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76)
내 마법이 더 쎈데-76화(76/203)
< 제37장 – 부에르의 후계자 (2) >
아직 아르민이 친위대를 따라 크로셀을 만나기 전.
우선 아르민은 놈에 대한 정보를 얻어두고자 했다.
앞으로 내가 가려는 곳이 범의 아가리인지, 뱀의 주둥아리인지 정도는 확인해두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정보를 얻는데 딱히 큰 품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정보원이라면 바로 옆에 있었으니까.
“야, 혹시 크로셀에 대해 뭣 좀 알고 있냐?”
“예······?”
친위대와 갈등을 일으킨 아르민에게 붙잡힌 것이 그리도 억울했던 것일까.
울상을 지은 얼굴로 연신 “마왕이랑 엮이면······. 다음 장사를 하러 갈 순 있을까······.” 하고 푸념을 하던 볼프는 깜짝 놀란 기색으로 답했다.
“일단 너도 상인이잖아? 여기 영지 일도 적당히 알고 있겠다. 혹시 크로셀하고 거래했던 적 있는 거 아니냐. 이 말이지.”
상인이란 자고로 어떤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게 눈을 크게 뜨고, 오고가는 작은 귓속말에서 천금 같은 기회를 얻고자 귀를 연 자가 아니던가.
그러니 녀석이라면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하여 던진 질문에, 볼프는 슬며시 머뭇거리듯 입을 뗐다.
“물론 저 같은 장사꾼이라면, 썩어도 준치라고 다른 마족들보다야 아는 게 많긴 합니다만. 마왕이라는 게······. 원래는 보통 다들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구름 위의 존재들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해봤자, 아르민은 그놈의 평생 동안 벌써 마왕을 셋이나 만난 몸이었다.
하여간 볼프는 말했다.
“제가 상행을 다니긴 합니다만, 만날 수 있는 건 같은 상인 마족들 정도입니다요.”
하급 마족이나, 해봤자 부유한 중급 마족 정도.
상급 마족쯤 되면, 이미 전투력만으로도 영지군에 소속된, 최소 전사장 이상의 마족들일 될 터라, 아예 만나볼 일도 없고.
그게 마왕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마왕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건, 제3대 마왕 휘하 세력에서 덩치를 불린 대상단(大商團) 정도입니다요. 나으리.”
‘제3대 마왕 세력이라······.’
마왕의 좌는 72개나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제3대 마왕들.
제1위의 바알.
제2위의 아가레스.
제3위의 바싸고.
그들이 가진 세력과 영향력은 마계 전 차원에 이름을 떨칠 정도인지라.
그들 앞에서 마왕의 좌를 가진 하위 순위의 마왕들은, 총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했다.
첫째. 순순히 3대 마왕의 휘하로 들어가, 그들의 군단에 소속된 경우.
둘째. 그들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여, 자기만의 영지에서 나오지 않는 부류.
그리고 마지막 셋째가 그 어떤 세력에도 소속되지 않고, 영지조차 없이 나 홀로 살아가는 자유 마왕이라고, 볼프는 말했다.
그 중에서도.
“자유 마왕들은 솔직히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습죠.”
때문에 볼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아무래도.
‘생각보다도 마왕의 좌를 가진 자와 아닌 놈들은 격차가 더 큰 모양이군.’
하긴 대기업의 회장들만 해도 그런 법이다.
거대한 세력을 움직일 정도가 되면, 자기가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는 대리인을 사용한다는 소리겠지.
“죄송한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크로셀 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 해봤자. 부에르 님과 똑같이 바싸고 군단에 소속된 마왕이라는 것 정도지, 얼굴도 모릅니다요.”
부에르와 같은 바싸고 군단의 소속.
‘그 정도 인연이 있으니 부에르가 사라진 뒤에 대리인을 자처하고 나선 셈인가.’
어쩌면 그 과정에는 바싸고의 의지가 개입되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어쨌거나, 볼프와의 대화 속에서 아르민은 꽤 입맛에 맞는 정보를 얻었다.
‘어지간하면 다른 마왕들의 얼굴조차 접하기 어려운 것이 이 바닥이란 말은······.’
한 가지 생각을 떠올린 아르민은 한 번 더 볼프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벨레드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거 있냐?”
“······네?”
.
.
.
.
그렇게 다시 시점은 현재로 돌아와.
“부에르와 나는·········. 둘도 없는 친우였다.”
식당 안으로는 삽시간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등장한, 자신을 친우라고 주장하는 남자.
당연히 크로셀로선 가만히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친우, 라는 말씀은······?”
“말 그대로야. 부에르와 나는 서로의 실력을 인정하면서 절차탁마하던 죽마고우였다.”
물론 개소리였다.
“녀석이 남자로서 보여주던 기개에, 나는 감탄했다. 이 녀석이야말로 나의 둘도 없는 맹우라고 생각했지.”
기개는 무슨.
부에르는 위험에 처한 순간, 냅다 도망치려고 했던 졸렬한 놈이었다.
아르민은 그 뒤를 족쳐 죽여 버렸을 뿐이다.
그럼에도 아르민은 쉼 없이 거짓말을 자아냈다.
“대, 대체 귀인은······ 어떻게 되십니까?”
꿀꺽 침을 삼킨 크로셀은 주저하는 듯한 말투로, 그리 질문을 던져왔다.
‘그러고 보면 아르민이 된 뒤부터는, 늘 이런 질문을 받는 것 같군.’
정체를 묻는 질문.
이제까지라면 당연히도 아르민 일레인스라는, 마법사로서의 정체성을 밝혀왔을지 모르겠다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자신이 뒤집어쓸 감투는 부에르의 친우이자, 이곳에서 활동하기 위한 거짓 신분.
“제13위의 마왕. 벨레드다.”
여기에 오기 전, 볼프는 말했다.
– 벨레드······ 말입니까? 자유 마왕이라고는 들었습죠. 하지만 아마···. 얼굴이나,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겝니다. 그래도 어디서 객사할 마왕은 아닐 테니,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겠슴까?
아마도 이어진 대륙이 아니라, 각 영지가 차원 단위로 격리되어있기 때문에 발생한 공백.
어쩔 수 없는 정보의 부재.
그걸 이용해서 아르민은 자신을 꾸미고자 결심했다.
자신이 죽여 버린 마왕의 친우를 자칭하기 위해, 또한 자신이 황궁에서 육도로 보내버린 마왕의 이름을 사칭하자고.
그리고 그 여파는.
“무, 무례를 용서해주십쇼! 나으리!”
곁에서 같이 밥을 먹던 볼프가 바닥에 고개를 처박는다.
여기 오기 전, 아르민에게 답했던 말이 얼마나 무례한 말이었는지 깨달은 것이리라.
그러거나 말거나.
“·········.”
말없이 눈동자가 흔들리는 크로셀.
얼마 떨어진 곳에서, 턱이 빠진 듯 입을 헤 벌리고 있는 켄타우로스 우르켈이나. 살짝 놀란 얼굴로 아르민을 바라보는 하피 여성 유겐까지.
‘이거, 생각보다 약발이 먹히는데?’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
아르민의 목적은 간단하다.
부에르의 영지에 남겨져 있을 유산.
‘지구로 향하는 차원주소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건.
‘부에르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놈의 [아가씨]라는 존재겠지.’
다만 앞서 듣기로, 그 아가씨는 크로셀의 손에 의해 어디 별장에 유배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그럼 일단 그걸 꺼내올 필요가 있었다.
‘마왕 사칭이라니, 판이 꽤 커져버렸구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 둘 아르민이 아니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하건, 사기를 치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물론 아르민이 꺼내든 말은 전부 거짓이다.
하지만 동시에 증명할 길이 없는 거짓말이다.
그야 당연하다.
친우라던 부에르는 죽었다.
자신이 사칭하는 벨레드라는 이름의 원래 주인도 죽었다.
그걸 죽여 버린 게 아르민이다.
증명할 길이 없는 거짓말은, 결국 진실이나 다름없는 법이다.
‘뭐, 이 세상 어딘가에는 진짜 진실을 알고 있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거야 아르민이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물론 크로셀이 전적으로 믿어주리라 착각할 만큼, 아르민이 순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증명할 길이 없는 이상, 부정할 수도 없을 테지.’
게다가 이 계획의 기반에는 ‘상식’이 존재했다.
설마 지나가던 놈이 감히 마왕의 이름과 친우를 사칭하겠느냐고.
상식이 있는 마족이라면, 누구나 그리 생각할 테지.
크로셀은 입을 다물었다.
꼴을 보아하니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중일까.
여기서 논리적 허점을 발견한다거나, 다른 방법을 떠올린다면 귀찮아지는 건 아르민이었다.
‘여기선 내가 먼저 공세를 취한다.’
“오랜만에 친우를 만나러 왔건만. 놈의 딸은 없고, 생전 처음 보는 놈이 영지를 다스리고 있다니. 내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겠더라고.”
“그, 그게 말입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로회의 결정으로······.”
크로셀은 진땀을 빼며 변명을 시작했다.
자신이 영지를 다스리게 된 건, 어디까지나 부에르 영지 원로회의 결정이고, 자신의 의사와는 무관하다는 것.
“특히 부에르 님의 영지는 10위의 영지. 공백으로 내버려뒀다간, 타 마왕들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는 바싸고 님의 판단으로 제가 솔선해서 맡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말아달라며, 자신의 순수함을 주장하는 크로셀이었다.
단순히 영지를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라 내린 조치.
실제로 무려 3위의 마왕이 뒤를 봐주는 이상, 그간 영지에 침공을 꿈꾸던 여타 마왕들이 꿈을 접었을지도 모를 노릇이지만.
그게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어차피 아르민으로선 알바가 아니었다.
“다른 마왕들이 넘보지 않도록 대리로 영지를 다스린다는 거면, 49위인 그쪽보단 내가 더 부에르의 딸 대리인으로서 어울린다는 말인가?”
아르민이 슬쩍 내비친 그 말에, 크로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서열과 계급을 중시하는 게 마족 사회라면.
실제로 13위의 벨레드와 49위권의 크로셀에겐 까마득한 격차가 있을 터.
‘문제는 여기서 바싸고를 걸고넘어진다면, 조금 골치가 아파진다는 건데.’
어차피 그조차도 부에르의 딸에게 정통성이 있으니, 자신이 직접 후견인이 되겠다고 말하면 논파할 수 있는 문제다.
자, 여기까지 온 시점에서.
‘어떻게 나올 셈이냐.’
아르민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크로셀은 슬쩍 목 언저리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이렇게 입을 열었다.
“우, 우선은 먼 길을 오셨는데. 오늘 하루는 푹 쉬다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일까지 비에르 영애를 불러들일 터이니, 직접 만나보시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만.”
비에르.
그것이 부에르의 딸의 이름인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이놈 봐라?’
이 와중에도 크로셀의 눈빛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넘기는 게 우선이라는 듯,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 훤히 보였다.
뭐, 이번에는 아르민도 그 속셈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아르민의 입장에서도.
‘먼저 놈의 딸을 만나보는 편이 좋겠지.’
서로의 꿍꿍이만이 가득한 채로, 불편한 식사시간은 끝이 났다.
****
콰앙!
식사가 끝나고 찾아든 야심한 밤.
크로셀은 책상을 내리치더니, 씩씩거리며 분노를 표했다.
“갑자기 벨레드라니······! 대체 놈은 어디서 나타난 거냔 말이다!”
벨레드.
이름은 알고 있다.
홀로 방랑하는 자유 마왕으로, 13위라는 상위권의 서열을 지니고 있음에도 영지를 만들거나 세력을 만드는 대신.
오히려 다른 차원에 관심이 많았던 자.
‘최근에는 갑자기 사라져서, 차원쟁탈전에 참가한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거늘!’
그런 놈이 갑자기 등장했다.
그것도 부에르의 친우라는 웃기지도 않는 타이틀을 주장하면서.
물론 크로셀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부에르에게 친구라고? 놈은 바싸고 님도 주의하라고 일렀던 독불장군이다!’
부에르가 차원쟁탈전을 일으키며, 영지를 비우게 된 것.
그것은 부에르 영지에서 부족한 자원을 보충하러 가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걸고 치러진 일이었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부에르는 그저 피의 축제를 벌이고 싶어, 변방의 차원을 침략하러 간 것뿐이라는 것을.
‘그런데 기개가 어쩌고, 맹우가 어쩌고? 웃기지도 않는 군.’
독불장군과 그간 어디서 객사했는지도 모를 탕아가 친우였다니.
지나가던 헬하운드가 웃을 소리다.
어차피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을 터.
때문에 크로셀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일단 이 사실을······ 바싸고 님께 알릴 수는 없다.’
내 손으로 해결 못하겠다며 주군을 찾아가봤자, 돌아오는 건 손가락질과 멸시다.
자신이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자기 입으로 떠들 수는 없었다.
애당초 자신이 그토록 바싸고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수도 없이 전령을 보내어 직접 부에르의 영지 대리인으로 보내달라고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부에르의 유산을······. 이대로 포기할 성 싶으냐······.”
부에르에게는 수많은 마물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다는 말이 있었다.
홀로 군대를 이끌고, 군세를 이끌어 차원을 쓸어버리는 일인군단(一人軍團)으로서의 힘.
그게 있었기에 비로소 부에르는 그 어떤 마왕보다 먼저 차원쟁탈전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100년 간, 크로셀은 그러한 부에르의 유산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그리고 3년 전, 갑자기 발견된 ‘단서’를 이용해 이제 막 유산을 찾아가던 시점이거늘.
“······이대로 빼앗길 성 싶으냐······.”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 없다면, 결국 일을 해결해야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잠시 호흡을 고른 크로셀은 입을 열었다.
“놈에 대해 좀 더 많은 정보를 모아와라.”
– 존명.
대답이 돌아온 뒤, 문 바깥에 있던 기척이 사라졌다.
자신이 일부러 이곳에 데려온 수족들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벨레드. 네놈의 정체를 까발려주마.”
크로셀은 이를 갈았다.
****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켄타우로스 우르켈은 요전번에 아르민에게 저지른 무례를 사과드린다면서.
“비록 사죄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뉘우치는 마음으로 연병장을 돌다 오겠습니다! 우오오오!”
연병장을 1000바퀴 돌고 오겠다며, 냉큼 달려가버렸다.
어째 몸만 쓸 줄 아는 바보 같다고 생각했건만,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행동하는 놈이었다.
그렇게 아르민은 하피인 유겐의 안내를 따라, 마련된 숙소에 도착했다.
안내를 마친 유겐이 떠나기 전.
“······부디, 아가씨와 이 영지를 부탁드립니다.”
불현 듯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그런 말을 꺼내들었다.
굳이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라면.
“크로셀하고 관계가 많이 안 좋나 보지?”
“······원로회는 바싸고 님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늙은 그들로서는 영지 자체를 잃는 게 무서우니까요.”
다만···이라고 말을 줄인 유겐은, 심유한 눈빛으로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저는 영지보다는······. 남겨진 아가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영지란 것은, 때가 있으면 쇠하고 성하는 곳일 터.
중요한 건 살아있는 것.
“그간 고생해온 비에르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저는 크로셀 따위에게 이 영지를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방장군의 후예인 우르켈과 서방장군의 후예인 자신을 제외하고.
북방장군과 남방장군은 크로셀의 수족으로 채워져 있다고 유겐은 말했다.
“저는 줄곧 저희만이 비에르 아가씨를 지켜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당신이 나타나주신 겁니다.”
서열 13위의 마왕.
아버지의 맹우라던 자.
그가 가진 힘이라면, 특히 우르켈을 갖고 놀던 그 힘이라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유겐은 고개를 숙였다.
“뭐, 노력해보지.”
“감사합니다.”
****
다음날.
별장에서 그놈의 아가씨가 돌아왔다는 연락이 닿았다.
‘여기가 1차 관문이군.’
크로셀이야 외부인에 불과하다.
영지에 온지 고작 100년 밖에 안 된 인물.
심지어 녀석은 부에르와 만나본 적도 없다.
하지만 딸은 어떨까?
자기 아버지의 맹우라는 자가 갑자기 나타났지만, 만약 그녀가 아르민을 보고 누구냐고 묻는다면.
‘입장이 곤란해지는 건 내 쪽이다.’
그걸 어떻게 구슬리면 좋을까. 방법을 고민하는 그때.
정갈한 인상을 주는 마차가 미끄러지듯, 부에르의 성에 당도했다.
덜컹.
문이 열리고, 거기서 내리는 건 아리따운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부에르와 같은 새까만 흑발에,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진 것이.
확실히 인간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진 마족이었다.
인간의 나이로는 고작 해봐야 17~18세 정도 되어보일까 싶지만.
저 외모조차도, 이 세계에선 수백년을 먹은 마족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서오시지요. 비에르 영애.”
“······네, 오랜만이에요. 크로셀 님.”
오고 가는 인사.
하지만 말하고는 다르게 정다운 감정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서로가 껄끄럽다는 소리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이쪽이, 말씀드렸던 부에르 님의 친우······. 벨레드 님이십니다.”
크로셀이 아르민을 가리키자, 비에르의 시선이 아르민에게 꽂힌다.
슬며시 떨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숙인 그녀는.
“마, 만나서 반갑습니다······. 비에르···라고 하옵니다.”
“벨레드다.”
잠시 오가는 침묵.
이것만으로는 너무 심심하다.
잠시 고민한 아르민은, 한 마디 더 보태기로 했다.
“그나저나 부에르에게 늘 들었다. 자기 영지엔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고.”
뭐, 놈도 아버지라면 그런 말 한 두 마디 정도는 했겠지. 싶었던 생각에 내뱉은 말이지만.
“아버지는, 평소······. 그런 말씀은 전혀······.”
‘아, 그런 말 안했나.’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며 혹시 자기가 실수를 했나. 싶었지만.
직후에.
“저보고 너무 약해빠졌다는 말씀만······. 하셨는데······. 전장에서는 저 모르게 그런 말을······. 흑.”
갑작스레 눈물을 터트리는 비에르의 모습은, 전형적인 아버지가 자기가 알지 못한 곳에서 보여준 의외의 일면에 감격한 딸의 모습이었다.
본의 아니게 아르민의 말이 부에르의 주가를 올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이내 격정을 참지 못한 건지.
“흐윽! 아버지···!”
비에르는 아르민의 품에 안겼다.
엉엉 울면서,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짖는 그녀를 토닥여주면서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뭐, 잘 됐으면 된 거지.’
일단 첫 번째 퀘스트는 무사 클리어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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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7장 – 부에르의 후계자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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