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9)
내 마법이 더 쎈데-9화(9/203)
< 제4장 – 마법 단련 (2) : 흔적 >
아르민의 발길이 멈춘 곳은 베른숲 외곽지역에 펼쳐진 공터였다.
막 도착한 그곳에선, 어찌된 연유인지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막아! 다리를 공격해!”
“끄아아악!”
제식용 가죽갑옷으로 통일된 복식을 갖춘 다수의 사람들이 뒤엉켜 있는 광경.
한 손에는 장창을 꼬나 쥔 자가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는 방패를 들고 있는 이들 또한 보이는 것이.
‘마을 경비대인가?’
지구의 특수부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훈련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그들은, 아르민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일레인스 영지의 경비대가 분명했다.
순간 의아함이 들었다.
경비대라 함은 결국 마을을 경비하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베른숲 외곽.
가끔 만일을 위해 경비대가 순찰을 돌기는 해도, 그들이 이곳까지 나와 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어째서 여기에 경비대원들이 있는 거지······?’
아르민이 의문을 품었지만, 공교롭게도 그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콰아앙!
-크라아악!!
갑자기 내질러지는 포효.
‘음?’
그제야 경비대원들과 대치하며 싸우는 ‘것’을 발견한 아르민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넘실거리는 그림자.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뭉글거리는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살아있는 듯한······ ‘어둠’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것은 어둠에 휘감긴 마물이었다.
– 그, 어어억!!
키는 약 2m 정도 될까.
인간에 비하면 응당 거구라고 부르기에 손색없는 체구.
머리부터 몸통까지 전부 근육으로 되어있는 듯.
허공을 가르며 바람 소리를 내는 두꺼운 팔뚝이 제법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전체적인 피부색은 재를 바른 듯 어두운 회색빛을 가지고 있어, 보기만 해도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인다.
놈이 주먹을 휘두르자.
퍼걱!
그 앞에 서서 방패를 들고 있던 경비대원의 몸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뒤로 날아갔다.
“일격에 방패가 부서지다니······!”
다행히 경비대원이 목숨을 잃지는 않은 모양이었지만.
고작 주먹질 한 방에 나무 방패가 박살이 나버리는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었다.
이번엔 방패라 다행이었지.
만약 그 주먹이 복부나 머리로 향한다면?
굳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더라도, 이 자리의 모두가 깨달았을 터였다.
‘한 대라도 맞으면 즉사다.’
– 그, 르르륵!
다음 사냥감을 찾듯 번뜩이는 핏빛 눈동자.
놈의 기괴한 생김새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눈과 코, 입에서 뭉클거리며 피어나는 ‘어둠’이 전신을 휘감은 채로 흘러내린다.
경비대원들을 위협하듯 기이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어둠.
마치 어둠 자체가 놈의 신체 일부분이라도 되는 것만 같았다.
“거리! 거리를 벌려라! 창을 찌를 수 있도록 거리를 벌려!”
“어째서 이런데 오크가······!”
경비대원들의 악다구니 속에서 들려온 익숙한 단어에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게 아니라.
‘오크라고? 저게?’
아르민이야 평생 오크를 본적이 없으니 차치하고서라도.
재민은 오크를 알고 있었다.
아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이트 너머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나던 놈들이었지.’
오크는 그 체구나 가진 힘, 갖춘 무구에 따라 병사부터 십인장, 백인장까지 올라가는 계급 체계를 갖춘 놈들이다.
어느 정도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괴물이라기보다는 야만족과 비슷하다는 인상.
아르민은 생전 그들과 치열하게 싸워왔다.
그때 아르민이 치렀던 싸움은, 단지 몬스터를 토벌하는 게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전투였다.
그중에서도 붉은 오크 족장 ‘타나진’과 치렀던 최후의 결전은.
떠올리기만 해도 아직 가슴이 후끈거릴 만큼 더욱 치열한 전투였더랬다.
‘내가 알던 오크들은 전사였다.’
아르민에게 있어 오크란 긍지 높은 전사요,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헌데 그에 반해 저기 있는 것은 그저.
“괴물인데?”
아르민이 알고 있는 오크와 다르다는 것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저 어둠이 수상했다.
어둠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아르민에게도 또한 익숙한 것이었으니.
‘······마기인가?’
마기(魔氣).
지구에 있을 적, 마기를 다루는 건 마법사가 아니었다.
으레 악마 계약에 손을 대고는 하던 사탄숭배자들이 자주 다루는 것이 바로 마기였다.
가까이 하는 것만으로도 살이 썩어 문드러지고, 생명체를 모독하는 힘이지만.
그만큼 적은 양으로도 마기는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
다수의 사탄숭배자들이 거기에 매료되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오히려 거기에 매료된 자들만이 사탄숭배라는 배교의 길로 빠지고는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마기는 지구에서도 마약과도 같은 금기로 취급되어온 힘이었다.
그런데 그런 힘의 편린을 여기서 볼 줄이야.
저 어둠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아르민이 그러한 의문을 품었을 때였다.
-그아아아!!
“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다음 공격을 대비해라!”
경비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외친 순간.
쿵쿵쿵!
부지불식간에 오크는 거리를 좁혀 경비대원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으, 으아아아!!”
일순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예감했다.
퍽 하고 머리가 깨지고, 붉은 선혈이 튀는 장면이 곧 펼쳐질 것임을.
하지만.
쇄애애액!
그것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용처럼.
갑작스레 난입한 검사(劍士)가 휘두른 검극이 번뜩이고는.
서걱!
단숨에 오크의 팔꿈치가 잘려나갔다.
푸화아악!
허공을 수놓은 건 붉은 선혈이 아닌, 오크의 푸른 피였으니.
경비대원을 구하며 사뿐히 등장한 젊은 검객의 모습에 아르민의 얼굴로 의외의 감탄이 떠올랐다.
그 자는 다름이 아니라.
“카일?”
아르민의 형이기도 한 카일 일레인스.
바로 그 남자였다.
****
어째서 영지 시찰을 나간다고 했던 카일이 이 자리에 있는가.
그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카일 님!”
“모두 물러나라! 놈은 내가 맡겠다! 방패조는 놈의 퇴로를 막고, 장창조는 그 뒤에서 놈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견제를 맡도록! 내 뒤에서 다른 대원들이 합류할 때까지 버텨라!”
– 넵!!
강렬한 카리스마로 단번에 상황을 정리한 카일은, 몸을 돌려 오크와 다시 한 번 대치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제국 군부의 장교다운 모습이었다.
‘제법이군.’
검극이 살아있다.
아르민의 눈썰미는 카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체내의 기를 사용하는 등의 진짜 ‘실력’을 보인 건 아니지만, 카일은 단순한 검술만으로 방금 그 통짜 근육을 잘라낸 것이다.
‘이게 이쪽 세계의 진짜배기 실력자인가.’
이전의 용병들과는 몸놀림부터가 다르다.
더구나 아르민이 알기로 카일에겐 또한 숨겨진 비장의 한 수가 있을 터였다.
헌데 그걸 쓰지 않아도 카일은 마기에 휩싸인 오크와 호각으로 싸워나갔다.
쓰러트리지는 못한 채로 이어지는 전투.
이어진 카일의 공격이 몇 번이나 오크의 피부에 생채기를 내지만, 결정적으로 숨통을 끊는 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다만.
‘일부러 그렇게 움직이고 있군.’
아르민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인다.
카일이 당장 오크를 쓰러트리지 않는 건, 그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뭔가를 기다리는 건가?’
끊임없이 시선을 움직여,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며 순수하게 검술로만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하니.
아무래도 카일은 여기서 무리하게 힘을 폭발시키는 대신, 무언가를 기다리듯 오크의 힘을 빼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아르민이 예상한대로.
“허억! 허억! 카일 님! 흩어졌던 오크를 몰고 왔습니다!”
공터 너머에서 불쑥 반쯤 죽어가는 얼굴로 경비대원 하나가 나타났다.
이윽고.
– 그아아악!
– 그라아악!
괴성과 함께 오크 두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놈들의 생김새는 카일이 상대하는 오크와 동일했다.
“내가 선두를 친다! 오크가 전부 공터 중간으로 몰린다면 그물을 이용해서 움직임을 묶어라! 잊지 마라! 승기는 우리에게 있다!”
‘역시 그런 작전이었군.’
카일의 격려와도 비슷한 말에.
경비대원들은 “우오오오!!” 하는 함성으로 화답하며 오크들과 치열한 결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크가 주먹을 휘두르면, 경비대원 둘이 모여 방패로 힘을 분산시키고.
그 충격이 해소된 순간, 카일이 파고들어 날카로운 검격으로 오크의 겨드랑이를 베는가 하면.
직후 빙글 검을 돌려, 그 검 손잡이로 옆에서 카일을 노리던 또 다른 오크의 턱주가리를 날려버렸다.
그 순간순간의 움직임 속으로 번뜩이는 ‘마나’의 기척은.
‘헌터들처럼, 부스트 용도로 마나를 활용하고 있군.’
숙련된 헌터라면 체내의 활동이나, 그 운동력을 상승시키는데 마나를 쓰기 마련이었다.
그 마나를 가공하기 위해, 특별한 파벌(문파) 사이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무공’ 같은 것도 있다는 걸 아르민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카일 또한 그런 부류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제국에서 기사단에게 가르치는 [아츠]가 있다고 했었나.’
뭐가 되었든 간에, 카일은 우수한 검사였다.
하여간 그렇게 아르민이 그런 기억을 뒤적거리는 사이, 공터의 혈전은 마침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지금이다!”
카일의 지시에 촤라락 하고 펼쳐진 쇠그물이 오크들을 옭아맸으니.
-그아아앗!
아까까지와 달리, 움직임이 제한되기 시작한 오크들에게 더 이상 방법이 있을 리가 없었다.
푸욱!
카일이 심장에 칼을 박아 넣은 오크를 마지막으로.
쿠우웅!
세 마리의 오크가 전부 땅에 쓰러졌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 와아아아!!
경비대원 사이로 환성이 터져 나왔다.
****
자기들이 오크를 물리친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 건지, 경비대원들이 웅성거리며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을 때.
어김없이 기강을 다잡은 건 카일의 묵직한 호통이었다.
“기뻐할 때가 아니다! 부상자를 확인하고, 피해 상황을 확인해라! 우리가 확인한 건 이 세 마리가 전부이지만, 혹시라도 다른 놈이 있을지도 모르니 척후조는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도록!”
– 넵!!
경비대원들이 승리했다는 현실에 취하기도 전에, 카일의 무자비한 말이 그들을 현실로 이끌고 왔다.
확실히 이런 점만 보더라도.
‘우수한 형님이구만, 어느 망나니랑은 무진장 비교가 돼.’
아르민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면 아르민은 유독 장남인 카일과 비교해서 까일 때가 많았는데.
이래서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실제로 방금 아르민이 목도한 카일의 실력은 출중했다.
‘그나저나 마기에 오염된 괴물이라니 대체······.’
혹시 이 세상엔 마기에 오염된 몬스터가 자연발생하기라도 하는 걸까?
아르민이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오크들의 시체를 바라보고 있을 무렵이었다.
불현 듯 ‘어둠’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눈치 챈 것은 오크를 살펴보고 있던 아르민이었다.
부상자를 챙기는 카일도, 피해상황을 확인하는 다른 경비대원들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
어둠은 되살아난 뱀처럼 기어올라, 카일의 뒤를 노리려고 한 것이다.
‘마무리가 어설프구만.’
마기란 끈질긴 힘이다.
몇 번 정도 정부의 명령을 받아 사탄숭배자들을 토벌해온 아르민은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저런 식으로 ‘신의 위광’도, ‘성스러운 힘의 편린’도 빌리지 않고서.
단순히 비마법적인 행위만으로는 완벽히 근절하기 어려운 게 마기라는 힘이었다.
이대로 있다간, 누구라도 하나 피해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
‘뭐, 내버려둘 순 없겠지.’
딱히 카일이 이뻐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원채 마기라는 힘을 아르민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도 있었고.
뭣보다 오늘 익힌 마법을 시험해볼 요량으로 아르민은 ‘어둠’을 향해 손가락을 겨눴다.
‘거리가 10m 정도. 부여하는 속성은 빛. 마법의 형태는 폭발로 해서······.’
어둠이 꿈틀거리는 직후를 노려, 아르민은 2어절의 더블 액션을 입에 담았다.
“섬광탄, 투척. (Flash bang).”
키이이이잉!
“억?! 뭐야?!”
“끄악! 누, 눈이?!”
“저, 적습이다!”
“모두 침착하게 몸을 낮추고 후속 공격에 대비해라!”
섬광탄을 이미지로한 마법에, 빛이 폭발했다.
속절없이 스러지는 어둠.
어차피 숙주를 잃은 이상, 플래시 뱅을 통한 강렬한 섬광으로 어둠을 지워버리면, 그걸로 마기는 힘을 잃게 될 터였다.
‘좋아. 더블 액션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군.’
그런 만족과 함께 아르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마기에 오염된 괴물이 등장했다.
그 말은 곧.
필연 마기를 이용해 괴물을 만들어낸 ‘주체’가 있다는 소리일 터.
그리고 만약 아르민의 추측대로 저것들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근처에 마법사가 있단 소리다.’
이 세계로 와서 처음으로 보는 ‘마법’의 흔적이란 말이 아닌가.
“흐음, 그건 좀 신경 쓰이는데.”
아르민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호기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제4장 – 마법 단련 (2) : 흔적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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