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87)
내 마법이 더 쎈데-87화(87/203)
< 제43장 – 깨어난 신성 (2) >
일행의 시선이 향한 곳.
콰릉!
거기엔 하나 둘. 바닥의 용암을 뚫고 속속들이 이면세계로 모습을 드러낸 자들이 있었다.
숫자는 어림잡아 20이 넘었다.
“나으리······. 설마 저 놈들······.”
“발라크의 부하들이군.”
아르민은 혀를 찼다.
말파스 알리토에서 따돌렸거늘, 허수좌표까지 뚫고 여기에 도달하다니.
의외로 유능한 면이 있었던 건지, 예상보다 놈들의 접근이 빨랐다.
특히 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이 있었다.
– 쿠우우웅.
가장 마지막으로 이곳 세계에 발을 들인 자.
무리의 중심에 고고히 모습을 드러낸 건, 전신이 검은색 비늘로 뒤덮인 도마뱀 인간이었다.
주위에 서 있는 조무래기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만큼, 거대한 마기를 흩뿌리고 있었으니.
따로 추리할 것도 없다.
놈이 바로.
‘놈들의 리더 발라크다.’
하지만 동시에, 아르민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뭔가 이상해.’
아르민의 감각을 간질이는 이 느낌.
발라크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마기가 이상하리만치 커다란 ‘위화감’을 흩뿌리고 있었다.
그건 마치 투명한 물 위로 검은 잉크 한 방울을 뿌린 것처럼.
한없이 투명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 ‘감각’은······.
그때 상념을 방해하는 소리가 있었다.
쉬잇쉬잇.
위협적인 혓소리를 내면서 다가드는 도마뱀 인간.
놈이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말투에서 여유가 묻어나온다.
역시나.
“네놈이 발라크인가?”
“그렇다면?”
“서열 62위 치고는 꽤 거들먹거린다 싶어서 말이지.”
아르민의 비아냥에,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 저 새끼가!
– 감히 발라크 님에게 무슨 말버릇을······!
동시에 발라크의 뒤에 서 있던 놈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거나, 마기를 뿜어내며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싸울 생각으로 왔다는 소리다.
“날 알아보고도 뻔뻔한 얼굴이라니. 네놈은 누구지? 거기 있는 계집과 함께 아르카스를 믿는다느니 뭐니 하는 나부랭이인가?”
쉬잇 혓소리를 내며, 세로로 찢긴 발라크의 동공이 아르민을 바라본다.
말투와 기척.
정말로 의문을 품은 듯 간격을 도는 호흡은 아르민에게 여러 정보를 전해주었다.
아르민과 이스텔을 자기가 쫓던 성물의 운반자인 아크투루스, 볼프와 동일시 취급한다는 건 한 마디로.
‘놈은 날 모른다.’
발라크가 가진 정보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건 단지 발라크만이 아니라, 그 위에 군림하는 놈에게도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았다는 뜻.
‘그건 나쁘지 않은 이야기지.’
헬레나의 봉인을 깨기 위해 이 자리까지 찾아오는 사이, 발라크의 부하들을 깨부숴오긴 했지만.
그게 서열 1위의 마왕 세력, 바알에게 적대행위로 비춰지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당연했다.
‘나는 지구로 돌아가면 그만이야.’
목적을 착각해서는 안 되었다.
아르민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헬레나와 함께 지구로 돌아가, 남은 칠영웅과 결판을 짓는 것.
그 과정에서 마계의 강대세력들과 척을 지는 건, 옳고 그름 이전에 효율적이지 못한 일이다.
숨길 수 있다면 끝까지 숨긴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간다.
아르민의 노림수는 그 뿐.
그렇게.
“흐음, 숨겨진 보물은······. 거기 있는 계집이로군. 과연······. 아가레스의 말로는 최초의 권좌에 필적한다더니만 느껴지는 힘이 심상치 않아······.”
샤아앗.
발라크는 등에 비끄러매고 있던 거대한 철퇴를 꺼내들었다.
그걸 아르민 일행을 향해 겨눈 채로.
“그 강대한 힘을 바알 님께 바쳐주마!”
충실한 바알의 종으로서 가감 없이 보이는 적의.
하는 수 없지.
여길 뚫고 나가려면 귀찮지만 손을 쓰는 게 먼저다.
그리 판단한 아르민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잠깐.”
“응?”
“미스터 강, 여긴 나한테 맡겨. 조금 신경 쓰이는 것도 있고.”
아르민을 제치고 먼저 나선 건 헬레나였다.
열기에 부슬거리며 떠오른 금발을 휘날리며, 허벅지 근처에서 갈기갈기 찢겨나간 진홍빛 드레스를 걸친 그녀는 거침없는 걸음으로 앞으로 나선 것이다.
“쉬잇쉬잇. 이제까지 봉인되어있던 주제에, 이 나를 막겠다는 것이냐?”
발라크는 여유가 넘쳤다.
서열이 낮다고는 해도 마왕급.
가지고 있는 무력과 힘에 그만큼 자신이 있을 테지.
설사 봉인되어있던 아르카스가 최초의 권좌에 필적하는 ‘격’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바알 님의 은총을 받은 내겐 어차피······!”
화르륵!
떠들던 발라크의 입가 근처로 불꽃이 튀었다.
“!!”
어이쿠 하는 태도로 한 걸음 물러나는 발라크, 놈의 눈동자가 더욱 가늘게 찢어졌다.
그런 놈을 비웃듯.
“야, 입 아프게 구시렁거리지 말고, 그냥 덤벼. 도마뱀 대가리.”
아니면.
“네놈이 가진 권능은 지껄이기뿐이냐?”
노골적인 도발이었다.
이거 참.
“헬레나답긴 한데.”
그 괄괄한 성격이 어딜 가겠느냐고.
그러자 발라크의 철퇴가 예기를 띤다. 도발이 정통으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내 아래에서 울부짖게 해주마.”
쉬잇쉬잇쉬이잇!
위협적인 혓소리가 몇 번이고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후웅!
벼락처럭 철퇴가 휘둘러진다.
동시에.
– 우와아아아!!
– 덮쳐!
그게 신호가 된 것이겠지.
발라크의 부하들이 단체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서로의 거리는 약 50여 미터.
움직인다면 지금 뿐. 구사하는 건 단체를 상대로 한 범위 마법으로 한 손에 캐스팅을 흩뿌린다.
하지만.
“말했잖아. 나한테 맡겨달라고.”
그보다 먼저 또각 하고, 헬레나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화륵.
걸음 한 번에, 발치에 고인 용암에서 불길이 피어오른다.
스윽.
하늘하늘 옆으로 흔들리는 손가락 동작에 따라, 불길이 춤을 춘다.
마치 오케스트라 악단을 지휘하는 총지휘자처럼.
그녀의 손길이 움직이고, 눈길이 닿고, 휘파람이 이끄는 대로.
– 으, 으아아악, 뭐, 뭐야. 이 불길은!
– 달라붙어서 꺼지질 않아!
대지에서 일어난 불꽃은 달려들던 집단을 뱀처럼 휘감고, 삼키고, 불태웠다.
개중에는 물론 저항하려는 자도, 이 현상을 일으킨 헬레나를 먼저 처리하고자 억지로 돌진해오는 놈들도 있었지만.
“날파리들 주제에.”
쿠웅.
구두굽을 바닥에 찍자, 그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용암의 너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
치이이익!
콰아아앙!
먹잇감을 깨물어 부수고, 불태우며, 전부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미 거기까지 이르러서, 헬레나가 펼치는 ‘힘’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연재해에 이르는 행위였다.
“허·········.”
“아······.”
눈앞에서 벌어진 풍경에 볼프와 아크투루스가 압도된다.
행색은 초라할지언정, 그녀의 등 뒤로 느껴지는 위압감은 진짜다.
오히려 찢어진 진홍빛 드레스가 불꽃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금발이 열풍에 나부낄 때마다.
주변으로 흘러내리는 그녀의 힘은 더욱 신령스러움을 더해갔으니.
“이게······. 불의 신이라고 불리는 힘인가.”
이것이 신성을 가진 자의 진짜 힘이라고.
아르민은 뒤늦게나마 자각할 수 있었다.
상대는 누가 뭐라고 해도 과거 칠영웅 중에서도 가장 불길을 다루는 데 익숙한 자.
지옥의 불길을 휘감고, 현세에 이르러서는 불의 신이라는 신성까지 손에 쥔 자가 아닌가.
‘아르카디아와 동격의 신성······’
그녀가 휘두르는 불길을 한낱 서열 62위의 마왕이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다.
– 그아아아악!
불길은 자비 없이 만물을 태운다.
그 안에서 헬레나는.
“크, 흣, 크하하하! 전부 불타버려라! 빌어먹을 파충류 새끼들아!”
“······정말 신령스럽기 짝이 없구만.”
지켜보고 있는 신도들이 뜨악하고 질릴 정도로, 그녀는 마구 불길을 뿌려대며 학살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저 신전 아래에 봉인되었던 스트레스가 컸던 것이겠지.
이거 참.
“일방적이구만.”
고기 익는 냄새가 아르민의 코끝을 간질였다.
****
학살은 얼마가지 않았다.
쿠웅!
모든 게 재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새까만 숯덩이는 무모하게 헬레나를 향해 철퇴를 들고 덤벼들던 당사자.
발라크였다.
도마뱀 특유의 가죽이 열기로 인해 쩍쩍 갈라져 말라 비틀어졌고.
그 안에서 새어나오던 체액조차 열기에 전부 메말라, 그 내부마저 비쩍 말라 있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참혹하기 짝이 없는 행색으로, 놈이 들고 있는 철퇴는 손에 쥔 밑동밖에 남지 않았다.
철구 부분마저도 열기에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 바알······ 니임······.
새액새액.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마지막 단말마를 내뱉는 순간까지.
발라크는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이름을 불러대며 바닥에 쓰러졌다.
마침내 호흡이 멈추었다.
“끄, 끝난 것입니까요?”
볼프가 그런 말을 꺼냈지만, 아르민과 헬레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런 데서 그런 말을 하면 곤란한데······.”
“지구에서 저런 말을 꺼내면, 전원에게 위스키 한 병이었지. 아마?”
“예?”
볼프가 무슨 소리냐는 듯 반문했지만.
원래부터 이런 상황에서 ‘해치웠나?’ 는 늘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라 하지 않던가.
게다가 실제로도.
“기운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아르민의 선언처럼.
직감적으로 그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쿠웅!
발라크의 육이 흔들린다.
쿠우우우웅!
움직임을 멈춘 발라크의 육체에서, 급작스럽게 마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이 마기의 느낌은.
“아까부터 느껴지던 이질적인 바로 그 마기다.”
본디 발라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아까 전에도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
마기는 점점 더 기세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웅!
발라크의 육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이르러서, 마기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눈치를 못 채는 쪽이 등신이다.
“소생 마법이야.”
“마기를 통해서?”
“원래 그런 계약이었을 테지.”
“어쩐지 처음부터 찜찜하더라니.”
아르민과 헬레나의 말이 오고간다.
볼프나 아크투루스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멀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 경우는 지구에 있을 적, 게이트 너머에서도 몇 번이고 보아온 풍경이기도 했다.
‘특정한 방식을 통해 대상과 계약을 맺어,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형태.’
게다가 그 방식은 지금까지 질리도록 보아왔을 정도로, 마왕이 자주 쓰던 방법이 아니던가.
이대로 두면 발라크는 한 번 더 부활할 수가 있다.
아마도 이것이.
“바알의 권능인 것이겠지.”
실제로 저 마기에선 낯선 기척이 느껴졌다.
여기선 아르민이 움직였다.
“제어한다.”
“뭐?”
헬레나의 놀란 목소리를 뒤로하며, 아르민은 그 마기에 간섭했다.
단지 발라크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그것뿐이라면 지금이라도 마력을 이용해, 저 육신을 조각 하나 남겨두지 않고 분쇄하면 그만이다.
여기서 아르민이 알고자 한 건.
‘마기의 교란이다.’
만약 아르민의 감각대로 이 광경을 바알이 지켜보고 있다면, 그것의 눈을 가려두고 싶었다.
손을 들어 마기에 간섭한 순간.
쿠웅.
아르민의 눈에 어둠이 펼쳐졌다.
****
깊고 깊은 심연.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아르민에게 느껴진다.
저 너머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분명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의 기척이다.
‘이게 바알이라고······?’
아니, 뭔가 다르다.
아르민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건 지금까지 만나온 마계의 마왕과는 전혀 다른 궤에 존재하는 ‘무언가’다.
그런데도 이 세계에선 이걸 두고 서열 1위의 마왕이라고 부른다고?
아르민이 의문을 띤 그 순간.
딸칵.
아르민의 술식에 따라 연결이 끊어졌다.
“······눈은 가렸어.”
아르민이 한 걸음 물러나자, 남은 건 갈 곳 잃은 마기가 발라크의 육을 침범하려는 상황뿐이었다.
그때.
화르륵.
아르민의 등에서 불꽃이 피어났다.
뜨겁고, 뜨거운 뱀의 불꽃이 헬레나의 발치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남은 건 신의 불꽃으로 정화하면 그만이야.”
어둠에서 눈을 뜬 아르민의 귓가로 들려온 자신만만한 목소리.
아르민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할 수 있냐?”
“당연하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데?”
헬레나는 자못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래봬도 난 불의 신이라고?”
참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동서고금 신이 이끄는 불길에 정화의 의미가 깃들어있다는 것은 마법을 배우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마술적 기호’다.
즉.
“······!”
헬레나가 박수를 치며 솟아난 불길이, 다시 한 번 바알의 마기로 휘감기기 시작한 발라크를 덮쳤다.
그리고.
푸화아아악!!
마기가 단번에 불꽃에 먹혀 소멸하기 시작했다.
실로 훌륭하게 개시된 정화작업은 이윽고.
푸스스.
마기를 전부 잡아먹고, 자취를 감추었으니.
“응?”
하지만 불길이 가시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아르민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반쯤 타오른 육체는 여전하지만, 그래도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건.
“······살아있다고?”
헬레나의 놀라워하는 목소리처럼.
마기와 불길이 가신 뒤에 남겨진 발라크는, 어째선지 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천천히 두 눈꺼풀을 뜨는데 성공한 발라크는, 잠시 상황 파악이 늦었는지 끔뻑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그럼 또 죽이면 돼.”
헬레나가 다시 불꽃세례를 펼치려는 그때서야 비로소.
“······자, 잠까아안!”
발라크는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급한 어조로 이렇게 지껄였다.
“잠깐만 기다리고, 내 말 좀 들어줘!”
······뭐?
****
그곳은 아름다운 성이었다.
백색을 기조로 각종 아름다운 부조물과 장식으로 장식한 공간.
탐미(貪美)의 성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이곳이 바로 마왕 바싸고의 영역이었다.
그 복도의 중심을 바싸고는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걸었다.
“최초의 권좌······. 거기다 우리를 배격한 차원의 존재란 말이지.”
아가레스가 드림랜드로 불러들여 지껄였던 말들.
그것이 줄곧 바싸고의 마음속에 남아,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신경을 거슬렸다.
자신이 누구인가?
서열 3위라는 순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마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다.
‘선조들은 언제나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
자신들의 신화가 남아있는 곳.
독생자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 운운하며, 과거에 얽매여있던 자들.
바싸고는 그들과 달랐다.
현 마계에서도 나는 ‘신화’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자였다.
하지만 아가레스는 경고라고 지껄였던 말이······.
마계에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는 그 말이 심기를 거스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내 보금자리를 침범 당하고, 모욕마저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마왕의 이름이 운다.
“아가레스, 그 놈은 어차피 계속 지켜보는 것밖에 못해.”
그리고 바알은.
“······뭔지는 몰라도 더러운 꿍꿍이를 가지고 있겠지.”
바알이라면 어떤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을 놈이다.
그만큼 뒤가 구린 놈이니까.
뭐, 그렇다면 여기선 나 또한 내 멋대로 움직이면 될 뿐이라고.
바싸고는 옆을 따라 걷던 부하를 불렀다.
“아직 부에르의 영지와는 통신이 이루어지겠지? 그 영지의 주인을 이곳으로 불러라.”
“예.”
아르카스가 튕겨져 나온 차원이, 우리가 배격된 차원이고.
앞으로의 재앙과 관련이 있다면.
까짓것 먼저 선수를 쳐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본디 그곳으로 향했던 건 부에르다.
만약 부에르의 후계가, 무사히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면.
“그 차원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을 테지.”
원하는 건 전부 손에 넣는다.
힘도, 미모도, 아름다움도.
그리고 마계를 어지럽힐지도 모른다는 재앙까지도 전부.
****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걸까?
발라크는 아르민과 헬레나 앞에서 고개를 처박았다.
이제까지 한껏 거들먹거리며 덤벼들던 놈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여준 것이다.
“쓸데없이 고민할 거 없이, 그냥 죽여 버리면 돼.”
헬레나는 호쾌하게 선언했지만.
그럴수록 다급해진 건 발라크 본인이었다.
“그, 그게 아니야! 나, 나는 이제까지 놈에게 세뇌를 당하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놈?”
“바알 말이야!”
바알 님이라는 호칭 대신 이어진 반말.
그만큼 발라크의 태도는 보는 쪽이 의아할 정도로 180도 바뀌었다.
아르민과 헬레나의 시선이 교차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르민이 입을 열었다.
“자기가 모시던 주군을 함부로 부르다니, 신하로서 실격 아닌가?”
잠시 떠보는 듯한 말.
하지만 거기에 발라크는 기가 찬다는 듯이 소리쳤다.
“모시는 주군? 웃기고 있네! 그 새끼는 그냥 미친놈일 뿐이야!”
거친 욕설과 비난을 섞어가며, 발라크는 바알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마계 전체를 붕괴시키고 무너뜨리려고 생각하는 정신병자 새끼인데. 주군은 무슨······!”
‘······음?’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 제43장 – 깨어난 신성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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