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8)
내 마법이 더 쎈데-8화(8/203)
< 제4장 – 마법 단련 (1) : 더블 액션 >
제4종 마법 : 원시(元始)마법이란.
체계적인 현대 이론 속에 태어난 건 아니지만, 예로부터 효과가 있다며 사람들이 믿어온 ‘오컬트’ 전반을 가리킨다.
짚 인형을 대못으로 찔러 저주하는 주술.
마녀들이 거대한 가마솥을 휘저으며 사용했다는 위치크래프트(Witchcraft) 등등.
기존에는 단순히 미신이라 치부되고, 금기의 대상으로만 취급되던 것이 오컬트이지만.
게이트가 열리고, 폭발적으로 마법사가 증가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조금씩 오컬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원시 마법들 또한 충분한 효과를 지닌 ‘마법’이라는 것이 나중에서야 밝혀졌다.
세계마법사협회는 뒤늦게나마 부랴부랴 원시 마법들을 현대 마법의 한 갈래로 받아들였으니.
인류 역사 속에서 오랜 기간 존재해온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제3종 종교 마법보다도 뒷번호로 불리는 것도 다 그 때문이었다.
하여간 문신 또한 그러한 ‘오컬트’의 일종이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자기 신체에 특별한 무늬를 새기면, 그대로 특별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바다를 여행하는 선원들이 항해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새긴 ‘올드 스쿨’이나.
신께서 자신에게 용기를 주리란 믿음에 탕아타 훼누아(Tangata whenua) 부족이 새겨온 문신이 바로 그러한 것처럼.
‘특정한 방식을 통해 새겨 넣은 문양은, 그것만으로도 마법으로서 작동하기 마련이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그 구조는 마법진과도 비슷하여.
요컨대 문신을 새긴다는 건, 곧 피부에 마법진을 새기는 것과도 마찬가지란 소리였다.
“음·······.”
날카로운 통증이 피부 위를 달린다.
세심한 행동으로 피부에 상처를 내면서, 아르민은 조심스럽게 마력 시약을 흘려보냈다.
체내에 직접적으로 마력신경을 구성하는 것보다야 효율은 떨어질 테지만.
이렇게 외부에 문신을 새긴다면, 부족한 마력신경을 다소나마 보충할 수 있을 터.
현재 아르민의 육체에 만들어진 마력신경은 몸 전체를 100으로 따졌을 때. 약 0.8퍼센트 가량.
거기에 더해 이렇게 문신을 새긴다면.
‘대략 마력신경을 2% 구성한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겠군.’
수치적으로는 보잘 것 없을지 모르지만.
마법사들에게 있어 숫자 단위가 바뀐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천지차이라 할 수 있었다.
‘당장에 마법에 부여할 수 있는 특성의 개수 자체가 달라질 테니까.’
간단히 말해 마력신경이 늘어날수록 발동할 수 있는 마법의 종류나 속성의 다양함이 늘어난다는 소리다.
더욱 강한 고위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아르민은 부지런히 피부 위로 문신을 그려나갔다.
****
문신 작업이 끝나고, 아르민은 저택 근처에 있는 숲을 찾았다.
일레인스 영지 뒤편으로 시원스레 솟은 베른산.
그 아래로는 제법 울창한 숲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길 베른숲이라 부른다고 했었지.”
베른숲은 일레인스 영지 사람들의 생활을 책임지는, 말하자면 생활의 보고였다.
과일이나 버섯, 짐승고기처럼 마을 사람들이 먹는 식료품 대부분이 이곳에서 난 것들이었고.
그밖에도 장작을 패거나, 약초를 찾는 것도 전부 이 숲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전부 마물이 출몰하지 않는 조용한 숲인 덕분에 가능한 일이겠으나.
‘그래도 가끔 한두 마리 고블린이 숲에 나타날 때마다 큰 소동이 났던 거 같은데.’
아르민이 기억하길 확실히 2~3년에 한번 씩, 일레인스 저택이 소란스러워질 정도로 마물 소동이 벌어지고는 했었다.
당시엔 무리에서 낙오된 몬스터가 베른산을 넘어온 것이라면서, 마을 자경단과 카일이 직접 움직이곤 했더랬다.
하여간 그런 점만 빼면 평화롭기 짝이 없는 이 베른숲을 아르민이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문신을 새겼으면 당연히 시험을 해봐야지.”
아르민은 방금까지 칼을 댔던 피부를 매만졌다.
약간 뻣뻣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문신을 새겼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 상태.
일부러 피부 위에 흘려 넣은 마력 시약을 투명한 색으로 물들인 까닭이다.
‘문신을 그린 걸 들켰다간 귀찮아질 테니까.’
지구에서도 문신이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격하게 나뉘는 취미지 않던가.
문화권에 따라선 문신이란 노예의 증표로 취급되는 나라가 있을 정도다.
때문에 이 세상에서 문신 새긴 사람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르민은 자기 몸으로 직접 체험할 생각 따윈 없었다.
“이쯤에서 해볼까.”
한쪽으로는 마른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고, 다른 한쪽으로는 얕은 개울이 흐르는 장소.
그곳을 터로 잡고 간단히 준비를 마친 아르민은 개울 앞에 섰다.
‘먼저 마력신경을 활성화 시키고······.’
우웅.
체내는 물론, 피부에 새긴 문신에서 한 가닥, 한 가닥. 마력신경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마력신경을 새겼다고 해서, 곧장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새로 익힐 마법을 몸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르민은 손가락을 들어,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나무를 가리켰다.
우선은.
“빵.”
삐-익!
새된 소리와 함께 응축된 바람이 나무 중간에 손가락만한 구멍을 내었다.
저번에도 썼던 공기팡이었다.
“일단 ‘싱글 액션’ 마법은 문제없고.”
공기팡은 압축된 공기를 쏘아낼 뿐인 원 버튼 액션의 마법이다.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는 만들다만 마력신경으로도 이 정도 쯤은 부담 없이 쓸 수 있었지만.
당연히 아르민은 여기서 만족할 생각 따윈 없었다.
다음으로 도전하는 건.
“이번엔 ‘더블 액션’으로 해볼까.”
다시 한 번 아르민은 오른손으로 총을 만들어 나무를 겨눴다.
후우. 가볍게 날숨을 내뱉고는 이내.
“빵.”
공기팡의 스펠을 읊으며, 동시에 왼손으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피-잉.
퍼석!
날아든 바람총알은, 나무에 박힌 순간 폭발을 일으키며 나무기둥을 박살내버렸다.
문자 그대로 ‘팡’ 하고 터진 것이다.
강력한 파괴력에, 결국 나무는 버티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쓰러졌다.
쿠구구궁! 쿠웅!
자욱이 일어나는 먼지와 우수수 떨어지며 흩날리는 나뭇잎.
제법 굉장한 장관이었으나, 정작 아르민은.
“······음.”
경련을 일으키는 오른팔을 부여잡고 한동안 눈살을 찌푸렸다.
역시나.
“더블 액션부터는 조금 빡세구만.”
마법에는 여러 가지 구분 방식이 존재한다.
앞서 말한 1종, 2종처럼, 마법의 ‘특징’에 따른 구분이 있는가 하면.
신화급, 전설급, 역사급, 개인급 같이, 기원이 되는 마법의 ‘사건성’에 따라 구분되는 경우도 있으며.
그밖에도 부여된 ‘특성의 개수’에 따라 구분되는 ‘액션’이라는 구분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아르민이 용병들에게 사용했던 공기팡은 특징으로는 1종의 바람 원소 마법. 사건성으로는 개인급.
특성의 개수로는 ‘압축한 공기를 쏘아낸다.’라는 한 가지 특성만이 부여된 ‘싱글 액션’ 마법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타겟과 부딪친 순간 폭발한다.’라는 두 번째 특성을 부여한 순간.
방금 아르민이 사용한 공기팡은 두 개의 특성을 지닌 ‘더블 액션’의 마법이 되는 것이다.
‘특성이 많아질수록, 마법의 위력이나 수준은 올라갈지언정, 난이도는 어려워지고, 들어가는 마력은 제곱으로 증가한다.’
나아가 한 가지 속성에 또 다른 속성을 더하려고 드는, ‘복합 속성’ 마법을 쓰려고 한다면.
그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지는 법이었다.
이런 마법의 특징 덕분에 현대 마법사들은 평생 한 가지나 두 가지.
많아봤자 세 가지 속성에 숙달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중에서도 세 가지 특성을 한 번에 담은 ‘트리플 액션’ 마법을 넘어, ‘쿼드 액션’까지 익힌 마법사는 극소수라 할 수 있었다.
‘뭐, 나도 그런 극소수 중에 하나였지만.’
전성기의 아르민은 지극히 찰나에 특성 여덟 개 이상을 부여하는 ‘옥타 액션’까지 가능했던 마법사였다.
현대 마법의 아버지라는 칭호가 빈말이 아니다.
하여간 이런 특징들 덕분에 새로이 창작 마법을 만들려고 했을 때.
빛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것이 지나가는 길의 모든 걸 불태우고, 면으로 시야 전체를 커버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지니고 있는데다 날아가다 회전을 받아 관통력을 얻는 레일건 마법──.
······같은 말만 들어도 치트키 아니냐고 야유가 나올 만한 마법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마법의 특성 때문이었다.
강력한 마법을 만들고 싶다면 (과연 그런 걸 만들 가치가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극도로 술식을 단순화 시켜서 마법을 최적화시키거나.
마법진이나 아티팩트 따위의 외부 요인을 이용해서 마력을 숫제 때려 붓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게 비효율적이라는 건 또 말할 것도 없다.
“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방금 오른팔이 떨렸던 건, 더블 액션이 소비한 마력량에 신경이 놀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플지언정, 2%의 마력신경으로도 더블 액션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 아르민이었다.
그렇다면 목표는 하나.
‘오늘 안에 몸이 더블 액션에 적응하도록 만든다.’
아르민은 다시 한 번 나무를 향해 손가락 총을 겨누었다.
****
그로부터 약 4시간.
마법을 쏘고, 쉬고, 쏘고 쉬고를 반복한 아르민은 오늘치의 마법 수련을 끝내는데 성공했다.
“으아, 저릿저릿하구만.”
마비 증상이라도 온 것처럼, 부들거리는 팔을 매만지며 아르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련을 하는 건 좋았다.
다만.
“이래서 어느 세월에 원래 실력을 되찾을지 막막한데.”
오전 중에 용병과 벌어졌던 다툼도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터였다.
물론 그게 지구에 있던 시절에 맞닥뜨렸던 게이트 너머의 괴물 수준까진 아니라고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아르민이 그때보다도 약해진 상태라는 데에 있다.
‘1년 이내에, 원래 실력의 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절반 정도는 되찾고 싶다.’
아르민이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런 목표 설정을 하고 있을 때였다.
찌릿. 하고
아르민의 감각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경보?’
사전에 베른숲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입구 부근에 설치해놓았던 2종 마법 ‘경보 마법’이 반응한 것이다.
누군가 이 근처에 다가왔다는 소리다.
아르민은 정신을 집중했다.
경보 마법으로부터 쉴새 없이 전해지는 ‘정보’를 음미하며 상황을 판단한다.
경보는 여기서부터 직선거리 약 800m 정도에 떨어진 곳에서 전해져 오고 있었다.
한 개가 아닌 여러 개.
그것도 그건 숲에 들어올 때부터 느껴지던 산짐승의 기척이 아닌, 명백히 이질적인 기운을 품고 있는 기척이었다.
그 감각이, 아련하게 재민에게 낯익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무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르민은 그러지 않았다.
‘확인해볼까?’
호기심이 든 탓이다.
마법사는 원래부터가 호기심의 괴물이다.
호기심이 없는 마법사는 존재할 가치조차도 없다는 것이 평소 아르민의 지론이기도 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선 마력신경으로 근력을 강화해서······.’
아르민은 마법을 사용했다.
근력에 마력을 투사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2종 마법 ‘근력강화(筋力强化)’.
그렇게 바닥을 박차고.
나무를 박차고.
그 위를 달리던 아르민은 목적지에 도착해.
“······저게 뭐지?”
기이한 광경을 목도했다.
< 제4장 – 마법 단련 (1) : 더블 액션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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