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66)
내 마법이 더 쎈데-66화(66/203)
< 제32장 – 마왕, 인간, 그리고 차원쟁탈전 (1) >
“하아, 하아······.”
가쁜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민세희는 상처 입은 어깨를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어둑한 골목을 내달렸다.
‘피오나가······. 계약자였다니······!’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쿠웅!
여관에서 도망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이 나타나 달을 가리고, 이내 어둑해진 하늘 위로는 검은 문이 그 아가리를 벌렸다.
게이트(Gate).
다른 차원과 연결된 통로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민세희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저 게이트를 연 것은 다름 아닌 피오나라고.
‘씨커의 힘으로, 처음부터 그녀는 게이트에 손을 대온 거야.’
씨커는 그 재능의 특성상.
게이트의 균열을 꿰뚫어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구에서 헌터로 활동하던 시절.
사전에 게이트가 발생하기도 전에, 그걸 미리 예측하고 예보를 발령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러한 씨커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마왕과 계약을 통해 게이트를 여는 힘까지 손에 넣은 것이라면.
“선배에게······. 가야 해······.”
물론 강재민······, 이 세계에서 아르민 일레인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라면 진즉 진상을 눈치 챘겠지.
물론 아직도 그녀는 피오나가 왜 마왕과 계약했는지.
어째서 게이트를 열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걸 모른다고 해도, 해야 할 일이 바뀌진 않았다.
‘······선배를 돕고 싶어.’
지난 150년이라는 시간.
그건 미처 힘이 부족했던 자신이, 선배를 홀로 떠나보내고 나서 겪은 후회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150년 동안, 줄곧 노력해왔어.’
좀처럼 마법 실력이 성장하지 않았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녀는 방법을 달리 생각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강재민을 다시는 홀로 내버려두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마법 실력을 늘리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택해 노력해온 것이다.
“······공방에서 만들어뒀던 이 ‘핵’이라면, 선배에게 도움이 될 거야.”
가슴에 품은 ‘물건’의 감촉을 확인하며, 민세희는 결심했다.
반드시 이 물건을 선배에게 전해, 이번에야말로 도움이 되자고.
그렇게 다급한 걸음으로 골목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스가가가갓!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윽!?”
민세희가 바닥을 구르듯 옆으로 피하자.
꽈앙!
그녀가 있던 자리를 헤집고 날아든 그림자가 있었다.
슈루루룩.
기묘한 소리를 내며 솟아오른 그림자의 형태.
거기서 풀풀 느껴지는 역겹고도 질척한 기운에 민세희는 비명처럼 목소리를 흘렸다.
“마기(魔氣)······!”
그 정체는 쉬이 짐작이 되었다.
저것은 마왕의 하수인.
여관에서 도망친 그녀를 추살하기 위해, 여기까지 쫓아온 괴물이다.
‘······내가, 싸울 수 있을까?’
질끈.
민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직전에 떠올린 나약한 생각을 고개를 흔들어 지워냈다.
‘싸울 수 있을까가 아니야.’
그래.
여기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싸울 수 있을까’ 가 아니라, 싸워서 ‘반드시 여길 돌파한다’ 는 결의다.
‘속성 부여, 빛. 형태는 화살······!’
다친 어깨를 그러모으며, 민세희는 마법의 영창을 준비했다.
아무리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도, 선배를 만나기 위해 버텨온 지난 시간이 그녀의 마음에 불을 댕기었다.
‘······술식 구축. 개념은 카발라의 세피로트······!’
지이잉.
허공에 생성되는 빛의 화살은 세피로트의 나무로부터 내려온 천사 계급도에 힘을 빌린 하위급 마법이다.
선배였다면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구현했을 마법이지만, 그 재능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민세희는 필사적으로 틈을 노려 마법을 쓰려고 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초.
넘실거리던 그림자를 향해 화살을 겨누고.
‘지금이야!’
입술을 달싹이며, 그녀가 마법을 쏘아내기 직전.
‘아.’
스가아악!
그림자가 바닥을 타고 그녀를 노렸다.
처음부터 그림자는 마법을 쏘아내기 직전.
일련의 과정을 끝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드는 바로 그 타이밍을 노린 것이라고.
연구자답게도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분석을 마친 민세희였지만, 이미 행동은 늦고야 말았다.
칼날은 빨랐고.
‘선, 배······.’
민세희의 눈동자가 크게 고동친 찰나.
챠아아앙!
바로 이때를 노리며 번뜩이는 빛이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도, 마치 태양처럼 반짝이는 그 빛깔은.
그림자를 베고, 대기를 베고, 악을 베며 이 자리에 나타났다.
“아······.”
민세희의 감탄과 함께.
가벼운 걸음으로 바닥에 내려선 여기사.
“이런 곳까지 부정한 것이 침범하다니······.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제7신성기사단 단애의 칼에서 단장으로 활약하는 은빛 검.
세실리아였다.
****
긴장감이 감돈다.
벨레드를 목도한 순간부터, 이멜다의 눈동자는 쉼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질척한 마기는······.”
이멜다의 얼굴로 두려움이 깃들었다.
아마 마기와 조우한 지금. 2년 전 그녀와 그녀의 동생을 집어삼켰던 비극을 떠올리는 것이겠지.
아르민은 한 걸음, 이멜다 앞을 가리듯 그 앞에 섰다.
그리고
[······!]벨레드의 손짓 한 번에 다섯 개의 흑마탄이 만들어지더니.
피이잉!
대기를 불태우며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공격이 아르민을 향해 쏟아졌다.
탄환 하나, 하나가 문자 그대로 성을 무너트릴 수준의 공격이지만.
‘지금 바로 역산한다.’
짧게 걸음을 내딛으며, 직접 흑마탄 사이로 몸을 끼워 넣은 아르민은 마력신경에서 리드미컬한 흐름으로 마력을 짜올렸다.
흑마탄.
그것은 암흑을 극한으로 응축한 마족 특유의 공격 방식이다.
거기에 어설프게 반발하는 속성으로 대응하면, 공격을 막는다 할지라도 충격의 여파로 주변사람들은 물론. 이멜다까지 휩쓸릴 우려가 있을 터.
그러니 택한다.
‘어둠을 받아낼 수 있는 건, 동일한 본질의 똑같은 어둠이다.’
역사나 전승 속에서 필요한 요소를 검색.
아르민이 손에 쥐는 건, 카발라계 마술에서 긍정과 함께 부정의 의미로 공존하고 있는 이중적 교리.
‘세피로트에 반대되는 개념 클리포트(Qliphoth)의 나무로부터 필요한 요소를 추출한다.’
왼손으로 마력을, 오른손으로 형태를.
한 번에 모아 흑마탄에 대응하고 먹어치우는 괴물을 자기 손으로 구현한다.
제3종 종교 마법.
네 번째 클리포트.
“먹어치우는 가아그셰블라(Gha’agsheblah).”
아르민의 오른손은 포식자가 되어 다섯의 흑마탄을 먹어치우고.
이어.
푸슈우욱.
그 오른팔이 새까맣게 달아올랐다.
[호오. 제법 한가락 하는 군. 이게 ‘전 참가자’의 레벨인가? 엘리고스가 순순히 물러났을 때는 의아하다고 생각했거늘. 네놈과 마주친 게 이유라면 납득이 되는구나.]벨리드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길.
[너 같은 놈과 본격적으로 붙는 건 손해야. 이번 게임 주최자에게만 좋은 일이 될 테지.]엘리고스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특이점과 어울려봤자 자기 손해라고. 그래서 빠지겠다고 했다.
“엘리고스도 그렇고, 네놈도 그렇고. 보자마자 내가 전 게임 참가자라는 말을 했었지.”
그게 무슨 뜻인지는 금방 짐작이 갔다.
부에르가 일으켰던 차원쟁탈전의 참가자란 소리다.
“보면 알 수 있는 거냐?”
[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그토록 강렬한 영격(靈格). 착각할 리가 없지.]영격?
[하지만 이해가 되질 않는 군. 너 같은 자가 이 게임에 참가해봤자 주최자에겐 득이 없을 텐데. 무슨 의도지? 주최자와 무슨 거래라도 했나?]벨레드의 질문에, 아르민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정보.
그것을 채울 기회가 바로 눈앞에 왔노라고.
“주최자?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모르는 걸, 모르는 척 하듯 의뭉을 떠는 태도를 본 벨레드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시치미를 떼지 말라며 이렇게 말했다.
[속일 생각이라면 소용없다. 아르카디아의 사주가 아니라면 네놈 같은 자가 내 앞을 막을 리가 없지.]****
“·········!”
이멜다가 흠칫하는 기척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어째서 이런 상황에서 신의 이름이.
그것도 꺼림칙한 기운을 풀풀 풍기는 마왕이 입에 담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겠지.
하지만 아르민은.
‘역시 그랬던 건가. 역시나. 이 세계의 신이라는 놈은, 그런 존재였나.’
지금까지 짐작만 하던 사실이.
추측만 하던 만약의 가능성이 현실로 들이밀어졌다.
이 세계의 주신. 아르카디아라는 자는.
‘이 세계를 칩으로 내걸고, 마왕들과 게임을 하고 있단 말이었나.’
밀튼 공작과 연계해서 움직이던 엘리고스는 진즉 아르민의 정체를 눈치 깠지만.
벨레드는 미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르민은 주최자의 협력자가 아니라, 주최자가 드래곤을 이용해 배제하려고 했던 불안요소라는 것을.
‘차원쟁탈전은, 자신의 영격을 높이기 위한 게임이다.’
대대로 악마는 계약자의 영혼을 갈취해, 자신의 격을 높여오는 존재였다.
차원쟁탈전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는 행위일 터.
이 말은 즉.
아르카디아는, 결국 자신을 위해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거기에 아르민이 본의 아니게 끼어든 셈이다.
그게 바로 아르민이 지금까지 겪어온 모든 일의 진상이었다.
하지만 이래서야 신이라기 보단 마치.
‘······차원쟁탈전을 일으키는 마왕, 그 자체로군.’
그때 이멜다가 고개를 들었다.
“신···께서······. 이 모든 일들을 계획했다는 말인가요?”
[흠, 그러고 보니 그쪽 계집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태양의 힘인가······. 아르카디아의 힘과는 조금 다른 듯한 느낌도 들지만.]벨레드는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숨길 것도 없지.]벨레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소강상태로 들어섰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이 주변은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괴물들로 인해 아비규환이 되었더랬다.
이 전부가 차원쟁탈전의 일환으로, 벨레드가 일으킨 비극이다.
요컨대.
아르카디아의 묵인 하에 진행된 일이란 말이었다.
[우리 마왕이 이 세계를 정복하느냐. 아니면 주최자의 피조물이 먼저 우리를 쫓아내느냐, 그 속에서 피조물은 주최자에게 있어 장난감에 지나지 않아.]그것이 바로 차원쟁탈전의 본질.
자신의 영격을 높이기 위해.
신은 스스럼없이 모형정원의 피조물들을 마왕 앞으로 내밀게 된다.
[이 세계의 피조물이 가진 가치는 게임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이멜다의 무릎이 꺾였다.
신을 모시던 성녀가, 원래부터 존귀한 신이 우리를 장난감으로 취급할 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충격을 받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차원쟁탈전에서는 신 하나가 패퇴하고 신좌에서 물러났다고 했던가?]‘신좌라면. 설마······.’
짚이는 것이 있었다.
신좌에서 굴러 떨어져, 악신으로 타락한 존재를 아르민은 알고 있었다.
불의 신이면서, 아르카디아에게 밀려난 또 다른 신.
아르카스의 이야기다.
[아르카디아도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고 벼르고 있는 모양이지만, 엘리고스가 떠난 시점에서, 이미 게임판은 뒤엎어졌다. 더는 게임을 속행할 이유도 뭣도 없단 말이지.]하지만.
벨레드는 씨익 웃었다.
[나는 게임을 속행한다.]이유는 하나.
피오나라는 여성을 만났기 때문이다.
[피오나는 걸작이야.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게임말이지.]피오나가 그 가슴에 품고 있는 감정의 크기는, 게임을 계속하게 만들어줄 만큼 강렬했다.
과거, 인간들의 편에서 세계를 지켰던 재능을 개화한 자가.
지금은 세계를 향해 그 칼을 들이밀고 있다니.
[그게 정말로 재미있어.]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벨레드는 다시 게임판에 앉았다.
[그녀는 마성의 탕녀로 각성했다. 게임의 승리도 눈앞에 와있어. 하지만 네놈들이 그걸 방해하는 군. 그러니······.]벨레드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쿠구구구구궁!!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진동이 울리며.
허공에 펼쳐진 게이트가, 문자 그대로 찢겨져 나가며 하늘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그그그극!!
하늘에 새겨진 흔적은 저 멀리, 동쪽의 거리까지 뻗어나가 이윽고 두 개의 구멍을 만들더니.
곧 하늘이 깨어졌다.
– 고아아아아아!!!
황궁의 위와 동쪽 거리의 끝에 새겨진 두 개의 구멍.
그 구멍을 찢고 나타난 건 두 마리의 괴물이었다.
“·········아, 아아···.”
이멜다가 아무 말도 못한 채, 절망에 가득 찬 신음을 흘릴 정도로 그 두 괴물의 수준은 지금까지와는 격이 달랐다.
저 존재를 아르민은 알고 있었다.
동쪽에 나타난 건 거대한 뱀의 생김새를 가지고, 바닷물을 홀로 휘감고 세계를 먹어치운다는 괴물.
지구에 있을 적엔, 러시아 해안을 비롯해 본토까지 초토화시켰던 괴물로..
‘S급 몬스터 레비아탄.’
그리고 황궁 위로 떨어져. 쿠웅! 하고 결계마저 찢어버린 채로 나타난 거구의 괴물.
마치 코끼리를 수천 배로 키워놓은 듯한 크기를 가진 그 사족보행의 괴물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떨어져, 그대로 국가 하나를 먹어치워 버린 괴물.
‘S급 몬스터······ 베히모스.’
[네놈은 제법 싹수가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내게 묶여 있는 이상, 저 괴물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벨레드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피오나는 쓸데없는 희생을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마왕이다. 계약자의 의견은 존중하되, 따르지는 않는 입장이라서 말이다.]그래서 말하길.
바로 오늘.
[제국은 지도에서 지워진다.]그리고 그것은 곧 자신의 승리로 이어진다면서.
[아르카디아가 공들여 키운 말이 망가지는 순간을, 어디 함께 즐겨보지 않겠나?]낄낄거리는 벨레드의 그 선언에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지금까지 좋은 이야기. 잘 들었다.”
많은 정보를 입수했다.
그간 추측으로만 가지고 있던 사실이, 벨레드로 하여금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드래곤이 자신을 노리던 이유.
세계의 구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아마도 아르카디아란 놈은, 전 지구에서 이름 좀 깨나 날리던 놈이었겠지.’
칠영웅.
문득 그 웃기지도 않던 이름이 떠올랐다.
지금 벌어지는 난장판이 전부 차원쟁탈전이라는 게임 때문이었다.
아르카디아라는 이름으로, 그 신좌에 앉아있는 놈이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휘말린 일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면.
좋다.
조금 늦었지만, 여기서 아르민은 선언했다.
“나도 직접 그 게임이란 것에 참가해주마.”
[흠?]무슨 소리냐는 듯 눈썹을 꿈틀거리는 벨레드에게, 아르민은 일갈했다.
“내가 참가한 이상, 이대로 끝나리라고 생각지는 마라.”
그리고.
– 지금이다. 이스텔.
아르민의 주언(呪言)이 울려 퍼진 순간.
저 멀리서.
– 그오오오오오오!!!!
용이 날개를 펼쳤다.
****
[용이라고······? 대체 무슨?]놀라운 기색을 보이는 벨레드에게 아르민은 말했다.
“네놈처럼 나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겠단 이야기지.”
베히모스에게 날아든 붉은색의 용이 흘리는 포효.
이어서 거대한 진동이 공간을 채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레비아탄 쪽은······.’
쿠웅!
레비아탄 쪽에서도 전해져오는 기척이 있었다.
– 쿠오오오오!
거대한 검은 거인이 치솟아, 레비아탄의 육신을 묶듯 그 거구를 부딪쳐 간다.
거기서부터 시작된 힘겨루기.
마력의 기색으로 미리 눈치는 챘지만, 그래도 정말로 저 거인이 여기에 등장할 줄이야.
‘주변의 부산물을 끌어 모아, 단시간에 제조되는 즉석 골렘이라. 이거지.’
심지어 그 완성도는 북방의 대지에서 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걸 본 아르민은 감탄한 목소리를 흘렸다.
“민세희. 넌 역시 내 자랑스러운 후배다.”
아마도 저것은 150년 간 그녀가 이곳에서 쌓아올린 힘의 결정체일 터.
기간테스.
그 꼭대기에서, 거인을 움직이고 있을 후배를 칭찬하며.
[숨겨둔 수가 있었다는 거냐?]벨레드가 이를 갈 듯 내뱉는 말을 들은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숨겨두던 게 아니다.
단지.
“믿고 있는 게 있었을 뿐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제2막의 시작이다.”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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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장 – 마왕, 인간, 그리고 차원쟁탈전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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