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2)
내 마법이 더 쎈데-62화(62/203)
< 제30장 – 대륙회의 (1) >
“몸 상태가 이상하다니? 무슨 소리야?”
아르민은 의아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흘렸다.
지금껏 마력신경을 구성해오며, 자신의 내부를 몇 번이고 다듬어온 아르민이었다.
때문에 자기 몸이 건강하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하다니?
“아니, 이건 몸 상태가 이상하다기보다도······.”
민세희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고민하는가 싶더니.
“선배, 잠깐 손 좀 줘보시겠어요?”
“음?”
얼결에 손을 내밀자, 민세희는 그대로 아르민의 손을 이끌어 자기 명치께에 가져다 대었다.
“어?”
이 아가씨가 갑자기 무슨 짓이래? 싶던 아르민이었지만.
순간.
두웅.
마력이 공명을 일으켰다.
마력파가 부딪치고, 거기서 발생한 파문이 자연스럽게 아르민의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마치 MRI를 찍는 것처럼,
마력으로 덧그려진 체내의 구조도가 아르민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응?’
바로 거기에서 아르민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존에 아르민이 자신이 가진 마력신경의 양을 42%라고 파악하고 있던 건, 어디까지나 전성기 강재민 시절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아르민은 그걸 되찾기 위해 발버둥 쳐왔다.
그런데.
“······신경의 재질이 다르다고?”
그건 아르민도 예상치 못한 맹점이었다.
홀로 마력신경을 구성할 때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직접 비교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비유해서, 민세희가 가진 마력신경은 해저케이블과 같다면.
지금 아르민의 육신에 구성된 마력신경은 마치······.
“전봇대 전선 같은 느낌이군.”
“이상해요······. 마력신경의 질 자체가 다르다니. 이래서야 마치······.”
처음부터 아르민의 육체가 인간이 아닌 것만 같다고.
민세희는 그리 말했다.
이제야 민세희가 말했던 ‘몸 상태가 이상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르민은 깨달을 수가 있었다.
동시에 의문이 생겼다.
‘······왜지?’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이지?
‘지금까지 나는 단순히 마력신경의 포화도, 양에만 집중해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질에서 차이가 난다면.
당연히 신경의 효율에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째서 이걸 이제야 깨달았느냐.
그건 역설적으로 아르민이 지극히 우수한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한계에 도달한 상태라면 모를까. 마력신경은 줄곧 성장을 해왔다.’
그리고 이내 벽에 부딪치기까지 걸린 시간이 2년.
단지 따로 문제가 있겠거니 생각했을 뿐이건만.
까놓고 보니 아예 육체의 마력신경이 포화상태라니.
즉.
“진즉 성장한계는 찾아왔다는 말인가······.”
그동안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아무리 현대 기술의 도움이 없다고 한들, 42%에서 지난 몇 달간 아예 소수점의 성장조차도 멈춘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더욱 돌파구에 매달렸던 것인데.
이건 아예 전제조건부터가 잘못 설정되었다는 말이었다.
“잠깐······.”
그때 불현 듯 아르민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고개를 들어 민세희를 바라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과거 연구원답게도 의아함과 호기심, 그리고 걱정이 담긴 시선을 가진 후배 민세희.
참고로 그녀는.
‘지구에서 육체를 가진 채 이 세계로 들어온 케이스다.’
하지만 자신은?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세계에서 태어난 인간이었지.”
“네? 무슨 소리에요? 선배?”
서로의 육체가 가진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거기에서 떠오르는 착상이 있었다.
“이 세계엔, 엘프와 드워프, 그밖에도 수인족 같은 이종족이 살고 있어.”
“그···거야. 저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지구에 이종족들은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는 그러한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다.
심지어 각각 종족에 이르러선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여러 특성까지 지니고 있지 않던가.
‘드워프의 경우엔 손기술이 좋고, 엘프는 정령과 친화력이 뛰어나고, 수인족은 동물의 형태로 인간족보다도 감각이 우수하다는 설정이었던가.’
그런 종족적 특성이 상식처럼 취급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쩌면 이 세계에서 말하는 인간이란.
“지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아.”
그 말에 민세희는 요령 좋게 단번에 이해한 듯,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랬다.
엘프나 드워프가 가지고 있는 종족의 특성을, 이 세계의 인간이라고 가지지 못할 이유도 없다.
단적으로 말해 처음부터 이 세상의 인간들은.
“체내의 마력밀집도가 지구의 인간들에 비해서 절반 수준······. 이래서야 처음부터 족쇄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군.”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아르민은 가정했다.
어쩌면 이 세계에서 인간이라고 부르는 종족은.
‘지구의 인간보다도 마법적 능력이 열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있었다.
설사 자신의 추론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왜 이 세계의 인간이, 그런 특성을 지니고 있는 거지?’
싸늘한 긴장감이, 아르민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
그리고 장소는 다시 현재.
콜로세움의 무대 위에서.
아르민과 레프너겐은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콰아앙!
“후욱!”
레프너겐의 근육이 약동한다.
아르민의 검이 횡으로 대기를 벤다.
그리고 이루어지는 것은 충격.
콰앙!
‘자색의 마탑주라면, 이 세계에서 생명이라는 분야만큼은 극한까지 통달한 자라고 할 수 있을 터.’
7서클의 마법사.
마탑주 정도가 되면, 평범한 사람들은 그를 부르기를 반신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그 부름은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쿠웅!
아르민의 검과 레프너겐의 주먹이 부딪친다.
검과 피륙의 충돌.
하지만 피륙은 찢어지는 일 없이, 동등한 파괴력을 일으키며 마력의 충격파를 일으켰다.
‘마력으로 강화시켰다는 수준이 아니군.’
자색의 마탑이 추구하는 마법은 생명의 강화.
그러나 저 마력의 사용법은 마법사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사에 가까운 형태였다.
검이 튕겨져 나갈 때마다, 아르민의 표정이 변모하는 걸 깨달은 것인지.
“예전부터 의문이 있었다네. 스트렝스.”
레프너겐은 주먹을 쥐고, 강화를 위한 캐스팅 주문을 외우며 입을 열었다.
“마법사는 그 심장의 주변으로 마나의 고리를 만들고, 기사들은 체내의 사지백해로 마력을 보내어 아츠라는 기술을 사용하곤 하지.”
레프너겐은 주먹을 아르민에게 겨눈 채로 말했다.
“그럼 반대로 마법사는 기사의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가? 기사들은 마법사의 형태를 흉내 낼 수 없는가?”
머리가 있다면 당연히 가질 의문.
호기심이 있다면 응당 도달하고야 말 질문.
더군다나.
“생명이라는 의문은 말일세.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시점부터 시작한다네.”
날아오는 주먹의 궤도를 슬쩍 피해, 아르민은 급소를 노리듯 훤히 드러난 겨드랑이를 향해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러보지만.
“헤이스트. 부스트, 아이언 바디.”
연달아 발휘되는 마법의 주문을 읊조리면서 레프너겐은.
콰앙!
그 겨드랑이를 강화해, 아르민의 검을 잡아낸다는 묘기를 선보였다.
– 우와아아아아!!!
– 굉장해!
– 검을 잡아챘다고?!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
레프너겐은 그런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씨익 웃어보였다.
쇼맨십이 대단한 인간이다.
“······놀랍군요.”
“이쯤이야. 노인네에겐 손자놈 재롱거리 정도지.”
우수했다.
단지 검을 잡아채는 실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세계가 비틀린 채로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해도, 여기엔 이처럼 의문을 품고, 바른 길로 나아가는 인간이 있다.’
그래. 이 세상의 마법은 이상하다.
아마 누군가 의도적으로 개입해서 만들었으리라 짐작될 만큼 괴상하다.
뿐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육체에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 한계가 매겨져 있는 세상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자색의 마탑주 레프너겐. 그가 보여주는 마법은 ’진짜‘다.’
현대 마법과는 다른 층위에서.
저 노인은 평생을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비틀린 마법을 여기까지 단련하고 담금질하고, 또한 끌고 온 것이다.
그 열정이.
저 힘이.
저 끊임없이 타오르는 욕망이 아르민의 가슴에 자연스레 불을 지폈다.
콰앙!
한 번의 공방을 주고받고서, 잠시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물러서면서.
숨을 고른다.
텀이 생긴다.
거리를 벌린다.
그리하여 여유가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아르민은 조용히 말을 자아냈다.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전 마법사입니다.”
“이미 알고 있네.”
마법사이면서 자신을 가장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아르민.
마법사이면서 궁극의 지식을 탐한 끝에 주먹을 휘두르는 저 노인네. 레프너겐.
‘잡생각은 접어두자.’
세계의 비틀림.
차원쟁탈전.
음지에서 암약하는 마왕.
그리고 자신의 육체에 걸린 족쇄까지.
그런 건 전부 접어두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 남자.
자신의 앞에 당당히 마주 선 마법사에 집중하자.
그것이야말로, 마법사들이 펼치는 진검승부에 마땅히 가져야할 예의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당신을 꺾겠다는 선언에 레프너겐은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은 아이처럼 순수하게 낄낄거렸다.
“바라던 바라네!”
눈을 감고, 호흡을 정리하고, 세계를 바로 보면서.
아르민은 검을 옆구리로 끌어당기며 상대를 위한 마법을 준비했다.
‘······레프너겐은 생명의 극한을 추구한 남자다.’
후우웅!!
휘둘러오는 주먹.
거기에 대응하는 칼날.
자색의 마탑이 사용하는 마법은 생명을 극한까지 담금질한 마법.
그 구조는 단순히 신체를 강하게, 빠르게, 그리고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 전부이지만.
예로부터 단순하고 심플한 것일수록 그것이 극에 이를 때 얼마나 완전해지는지를 우리는 잘 알지 않던가.
콰앙!
그렇다면 저 마법사를 상대하기 위해 필요한 마법 또한.
‘궁극을 추구하는 신념을 구현하는 마법이 좋겠지.’
아르민이 떠올리는 것은 과거 인도 불교 신화의 디가니카야 경전에서 전해지던 완전한 존재에 대한 역설(力說).
유아독존.
비로소 완전한 존재를 정의하는 그 첫 마디를 이 자리에서 꺼내들었다.
“나는 세계의 우두머리를 자처한다. (Aggo hamasmi lokassa,)”
앞으로 일곱 걸음.
승패는 거기에서 판가름 난다.
****
다음날.
아르민은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바로 어제 있었던 최후의 어전대회 결승전은, 결국 아르민의 승리로 돌아갔다.
디가니카야 경전에서 뽑아온 신화소로 강화한 육체는, 끝내 자색의 마탑주를 쓰러트리고 현대 마법의 정수를 펼쳐보였던 것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전승과 궤를 같이 하는 그 마법은,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등.
걸음을 걸을 때마다 육체가 궁극(窮極)을 향해 나아간다는 지향점을 가진 마법이다.
태반의 마력신경을 혹사시키며 사용했던 마법이거늘.
‘설마 그걸 네 걸음까지 버틸 줄이야.’
마지막엔 아예 콜로세움 바닥에 다리를 박아넣으면서 버티던 레프너겐이었다.
참으로 잘도 싸운다 싶었다.
‘그 뒤로도 꽤 피곤했었지.’
승패가 결정되고 난 뒤.
직후엔 황제의 대리가 나서서 성대한 시상식을 여는가 하면, 앞으로 삼일 간 열리는 대륙회의 연회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까지 얻게 되었다.
사전에 아르민이 노리던 목표는 전부 달성한 셈이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 복이 터졌구만.’
승리 소식이 전해지고 난 다음, 일레인스 저택은 겉으로 요란하게 떠들지만 않았지.
그대로 축제 분위기에 돌입했더랬다.
그 카일조차도 보기 드물게 웃는 얼굴을 하고는 “잘했다.”라며 어울리지도 않는 칭찬을 한데다가.
릴리에는 “역시 내 동생이야!” 라면서 부산을 떨어댔고, 마리나에 이르러선 새삼 아르민을 보는 시선을 달리했을 정도였던가.
그야말로 피곤한 하루였다.
그밖에도······.
“······마탑주의 시선으로 봐도, 이쪽 세계의 인간과 민세희의 육체는 꽤 달랐던 모양이고.”
****
대회가 끝나고, 약속했던 대로 레프너겐은 아르민의 요청으로 육체를 돌봐주었다.
자기들 말고도, 이쪽 세계에서 한평생을 살아온 마법사의 시선으로 상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다만 아쉽게도 결론은 아르민과 같았다.
– 육체의 근본구조가 다르다.
이 세계에서 한평생을 생명 탐구에 몸을 바쳐온 노익장조차도 원인 모를 차이에 고개를 갸우뚱 했을 뿐.
팔이 부러진 탓에 부목을 댄 오른팔 대신, 왼팔로 아르민과 민세희의 육체를 조물거리며 비교하던 레프너겐은.
“이건 리미트의 차이 같네.”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내보였다.
리미트.
으레 인간의 육신엔 과부하를 막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을 막는 리미트가 있다는 통설이 있다.
실제로 잠재력만 따지자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소모되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리미트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그 리미트 한도가 더욱 크게 설정되어있다는 말이렷다.’
물론 아직은 가설의 단계에 불과하고, 레프너겐도 새로운 연구거리를 찾았다면서 눈을 빛낼 정도로 예외적인 상황이었으니 속단은 이르지만.
문제는 이거였다.
‘리미트를 해제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한다는 말인데.’
즉 기본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눈이 두 개 밖에 없는 인간에게, 어떻게 하면 세 번째 눈깔을 달아줄 수 있을까.
그런 수준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후우.”
아르민은 복잡해진 머릿속을 털어내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때였다.
– 그르릉.
아르민의 바로 곁엔, 봉제인형 크기로 돌아가 새근거리는 이스텔이 있었다.
“······짜식 태평하긴.”
대륙회의에 참가하는 건 아르민 혼자다.
그야 특별히 참가권한을 가진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선택받은 이벤트다.
아쉽게도 민세희는 따로 떨어져, 피오나의 곁에서 그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여관에 남았고.
이렇게 아르민 홀로 이스텔만을 데리고 황궁에 찾아온 것이다.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귀족을 연기해야 한다니, 내키지는 않지만.’
이스텔은 만약의 상황에서 커다란 전력이 되어줄 테니,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 나으리, 조금 있으면 도착합니다.
마부의 말을 듣고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지자.
저 멀리 위용이 넘치는 카라클 황궁의 모습이 정면에 나타났다.
저곳이 바로 제국의 심장.
황제가 기거하는 천년성이었다.
바로 저곳에.
‘마왕이 있다.’
****
외부 마차는 황궁 내부로 진입할 수 없다는 규정 덕에 입구에서 내린 아르민은, 천천히 황궁 내성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에 척 봐도 비싸거나 고급스러운 옷과 장신구를 주렁주렁 걸친 놈들로 가득했다.
귀족이란 어쩜 저리도 허영심을 쫓는 자들이 많은지.
그리고 그렇게 타인을 지켜보는 건 아르민뿐만이 아니었다.
– 저 청년이 바로······.
– 네, 이국의 무투가와 싸워서 승리했다던······.
– 마지막에 검으로 무대를 박살냈다면서요?
– 듣기로는 검성이 탐을 내는 천재라는 말이······.
– 그런데 옆에 들고 있는 저건, 인형인가요?
아예 들으라는 듯이 대놓고 수군거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르민 자신이 구경거리가 된 듯한 모양새였다.
생각 같아서는 전부 무시하고, 각력 강화 마법을 통해 내부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다보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참을 언짢은 기분으로 걷고 있을 때였다.
“설마······. 아, 르민 님?”
이제까지 들려오던 수군거림과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러면서 어딘가 낯익은 그리움을 담고 있는 목소리였다.
‘응?’
뭔가 싶어 걸음을 멈춘 아르민이 몸을 돌리자.
“아르민 님이······! 맞으시군요!”
낯익은 얼굴이었다.
격정에 찬 목소리와 함께, 당장이라도 달려오고 싶어 몸이 움찔거리지만.
하필 그녀를 호위하듯 가로막고 있는 백색 갑옷의 기사단 덕분에, 그녀는 그저 아르민을 부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으니.
붉어진 눈시울로 애타게 아르민을 바라보는 여성.
잊을 리가 없다.
그녀는 과거, 아르민이 손을 내밀어 도와주어 성녀로 만들었던 아가씨.
“이멜다?”
그렇게 아르민은 성녀와 재회했다.
< 제30장 – 대륙회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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