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86)
내 마법이 더 쎈데-86화(86/203)
< 제43장 – 깨어난 신성 (1) >
달칵.
탁자 위로 두 개의 찻잔이 놓여졌다.
“동쪽 사막 너머에서 들여온 엽차입니다. 부디 느긋하게 즐겨주시길.”
마리나는 더 이상 예전의 풋내 나는 시절의 그녀가 아니었다.
지난 3년이라는 시간.
그동안 원래 주인 대신 민세희를 보좌해오며, 각계의 고관대작들을 접대하며 붙은 관록이 거저가 아닌 듯.
마리나의 행동에는 낭비 따윈 없이 절도가 있었다.
“고마워요. 마리나.”
“음, 잘 마시겠네.”
마리나가 소리 없이 물러난 뒤.
민세희와 미네르바는 각자 찻잔을 기울이며, 그 향과 맛을 음미했다.
그리고
“후우우······. 일레인스 가의 하녀가 타주는 차 맛은 언제나 일품이구려.”
겉모습은 고작 해봐야 15~6세 가량일까.
금발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그야말로 인형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귀여운 소녀인 미네르바였지만.
그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말투는, 지구에 있을 적의 기억을 가진 민세희에게 있어선, 퍽이나 낯선 말투이기도 했다.
그야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차 맛에 흠뻑 빠진 이 소녀의 정체는 다름이 아니라.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에요. 황녀님.”
미네르바 프리드리히 폰 칼센.
제3황녀의 신분이자, 이반 황제와 제1황자, 제2황자가 모두 자취를 감춘 현 상황에서. 권력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진짜배기 권력자인 것이다.
또래 친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고, 주변에 있는 자들이라고는 전부 고위급 관료들로······ 요컨대 노인네들 뿐.
거기서 소녀가 배워온 말투라는 건 뻔한 것일 터였다.
그 뿐이랴.
‘벌써 3년이구나······.’
3년 전.
칼센 제국의 수도 카라클에선 세상을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세간에서 부르기를 <흑문 사건>이라고 부르는 참극.
황국의 황족과 고위 귀족이 마왕과 손을 잡아, 이 카라클을 폐허로 만드는 짓을 벌인 것이다.
‘······아직도 카라클에는 그때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어.’
일반 신민들은 단지 괴물이 나타나서 제국이 발칵 뒤집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지만.
민세희는 그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남들보다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있었다.
‘이 세계의 주신, 아르카디아가 몰락한 날······. 제국의 실세들 또한 세상에서 퇴장했다.’
인간들을 멋대로 쥐고 주무르려고 했던 여신.
그리고 그런 여신에게 동조하거나 이용당해, 결국 죽임을 당한 황제와 황자들.
또한 그 중심에 있었던, 소중한 사람.
“······선배.”
수많은 상처를 남긴 채, 제국에선 단숨에 공백이 생겼다.
이대로 두면 큰일이 벌어진다.
그리 생각했을 때, 민세희의 뇌리를 스친 건 선배의 부탁이었다.
– 남은 사람들을 부탁한다.
‘정말 선배는 언제나 날 쉽게 부려먹는다니까요.’
민세희는 움직이지 않는 허벅지를 억지로 찰싹 때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권력의 공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더불어 게이트가 열린 여파로 일어난 혼란을 다잡기 위해 민세희는 가장 먼저 제3황녀와 접촉했다.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라는 말은 들었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깜짝 놀랐지.’
고작 12세의 나이로, 나이에 걸맞지 않는 처세술과 행동으로 민세희를 견제하고 내쳤던 미네르바였다.
그녀는 아비와 오라비가 죽은 와중에도 당황하기보다, 먼저 그 철권을 휘두르며 신민들을 독려했다.
그건 도저히 12세의 소녀가 할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어.’
미네르바는 사건의 진상을 모른다.
때문에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민세희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미네르바에게 접근했다.
처음엔 불신이 가득하고, 외지인인 그녀를 향한 미움 또한 가득했지만.
그래도 필사적인 어필 끝에 민세희는 미네르바를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거기엔 검성이나 레프너겐 씨의 도움도 컸지만.’
다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아르민 일레인스라는 이름이었다.
아르민은 민세희가 놀랄 정도로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연을 만들어두었고.
그러한 인연들이 민세희를 도와주는데 충분한 힘을 발휘했다.
그렇게 지난 3년 간, 민세희가 전력을 다해 움직인 결과가 바로 여기.
“후루룩.”
천진난만하게 차를 마시는 미네르바 황녀와의 티타임인 셈이었다.
“그래서 오늘 방문하신 이유를 설명해주시겠나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아무리 비밀리에 움직인다고는 해도, 황녀님께서 직접 특정 가문에 발을 들이는 게 남들 눈에 띄었다간 큰 사달이 날 수도 있어요.”
그건 민세희가 가장 경계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가 미네르바와 접촉하는데 일레인스의 이름이 큰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걸 기회로 삼아, 일레인스 가문을 권력의 중추로 데려다놓는다던가.
한 밑천 잡고 싶다는, 속이 보이는 뻔한 짓을 할 생각 따윈 없었다.
무엇보다 선배가 그걸 원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카일도 어느 정도는 황녀의 존재를 눈치를 채고 있는 모양이고······. 마냥 숨기는 것도 한계가 있어.’
권력에 욕심이 강한 그 남자라면, 이런 기회를 쉬이 넘기지 않으리라.
그러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고는 하나, 황녀와의 만남은 더욱 더 조심히 접근할 필요가 있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그대가 원했던 정보가 황궁 조사부를 통해 들어와서 말이네. 기밀을 요하는 일이다 보니, 남의 입을 빌리기보단 내 직접 이야기 하는 게 낫다 생각했네.”
“······그런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민세희는 어느 정도 미네르바의 의중이 손에 잡힐 듯 보였다.
또래 친구 따윈 없는 삶.
그런 와중에 만난 민세희라는 여성은, 일종의 유대감을 느끼기 위한 최적의 대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3년 전 그 날 이후로 이렇게 미네르바는 여러 핑계를 대면서 민세희를 만나러 오고는 했던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사소한 건 잠시 옆으로 밀어두고.
“그 정보라는 건 혹시······?”
“그렇다네. 자네 예상대로, 일원교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지방에서 최근 신흥 종교의 활동이 늘어났다는 보고가 들어왔네.”
‘역시나.’
아르카디아가 사라졌다.
그게 3년 전의 이야기다.
그녀가 원래 칠영웅이었다는 걸 안 민세희는, 당연히 그 빈틈을 노리고 다른 신들.
즉 다른 칠영웅이 움직일 것이라고 백퍼센트 확신했다.
‘세실리아 씨의 연락으로는, 지금 신성왕국 바오르의 내부도 극심한 혼란 상태라고 했었지.’
어째선지 갑작스럽게 사라진 신의 은총.
일광의 증거를 통해, 신의 힘을 빌리던 자들에게서 갑작스럽게 신성력이 사라졌다.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힘을 구사할 수 있는 건, 선배를 통해 성녀로 각성한 이멜다 뿐이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일원교의 권세를 탐내는 새로운 종교가 나타나기 쉬울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미네르바의 말대로, 벌써부터 저 남부에서 그런 기미가 보인다는 말이었다.
“남쪽에 위치한 수왕국(獸王國)에서 새로이 득세하는 종교는 ‘유토피아’를 모시는 종교라고 하더군.”
“유토피아라면······. 바람과 수렵의 신이었죠.”
“짐승의 피를 잇는 수왕국 입맛에 딱 맞는 종교인 셈일세.”
미네르바의 말을 들은 민세희는 곰곰이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르카디아가 쓰러지고,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한 ‘다른 신의 종교’들.
“보다 자세한 정보를 모으려면, 남쪽으로 향하는 게 빠르겠군요.”
“······자네가 직접 말인가?”
“네.”
민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되나? 조사 같은 거야 아랫것들을 시키면···.”
미네르바가 꺼낸 말에 민세희는 고개를 젓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약속을 했거든요.”
남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민세희는 여기서 어중간하게 움직일 생각 따윈 없었다.
직접 자기 발로 현장으로 뛰어가, 실상을 확인한다.
그 뿐이었다.
“자네가 늘 말하는 그 ‘좋아하는 사람’이란 자를, 나도 만나보고 싶군.”
“저도 언젠가 황녀님께 소개드리고 싶네요.”
이제는 식어버린 찻잔을 기울이며, 민세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기운이 차츰 풍기는 창밖을 내다보며.
‘·········재민 선배. 언제쯤 만날 수 있는 건가요.’
그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민세희는 움직일 채비를 갖추었다.
****
– 으리야아아압!
벼락처럼 빠르게 휘둘러지는 대검.
어떻게 저만한 크기의 금속이 저런 속도로, 저딴 궤도를 그리며 움직일 수 있는지.
그야말로 세상천지에 따지고 싶을 정도로 불합리한 기교와 실력이지만.
아르민은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도 단독 근접전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다고 자신하던 놈이었다.’
세로로 내리치던 검이 눈 한 번 깜빡인 순간, 턱밑의 급소를 노리며 가로로 궤도를 바꾼다.
그걸 눈치 채고 한 걸음 물러나 여유거리를 벌리고자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베는 검이 찌르는 형식이 되어 나를 노리는 것이다.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라는 건 제이크가 움직이는 영역을 말하는 셈이었다.
물론, 아르민으로선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기교였다.
‘각력강화, 안력강화, 마력신경 부스트.’
체감되는 속도와 시간. 모든 감각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장시키며.
갓 만들어, 단련 따위가 되어있을 리가 없는 육체를 억지로 스펙업을 시킨다.
그러자.
‘보인다.’
분명히도 와류를 일으키며 쏘아지는 금색의 대검이, 바로 언저리까지 노리고 도달해온 그때.
“버스트.”
한 마디의 시동키를 기점으로.
꽈앙!
아르민의 육체가 쏜살같이 쏘아지며, 대검 밑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동시에 제이크의 옆구리를 오른손의 바탕손(掌底)로 가격하며 마력을 일점 분사한다.
– 발경······?!
꾸웅!
강철캔 안에 가득 찬 내용물을 때려 부수는 듯한 감각.
무게중심을 잃고 튕겨져 나가는 제이크의 뒤를, 곧장 아르민은 바닥을 박차 따라 붙는다.
뒤이어 아르민은 제2종 마법을 아낌없이 이용해, 연이은 타격을 퍼부었으니.
첫 번째의 발경은 두 번째엔 촌경으로, 세 번째엔 암경으로 모습을 바꾸어 목줄을 틀어 죄고.
마지막엔 침투경이 되어 육신의 등허리를 분쇄한다.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던 제이크에게도 밀리지 않는 스피드로.
아르민은 문자 그대로 전장을 휘저었다.
– 크, 악!
후, 웅······!
이대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제이크는 대검을 휘두르는 저항을 하긴 했지만.
그조차도 아르민의 연속된 트리플과 쿼드 액션 앞에선 무의미한 행위에 불과했다.
콰······앙!
“······흡!”
자욱이 피어나는 먼지 연기 속을 뚫고 가며, 단숨에 열 번 이상을 주고받는 공방.
카앙!
콰앙!
몇 번이나 부딪쳤을까.
대검의 번뜩임을 마력의 예리함으로 빗겨내고.
육중한 철검의 파괴력을, 마나가 자아내는 폭발의 미학으로 튕겨낸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은 수는 도합 사십여 수.
끓어오르는 마기를 억누르며, 아르민은 제1종의 원소 마법을 기용해 손가락을 튕겨.
콰아아앙!
마침내 제이크의 육신을 반파시키는데 성공했다.
– ······이거, 일 났구만.
고작 그 한 마디를 끝으로, 제이크의 육신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뒤에야.
아르민은 체내에서 날뛰는 마기를 다독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겨우 이 정도란 말이지.”
사실상 제이크와 펼친 배틀은 싱겁기 짝이 없었다.
고위급 마법의 논리를 가져다 쓴 것도 아니고, 신화급에 이른 신비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단순한 힘겨루기.
이제 갓 만들어진 육체의 ‘스펙’만을 생각해 펼친 전투에 불과했다.
“아르카디아의 화신이라고 해도, 결국 가디언에 지나지 않는 건가.”
방금 제이크가 보여준 힘은, 아르카디아 본인에 비해선 한없이 티끌에 가까운 것에 불과했다.
아르카디아 본인도, 이 봉인을 만들며 설마 이렇게 쉬이 뚫릴 거라 생각진 못했을 테지.
육체를 재구성하며 리미트까지 극복한 아르민이 워낙 강했을 뿐이다.
어쨌거나 이렇게.
‘장애물은 전부 제거했다.’
그 말은 곧, 퀘스트의 클리어가 목전에 다가왔다는 말이다.
아르민이 몸을 돌리자.
“엇, 괴, 굉장하십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마스터.”
볼프의 어색한 얼굴이나, 말없이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아크투루스.
간단히 땀을 닦아주기 위해 이스텔이 다가왔다.
이스텔의 시중을 받고 난 뒤, 아르민은 천천히 옥좌로 다가갔다.
그때였다.
파직!
아르민의 코앞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결계의 수준은 신화급······. 이 정도까지도 대비가 되어있다. 이거지.”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결계를 뚫는 일이야말로, 제이크를 상대하는 것보다도 더욱 식은 죽 먹기였다.
손을 가져다 대고, 술식을 파악하고 파훼한다.
고작 1초.
콰직.
콰지지지직!!!
파칭!
옥좌를 가로막던 결계가 깨어지는가 싶더니, 그 파편들이 이내 한데 모여 하나의 ‘열쇠’가 되었다.
후우웅.
열쇠가 다가들자, 쇠사슬에 묶인 채 고개를 숙인 헬레나의 앞으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무형의 자물쇠가 모습을 드러냈다.
열쇠가 미끄러져 들어가고 이어서.
철컥.
소리가 난 순간.
그그그그그그!!!
대지가 떨리며 자물쇠가 열리기 시작했다.
촤라라락!
차르륵!
콰아아아앙!
쇠사슬이 떨어져 나가고, 주변을 장식하던 톱니바퀴 따위가 무너지며 바닥에 쏟아진다.
“이, 이거 괜찮은 겁니까요?! 나으리?!”
볼프의 비명에도 아르민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암, 괜찮고말고.
이만한 진동과 여파가 생긴다는 건, 그만큼 봉인된 존재가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것의 반증이다.
그렇게 격렬한 진동이 지나가고 난 뒤엔 마침내.
콰직!
자물쇠가 박살이 나면서, 쇠사슬에 묶여 있던 헬레나의 육체가 구속에서 풀려났다.
천천히 흔들거리면서 옥좌에 몸을 기댄 그녀는,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오······.”
“드디어······, 신께서······.”
아르카스의 신도들이 조금씩 감격의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두 눈을 전부 뜬 헬레나의 시선은 잠시 허공을 맴도는가 싶더니.
그 두 눈동자의 초점이 아르민에게 닿았다.
순간.
“아.”
그녀의 얼굴 위로 샘솟는 감정은, 그리움이라고 해야 할까.
어찌 보면 반가움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도 피로가 느껴지는지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가까스로 밀어올린 채.
“······어때, 왕자님. 잠에서 깨워주셨는데, 공주님의 키스라도 받을래? 아니면 허그? 그 이상도 가능한데?”
자연스레 흘린 헬레나의 농담에.
“농담은 됐고, 일어서지 그러냐. 뒤에서 네 따까리들이 뜨악하고 있는데.”
아르민이 뒤를 가리키자, 거기에선 방금 들은 성희롱 발언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눈동자를 크게 뜬 볼프와 아크투루스가 있었으니.
헬레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
헬레나를 데리고 지상으로 나오자, 여전히 뜨거운 열기가 일행을 반겨주었다.
남들이라면 가혹한 환경에 눈살을 찌푸릴 만도 하건만.
“으~ 신선한 공기! 내가 얼마 만에 이걸 마셔보냐~!”
오히려 헬레나는 찌뿌둥한 몸을 풀 듯 기지개를 피며, 털털한 목소리로 그리 외쳐댔다.
“······신 맞지?”
“고, 고귀하시던 그 분께서······.”
당연히도 꼼짝없이 존경하던 신이 보여주는 그 태도에 볼프는 물론, 아크투루스조차도 얼떨떨한 얼굴을 한 채.
어찌 보면 불경스럽기까지 한 말을 지껄여댔지만.
“어쭈? 니들이 내 뭘 알아? 응?”
헬레나는 도리여 아크투루스에게 다가가, 그 양 볼을 꼬집어대며 불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내가 저 밑에서 말이야. 어? 그 개새끼들 때문에 천년을 갇혀 있었거든? 그게 어떤 느낌인지나 알아? 지금 여기 묻어주랴?”
“아, 아이이에여······!”
당황하는 아크투루스를 몇 번이나 갖고 놀던 헬레나는.
“너도 영 시원찮은 녀석을 데리고 왔네.”
아르민을 향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떠들어댔다.
“그 녀석을 나한테 보낸 게 너다. 임마.”
아르민의 반응에 그런가? 하고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도 피식 웃어버리는 게.
간만에 맛보는 자유의 공기가 퍽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그보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우선은 지구로 돌아가야겠지.”
아르민은 헬레나에게 앞으로 할 일을 설명했다.
바싸고가 지구로 향하는 차원주소의 패스워드를 가지고 있으니 알아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말했던 모노리스의 다음 장이라는 이야기, 그것에 대해도 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들어보니까 넌 모노리스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는 거 같고.”
그래. 그건 아르민도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대체 그 놈의 모노리스가 뭐길래, 칠영웅들이 목을 매고 신격을 노리는 일까지 벌였는가.
“모노리스는 말이지.”
헬레나가 설명을 이어나가려는 바로 그때였다.
‘기척.’
화르르륵!
카아앙!
날아온 무언가가 단숨에 발치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에 집어삼켜진다.
‘방금 그건······.’
아르민이 발휘한 마법이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주변을 휘감고 헬레나의 손에 머물러 애교를 부린다.
그 상태로.
“······어떤 새끼야?”
헬레나가 시선을 준 곳.
그곳에 ‘놈’이 나타났다.
< 제43장 – 깨어난 신성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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