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7)
내 마법이 더 쎈데-7화(7/203)
< 제3장 – 외출 (2) (수정) >
백작가가 다스리는 마을이다.
당연히 마을에는 치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병력이 상주하고 있었다.
현장에 나타난 경비대원은 아르민의 기억에도 있는 자였다.
“오, 한스. 오랜만이야.”
한스라 불린 남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르민 도련님이 어째서 여기에······.”
그렇지 않아도 아르민은 온갖 깽판을 치기로 유명한 몸이었다.
그때마다 뒤치다꺼리를 맡아준 것이 바로 저 경비대의 청년이었다.
물론 상관에게 짬 처리를 당한 것뿐이겠지만.
원래부터 아랫놈들의 고충이란 대개 그런 법이다.
“마을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만······. 아르민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스였다.
그런데 하필 그 현장에 아르민이 있다니.
아르민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다간 자기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그런 위기감에 절로 마음에도 없는 안부가 튀어나온 것이리라.
“뭐, 나야 괜찮지.”
“헌데 저들은······.”
“어쩌다보니 나랑 시비가 붙었는데. 급한 나머지 서로 달려들다가 지들끼리 엉켜서 넘어지더라고.”
“······넘어졌다굽쇼?”
한스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야 구멍 난 상처를 싸매고 끄응 거리는 모습이, 단순히 넘어졌다고 보기엔 무리였겠지.
그래도 아르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넘어졌어.”
“예에······.”
한스는 입을 다물었다.
배째라는 식으로 나가는 아르민에게 따져 물을 수는 없을 터였다.
무엇보다.
‘여기서 내가 마법으로 조졌다고 말할 수도 없고.’
경비대에 알려진 정보는, 당연하게도 킬레인 백작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마법을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도 대답할 말이 궁하지.’
아르민은 그 사실을 숨기고자 했다.
용병들이 시끄럽게 떠들긴 했지만.
애당초 저런 어중이떠중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 만큼 경비대가 한가하진 않다.
더군다나 상대는 아무리 개차반이라고 한들 엄연히 백작가의 일원인 아르민이다.
섣불리 음해하는 말에 맞장구를 칠 만큼, 한스의 머리가 멍청하지도 않을 터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한스의 시선이 아르민의 뒤쪽으로 향했다.
거기엔 가까스로 일어선 여성이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한스의 태도가 묘했다.
“저번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용병들이랑 섣불리 엮이면 위험하다고.”
“응? 뭐야, 둘이 아는 사이냐?”
“예, 이쪽은 마을에서 약초꾼으로 일하는 이멜다 양입니다. 이멜다 양, 이 분은 일레인스 가문의 차남(次男) 아르민 도련님입니다.”
그 소개에 이멜다라 불린 여성은, 급하게 고개를 숙이며 당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 안녕하세요······. 이, 이멜다입니다.”
‘약초를?’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래서 약초꾼이 경비대원하고 알고 지내는 건, 역시 그건가? 연인이라던가.”
아르민의 농에 한스는 이멜다의 눈치를 보듯 쩔쩔 매는 투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그게······. 이멜다 양이 동생을 좀 찾아달라고 저희 경비대에 몇 번 찾아왔습니다. 수도원에서 사라졌다나.”
아하, 실종된 미아를 찾아달라는 요청인가.
확실히 그런 이유라면 약초꾼이라도 경비대를 찾을만 했다.
다만.
“저희가······ 그렇게 인력에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서 말입니다. 게다가 솔직히 윗선에서는······. 이멜다 양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탐탁지 않아 한다니?”
아르민의 반문에 한스는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섣불리 입술을 떼지 못하는 걸 보아하니.
‘딱 보기에도 말하기 힘든 뭔가 있는 모양이군.’
그때, 의외로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돌아왔으니.
“외지인이라서에요.”
이멜다 본인이 담담히 내민 목소리였다.
“저와 동생은 타지에서 이곳으로 온지 이제 겨우 세 달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영주권은 있을 거 아냐?”
겁도 없이 귀족 앞에서 영주권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을 터.
“······그건 그렇지만.”
이멜다도, 한스도 거기에선 입을 다물 뿐이었다.
‘뭐, 뻔한 이야기로군.’
변두리. 특히 시골이라고 불리는 지역일수록 타향 출신에게 박한 것이 사실이다.
중세를 넘어, 르네상스 시기의 문화가 엿보이는 이곳이라고 해도 그건 다르지 않다는 말이렷다.
“크, 크흠!”
그 폐부를 찌르는 말에 한스는 멋쩍은 듯 연신 헛기침을 해대더니.
“하, 하지만 갑자기 수도원에서 동생이 마물에게 납치되어 사라졌다니. 이멜다 양. 아무리 그래도 이 마을에 마물이 출몰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누가 믿어주겠느냐고.
구구절절 이어지는 한스의 말을 들으며.
‘지역 텃세란 놈 앞에선 공공 서비스고 뭐고 없단 말이지.’
참으로 태평한 이야기라고, 아르민이 생각하는 사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꾸벅.이멜다는 감사 인사를 표하고는, 조심스레 몸을 돌렸다.
“저, 저기! 이, 이멜다 양!”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한스야 그렇다 치고.
이멜다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아르민은 슬쩍 의문이 들었다.
‘방금까지 용병에게 간곡한 태도로 부탁하던 것치고는, 포기가 빠르군.’
마치 처음부터 경비대에겐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마물이 여동생을 납치해갔다, 이거지.’
잠시 생각을 정리한 아르민은, 문득 이멜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약초꾼이라고 했었지? 혹시 내가 말하는 특징을 가진 물건도 취급하나?”
“······예?”
****
아르민은 이멜다를 쫓아,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이멜다의 집은 마을이 아닌, 그 바깥 쪽 산기슭에 가까운 부분에 있었다.
“누추한 곳이라 죄송합니다.”
“그건 됐고, 말했던 물건은 있나?”
“그게······. 첫 번째로 말씀하신 물건은, 저도 살면서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영약을 그렇게 쉽게 찾을 순 없다는 거겠지.’
처음부터 그렇게 기대를 한 건 아니다보니, 이멜다의 말에도 아르민은 딱히 실망하거나 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첫 번째가 없다는 건, 내가 두 번째로 말한 물건은······.”
“예, 말씀하신 그 특징과 향, 맛이라면 짐작 가는 물건이 몇 개 있습니다.”
그렇게 이멜다는 잠시 기다려달라며, 약초 보관실로 보이는 방안으로 들어가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아르민은 의자에 앉아,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았다.
‘허름하군.’
나름 청소에 신경은 썼는지, 먼지가 쌓인 곳은 없었지만. 당장이라도 비가 불면 그대로 샐 것처럼.
여기저기가 삐걱거리는 게, 그야말로 다 쓰러져가는 집이었다.
“왜 굳이 이런 장소에서 약초꾼으로 일하고 있는 거지?”
아르민의 질문에, 이멜다는 망설이다 대답을 내놓았다.
“······마을 안에 터를 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외지인에게 마을 내부의 생활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도 주지 않으니, 남은 거라곤.
“그나마 제가 아버지에게 배운 약초 지식이 조금 있어서······.”
동생과 약초꾼으로 먹고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군.’
정작 아버지나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생활감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모종의 이유가 있는 것일 테지만.
‘어쩌면 3개월전에 마을로 들어왔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아르민은 그 이상 들어가진 않았다.
남의 가정사였고, 남의 이야기였다.
애당초 아르민이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그런 신파극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 여동생을 마물이 납치해갔다고 했었지?”
그 마물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물의 심장은 인간들과는 다르게 ‘마석(魔石)’ 이라는 물질로 되어있다.
‘아르민······. 내 기억에 따르면, 여기 마물들도 게이트 너머의 놈들과 그리 다를 게 없어.’
그렇다면 마물들을 해치운다면, 놈들의 마석을 이용해서 자신의 힘을 증강시킬 방법이 있을 터.
아르민이 꺼낸 말에 이멜다의 행동이 멈추었다.
그리고.
“······그건 무지렁이의 헛소리였습니다. 나으리.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돌아온 말은 그런 대답이었다.
****
볼일을 마치고 나오자 점심이 약간 지난 시간이 되었다.
“영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군.”
아르민은 방금 이멜다에게서 구입한 유리병을 흔들어 보았다.
안에서 바싹 마른 채로 바스락거리는 꽃잎.
다름 아닌 마력 시약의 재료로 곧잘 쓰이는 ‘물망초’였다.
“이게 있다니, 운이 좋았지.”
불행 중에 다행이라고 할까.
영약은 찾을 수 없었다지만, 이게 있다면 어느 정도 비슷한 효과는 낼 수 있을 터였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건.
“역시 뭔가 있는 거 같단 말이지.”
이멜다가 직전에 보여준 표정, 그건 분명한 ‘체념’이었다.
외지인이기에 몸에 새겨진 포기일까.
잠시 고민을 하던 아르민이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됐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방으로 돌아온 아르민은, 당장 책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마법사란, 최선의 방법이 실패하더라도 그 다음엔 차선, 그조차도 안 되면 제3의 방안을 짜내는 놈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 기어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자.
그게 바로 세상의 진리와 법칙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마법사란 족속들이었다.
지금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영약을 복용해서 직접적으로 체내의 마력을 늘리는 게 제일 베스트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이 있지.”
없으면 없는 대로 다른 길로 우회한다.
아르민은 그러기 위한 재료를 그러모아 여기에 이렇게 준비했다.
“우선은 단검하고 물망초를 빻아서 만든 시약, 그리고 깨끗한 천 정도면 되려나.”
마리나 몰래 필요한 도구들을 책상 위에 깔아놓은 아르민은 잠시 후 눈을 감았다.
‘먼저 체내의 감각을 활성화시킨다.’
집중한 순간.
세상 전부가 나 자신을 두고 멀어지는 듯한 감각이 전신을 지배한다.
마치 휘몰아치는 와류 속으로 나 자신을 던져 넣은 것처럼, 예민해진 감각으로 ‘마력’이라는 소용돌이가 물밀 듯 밀려온다.
그 와류(渦流)에 휘둘리지 말고.
아르민은 정신을 집중한 채로, 체내에 몇 가닥 되지 않는 마력신경을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뽑아내어, 천천히 피부 위로 감각을 동조시켰다.
“······좋았어.”
눈을 뜨자, 피부 위로 어렴풋이 마력을 띤 가느다란 실선 같은 것이 보였다.
이건 앞으로 행할 공정을 위해, 아르민이 일부러 띄워보인 ‘설계도’와 비슷한 무언가였다.
대강의 준비를 마치고는 아르민은 심호흡을 했다.
앞으로 할 작업은 지극히 섬세한 작업이다. 마음의 평정은 매우 중요했다.
그렇게 마음을 얼마나 다잡았을까.
이때다 싶은 순간.
푹.
“······음!”
아르민은 피부 위로 드러난 마력선을 향해 단검을 찔러 넣었다.
물론 자해 따위를 하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섬세한 손길을 따라 일정한 무늬를 그리듯 피부에 새겨지는 얇은 상처.
지금부터 아르민이 하려는 행동은 간단했다.
‘제4종 마법을 응용해, 외부에 마력신경을 덧그린다.’
즉 이 피부 위로 ‘문신’을 새길 생각이다.
< 제3장 – 외출 (2) (수정) > 끝
ⓒ 뫄뫄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