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73)
내 마법이 더 쎈데-73화(73/203)
< 제36장 – 3년 후 (1) >
의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이내 그 아래로 가라앉기를 반복한다.
문득 정신이 들 때라면 육체의 감각은 물론, 생각까지도 채 이어지지 못한 채, 드문드문 끊어졌다 연결되기를 계속한다.
–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 여기는 어디인가. 어째서 나는 여기에 있는가.
마치 어둠 속에서 코끼리의 몸을 더듬어가며, 전체상을 파악하려 부단히도 노력하던 장님처럼.
의식이 점멸하는 가운데 ‘나’는 줄곧 나 자신을 더듬어가고 있었다.
하나. 둘.
‘나’는 나라는 존재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내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무슨 일을 하려고 했는지.
어째서 이러한 나락 속에 떨어지고야 만 것인지.
그러던 중.
후웅.
처음으로 암흑에 파문이 생겼다.
홀연히 어둠의 중심에서 피어난 불꽃.
마력을 연료로 불태워, 의지를 먹고 자란 불꽃이 그렇게 핵을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화르륵!
불꽃의 중심에서 가장 먼저 싹을 틔운 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는 심장이었다.
두근.
심장이 고동친다.
두근두근.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심장에 고여 있는 뜨거운 열기가 줄기를 이루며 차츰 육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슴께의 양감을.
이어서 퍼져 나가는 마력의 혈류는 손을 이루고, 허벅지 아래로 내려가 발을 만들었다.
– 타올라라.
육체를 만드는 과정은 거침이 없었다.
마법을 배워오며 인간의 신체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이미 ‘나’는 그 설계도를 알고 있었으니까.
닦고, 문지르고, 조이고, 두드리고, 갈아내면서.
천천히, 느릿하지만 확실한 호흡으로 ‘나’는 착실하게 육체를 만들어나갔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마나의 혈류가 마침내 머리에 도달했다.
혈류가 모여들어 머리를 이루고, 뇌를 구성한 순간.
콰앙!
폭음과 함께 폭발적으로 의식이 확장되었다.
– 나는 누구인가.
‘아르민 일레인스······. 보다 오래 전에는 강재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 여기는 어디인가. 어째서 나는 여기에 있는가.
한 번 무너져 내리면서 자아를 잃어버렸지만, 이제야 명료해진 의식 속에서 ‘나’는 떠올렸다.
아르카디아와 벌였던 결전을.
그 후에 틴달로스의 계약이 가져온 후유증으로 자기 자신이 무너져 내렸던 것을.
그걸 다시 되찾기 위해, 자신이 어떤 방법을 택했는지까지.
‘······외법의 후유증으로 무너지는 육체와 영혼을 재구성하기 위해, 어나더 디멘션으로 영자이동을 실시했다.’
부에르와 엘리고스의 선례를 참고해, 즉석에서 아르민이 짜낸 해결책.
도박에 가까운 수였지만, 아르민은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보란 듯이.
‘성공해냈다.’
육체의 구성은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손발에서 감각이 살아나고, 멈춰 있던 호흡이 재개되려는 조짐이 보였다.
불현듯 아르민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치달았다.
– 내 목표는 무엇인가.
단지 자신을 자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떠오른 것이다.
‘나는······.’
그때였다.
쿠웅.
‘······음?’
갑작스럽게 육체 구성이 멈추었다.
****
잘 돌아가던 기계가 덜컥 원인 모를 이유로 멈춰선 것처럼.
아르민의 육체가 구성되는 과정이 정지했다.
-무엇이 잘못된 거지?
아르민이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있으려니.
저 멀리서.
콰아아아아!!
꺼림칙한 기운이 노도와도 같은 기세로 아르민에게 몰려들었다.
‘이건······.’
얼핏 마력과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 마나와는 궤들 달리하는 힘. 질척하고, 끈적하며, 태생적으로 혐오감을 피워내는 기운.
그건.
‘······마기(魔氣)다.’
그제야 아르민은 이 세계를 이루는 기운의 근원이 무엇인지 눈치 챌 수 있었다.
단순히 암흑천지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그 전부가 빛을 흡수하는 마기의 연못이었다.
이러한 장소에서 육체를 구성하는 까닭에, 긁어모은 마력만으로 부족해지자 ‘영자이동의 술식’이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마기까지 끌어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혼탁한 마기의 격류가 아르민의 육체에 쏟아진다.
꽈아앙!
‘크윽!’
아르민은 신음했다.
어떻게든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애당초 이 힘을 밀어냈다간
‘육체의 구성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결정을 해야만 했다.
이 마기를 어떻게 다뤄야만 하는지.
결심을 빨랐다.
‘어쩔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다면, 최소한 자신의 통제 아래에 두어야만 했다.
이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이용하라.
마법사의 기본 정신을 다시 떠올리며, 아르민은 마력신경을 끌어올렸다.
아직은 만드는 도중이지만, 그럼에도 아르민은 기운을 조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간섭했다.
꿀럭.
발치부터 차오르는 마기의 늪.
그러나 아르민은 그 늪에 먹힐 생각 따윈 없었다.
‘마기조차도 받아들여, 내 것으로 삼는다.’
꿀럭.
마기가 발치를 타고 육체로 들어온 순간, 육체에서 불타는 듯한 고통이 엄습한다.
신경 하나하나를 날카로운 칼로 후벼 파는 듯한 감각.
심장에서 피어난 마력의 불꽃이 점차 탁한 색으로 물들어간다.
모든 조짐이 좋지 않고, 모든 징조가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더라도.
‘후우.’
아르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고작 이런 상황에서 포기할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아르민에겐 앞서 떠올린 목표가 있었다.
– 내 목표는 무엇인가.
답은 간단했다.
‘돌아가야만 한다. 민세희가 있는 그곳으로.’
이미 약속했지 않은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나를 기다려주는 후배가 있는 그곳으로, 반드시 돌아가고야 말겠다고.
그렇게 아르민이 일념(一念)을 떠올린 찰나에 비로소.
꽈아앙!
마지막 폭발과 함께 어둠이 깨어지고는.
– 마스터의 자가 수복을 확인, 보호 프로그램을 종료합니다.
아스라이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세상이 밝아졌다.
.
.
.
“윽······.”
머리가 띵하다.
육체가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가까스로 눈꺼풀을 들어 바라본 천장은, 낯선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조심스레 올려다보며 부옇게 물든 정신을 다잡고 있는 사이.
불쑥 아르민의 시야로 들어온 존재가 있었다.
새빨간 머리카락에,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더불어, 파충류를 연상시키는 세로로 찢어진 동공으로 조용히 아르민을 내려다보는 그녀는 다름 아닌.
“무사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마스터.”
아르민의 종자.
드래곤 이스텔은 담담히 아르민의 귀환을 환영했다.
****
이스텔.
자기 곁에 있는 녀석을 보아도, 아르민은 놀라지 않았다.
‘드래곤도 그 육체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생명체였지.’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보다는 차라리 마왕에 가까운 종류가 아닐까 싶은 존재.
아마도 이스텔은.
“내가 영자이동을 실행할 때, 그 흐름에 같이 올라탔다는 건가?”
“마스터가 있는 곳이 곧 제가 있을 장소입니다.”
담담히 그리 말하는 이스텔의 태도에 아르민은 피식 웃으며 감탄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충성스러운 부하구만.’
뭐, 이런 상황에서 수족이 되어 움직일 이가 있다는 건 아르민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그나저나 우선은 현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아르민이 이스텔과 함께 있는 장소는 숲속에 마련된 오두막 비슷한 장소였다.
통짜로 베어낸 나무와 짚풀을 이용해 만든 모양새가 꽤 급조해서 만든 티가 났다.
이스텔이 알아서 마련한 장소인 것이겠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잠들어 있었지?”
아르민이 느끼기에도, 육체 구성에 제법 시간이 걸린 듯 했다.
최소 몇 주 이상은 흐르지 않았을까.
그런 짐작에 던진 질문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르민의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저희가 차원을 떠나온 시간을 기점으로, 지구 시간 기준 3년하고도 이틀, 11시간 34분이 흘렀습니다.”
“······3년?”
아니, 그보다 잠깐.
3년이라는 말도 놀랍긴 했지만.
“차원을 떠나왔다는 말은······.”
“예. 영자이동의 과정으로 인해, 마스터는 현재 지구가 있던 태양계 차원과는 별개의 차원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정말 이동해버렸단 말이지.”
그야 전혀 예상치 못한 건 아니었다.
당장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기 위한 술식을 사용했으니, 이동이 된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예상한 것과 직접 체감하는 건 다른 법.
“확실히······ 마력의 농도가 낮아.”
호흡 한 번에 아르민의 육체로 들어서는 마력이, 지구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적었다.
그 대신 주변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은, 인간의 육체 따윈 가볍게 오염시켜버리는 탁기였으니.
‘마기로 가득 찬 세계라는 건가.’
그야말로 마계라는 말이 어울리는 세상이었다.
좋다.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육체를 구성하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보고를 시작합니다.”
****
약 30분 정도.
아르민은 이스텔의 입을 통해 지난 3년간, 대략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있었다.
‘차원도약이 끝난 뒤, 외피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나는 내용물을 구성하느라. 도약지점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려 이곳은 마계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짐승들은 지구의 야생동물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위험한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애당초 게이트 너머에서 건너오던 몬스터들의 정체가 마계의 생물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 위험도는 더욱 비할 바가 안 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도 아르민을 보호하고 지킨 게 바로.
‘이스텔이었단 말이지.’
3년 간, 아르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이스텔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금자리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침입자를 격퇴하며, 아르민이 눈을 뜰 때까지 이곳에서 홀로 기동해온 모양이었다.
“고맙다.”
간단한 설명을 들은 아르민이 고마움을 표시하자.
“·········?”
이스텔은 고개를 기울이며 의아하다는 시선으로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마치 자기가 원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이런 면에서는 역시 그간 처벌자로 활동해온 드래곤이라고 느껴졌다.
어쨌거나 대강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는 마계다.’
어렴풋이 추측만 하던 그 단어가, 현실미를 띠고 다가온다.
게이트 너머의 세계.
즉 단순히 돌아가고 싶다고 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 세상이 수많은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건, 민세희에게 들어 이해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지구로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느냐인데.”
당장에 아르민이 여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건, 부에르를 통해 이곳 마계의 차원 주소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르민은 지구의 차원주소를 알지 못했다.
‘그건 애당초 인간이 아직 닿지 않은 영역의 마법 이론이었으니까.’
괜히 아르민이 부에르의 마법을 처음 보고 눈을 빛낸 게 아니다.
혹시나 싶어.
“지구로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스텔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을 실시······. 검색 값을 찾을 수 없습니다.”
모른다는 대답 뿐.
“후우.”
아르민은 숨을 골랐다.
3년이라는 시간.
생각보다도 복구에 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그거지만, 당장에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도 문제였다.
게다가 하나 더.
“······육체의 상태가 이상하군.”
간단히 살펴본 결과.
체내의 리미트는 사라졌다.
마력신경의 구성도 90% 이상이 구성된 상태고, 이대로라면 조만간 체내 신경 전부를 100%로 바꾸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보다 몸이 가뿐해진 건 사실이지만.
‘마기가 들어와 있다.’
하필이면 몸속 구석구석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마기의 존재가 거슬렸다.
원채 마력이 희박한 세계다보니, 구현하는 도중에 영자이동의 술식은 임의로 마기를 이용해 아르민의 육을 구축했다.
원래 마왕들에겐 당연한 일이었을 터다.
그들은 숨 쉬듯 마기를 사용하고, 마기로 이루어진 육을 가지고 있었을 테니까.
‘제거할 수도 없다.’
이미 신체 주요 부분 곳곳을 마기가 대신하고 있었다.
이걸 제거한다는 건, 살기 위해서 암세포가 퍼진 내장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일이다.
따악.
아르민이 가볍게 몸속을 훑으며 마력신경의 완성도를 체크해보았다.
‘전과 달라진 건 없어, 마법 구현 자체엔 문제없다.’
오히려 마력신경을 돌아다니는 마력의 세기와 흐름이 빨라진 것이, 대륙에 있을 때보다도 훨씬 발동이 수월해진 상태였다.
육체를 재구성하면서 정말로 자신은.
“리미트를 깨트렸다. 이거지.”
육체를 마력(그리고 마기)로 대체하면서, 오히려 마법 행사 능력만큼은 기존보다도 더 강해졌을지도 모른다.
잠시 육체를 점검하고, 확인을 끝마친 아르민은.
“뭐, 이정도면 됐나.”
깔끔하게 체내에 남은 마기에 대해 고민하기를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장 생각해서 결론이 나지 않는 일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오히려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번에는 내가 민세희를 찾아가야 해.’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꼬르륵.
그때 뱃속에서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배가 고파오는 것이 인간이란 생물이다.
그런데.
“이 세계에도 먹을 게 있긴 하려나?”
****
이스텔이 준비한 거적대기를 걸치고 밖으로 나오자.
울창한 산새와 장엄한 밀림이 아르민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출발부터 막막해지는 순간이었지만.
“여기서부터 직선거리로 약 50km쯤 나아간 곳에, 생명체의 반응이 다수 감지됩니다.”
말을 들어보니, 아마 이 세계에서도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들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꼼짝없이 야생만 존재하는 환경이면 어쩌나 했는데, 이러면 그나마 상황이 좀 낫군.’
목적지는 금방 정할 수 있었다.
당장에 필요한 건 정보, 그리고 식량이다.
마을에 가면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테니, 주저할 건 없었다.
“자, 그럼······.”
움직여볼까.
그리 생각한 찰나였다.
– 키에에에엑!
쿵쿵쿵쿵!!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기괴한 괴성과 함께 괴이한 기척이 느껴졌다.
뿐만이 아니다. 놈의 기척은 곧장, 아르민이 있는 방향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콰앙! 콰앙!
놈의 돌진을 이기지 못한 나무가 뿌리부터 뽑힌 채로 허공으로 치솟는다.
“적의를 가진 생명체를 감지. 배제······.”
이스텔이 움직이기 전에.
“잠깐 기다려.”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요격 태세를 정지합니다.”
이스텔을 만류한 채, 아르민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기왕 오랜만에 눈을 떴다.
더구나 마력신경까지 재구축했다보니, 시험해보고 싶은 게 있었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신체를 갖는 건 처음이야.’
그러니 그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콰아앙!
아름드리나무를 박살내며, 괴성의 주인공이 이 자리에 나타났다.
“이거 참······. 오랜만에 보네.”
날카로운 양팔의 대낫을 휘두르며,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내는 흉폭한 몬스터.
사마귀를 수천 배 확대한 듯한 생김새를 가진 놈의 이름은 브루탈 맨티스.
지구에 있을 적엔 B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괴물이다.
– 키에에엑!
오랜만에 발견한 먹이를 보고 환희에 떠는 것일까.
아르민과 마주한 놈은 한층 더 기세를 더한 포효를 토해내며, 아르민에게 달려들었다.
좋아, 놈이라면 마법 실험상대로는 딱 알맞았다.
서로의 거리 50여 미터.
아르민은 손가락을 겨누고.
– 키에에엑!
그 거리는 단숨에 30여 미터로 좁혀진다.
앞으로 겨우 두 걸음.
아르민은 브루탈 맨티스의 대낫이 닿는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후웅!
흉포한 기세로 놈이 대낫을 휘두르는 순간.
서로의 거리가 약 10여 미터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속성은 바람, 형태는 송곳, 특성은 폭발.’
실로 오랜만에 아르민은 자신이 즐겨 쓰던 마법.
공기팡을 발동했다.
“빵.”
그리고.
퍼어어억!
브루탈 맨티스가 사라졌다.
“음?”
아니, 정확히는 사라진 건, 놈의 상체뿐이었다.
달려있을 신체 부위를 잃은 팔 다리가, 제각각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르민을 스쳐 지나가며 바닥을 나뒹군다.
그 모습이 꼭 로봇에서 억지로 팔 다리를 떼어낸 것처럼 기괴하기만 했으니.
단순히 미간을 노려, 그 숨통을 끊을 생각이었던 아르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이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뭐 이리 쎄?”
어쩐 이유에서인지, 마법의 위력이 기존보다 훨씬 강력해져 있었다.
< 제36장 – 3년 후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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