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74)
내 마법이 더 쎈데-74화(74/203)
< 제36장 – 3년 후 (2) >
바닥에 흩어진 브루탈 맨티스의 잔해들을 내려다보며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위력이 뭔······.”
굉장하다는 말로 끝날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오히려 굉장하다기보다도.
‘······터무니없어.’
방금 펼친 마법은 3어절의 특성을 더해, 트리플 액션으로 구현한 공기팡.
사용한 마력은 마력신경의 약 1% 정도다.
대륙에 있을 때였다면, 1%로 발동한 공기팡의 위력은 브루탈 멘티스의 머리를 터트리는 정도로 끝났겠지.
하지만 상황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위력이 나왔는가.
답은 간단했다.
아르민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력신경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이건가.”
대륙에 있을 때는 지구에 있던 시절에 비해 절반. 지구에 있을 적에도, 육체는 물질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로 현실에 매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순수하게 마력의 농도만으로는 강재민이던 시절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그러니 출력이 증가하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강해졌다는 건 좋다. 익숙해지는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자신의 센스라면 힘을 다루는 방법쯤이야 금방 익숙해질 자신도 있다.
다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쿠웅!
‘윽, 이건······?’
육체 내부에서 울린 폭음.
아르민은 서둘러 체내를 관조했다.
전신이 고동친다. 아르민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했던 마력신경을 따라, 거무죽죽한 마기가 따라 올라오며 미쳐 날뛰는 게 느껴졌다.
마치 아르민의 의지에 저항하듯이.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듯이.
‘단순한 마법을 사용했을 뿐인데, 혼자 날뛰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내부를 찢고, 혈관마저 파열시킬 기세였다.
눈을 감고 명상에 집중한다.
메디테이션이라 이름 붙인 마법사 특유의 명상법을 통해, 아르민은 마기를 가두고 제어하고, 의지로 다스렸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후우.”
긴 한숨을 내뱉으며 아르민은 눈을 떴다.
가까스로 마기를 잠재우는데 성공한 것이다.
‘마법을 사용한 후, 리바운드로 마기가 멋대로 마력신경에 간섭하려고 들었다.’
아르민은 명상 도중 흐른 불쾌한 땀방울을 닦아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뭐든 쉽게 되진 않는다는 건가.’
체내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마기.
이건 역시 시한폭탄이 맞았다.
마력신경이 완전히 마력으로 대체되고, 그 질이 향상되어 마법의 출력자체가 올라갔다고 한들.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마기가 날뛰어서야, 말짱 도루묵일 뿐이야.’
공기팡 한 번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마력신경의 정도에 따라선, 아예 미쳐 날뛴 마기가 단번에 육체를 날려버릴 가능성도 제로가 아니다.
‘의식적으로 마기를 억누른 채로 마법을 사용한다면, 리바운드는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고 그럴 수도 없다.
신화급 마법에 이르러선 아예 지금 상태로는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리미트를 극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아르민의 눈앞에 등장한 장애물.
그것을 두고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거, 재미있구만.‘
아르민의 얼굴에 떠오른 건, 실망이나 좌절 따위로 얼룩진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한껏 기뻐하는 얼굴로 아르민은 생각했다.
‘그래, 이 정도쯤은 되어야 마기라고 할 수 있지.’
마력을 뛰어넘어, 처음으로 마기라는 형태의 힘을 직접 경험한 아르민이다.
만약 여기서 마기까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나 또한 흑마탄 같은, 마계의 마왕들이 쓰는 마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 뿐일까. 마계의 마법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온 수많은 마법의 분파가 존재하겠지.
단순히 지구의 마법으로 만족할 게 아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 조금이나마 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지금.
그 어떤 마법사가 이런 상황에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을쏘냐.
“좋았어.”
한 걸음 더.
아르민이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확인한 그때.
– 으아아아악!! 마족 살려!
먼 곳에서, 낯선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조심스럽게 마기를 자극하지 않도록 위장 마법을 펼친 뒤, 아르민이 도착한 곳에는.
‘게이트?’
쩍하고 입을 벌린 차원의 문틈이 보였다.
처음엔 설마 벌써 돌아갈 방법을 찾은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착각이었다.
건너편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마기의 기운은, 저 너머 또한 마계라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즉 마계와 연결된 또 다른 마계.
그렇다면 다음으로는.
‘게이트를 통해서 나온 자······. 목소리의 주인은 어디로 갔지?’
제2종 탐지마법을 통해, 그리 오래지 않아 아르민은 기척을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에서 200여 미터 정도가 떨어진 장소에서, 다수의 반응을 캐치한 것이다.
“이스텔, 간다.”
“예스, 마이 로드.”
타앙!
자리를 박차, 허공을 날아들어 발견한 장소.
거기에서는.
– 크르릉!
– 컹컹!
그림자로 만들어진 늑대 네 마리에게 쫓기는 청년이 보였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커다란 배낭을 놓지 못하고 다급하게 도망치는 꼴이나, 걸치고 있는 의류나 장비 따위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상인인가?’
그런 아르민의 추측에 답하듯, 늑대들에게 쫓기던 청년이 갑자기 고래고래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아냐! 이건 니네들 먹이가 아니라고! 팔아야할 상품이란 말이다! 멍청한 개새끼들아!”
다만 정답을 맞힌 뒤에도, 아르민은 그저 청년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마족이로군.’
푸른색 피부나 머리 양 끝에서 작게 나 있는 뿔.
뿐만 아니라, 전신에서 피어나는 마기는 놈이 그간 만나온 마족과 동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세계가 마계라고 짐작한 시점에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내버려둬도 상관없나. 싶은 게 본심이었지만.
하필이면.
‘놈이 게이트 너머에서 건너온 녀석이라는 게 신경 쓰이는 군.’
상인이라는 직업, 게이트 너머에서 찾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거기에서 추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어쩌면 놈은 게이트를 통해 이동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망설임은 짧았다.
의식해서 체내의 마기를 잠재우고자 노력하며, 아르민은 청년을 쫓는 그림자 늑대들을 향해.
‘속성은 불꽃, 형태는 구체, 특성은 폭발로······.’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허공에서 구현된 화염구가 일직선으로 늑대들을 향해 쏘아진다.
그것이 지면에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콰앙!
아르민의 예상보다도 커다란 폭발과 함께 일어난 화염이 단번에 그림자들을 지워버리고, 나아가 늑대와 그 뒤로 뻗은 밀림의 일부까지 불태워버렸다.
“으, 으아아악!?”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저만치 날아가는 마족의 뒤를 쫓으며.
‘으음, 역시 좀 더 출력조절을 할 필요가 있겠어.’
그리 중얼거리던 아르민은, 터벅터벅 청년 앞으로 다가갔다.
일단은 아르민이 구해준 꼴이다. 상대도 염치가 있다면, 그리고 상인이라는 직무에 충실하다면 그냥 넘어가지는 못할 터.
그리 다가온 아르민을 발견한 마족 청년은, 잠시 멍한 얼굴로 아직도 활활 불타고 있는 늑대 시체와 아르민을 번갈아보더니.
“우, 우와아아앗!”
난데없이 아르민이 예상치 못한 짓을 벌이기 시작했다.
사색이 된 얼굴로 비명 비슷한 목소리를 내던 청년은, 제자리에 넙죽 엎드리더니.
“미, 미, 미천한 하급 마족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으리!!”
그런 말을 지껄였다.
“응?”
이게 갑자기 뭔 소리래?
****
“제 이름은 볼프입니다요. 미력하나마 마계 영지를 돌아다니면서 장사치를 하고 있습죠.”
푸른 피부의 마족 청년은 자신을 마계의 상인이라고 소개했다.
영지와 영지를 오고가는 상인이란 말은.
“게이트를 넘나들면서 장사를 한다고?”
“예. 그렇습죠.”
볼프의 말에 따르면 마계란 파편화된 차원.
즉 물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은 시공간인 듯 했다. 그리고 마계 상인들은 차원 간의 게이트를 넘나들며.
각 영지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거래하는 자들이라며.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꽤 멋진 직업입죠!”
어디서 만난 영지의 아가씨가 예쁘다느니, 어떤 영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느니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한 볼프였다.
그 모양새가 대륙에 있는 여느 평범한 청년과 다르지 않은 것이, 아르민에겐 조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놈의 전신에서는 여전히 마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어째선지, 아르민은 마왕들에게서 느꼈던 적의가, 볼프에게는 일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냥 약한 놈이라서 그런가?’
하여간 차원 간을 넘나든다는 이야기는 구미가 당기는 말이었다.
혹시나 싶어 아르민은.
“지구를 알고 있나?”
그리 질문을 던졌지만.
“지구? 그게 뭐랍니까? 신종 마계 차원입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을 보아하니, 역시나 마계상인이라고 해도 그것까지 알지는 못한 모양이다.
“다만 이곳 영지는······. 원래 찾아올 생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요. 놈들에게 쫓기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도약해왔더랬죠. 그러다가 위험에 처한 바로 그 순간! 나으리가 딱! 나타나셔서 구해줬다. 이 말입니다요.”
사람 좋은 얼굴로 떠드는 볼프에게 아르민이 물었다.
“나리라니, 내가? 너한테?”
“그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나리가 방금 보여주신 마법. 중급 마족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지 않았습니까?”
특히나 볼프는 아르민 옆에 서 있는 이스텔을 가리키며 말하길.
“그 옆에 있는 건 마력생명체······. 호문쿨루스 같은 거 아입니까? 이야~ 이 정도로 정교한 건 데카라비아의 영지에서 본 게 전부란 말입죠.”
이스텔은 그 말을 듣곤, 어찌 반응해야할지 묻는 듯 아르민을 바라보았지만.
왜 날 보냐. 싶던 아르민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데카라비아라면, 72좌의 마왕 중에서 69위에 있던 놈이군.’
아무래도 볼프는 아르민을 호문쿨루스를 이끌고 다니는 최소 중급 마족 이상의 연금술사 정도로 착각해버린 듯 했다.
‘아마도 내 육체에 마기가 섞여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이런 데서 묘하게 도움이 되다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하던가.
하여간 마계란 아무래도 철저한 계급제로 이루어진 사회인 모양이었다.
볼프는 군림하는 72좌의 마왕 아래로 가지고 있는 힘의 총량에 따라 상급, 중급, 하급 마족으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존재한다하였다.
윗 계급의 명령과 존재는 절대적이며, 때문에 하급 마족을 그 이상 계급의 마족이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저 같은 한낱 하급 마족 장사치 따위를 구해주시다니, 이거,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때문에 볼프는 멋대로 은혜를 느끼고는 저런 상태였다.
여기서는 쓸데없는 의심을 주지 않도록, 아르민은 흐름에 올라타기로 결심했다.
“돈 같은 건 됐고, 잠깐 마을까지 말동무나 되어줬으면 좋겠는데. 아, 괜찮다면 오늘 하루 정도는 식사나 숙소를 대접해주는 것도 좋고.”
“네? 그거라면 제 전문입죠!”
얼마를 드려야 할지···하고 연신 걱정하는 낌새를 보이던 볼프지만, 아르민이 저런 말을 꺼내자.
당장 화색을 띤 얼굴로 청년은 기꺼워했다.
자기보다 윗선에 있는 마족이 혹시라도 터무니없는 액수를 요구하면 어쩔까 전전긍긍하던 게 사라졌다. 이거다.
‘마계의 화폐도 좋지만, 당장 필요한 건 정보다.’
상인이라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테니, 아르민은 그걸 이용하고자 했다.
“자, 가시죠!”
그렇게 아르민은 볼프의 뒤를 따라, 원래 목적지였던 마을로 향했다.
****
“그런데 나으리는 어째서 이곳을 찾은 겁니까?”
마을로 향하는 동안에도, 볼프의 입은 쉴 새가 없었다.
상인다운 처세술이라고 해야 할지,
섣부른 말을 꺼내, 자기 정체를 드러내기보다, 아르민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최근 이곳 분위기가 영 이상하더란 말이죠.”
여기 분위기가 이상하거나 말거나, 이제 눈 뜬지 2시간도 안된 아르민이 알게 뭐란 말인가.
“그렇게나 강한 마력을 지니고 계신데······. 설마 영지군에 입대하시려는 생각이십니까?”
영지군이라니, 처음 듣는 소리였다.
“에이~ 망해가는 영지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부르더라도, 들어가는 건 아닙죠. 최근 세력만 늘리려고 발버둥 치던데, 솔직히 신임 영주가 믿음이 안 가더란 말이죠. 제가 보기엔 다 헛짓입니다요.”
볼프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진의.
그것을 파악하고자 아르민이 지그시 바라보자.
볼프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바, 방금 건 실언이었습니다요! 나리가 입대하시려는데, 제가 무슨 나쁜 말을 하려구요!”
아하하. 웃으며 얼버무리는 청년은, 아무래도 아르민이 화를 낸다고 착각한 모양이었다.
‘뭔지는 몰라도, 내가 떨어진 마계의 영지 상태가 이상하다는 소리로군.’
그런 자투리 정보들을 하나 둘, 머릿속에 입력하는 사이.
마침내 아르민과 이스텔, 그리고 볼프의 걸음은 마을 문턱에 닿을 수 있었다.
그곳은 별세계였다.
거대하고 웅장한 칠흑의 성 아래로 뻗은 커다란 마을.
비록 도로는 진창이 되어 질척거리고, 풍기는 냄새 또한 매캐한 악취가 섞여 있었지만.
그 위를 오고가는 마족들의 생김새가 유별났다.
도마뱀처럼 생긴, 리자드맨 같은 놈이 보이는가 하면, 고양이 같은 얼굴로 상인에게 물건 값을 따지는 녀석이 보였다.
그 옆으로는 이족보행을 하는 쥐의 형태로, 허리춤에 검을 찬 놈이 있기도 하고.
아예 그림자처럼 넘실거리는 형태로 느릿느릿 대로를 걷는 놈 또한 있다.
‘여기가 마족의 마을이란 말이지.’
확실히 일반적인 마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단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아르민이 느낀 위화감을, 볼프가 정확히 짚어주었다.
“보다시피 다들 가난해보이잖습니까. 군주가 죽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다들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습죠.”
확실히 볼프의 말대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마족들은 대부분이 궁핍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뿐이랴. 시장에 나와 있는 물건의 질이나 상태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무엇보다 숫자도 부족해 보였다.
‘다들 걸음걸이나, 표정에서 여유가 없군.’
전형적인 극빈촌의 마을 풍경.
마족조차도 부유한 자로 빈곤한 자로 나뉘어 살아가는 건가. 하고 아르민은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볼프, 군주가 죽었다는 건······.”
무슨 이야기인가 하고, 아르민이 물어보기도 전에 갑작스럽게 쩌렁쩌렁 울리는 소음이 있었다.
두웅!
– 아아, 들리는가. 신민들이여. 모두 멈추어라.
어디선가 시작된 방송.
들려온 목소리에 부산스럽게 움직이던 마족들이 몸을 멈추고, 방송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아르민이 보기엔 지극히 위화감이 넘치는 풍경이었지만, 여기에선 일상적인 모습인 듯. 그것에 누구하나 토를 다는 자가 없었다.
그렇게 방송은 다음 말을 토해냈다.
–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다. 너희가 여기서 이렇게 안전히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우리의 영원한 군주. 부에르님의 은혜 덕분이다.
그러니.
– 지금부터 그 분을 기리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찬양하라. 우리의 군주를. 부에르님 만세!
[[[부에르님 만세!]]]쩌렁쩌렁 울리는 환성과 함께 거리 주변으로 흐르는 이해할 수 없는 열기.
아르민은 그 풍경을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부에르······라고?”
갑자기 그 새끼 이름이 여기서 왜 튀어나와?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감히 이 신성한 시간에 부에르 님의 존함을 함부로 꺼내든 발칙한 놈이 누구냐!”
콰앙!
거리에 놓여있던 나무상자를 박살내며, 언월도와 비슷한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으로 등장한 놈이 있었다.
상체는 머리를 전부 보호하는 검은색 투구와 칠흑의 갑옷을 걸치고, 하체로는 서러브레드를 연상시키는 단단한 말의 형태를 갖춘 자.
따각따각.
켄타우로스라는 이름이 딱 알맞은 놈은, 흉흉한 눈빛을 빛내며 아르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 히, 히익! 부, 부에르의 친위대!
– 도, 도망쳐!
– 어떤 병신 새끼가 저지른 거야?!
마치 거미새끼들이 흩어지듯이, 마족들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사이.
“어이, 네놈. 정체를 밝혀라.”
처억.
아르민보다 배는 커다란 덩치로, 앞에 선 켄타우로스는 가감 없이 언월도를 아르민에게 겨누었다.
“나, 나으리······.”
악! X됐다! 라는 표정이 한가득 서린 얼굴로, 연신 부들부들 떨며 아르민을 바라보는 볼프.
왜 함부로 입을 열었냐고 타박하는 듯한 그 눈빛에, 아르민은 기가 찼다.
상황이 웃겼다.
부에르를 신성시하는 분위기야 그렇다 치고, 그 이름 하나 말했다고 지랄하는 새끼까지 나타났다.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기 위해, 한 걸음 물러나서 상황을 수습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내가 왜?’
이런 것까지 참아줄 아르민이 아니었다.
내 목에 칼을 겨눈 새끼가 있다.
그렇다면.
“일단 넌 좆 됐다고 세 번 복창해라.”
“뭐······?”
켄타우로스의 표정이 일그러지건 말건, 아르민의 오른손이 리드미컬한 흐름으로 흔들렸다.
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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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6장 – 3년 후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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