서 그런데. 그냥 서로 갈 길 가지?”
어깨를 으쓱이며, 꺼내든 말에 용병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속닥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귀족이 얽히면 귀찮아져.”
“여기서는 그냥 보내주고······.”
그래. 이런 식이다.
힘없는 여성 앞에선 용병이 주름을 잡고, 그런 용병들조차도 귀족 앞에선 깜냥이 되질 않는다.
이게 세상 돌아가는 이치였다.
다만 가끔.
“근데······. 도련님, 오늘은 호위 없이 마실을 나오신 겁니까?”
그 이치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가 있을 뿐.
건달들 중 얼굴에 커다란 흉터 자국이 나 있는 남자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고 보면 외출할 때 마리나가 호위를 데려가라고 성화였지.’
처음엔 그저 귀찮아서 거절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어째서 그렇게 성화를 부렸는지 알 수 있었다.
“뭐? 혼자라고?”
“그 망나니가······?”
건달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며 아르민을 꺼려하던 그들이, 호위가 없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180도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그야 당장 호위가 없는 아르민은 걸어 다니는 성격 나쁜 샌드백밖에 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용병들보다 약자의 위치로 추락하고야 마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고작 호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귀족한테 시비를 걸만큼 쟤들이 멍청하진 않겠지.’
아무리 망나니라고 해도 아르민은 귀족이다.
함부로 손찌검이라도 했다간 용병 길드에 보고가 되고, 그 길로 놈들은 하루아침에 수배자 신세가 될 테니.
머리가 있다면 아르민에게 굽실거릴 수밖에 없을 테지만.
“너 이 새끼! 잘 만났다! 저번 도박에서 내 손가락을 잘라갔었지!”
······아무래도 아르민이 용병들의 지적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모양이었다.
“응? 나 말이냐?”
그러고 보면 저 흉터남의 못생긴 얼굴은 아르민도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칠일 전쯤이었나. 술판에서 만나 손가락을 걸고 카드 게임을 했던 놈이었다.
참고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아르민의 속임수를 눈치 채지 못해, 손가락이 잘리는 걸 보았을 땐 아르민도 박장대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겠지.
놈은 격한 욕설을 토해내며 아르민을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무슨 자신감으로 혼자 마을로 내려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만났다!”
놈들 사이로 슬며시 분노와 노기가 스며든다.
뚜둑뚜둑.
뼈마디를 풀며 다가오는 건달들은 더 이상 귀족가 도련님을 어려워하는 한량들이 아니었다.
슬금슬금 아르민의 퇴로를 막고, 이 자리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기세도 등등한 모습.여기서 뭔 일 났다간, 그네들의 신변에 어떤 일이 닥칠지 전혀 예상치 못한 채.
단순히 짜 눈에 뵈는 게 없다고 주장하는 듯한 그 태도에.
“이래서야 용병이라고 해도 조폭이나 건달하고 한 끗차이구만.”
“뭐라고 씨부리는 거냐!”
뭐, 됐고.
아르민은 피식 웃으며 열을 내는 놈들에게 입을 열었다.
“이야. 그때는 내가 철이 없었거든. 미안해. 임마. 사과할 테니까. 오늘부터 없던 일로 치고 화해할까?”
“미친 새끼! 너 때문에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데! 잘도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역시 안 통하는 구만.
이젠 완전히 쓰러진 여성보다도, 아르민을 향한 적의로 눈깔이 돌아간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지.
“너 운 좋네.”
“······네?”
여성이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든 순간.
아르민은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만든 뒤, 놈들을 겨누고는 말했다.
“다가오면 쏜다.”
분명한 경고.
그게 더욱 거슬렸던 것일 테지.
“뭐? 쏜다고? 무서워서 갑자기 돌아버렸냐?”
“미친 새끼. 됐고 조져!”
놈들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서로의 거리는 약 10여 미터.
평소 전투로 단련되었을 용병들이라면 눈 깜짝할 새에 도달할 그 거리에서.
“네놈의 그 잘난 손가락도 똑같이 잘릴 줄 알······!”
지척으로 다가들어 주먹을 휘둘러오는 놈들을 향해, 아르민은 딱 한 마디를 내뱉었다.
“빵.”
한줄기의 미풍이 불어 닥치고, 덤벼들던 놈들 중 가장 맨 앞에 있던 놈의 어깨에서 선혈이 튀었다.
“크억?!”
“뭐, 뭐야?! 씨발?!”
퍽하고 돌아가는 고개.
우당탕 바닥을 구르는 건달의 작태에, 동료 놈들은 기겁하며 자리에 멈춰 섰으니.
“음,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방금 아르민이 펼친 마법은 바람을 이용한 제1종 마법.
극도로 압축한 공기를 일점으로 쏘아내는 가벼운 풍속성 계열의 마법이었다.
<응축한 공기를 쏘아낸다.>
라는 아주 단순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마법이기 때문에.
별다른 기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만들다만 마력신경 가닥으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지극히 효율적인 마법.
참고로 마법 이름은 대강 ‘공기팡’이라고 지은 참이다.
“생각보다 손맛이 있어.”
아르민의 말에 건달들이 새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흐, 흑마법이다!”
“결국 그런 데까지 손을 댔구나! 미친 망나니 새끼!”
“······진짜 평가가 바닥이긴 하구만.”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다시 바람 권총을 놈들에게 겨눴다.
뭐가 되었든 간에 자신에게 덤벼들려고 했던 놈들이다.
그럼 이쪽도 당연히 그에 걸맞는 대접을 해줄 뿐.
“난 분명 경고했다? 자, 다음엔 어떤 놈이 맞아볼 테냐?”
친히 1인 1바람구멍을 내줄 생각이다.
****
잠시 후.
“끄으으······.”
건달들은 저마다 구멍 난 신체부위를 움켜잡고는 고통스러워하며 길바닥을 굴러다녔다.
“이게 끝이라면 실망인데.”
특별히 대단한 마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사용한 건 단순 원소 한 가지만을 채용해 발휘한 제1종 공격마법.
두 종류 이상의 복합 원소를 쓴 것도, 고도의 술식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아르민은 어깨나 팔꿈치, 무릎 등 움직임을 봉쇄하고 전의를 상실시키기 위한 곳만을 골라 공격했을 뿐.
철저하게 효율만을 다진 이런 공격 패턴이, 바로 아르민만의 방식이었다.
“괴, 괴물······.”
허나 놈들은 고작 이런 수법에 비명을 내지르며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꿈틀거렸으니.
그 모습에 아르민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애당초.
‘용병이라면서도 마법사를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 모르는 건가?’
아르민의 기억 속에서 용병이란, 거친 전장이나 던전을 헤쳐 나가며 끈질기게 살아남는 전투의 프로······, 말하자면 칼에 살고 칼에 죽는 이들이란 이미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엄한 법.
‘주문 행위를 방해하려는 기색도 없이, 스펠을 무효화하려는 기술도 쓰지 않고 무작정 달려들기만 한다···라.’
만약 지구의 헌터들이 봤다간 코웃음 치며 엿이나 쳐먹으라고 야유했을 터.
아르민으로선 약간이나마 ‘실전 전투기술’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했건만.
이래서야 용병이라기보단 단순한 건달이다.
놈들이 보여준 추한 작태에 아르민이 혀를 차는 사이.
“거기! 네놈들! 마을에서 쌈박질이나 하다니! 무슨 짓이냐!”
뒤늦게 수습하려는 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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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 외출 (1) (수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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