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90)
내 마법이 더 쎈데-90화(90/203)
< 제45장 – 너를 기다렸다. (1) >
“만나서 반갑구나. 부에르의 후계자여.”
“예, 옛······! 바싸고 님을 뵙습니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바싸고의 성 내부.
청자색 머리칼과 구릿빛으로 그을린 갈색 피부를 지닌 미녀.
바싸고는 옥좌에 앉아 방문자들을 맞이해주었다.
“부에르의 자리를 무사히 이은 걸 축하하마. 네 아비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하겠지.”
“······네! 이것도 전부, 아버지의 친우였던 마왕 벨레드 덕분입니다.”
원래 그럴 예정은 없었지만, 비에르는 자연히 아르민에게 공을 넘겼다.
여기에 크로셀이 관련되어있다거나, 그게 바싸고의 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따윈 전부 배제한 채.
여기까지 와서 괜히 심기를 건드릴 소리는 하지 않는다는 거겠지.
“친우라고······.”
비에르의 발언에 바싸고는 잠시 큭큭 웃음을 죽이는가 싶더니.
“그래, 유산을 잇는 건 큰일이니······. 자유마왕이라고 해도 도움을 주었다면 그만큼 예우를 해줘야겠지.”
오고가는 덕담.
주변을 둘러보아도 사방으로 바싸고의 군단이, 여왕을 향해 부복하고 있는 모양새가 퍽이나 위엄이 흘러넘치는 풍경이다.
원래라면 이것은 아르민이 접할 이유도, 의미도 없는 광경이겠으나.
“흐응······.”
그러는 와중에도, 바싸고의 시선은 아르민에게 박혀들었다.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지만, 말없이 요야(妖冶)한 미소만을 입가에 베어 문 채로.
앞서 나눈 대화 따윈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저녁에 연회를 열 테니, 그럼 그때까지 숙소에서 쉬도록.”
바싸고의 선언과 함께, 자리를 파했다.
****
숙소로 돌아가기 직전.
“벨레드는 남아.”
바싸고의 말에 아르민은 물론, 비에르의 몸 또한 우뚝 멈추어섰다.
비에르는 ‘바싸고 님이 왜 벨레드 님을······?’ 하고 되묻듯 아르민을 돌아보았지만.
아르민이야말로 의문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싸고는 아르민을 끌고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달칵.
문이 닫히고, 이 방에 남은 건 아르민과 바싸고.
단 둘 뿐이었다.
방안은 여러 화려한 장식들이 놓여있는, 척 봐도 낭비가 심한 귀족 특유의 방 같은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놓인 황동으로 만든 장식품이나, 금박이 입혀진 가구 등등.
척박한 마계의 환경에서, 잘도 이런 재물을 모았다 싶었다.
이것 또한 서열 3위의 힘인 것일까.
그나저나.
“벨레드의 이름이라. 잘도 그런 이름을 댔는걸.”
“·········.”
바싸고의 눈동자가 아르민을 핥는다.
격식 있는 인사 따윈 내던진 채로, 입술을 혀로 핥으며 내뱉는 한 마디.
그럼에도 아르민이 묵묵히 있자.
“아직도 꿀 먹은 벙어리 상태야? 처음 만났을 때 보여줬던 패기는 어디로 가고?”
바싸고는 농염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전신에서 흘러넘치는 여유.
서열 3위의 마왕은 그 정도로 자신이 가진 능력에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는 것이겠지.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사전 계획대로라면 아르민은 바싸고와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계획이 틀어졌다.
다름 아닌 바싸고 본인이 아르민을 여기까지 호명해서 불러들였으니까.
“그렇게 굳어 있을 거 없어. 당신도 일단은 서열 13위의 마왕이잖아?”
명백히 얼굴 위로 어려 있는 조소가, 본인조차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대변한다.
그렇다. 이미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것이 단죄나 배제의 칼날이 아니라, 방으로 자신을 불러들이는 결과로 이어졌는가.
‘후우······.’
심호흡을 한다.
그래, 인정해야만 했다.
‘여기선 바싸고가 우위에 있다.’
그녀는 아르민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알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모른다.
그녀가 앞서 했던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가정 하에, 세울 수 있는 가설이라면 단 하나.
현 상황에서 바싸고가 아르민의 정체를 꿰뚫어보고 있는 건 그녀가 가진 ‘권능’ 때문이라는 것.
‘유겐이 이야기했었지.’
바싸고가 서열 3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녀가 가진 권능 덕분이라고.
그만큼 그녀의 힘은 강력하다.
어쩌면 그건 단순히 마기의 강약으로만 판단되는 종류의 힘아 아닐 가능성도 크다.
생각해보자.
‘녀석은 이번으로 만남은 세 번째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앞서 아르민이 알지 못하는 두 번의 만남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어떤 경우가 있지?
‘우선 미래를 내다보는 경우.’
아니, 기각이다.
그것은 ‘만남’이라는 말로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단순히 미래시(未來示)의 힘일 뿐이라면, 애당초 아르민이 바싸고를 만나는 미래 따윈 존재할 리가 없었다.
자신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아르민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주어진 정보가 너무나도 부족하다.
그럼 해야 할 방법은 하나.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라고 하셨습니다만. 무슨 의미인지 저는 도통······.”
아르민은 양팔을 들어 저항의사가 없다는 걸 어필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오리발을 내민 것이다.
“호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첫 번째 만남 때랑 같아. 필요한 것을 위해서라면 우선 상황을 살핀다······. 그게 네 본성인 모양이네. 마족답지 않아.”
피잉.
마기가 공간을 메운다.
보이지 않는 열기가 방안을 데운다.
누가 보더라도 힘을 행사하기 시작한 그녀의 태도에도 아르민은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후후. 긴장한 모습이 보기 좋아. 분위기가 살잖아. 처음 만났을 때는, 내 ‘능력’으로 궁지에 몰리자마자 이판사판으로 덤벼왔던 주제에. 깜짝 놀랐어. 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니. 생각보다 빠르게 능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니까? 그 뒤에 두 번째 만남에선 마법을 전부 파훼해주니까 얌전해진 게 정말 마음에 든단 말이지.”
바싸고는 말했다.
“두 번째 때는 뭐라고 했더라? 맞아. 내가 다루는 힘은 ‘섭리’를 초월하고 있어서, 현대 마법사인 자기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했었지? 현대 마법사라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렇게 떠든 주제에 저택을 전부 날려버리려고 하다니. 무슨 생각이었는지 도통 짐작이 안가지만 말이야.”
그래도.
“소용없어. 네가 날 죽이려고 해도, 체내의 마기를 폭주시켜서 저택 전체를 날려버리려고 해도. 내 ‘힘’ 앞에선 무의미해.”
바싸고는 자신의 권능에 압도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우위를 점했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바싸고의 턱짓에 따라, 아르민은 천천히 자기가 들어 올린 양손을 바라보았다.
그 말대로다.
정보가 없다.
주어진 단서가 부족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답’은 자아낼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단서가 있다면, 거기에 답은 존재한다.
“그렇군요.”
“응?”
아르민은 천천히 시선을 옮겨, 얼굴 위로 살짝 의문 부호를 떠올린 바싸고를 정면에서 마주보았다.
혹시나 싶어 묻는 것은 하나.
“당신의 말대로라면, 두 번째 만남 속에서 저는 이렇게 선언했겠지요.”
현대 마법사라면.
“답은 반드시 찾아낼 거라고.”
“······어?”
****
처음으로 일그러진 표정.
여유가 사라진 풍경.
어째서 네놈이 ‘그걸 알고 있어?’ 라는 얼굴.
원래는 일어났을 리가 없는 미래를 꿰뚫어보았다는 선언.
그야 당연한 이야기였다.
‘현대 마법사란 답을 찾는 자들이다.’
그리고 아마 자신이라면, 바싸고의 성격을 꿰뚫어보고, 저 여유를 분석하고, 덫을 쳐놨을 테지.
우선 첫 번째 만남.
거기에서 어떤 연유에서인지, 자신은 바싸고와 대립하게 되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
그녀는 벨레드의 원래 모습을 아는 듯 했다. 정체를 숨기고 벨레드를 사칭하는 아르민을 본다면 괘씸하다고 판단했을 여지가 크다.
그래서 싸웠다.
그냥 당해줄 아르민이 아니다.
압도했을 자신도 있다.
하지만.
‘현대 마법으로 응전한 결과, 첫 번째 만남은 없던 일이 되었다.’
단순한 마법적 능력의 우위를 따진다면, 아르민은 바싸고를 이길 자신이 있다.
내 마법은 강하니까.
하지만 마법이란 알려진 순간부터, 그 파훼법이 연구되는 분야다.
만약 첫 번째 응전이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면.
‘바싸고는 내 마법을 꿰뚫어보고, 두 번째 만남에서 나를 제압하는 데까지 갔을 테지.’
그래서 그때 자신이 택한 선택은 체내의 마기를 폭주시켜, 이 저택 자체를 날려버린다는 결론이었을 터다.
어째서 그런 막무가내인 선택을 했는가.
‘믿는 바가 있어서.’
능력을 꿰뚫어본 자신이, 추후의 답을 내놓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기에.
“첫 만남에 이어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까지 이어진 데는 이유가 있지요.”
두 번째 만남에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건.
첫 번째 만남의 흔적을 발견한 자신이, 그녀의 능력을 온전히 파헤치기 위해 시도한 선택이다.
그 결과를 추후 세 번째 만남으로 이 자리에 나타날 ‘아르민’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아마 첫 번째 만남을 통해 나는 그녀의 능력에 대해 가설을 세웠을 테지,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선 그걸 검증하기 위해 미련 없이 ’자멸‘을 택했다.’
첫 번째 만남의 가정이, 두 번째 만남의 추론으로 이어져.
세 번째 만남에선 정답으로 귀결되기를 확신하면서.
자신이라면 바싸고의 과시적인 성격을 꿰뚫어보고, 저 여유를 분석하고, 덫을 쳐놨을 것이다.
일부러 그녀를 충동질하도록 아르민이 떠들어댔던 건.
‘그녀의 입을 통해, 내게 정보가 전해지길 원했기에.’
그렇게 하나, 둘, 주어진 단서를 늘어놓고, 자신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정리한다.
‘섭리를 벗어나는 힘이란, 마법의 법칙조차 벗어나는 상식 외의 힘.’
요컨대.
“세 번째 만남이라는 키워드에서 유추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은 시간을 다루는 권능. 정확히는 어느 시점까지 되돌리는 부류의 힘이겠지.”
“······?!”
슬그머니 경악으로 일그러지는 바싸고의 얼굴이었지만.
동시에 아르민은 그녀의 권능이 완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단순 계산이다.
그녀의 시간능력이 모든 걸 초월해 완전했다면, 그녀가 단순히 서열 3위에 머물 일도.
이렇게 아르민이 무사히 그녀와 마주하고 있다는 일도 불가능하다.
애당초 아르민, 자신이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현대 마법사인 자신이라면 답을 찾아낼 것이다.’
나 자신이 그리 확신했다면, 그게 정답이다.
아르민은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신뢰했다.
답이 있다.
그 말은 빈틈이 있고, 공략할 방법이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아마도 그건.
– 체내의 마기를 폭주시키려고 했다.
마기와 관련된 요소다.
“아, 그 답이라는 걸 알겠군.”
아르민의 중얼거림에.
“시간이여, 되돌아·········!”
바싸고의 육체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
바싸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제껏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수천 년의 생을 살아오며 이제껏, 어려움이라는 장애물 따위에 부딪쳐본 적이 없었다.
당연했다.
– 무슨 일이 생기거든, 전부 과거로 되돌리면 돼.
그녀가 가진 마왕의 권능.
이름 붙이기를 원점회귀(原點回歸).
특정한 포인트를 지정한다면, 언제 어느 때고 그녀는 마기를 이용해 시간을 과거 시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되돌리는 것이 가능한 시점은 최소 초 단위부터, 최대 일주일 전까지.
그건 물질만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고, 아예 세계 전반을 과거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그만큼 마기의 소모가 크지만.
괜찮았다.
어차피 그녀의 능력은 만능이며, 최강이었으니까.
하지만.
“아, 그 답이라는 걸 알겠군.”
눈앞에서 자신을 벨레드라고 밝힌 남자가 태평하게 중얼거린 한 마디.
그것에 바싸고는 자신의 본능이 외치는 경고를 들었다.
고작 세 번째 만남일 뿐이었다.
단 세 번.
첫 번째 만남으로 저 남자가 가진 처음 보는 능력에 자신이 당하기 직전, 시간을 되돌렸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저 남자를 압도해 쓰러트리기 직전까지 갔지만.
내 손이 닿기도 전에 자멸해버렸다.
그래선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한 판단에 다시 시간을 되돌려, 세 번째 만남을 가졌건만.
‘전부······ 꿰뚫어봤다고?’
고작 세 번째 만남에, 남자는 자신의 능력이 시간을 다루는 힘인 것을.
그리고 그 능력에 존재하는 ‘약점’을 눈치 챘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전부 허세다.
단순히 자신을 충동질하기 위한 일이다.
그래. 설사 그 약점을 꿰뚫어보았다고 할지라도······.
‘시간을 되돌리면 돼.’
그럼 모든 걸 눈치 챈 저 남자의 깨달음은 ‘없던 것’이 된다.
자. 그러니, 시간이여.
되돌아가라.
그러기 위한 선언을 바싸고는 입에 올렸고.
“시간이여, 되돌아·········!”
푸욱.
그 가슴에 황동으로 만들어진 검이 꽂혔다.
****
“······아.”
바싸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께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박혀 있는 건, 아르민이 현장에서 직접 황동 장식품을 이용해 급조해낸 단검. 아조트(Azoth)였다.
물론 방안에 있던 물건을 이용한 경우다.
그렇게 뿜어져 나오던 마기가, 아조트로 스며든다.
“어, 째서?”
“아조트는 연금술을 위한 검. 그 기호부터 수식까지. ‘힘’을 다루는 것이라면 따라올 게 없는 만능 무장이지.”
현대 마법사라면 하나 둘 쯤 가지고 다니는 아티팩트다.
즉석 제조이긴 하지만, 마기를 다루는데 점점 익숙해지는 아르민이기 때문에.
마기를 좀먹는 아조트의 완성도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쿨럭. ······어, 떻게 내 능력의 약점을.”
“앞서 두 번째 만남에서 일부러 내가 마기를 폭주시킨 부분이다.”
“······뭐?”
바싸고는 의아하다는 듯 아르민을 올려다보았지만.
아르민으로선 충분한 단서가 되었다.
굳이 아르민이 자살을 시도할 거면, 그런 번거로운 짓 따윈 거치지 않는다.
당장에 이 자리에서 저택을 무너트리고, 이 육체를 폭사시키는 마법 술식 따윈 즉석에서 수백 개 이상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기를 폭주시키는 것으로 바싸고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건.
‘그녀의 능력이 가진 특징이 마기의 유동과 관련되었다는 암시.’
그 단서를 자신에게 건네주기 위해, 직접 자멸이라는 시도를 해가며 일을 벌인 것이다.
어차피 바싸고가 시간을 돌릴 것이라는 ‘믿음’ 하에 벌어진 시도.
그래서였다.
“단 한 번이면 족했다.”
바싸고가 능력을 발휘한 순간.
전 회차의 ‘자신’들이 나에게 전해준 단서를 기반으로 추측해, 그 전조를 읽을 수만 있다면.
‘바싸고의 권능을 공략할 수 있다.’
바싸고의 오만한 자신감까지 꿰뚫어보고 행동한 결과였다.
바싸고는 멍하니 아르민을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벌어진 결과물에, 감탄도, 절망도 내뱉지 않은 채.
그리고 아르민은 그녀를 향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때, 이걸로 합격인가?”
아르민이 바싸고의 마무리를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그녀에게서 차원주소의 패스워드를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처음부터 바싸고가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날 죽일 생각이었으면, 애당초 두 번째 만남에서 시간을 되돌릴 이유가 없어.”
하지만 되돌렸다는 건.
“내게 볼일이 있다는 소리겠지?”
단순한 인과로 내린 판단.
그렇게 아르민이 꺼내든 말을 들은 바싸고는.
“······크흣, 푸흡. 푸흐흐흐흣”
서서히 기어를 올리듯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웃음은 폭소로, 폭소는 광소로.
이내 도저히 못 참겠는지, 미친 듯이 웃어대던 그녀는 이윽고 이렇게 입을 열었다.
“마음에 들어. 합격이고말고.”
당신이 바로.
“독생자의 차원에서 넘어온 ‘재앙’이란 놈이지?”
바싸고는 그 눈동자 위로 그윽한 감정을 담아, 아르민을 탐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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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5장 – 너를 기다렸다. (1)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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