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4)
내 마법이 더 쎈데-64화(64/203)
< 제31장 – 흑문이 열렸다. (1) >
황궁에 도착하기 전.
마차 안에서, 아르민은 졸음으로 꾸벅꾸벅 고개를 흔드는 이스텔을 깨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야, 혹시 데이터베이스에 ‘건너편’······. 마왕에 대한 이야기도 있냐?”
앞으로 만날 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최소한 차원쟁탈전에 참가한 마왕이라는 것이 유력한 이상.
어느 정도 정보는 얻어두고 싶던 참이었다.
물론.
‘악마에 대해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야.’
실제로 현대 마법 중에선 제3종 종교 마법과 관련해, 게티아라는 이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악마학 또한 존재하고 있다.
게티아(GOETIA).
혹은 레메게톤(Lemegeton)이라고 불리는 그것은 생전에 위대한 왕이었다던 솔로몬이 신비를 접하며 만난 72좌의 마왕을 기록한 마도서라고 알려져 있다.
집필 시기는 여러 가지 사료릍 통해 추정컨대 기원전 950년 전 가량.
이처럼 이미 기원전 때부터 사람들은 현실과 다른 공간에서, 우리와는 다른 고등 영체가 살아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지식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부에르와 엘리고스······. 놈들은 이름은 게티아에도 적혀 있지만, 최소한 내가 만난 놈들은 게티아에 기록된 존재와는 현저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10위의 마왕 부에르(Buer)
전승에 따르면 켄타우로스라는 말도 있고, 사자와 같은 머리에 말 같은 다리가 다섯 개나 달렸다는 놈이다.
15위의 마왕 엘리고스(Eligos)
아르민이 알고 있는 특징이라면 아름다운 기사로서 전장에서 활약하는 마왕이라던 자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들은 게티아에 수록된 이미지와는 그 궤가 달랐다.
‘전승이란 애당초 시간이 지나면서 열화되고, 변형되고, 왜곡되기 마련이야.’
사실 그렇게 따지면 애당초 게티아에 수록된 마왕들은 신에게 대적하고자 그 군세를 이끌고, 지옥불 속에서 호시탐탐 신과 싸우려고 드는 자들이지.
차원을 넘어 다른 세계를 침략한다는 야망을 가진 힙스터란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건 하나.
‘게티아 자체가 불완전한 기록서이며, 72좌의 마왕은 기록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라는 것쯤 되겠지.’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천사의 역할을 지니고, 세계의 수호자라는 역할을 맡아왔던 드래곤의 데이터베이스엔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드래곤이 가졌다는 데이터베이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지난 날 아르민은 이스텔을 자신의 분신으로 가르쳐오며 조금이나마 그 윤곽을 더듬어볼 수가 있었다.
‘아마도 여러가지 지식을 종합적으로 모아놓은 백과사전······. 비슷한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지식에서 엿보이는 여러 정황 속에서, 지식의 출처가 어디인지.
대강 짐작이 가기도 하는 아르민이었다.
세계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야 신의 의지를 대행하고, 세계를 이루는 시스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드래곤이다.
그 용도를 생각해보면,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아르민이 던진 “마왕에 대한 정보가 있느냐” 는 질문에.
– 그르릉.
고양이처럼 잠시 고롱거리며 목울대를 울리던 이스텔은, 이어 답변을 꺼내들었다.
– 마왕(魔王). 어나더 디멘션(Another dimension)에 거주하는 영령체들.
– 각각이 어나더 디멘션의 영지를 손에 넣고 주무르는 영주들로서, 확인된 개체 수는 총 72종.
– 첫 관측 시기는 기원전 950년 경. 관측자는 솔로몬. 이후 여러 차례 지구의 관측자로부터 그 존재가 확인됨.
‘역시나인가.’
여기까지는 아르민도 잘 알고 있는 정보였다.
그나마 새로운 정보라면 엘리고스가 ‘건너편’이라고 부르던 곳의 정식 명칭이 <어나더 디멘션>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
그리고.
– 솔로몬의 기록 이후에도 그들은 끊임없이 타차원을 침범하고자 했음.
‘성경에서도 자주 묘사되던 이야기였지.’
흔히 구약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기를, 악마란 끊임없이 지상의 인간을 유혹하고 타락시키고자 하는 존재로 이야기된다.
– 약 1천 년 간, 그들이 침범을 시도한 회수는 약 2만 5600여회로 추정됨.
‘음?’
거기서부터, 이스텔은 아르민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세계의 비밀을 엿본 자가 아니라면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 그러나 그들의 침범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가 발생.
그것이 바로.
– 독생자(獨生子)의 희생임.
기원후 33년 4월 3일.
신의 대변인이자, 종교의 교리에 따라선 신 그 자체로도 불리는 남자가 십자가라는 종교의 상징에 매달려.
모두의 앞에서 목숨을 거두는 비극이 벌어졌다.
– 인류는 원죄를 용서 받았다.
악마가 현세에 등장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죄’나 ‘욕망’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기원전의 세계에선 악마는 그저 지나가는 인간에게 말을 걸어, 그들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죄를 자극하고, 원초적인 욕망을 이루어주겠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하지만.
‘독생자의 희생으로 상황이 반전되었다.’
원죄가 사라졌다.
물론 인간 개인의 죄는 여전히 존재하고, 타락한 인간은 여전히 어딜 가나 보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을 정의하는 ‘개념’이 뒤바뀐 것이다.
더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더는 악마가 쉬이 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되었다.
솔로몬이 관측하고 독생자가 희생하기까지, 약 1천년.
흔히 악마의 시대라고 부르며, 가장 흑마술이 활발히 발달했던 시기가 이때였던 것도 전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후로 약 2천년의 시간이 흘렀고.
– 게이트가 발생.
게이트가 아가리를 벌렸다.
– 어나더 디멘션의 마왕들이, 지구로 넘어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함.
그것이 바로.
– 차원쟁탈전임.
****
“···후우.”
아르민은 눈을 감았다.
지금 이스텔이 이야기하는 건 지구의 과거이자 역사였다.
독생자의 희생 이후.
더는 지구에 악마, 마왕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활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도 악마를 불러내기 위해선 마법진이나 제물, 그밖에도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
여러 프로세스를 거쳐 [인간으로부터 부름]을 받지 않으면, 더는 악마가 이 현세에 개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놈들은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차원쟁탈전.
게이트를 열어, 마나를 퍼트리고, 이 세계로 어나더 디멘션의 괴물들을 보내 세상을 마계와 같은 환경으로 바꾸는 테라포밍이다.
“환경이 바뀌면서 각성자들이 나타나게 되고, 그 존재로 인해 세계는 마계와 비슷한 환경을 갖춘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세계가 궤도에 오르게 되면······.”
마왕은 세계를 삼킬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가 아르민이 미처 생전에 알지 못했던 부에르의 목적이었다.
놈은 성공을 예상했겠지.
악마가 사라지고 난 뒤에 번성한 인간들은 너무나도 나약했으니까.
실제로 게이트의 피해로 많은 사람이 죽고, 인류는 절망 끄트머리까지 몰리지 않았던가.
단지 부에르에게 있어 예상치 못한 것이 있다면 딱 하나.
······강재민이라는 남자의 존재였다.
‘역시 이 세계는 지구의······.’
그보다.
“좋아. 그럼 2천년대 초에 벌어진 차원쟁탈전은 부에르가 일으킨 거라고 치자.”
그렇다면 지금은?
엘리고스의 말대로라면, 현재 이 세계에서도 차원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 차원쟁탈전을 주최한 놈은 누구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서, 아르민이 질문을 던지자.
잠시 고개를 기울이며, 고롱고롱 울던 이스텔은 툭하니 답을 이야기했다.
– 데이터 없음.
“······없다고?”
그리고 한 번 더.
– ······기록 말소 흔적 발견.
담담히 누군가가 자신의 데이터를 매만졌다고, 고백했다.
****
다시 장소는 황궁으로 돌아와.
“이번에 새로이 태양의 성녀가 방문해주셨다는 말을 듣고 기쁜 나머지 한 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우아한 태도로 이멜다에게 수작을 거는 남자.
아이작이 보이는 행동에, 이멜다는 부담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슬쩍 아르민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분위기를 읽지 못했는지.
아이작은 껄껄 웃는 얼굴로 말하길.
“혹시 태양의 성녀님이 가진 힘으로, 제게 축복을 내려주시지는 않을런지요? 최근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부진하여, 신의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만.”
지극히 세속적인 이야기를 들은 이멜다는 표정을 굳힌 채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합니다. 아이작 님. 아무리 황자분이시라고 해도, 개인적인 부탁만으로 신의 권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위한 거라면 더욱이 라고.
상대가 황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멜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 같이 잘라냈다.
마을 처녀였던 과거와는 달리, 정말로 많이 컸다.
“하하······! 이거 농담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성녀님을 곤란하게 만든 듯싶군요.”
무안할 법도 한데도, 아이작은 화를 내는 대신 대범하게 이멜다에게 웃어보였다.
황자로서 배포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게 아니더라도 달리 방법은 있다는 건지.
그보다.
“그런데······. 그쪽은 분명 어전대회의 우승자였던가?”
그제야 아이작은 아르민의 존재를 깨달은 듯 시선을 주었지만.
그 와중에도 아르민은 그저 아이작 곁에 뜬 메시지 창에 집중했다.
‘마왕의 종속자라는 건, 아이작 또한 마왕의 계약자가 아니란 소리다.’
즉 전제조건부터가 틀렸다.
놈조차도 그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장기 말에 불과하다면.
진짜 계약자는 대체······?
그때 불현 듯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자신이 아이작과 만나도록 조율한 자.
이번 사태에 있어, 가장 핵심에 있으면서도 겉으로 영향력을 드러내지 않은 누군가가 있다면 단 한 명······.
“자네?”
“혹시 피오나 양을 알고 계십니까?”
대뜸 아르민은 아이작에게 물었다.
“······피오나라면, 오버레이 영애를 말인가?”
“자주 만나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이건 밀튼 공작과 제2황자, 그리고 피오나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암시이기도 했다.
자, 여기서 어떻게 반응할 거냐. 싶던 아르민이었지만.
“어디 갔나 했더니. 자네가 데리고 있었나?”
아이작이 피식 웃자, 그 옆으로 서 있던 떡대들이 위협적인 걸음걸이로 아르민에게 다가왔다.
“아, 아르민 님?”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겁먹은 듯 목소리를 흘리는 이멜다에게 아르민은 손은 흔들며 “괜찮아.” 라고 걱정할 것 없다고 안심시켰다.
아르민의 여유로운 태도에, 아이작은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호오······. 그야 피오나 영애라면 잘 알고 있네.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드물겠지. 뭐니 뭐니 해도 그녀는 제국에서 가장 미색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아가씨지 않던가?”
그래서 붙은 별명이 무려 [제국 제일의 꽃]이라고.
“게다가 그녀의 가문에서 일어난 비극도 유명하고 말일세.”
“제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꿈틀.
아이작의 눈꼬리가 흔들렸다.
굳이 말을 빙빙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대화.
“······자네도 그 자와 같군. 빙빙 돌리는 말은 싫다 이건가.”
그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좋네. 나는 피오나 영애와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두지. 그래서 무엇이 묻고 싶은 것인가?”
여기가 본론이다.
굳이 아르민이 아이작을 도발하듯 말하면서까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
“당신이 피오나 영애를 처음으로 만난 건 전염병이 돌기 전입니까? 후입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간단한 이야기다.
그녀의 가족을 빼앗은 것이, 아르민은 꼼짝없이 그녀의 신통력을 노린 다른 누군가의 소행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마 그놈이 마왕과 손을 잡고 있을 테고, 놈을 족치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 전후사정의 전제가 처음부터 틀렸던 것이라면.
아이작은 순순히 답했다.
“나는 그녀의 가문에 전염병이 돈 것을 알고 접근했네. 내 뒷배라면 충분히 그녀를 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
은연중에 발동시켜놓은 상대의 진실을 간파하는 룬.
안수즈(Ansuz)의 특성으로
‘방금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아르민은 그 내용의 진위를 파악했다.
그 말은 즉.
‘전염병은 아이작과는 본격적으로 관계가 없어. 그건 밀튼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전염병을 일으킨 자는 누구인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아르민의 변한 태도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린 것인지.
“미리 경고해두지만, 신통력을 탐해서는 곤란하네.”
아이작은 아르민에게 경고햇다.
“그 힘은 끊임없이 주변을 파괴해온 힘이야. 누구든 그래.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힘 앞에선 무력하게 무너지기 마련이야.”
아이작은 아르민이 신통력을 노리고, 피오나를 데리고 있다고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실로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였지만.
“내 형님이던 제1황자는, 어떻게든 그것을 제어해보겠다고 피오나 영애의 유일한 혈육이던 어머니까지 회유를 했던 모양이지만.”
아이작은 피식 웃더니.
“소용없어. 그녀는 주변의 모든 걸 부숴버릴 뿐이네. 그걸 제어하기 위해선, 문자 그대로 ‘악마의 힘’이라도 빌려야할 테지.”
네게 그런 각오가 있느냐고.
이미 악마와 손을 잡았다고 ‘착각’하고 있는 저 남자는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야말로 아르민에겐 하찮게 보인다는 걸, 저 아이작은 몰랐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쿠웅!!
– 응?
– 뭐야?
커다란 진동과 함께 연회장의 샹들리에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오고간다.
그들 중 누군가가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가리켜, 이렇게 떠들었다.
“저게 뭐지?”
****
하늘에 검은 문이 열렸다.
아가리를 벌린 채, 불길한 기운을 사방으로 뿌려대는 무언가가 허공에 난데없이 생겨난 것이다.
‘저건.’
아르민도 알고 있다.
‘게이트.’
예상보다 빠르게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나타난 것이다.
여전히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아, 웅성거리는 목소리 사이로.
“크으윽! 벨레드!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아이작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역성을 내었다.
그래. 놈의 말대로 이 사태를 벌인 건, 그가 아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 어어어? 저게 뭐야?
– ·········뱀?
하늘에 아가리를 벌린 그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있었다.
길이만 따지면 아마 10M 이상.
초록색 몸뚱이 위로 위협적인 붉은색 무늬를 지닌 저 놈은, 게이트 너머에서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B급 몬스터.
‘빅 이터 스네이크······.’
– 키에에에엑!
놈이 괴성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온다.”
그 거구가.
괴물이 황궁의 위를 덮쳤다.
– 꺄아아아악!
앞으로 벌어질 참사에 모두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는 그때.
키이이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황궁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던 보호방벽이 제 역할을 해낸다.
이곳은 칼센 제국.
대륙에서도 가장 강대하기로 유명한 국가였다.
당연히 적국의 포격 마법조차도 견뎌내기 위한, 견고한 방어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결국.
– 콰지지지직!
마력압을 이겨내지 못한 빅 이터 스네이크의 몸채가 어김없이 터져 나갔다.
– 오오오오!
– 굉장하군요!
비명 소리 속에서, 황궁의 놀라운 마법력에 감탄하는 자들조차 있었지만.
‘아니, 방금 그 한 번으로 방벽의 내구도가 크게 감소했다.’
아르민은 알 수 있었다.
다음 번 공격도 막을 수 있겠지.
그 다음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방벽이 막아낼 수 있는 한도보다.
‘게이트 너머에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이 더 많다.’
또 다시 게이트 너머에서 괴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한 마리로 끝나지 않았다.
그 숫자는 총 다섯.
전부가 빅 이터 스네이크.
그 육체만으로도 황궁 자체를 박살낼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
– 도, 도망쳐!
이번에야말로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깨달았는지, 뒤늦은 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 전에 먼저 아르민이 손가락을 튕겼다.
사용하는 것은 방호의 룬.
케이프에 새겨진 우루즈(Uruz)의 룬을 기반으로 삼아, 전신에 착용하고 있는 아티팩트로부터 증폭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마력신경으로부터 발휘되는 마법은 원격 방호의 벽.
‘구축, 제어, 확장, 구현.’
도합 이루어진 네 번의 쿼드 액션.
제2종 마법.
이름하여
“만리의 벽(The Great Wall).”
외압을 막기 위해 수백 년간 쌓아올려진 거대 성벽의 개념에 기초한 마법은.
이어 게이트에서 떨어져 내린 괴물들을 연달아 받아내었다.
쿠웅! 쿵! 쿠우웅!
대지가 흔들리고, 황궁에 진동이 내달린다.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이대로 받아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주동자를 찾아내서, 이 게이트를 여는데 쓰인 핵을 부숴야 한다.’
그래야 게이트가 닫힌다는 걸, 아르민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움직이자. 아르민이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아수라장 속에서, 우연히 이멜다가 흘리는 한 마디가 아르민의 귓가에 닿았다.
“······정말로, 아네솔레 님의 예언대로 흑문이 열렸다는 건가요?”
예언이라고?
****
< 제31장 – 흑문이 열렸다.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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