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83)
내 마법이 더 쎈데-83화(83/203)
< 제41장 – 격동하기 시작한 마계 (2) >
볼프를 따라 달려간 비에르 영지의 광장.
그림자가 진다.
아르민은 고개를 들었다.
쭉 뻗은 가도 위로, 하늘까지 가린 커다란 크기의 화면을 목도한 아르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글거리는 마계의 검은 태양을 가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
마력신경을 타고 짜르르 흐르는 이 감각은
‘위상 자체가 다른 곳에서 쏘아진 마력파인가.’
단숨에 구조를 역산하고 근원을 추출한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마법 분석을 통해, 아르민은 결론을 내렸다.
‘원리는······. 거울에 비친 상을 사방으로 뿌리는 것과도 같은 형태로군.’
조금만 더 더듬으면, 어디서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지, 그 차원의 주소까지 따낼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했으면 시도한다.
리드미컬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마력의 수식을 매만지면서도 아르민은 조용히 말끝을 흐렸다.
“저 녀석은······.”
문득 마족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르민의 귓가에 닿았다.
– 아가레스 님의 예언이다.
– 설마 또 재앙이 찾아오는 건가?
– 저번 예언은 부에르 님이 사라졌다는 예언이었잖아.
예언?
모두가 아는 걸 보니, 꽤나 유명한 인물인 듯 했지만.
아르민에겐 한 가지 제약이 있었다.
‘벨레드를 자청하면서, 아가레스를 모른다고 하면 뭔가 큰일 날 분위기구만.’
뭐, 이럴 때를 위해 있는 것이 따까리라고 하지 않던가.
– 이스텔.
그 부름에, 의도를 알아챈 이스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나와 있는 볼프에게 물었다.
“저건, 무엇?”
“네?”
순간 볼프는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답을 꺼내들었다.
“저 자가 바로 서열 제2위의 마왕, 예언자라고 불리는 마왕. 아가레스입니다요.”
‘아가레스라면, 서열 2위의 마왕?’
그렇다면 부에르의 주군이라던 제3위 바싸고보다도 높은 녀석이지 않은가.
난데없이 거물이 등장했다.
“예언자?”
“말 그대로입니다요. 보통 고위급 마왕은 밖으로 정체를 밝히기를 꺼려하지만, 아가레스만은 예외입죠.”
볼프는 이스텔에게 설명했다.
마계란 격랑(激浪)의 세계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고, 고위 마족이 하급 마족을 먹어치운다.
약육강식(弱肉强食).
살아남고 싶다면 강해져야 하고.
살아남은 자가 곧 강자인 세상.
당연히 이런 곳에서 자비 따윈 있을 리가 없고, 세계는 늘 힘과 폭력을 위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
“모든 아랫마족들에게 예언을 베푸는 아가레스 일파가 그렇습죠.”
그 원래의 형태조차 알 수 없지만, 어떤 마왕보다 가장 강력하고 많은 군세를 가진 서열 1위의 마왕 바알.
소수라고는 하나, 듣기로는 상식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불가침 영역으로 존재하는 바싸고와는 달리.
아가레스는 힘으로 군림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반목하거나, 칼을 겨누고 피를 흩뿌리려고 들지 않는다.
대신 그는 꿰뚫어볼 뿐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비밀, 내가 하려는 일, 꾸미는 속셈이 밝혀지면 달가울 리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아무도 아가레스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는 겁니다요.”
그건 벨레드 님도 그렇지 않습니까요? 하고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는 볼프였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순수하게 ‘보는 것’만으로 정점에 이른 마왕이란 건가.‘
게다가 놈은 자신의 권능을 통해 내다본 것들을 온 마계와 공유하고자 한다.
그런 짓까지 한다면야, 아르민은 자연히 깨달았다.
“하급 마족들의 지지율이 장난이 아니겠군.”
“네, 뭐, 그래봤자 대부분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하급 마족들이니, 그게 그만큼 세력이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만은.”
그래도 쪽수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혹자는 그를 사기꾼이라 매도하고
혹자는 그야말로 가장 마신에게 가까운 자라고 칭송한다는 것만 봐도.
‘앞 수를 내다보고, 마계의 흥망을 전지하는 자란 말이지.’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아랫것들을 위한다고?
퍽이나.
저 놈이 하는 짓은 뻔한 일이다.
그야말로 우민들을 향해, 세계를 예언하는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각인시키는 행위.
‘꼭 고대의 제사장을 보는 느낌이야.’
그렇게 아르민이 판단을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아가레스의 말은 이어졌다.
[새로운 권좌는 최초의 12권좌와 그 격이 동등하다.]그 말은 곧.
[권좌를 얻은 자는, 새로이 마계의 주인이자, 왕이며, 우리와 같은 영역에 이른 절대자가 될 수 있다.]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아가레스는.
[모든 마족들이여. 그대들이 마왕이 될 수 있는 기회다.]그렇게 말을 끝맺었고.
“주소도 따냈군.”
아르민은 아가레스가 있는 장소의 차원주소를 손에 넣었다.
****
아르민은 볼프, 이스텔, 아크투루스와 함게 비에르의 성으로 돌아왔다.
볼프야 그렇다치고, 소년의 외형을 한 아크투루스는 여전히 아르민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저, 귀인께서는······.”
궁금한 게 많겠지.
아마, 신과 무슨 관계냐고 묻고 싶은 말도 있으리라.
하지만.
“응?”
아르민이 되돌아볼 때라면.
“히, 히익!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때마다 아크투루스는 특유의 잿빛 머리카락을 흔들며 손사래를 치고는 했다.
그런 아크투루스를 볼프는 십분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암, 암.”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니.
이건 뭐, 꽁트가 따로 없구만.
“흐음.”
아르민은 우연히 응접실 창가를 내다보았다.
방금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은,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지.
연병장에서 일어난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우르켈이 어떻게든 제압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어허! 모두 헛바람일랑 들이킬 생각 따윈 말고! 비에르 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수련에 매진해라!”
우르켈의 으름장에 하나 둘, 분위기가 진정되어가는 게 느껴지긴 했지만.
‘어차피 시간문제겠지.’
갑자기 떨어진 폭탄이다.
너도 마왕이 될 수 있다······. 단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자유로울 마족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
그때였다.
끼익.
응접실의 문이 열리고, 비에르가 나타났다.
그 아리따운 얼굴엔 눈 아래까지 다크서클이 찐하게 내려와 있는 걸 보니, 이제껏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일은 대충 끝났나?”
“······광산을 재정비하면서, 대강 필요한 물자나 물건은 정리를 해두었어요.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네요. 원로원도 아직은 협조적인 태도가 아니다 보니······.”
부에르가 아직 멀쩡하던 시절, 저런 재무재계까지 부에르가 맡진 않았던 모양이다.
어디까지나 관련된 부서가 존재하고, 그들이 영지를 꾸려나간 모양이지만.
원로원이 빠져 나간 뒤로는 그것도 공중분해.
지금은 영지 내의 모든 일을 비에르 혼자 처리하고 있었다.
유겐이 보조한다고는 해도 힘들 테지.
그건 비슷하게 영지를 운영해본 적 있는 아르민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딱히 도울 생각은 없지만.’
여기까지 와서 영지물을 찍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여간.
“저, 근데······. 최초의 12권좌란 게······. 뭔가요?”
마침 아크투루스가 시기적절하게 의문을 꺼내들었다.
그건 아르민 또한 궁금하던 차였다.
“아, 그거라면 제가 설명해드릴 게요.”
소파에 몸을 뉘이고,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비에르는 이렇게 말을 꺼내들었다.
“이곳 마계에는 태곳적부터 내려오던 신화가 있어요.”
‘마계에도 신화가 있다 해서, 놀라울 건 없겠지.’
비에르는 설명했다.
태초에 마계는, 아무것도 없는 혼돈의 대지였다.
어둠과 어둠이 뒤섞여, 그 자체만으로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섞이고 섞인 덩어리들이 한데 모인 끝에, 결국 대폭발이 일어났지요.”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난 태초의 마족들이 있다고 한다.
“그들이 바로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 최초의 열 두 마왕들이에요.”
우트나피쉬팀, 혹은 아트라하시스.
흔히 대홍수, 대방주에 오른 자들을 말하는 최후까지 생존한 자들을 말한다.
“······흐음.”
다른 것도 아니고, 마왕들을 가리켜 그런 호칭으로 부른다고?
게다가 아르민의 의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담담이 이어진 비에르의 말은.
“태초의 열 두 마왕들이 가진 권능은 강대했어요. 세계를 뒤섞고 있던 모든 힘을 받은 것이니만큼, 그 힘은 신에게 필적했다고 하지요.”
·········신에 한없이 가까운 그것.
12좌의 마왕들이 손에 넣은 힘.
바로 얼마 전에, 아르민은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몸으로 체험하기까지 했었다.
‘모노리스······?’
아니, 설마.
그저 우연히 비슷한 느낌으로 이야기가 맞아 떨어진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만 이 광활한 세계는 열 두 마왕들이 지배하기에는 너무 컸죠.”
그래서 그 열 두 명의 마왕은 총 여섯 번을.
자신들의 힘을 쪼개어 이 세계를 채워넣었다고 한다.
12 곱하기 6의 값은 72.
그리하여 세계는 동포들로 가득차고, 마침내 안정을 되찾았노니.
“여기까지가 바로 마계의 창세 신화에요.”
“그럼 최초의 12권좌와 동등하다는 말은······.”
“아르카스가 뭔지는 모르지만, 엄청 강력한 힘이란 사실이죠.”
볼프와 아크투루스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들이 모시고 있는 신의 힘.
그것을 두고 아가레스는 마왕의 좌라 불렀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아르민이 알기로, 실제 아르카스······.
헬레나가 가진 힘은······.
‘72개의 숫자라는 건, 단순한 숫자 놀음이 아니란 뜻이다.’
의심은 반쯤 확신으로.
이어진 생각은 하나의 의문으로 치닫는다.
결국 아르민이 궁금한 건 이것이었다.
‘헌터들 앞에 나타난 모노리스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물건인 거지?’
손에 잡힐 듯 말 듯.
무언가 희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한 걸음.
딱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정답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위화감.
그때였다.
“······어쩔깝쇼? 나으리? 지금 추세대로라면 위험한 거 아님까?”
아르카스의 이야기가 마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아마, 앞으로 수많은 방해꾼이 나타날 테고, 운신의 폭도 좁아질 터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황할 건 없지.”
“예?”
“아가레스가 예언을 떠들었다고 해도, 당장에 크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
물론 예언은 커다란 파급력을 지닐 테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핵심 정보가 누락된 것이 컸다.
“차원 주소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다.”
“······아.”
아크투루스는 깨달았다는 듯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헬레나가 봉인된 장소로 이어진 주소는, 우리가 가진 성물에만 기록되어있었다.
아직 자신들이 한 발짝 빨랐던 것이다.
“어쨌거나 더는 망설일 때가 아니다.”
바로 지금부터 움직여야 했다.
****
펑!
퍼엉!
어두운 빛깔이 감도는 하늘을, 때 마침 쏘아진 불꽃이 장식한다.
웅성거리는 소음.
오고가는 인파.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기 위해 소리 높여 호객을 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근처에서 시비가 붙은 나머지, 순식간에 만들어진 원안에서 맨손 박투가 벌어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 나는 왼쪽!
– 오른쪽에 세 장 건다!
그야말로 생명력 자체가 흘러넘치는 이곳이 바로, 마계에서 제일 큰 상업도시로 알려져 있는 영지.
서열 39위의 마왕, 말파스가 다스리는 ‘말파스 알리토’였다.
“와······! 굉장해요! 봐요! 유겐!”
“진정해주세요. 아가씨. 그렇게 움직이시다간 마차에서 떨어지십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건 처음 보는 걸요!”
처음 보는 풍경에 신나하는 비에르를 바라보며,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아르민은 비에르의 영지를 떠나, 비에르, 유겐, 볼프, 아크투루스 그리고 이스텔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겉으로 내건 목표는 단순했다.
– 비에르 영지에서 캐기 시작한 광산의 판로를 뚫기 위해서.
그야 영지 부흥을 시작했으니, 필연적으로 거쳐야할 일이긴 했다.
여기서 비에르는 유겐과 함께, 자신네 영지의 광석을 거래해줄 자를 찾기 위해 움직이리라.
물론.
‘진짜 내 목표는 그게 아니지만.’
움직이기로 결정한 직후.
“저희끼리 움직인다고 해도 이대로 도약하면 바알의 하수인들에게 뒤를 잡히지 않겠습니까요?”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볼프의 말도 일 리가 있었다.
확실히 섣불리 움직였다간, 놈들에게 빈틈을 내줄 여지가 생긴다.
그러니.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적당한 때를 보아 추격을 뿌리치고 움직이면 될 일이야.”
“네? 그 말씀은······.”
비에르의 성은 지금도 바알의 감시가 미치고 있을 터.
근시일 내에 게이트를 열기라도 했다간 금방 추적을 당하는 건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아예 생각을 바꾸면 될 일이었다.
여기서 여는 게이트는 오픈된 주소로 하되, 진짜 헬레나가 봉인된 차원으로 향하는 건.
바알의 하수인들을 뿌리친 뒤로 하자고.
‘지구에 있을 적엔, 보통 밀수꾼들이 이런 식으로 몬스터 부산물의 출처를 세탁을 하고는 했었지.’
제3개국, 특히 신용도가 높은 국가를 이용해먹는 세탁질이야, 심심치 않게 벌어지던 일이다.
아르민은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
대략적인 개괄과 작전의 진행에 대해서.
“······하는 식으로 움직일까 하는데. 어때?”
아르민이 제시한 계획을 듣고 난 볼프는 곰곰이 눈을 빛내더니.
“역시 벨레드 님입니다요.” 하는 아무래도 좋을 아부를 늘어놓고는.
“그렇다면······. 제가 딱 좋은 영지를 알고 있습니다요.”
라며 추천한 곳이 이곳.
그리하여 아르민 일행들은 말파스 알리토를 찾게 된 것이다.
‘뒤로 셋, 보다 넓은 거리에서는 다섯 정도가 추적을 해오고 있군.’
심호흡을 한다.
계획은 세워 놨다. 지금부터는 얼마나 그 계획을 멋지게 성공시키냐가 중요할 뿐.
계획의 성공조건은 단 하나.
‘놈들을 따돌리고, 우리만이 차원 도약에 성공하는 것.’
조건은 지나칠 정도로 심플하다.
착각할 여지가 없는 단순한 명제.
그렇게 한 번 더 계획을 확인한 뒤.
적당히 때를 틈타, 아르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지.”
“저! 베, 벨레드 님······!”
음? 하고 바라보는 아르민을 향해, 비에르는 잠시 주저하다 깊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부디······. 조심하세요.”
“그걸 말이라고.”
피식 웃고는,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퍼어엉!
거리를 뒤덮는 자욱한 연기와 함께.
– 놈들이 움직였다!
– 제길! 쫓아!
아스라이 들려오는 고함을 귓등으로 흘려내면서.
“계획을 실행한다.”
“옛써!”
“네, 넵!”
볼프와 아크투루스의 잔뜩 긴장한 목소리를 들으며, 아르민은 걸음을 내딛었다.
지금부터 헬레나가 있는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작전명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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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1장 – 격동하기 시작한 마계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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