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93)
내 마법이 더 쎈데-93화(93/203)
< 제46장 – 신화의 주춧돌 (2) >
“······적성인자, 확인!”
아르민 곁에 서 있던 이스텔에게서 적의가 부풀어 오른다.
만나러 온 아가레스는 없고, 대신 그림자에 먹힌 존재만이 있는 상황이다.
아르민을 보호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된 이스텔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타앙!
그 육신이 튀어나가지만.
– 멈춰라. 방해된다.
우뚝.
“······!”
그 무감정하기 짝이 없던 이스텔의 얼굴로, 슬며시 경악의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마스터인 아르민의 명령도 아닌, 처음 보는 적성분자의 말에 멈추어버리는 육체.
거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 여기서 싸우는 건 아무런 이야기도 자아내지 못해. 그렇다고 생각지 않나?
바알의 말에, 아르민은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그래. 여기서 무작정 놈에게 덤벼들어봤자 득 될 게 없었다.
필요한 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여유와······ 정보다.
긴장된 공기가 감돈다.
궁금한 걸 입에 담았다.
“······신화를 이끌어나갈 자?”
놈이 지껄인 키워드는 아르민이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전혀 다른 층위의 말이었다.
갑자기 여기서 신화 어쩌고를 운운하다니.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 하긴 그대로서는 의문이겠지.
아가레스······. 아니, 아가레스의 형태를 빌린 바알은 말했다.
– 하지만 그대라면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에는 언제나 특별한 별 아래에서, 남들과는 다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아무런 맥락 없이 놈이 지껄인 말에도, 순식간에 기호를 찾아내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르민이 신학에 정통한 마법사이기 때문일 터.
놈의 말대로 별이란 태곳적부터 여러 가지 운명을 암시하는 기호로써 자리잡아온 매개체다.
각종 신화적 기호가 모여 있는 별자리가 그러했고, 중국의 도교와 결합한 민간신앙 따위에서 이야기하는 북두칠성의 운명이 그러했으며.
마지막으로.
‘베들레헴의 별······.’
지구에 있을 적, 신화의 가장 큰 주축 중 하나이던 독생자의 운명 또한 이미 처음부터 점지되어있지 않던가.
그러나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 그대 또한 그러한 운명에서 태어났다는 말일세.
세계의 흐름에 따라.
그 진행에 따라.
이 세상에는 특별한 존재가 태어나기 마련이다.
– 그대의 세계를 예시로 들면, 독생자(獨生子)가 그러했고, 선각자(先覺者)가 그러했다.
놈은 말한다.
– 하늘에 별이 뜨면, 세계는 곧 움직인다. 그 별은 위기의 순간이 오면 눈을 뜨고, 세계를 이끌어나가지.
위기는 별을 불러 모으고.
별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운명을 점지한다.
운명이 점지된 자는 위기를 이겨내며 마침내.
– 신화를 자아낸다.
“·········.”
아르민은 입을 다물었다.
놈이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이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네놈 설마······.”
아르민의 추측을 긍정하듯.
– 지구를 침공했던 건 부에르였지만, 그에게 명을 건넨 건 바싸고이고, 그러한 바싸고에게 지구의 차원주소를 건넨 건 아가레스였다.
그리고 진즉부터 아가레스를 뒤에서 지배하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답은 금방 나온다.
“그 말은, 게이트 사태는 처음부터······.”
전생(前生). 강재민으로서 살던 아르민은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나선 적이 있다.
칠영웅이 되어, 세계를 위해 모인 적이 있다.
그러한 모든 것이 처음부터·········. 누군가의 계획이었다면.
아르민의 분위기가 변한 순간.
‘아······.’
아르민은 보았다.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웃기 시작한 모습을.
– 위기를 통해, 내가 점찍은 자는 무사히 ‘신화의 주춧돌’을 쌓았지.
이것은 전부 대업(大業)을 위해.
한 명의 평범한 인간을, 신화로 이끌기 위해.
그림자를 바라보는 아르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서열 1위의 마왕 바알의 감투를 쓰고 있는 저것이, 이제까지 아르민이 알던 마왕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 것이다.
‘또다.’
지난번에 발라크와 마주쳐, 바알의 능력을 정화하는 순간 아르민이 목도했던 존재감이 또 다시 눈앞에 들이밀어졌다.
진득하고, 질척거리면서, 또한 그건 어떤 면으로는 아름답고 순수하고, 또한 신성스럽기까지 하다.
선(善)하면서도 악(惡)한 것.
보다 근원적으로, 현생을, 존재를, 그 모든 것을 ‘초월’한 것만 같은 감각.
존재감만으로 이쪽이 짓눌려, 고개를 숙일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는 가운데에서, 아르민의 본능은 쉴 새 없이 경고를 외치고 있었다.
저것은 ‘이물(異物)’이다.
아르민의 상식을 벗어나는 존재였다.
특정한 개념으로 정의되지 않고, 명확한 언어로 부를 수 없는 자.
자신이 들여다보는 이 존재감은, 이 세계에 발을 디디고 묶여있는 자들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
“네놈······. 평범한 마왕이 아니군.”
과연 마왕이라는 존재 자체에 평범함이라는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 벌써 거기까지 이른단 말인가.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바알은 살짝 놀란 듯, 그리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목적이, 무어냐. 헬레나······. 아르카스는 어디 있는 거지?”
놈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질문.
하지만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 미안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미루도록 하지.
인물은 준비되었다.
무대는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아직 완성하기엔 이르다.
– 아직 전부 완벽하게 준비된 게 아니다. 필요한 요소가 완전하지 않아. 신화의 구성요소는 아직 미숙하다. 모노리스의 끝을 보기엔 부족하다.
신화 속의 존재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하는 법. 누군가를 구하고, 구원하며, 기적을 행하고, 뛰어넘는 법.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 그대여. 내가 있는 곳으로 오너라. 어차피 그대가 해야 할 일은 하나 뿐이지 않은가?
자신을 쓰러트리고, 원하는 것을 되찾아라.
신화란 여행의 연속.
신화란 이야기의 계속.
신화란 모든 과정의 지속이다.
– 그대도 신화 서사를 알고 있을 테니, 잘 알고 있겠지. 주어진 장애물을 극복해라. 내가 보낸 신화의 사자들을 물리치다보면,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노라.
그것은 마치, 게이트가 열렸던 그때처럼.
– 이런 게 바로 그대들이 좋아하는 ‘퀘스트’란 것이지 않나?
그리하여 그대가 도달하는 그곳에서.
– 신화의 종착지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그림자를 비롯해, 아가레스의 육신이 신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키이잉.
마법을 이용해 추적을 시도했지만,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르민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전부 사라졌다.’
이 자리에 남은 것이라고는 움직이지 않는 육체를 가지고 끙 소리를 내며 마구 고개를 뒤트는 이스텔과 아르민 뿐.
약 10분의 시간.
놈이 진정으로 사라졌다고 확신한 순간에서야, 아르민은 잠시 휘청거리는 걸음을 다잡았다.
존재감이 너무나도 거대한 탓에, 아무런 방비 없이 노출된 아르민의 영혼이 잠깐이나마 흔들렸다.
그것이, 아르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었다.
놈이 누군지는 모른다.
얼마나 굉장한 자인지도 모른다.
‘놈이 어째서 날 점찍어 신화를 운운했는지, 어째서 거기에 모노리스의 끝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지껄인 건지, 지금의 나로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이런 상황이라도. 아르민이 다짐하고 확언할 수 있는 게 있었다.
놈은 내가 찾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좋다.
“바라는 대로 찾아가주마.”
놈이 뭐라고 지껄이든 아르민의 목적은 변함없이 그대로다.
헬레나를 되찾아 돌아간다.
그저 그 뿐.
손에서 피어오르는 마력의 불꽃을 느끼며.
“전력을 다한 현대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마.”
아르민은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
비에르의 영지로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쿠웅. 쿠웅!
숲을 밀고, 초원에 당도해, 영지의 중심으로 진군하는 군세.
그 숫자는 어림잡아 1만.
각종 괴물들이 기세에 놀라 도망치고, 덤벼들고, 그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는 와중에도 군세의 진군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 중심에서.
“서열 10위의 영지라고 해봤자, 어차피 원래 주인조차 자리를 비운 빈 땅이다. 수백 년이 걸려 후계자가 등장했다고 해도 내 군대 앞에선 상대 따위 될 리가 없지.”
아름다운 남성의 모습으로, 한 손에는 활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장총을 든 그 자는 연합마왕의 말석을 차지한 자였다.
서열 9위의 마왕.
마왕 파이몬은 자신했다.
‘이번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그야 승리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천 년 이상을 준비해온 대업이었다.
남들은 눈치 채지 못하도록 물밑 작업을 통해 서열 1위의 마왕 바알과 연합마왕 세력.
그밖에도 자잘한 세력들이 한데 힘을 모아, 서열 2위와 3위라며 거들먹거리는 놈들을 쓸어버리고 마계를 하나로 통일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바알의 세력만 이용할 수 있다면, 지금 고착 상태로 존재하는 세력의 균형을 바꿀 수가 있을 터.’
연합마왕 세력의 노림수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 날, 아무리 세력을 늘리려고 해도 서열 1위부터 3위까지의 세력에 밀릴 수밖에 없던 상대적 약소세력으로서.
1위가 판을 흔들려는 이 순간, 솔선에서 거기에 숟가락을 얹으려 든 것이다.
‘어차피 2위나 3위나, 아무것도 모른 채 당할 뿐이다.’
놈들은 지금껏 자기 위치에 안주해왔을 뿐이다.
준비하지도 못한 오합지졸들을 상대로는 승리만이 기다리고 있다.
“서열 10위는 바싸고의 군단 소속이었지. 여기를 제압한다면, 바싸고를 향한 강력한 경고가 된다.”
비록 후계자가 별 볼 일 없다고는 하나, 원래 바싸고의 손발이 되는 수족을 잘라낸다면 그것만으로 파이몬은 마계 전역에 자신의 명성을 떨칠 수 있다.
오죽하면 연합마왕들이 너나할 거 없이 서열 10위의 영지를 자기가 공략하겠다고 나섰겠는가.
“크흐흐. 기회를 잘 잡았지.”
부에르의 영지는 예로부터 척박한 곳이라는 걸 파이몬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로 원정을 떠난 부에르가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는 사실까지.
여기까지 안 이상.
영지를 장악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우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파이몬 님! 놈들의 성이 보입니다!”
“그래?”
파이몬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부터가 진짜다. 그가 지난 2천 년 이상을 공으로 9위의 자리에 있던 게 아니다.
“전군! 전진하라! 우리의 목표는 서열 10위의 마왕을 끌어내리고 유린하는 것! 망설이지 마라!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뿌-우-!
파이몬의 외침에 따라 뿔피리가 울렸다.
점점 더 진군의 기세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걸 보며, 파이몬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그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자신과 연합마왕 세력이 바알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 자체가, 처음부터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뒤틀려 있으리라는 것을.
그저 현재 일으키는 전쟁 자체가 우리들의 생각이며, 신념이라고 착각한 채.
그들이 바알의 수족이 되어 움직이고 있을 뿐이란 것 따윈 깨닫지도 못한 상태로.
“성을······ 쳐라!!!”
군대를 이끌고 부에르의 영지를 습격했다.
당연히 저항은 있었다.
성을 지키고, 농성을 하는 놈들이 있었지만 그래봤자 오합지졸의 군대.
자.
‘정복하고, 유린하고, 지배한다.’
파이몬의 선언대로 전황은 흘러갔고.
바로 지금.
그의 눈앞에서 군대의 3분의 1이 날아갔다.
“······뭐?”
****
“파이몬 님! 우익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파이몬은 이해할 수 없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마왕이, 앞서 나서 군대를 전소하는 것도 아니다.
이 자리에 서열 3위의 마왕 바싸고가 직접 행차한 것도 아니다.
아니, 차라리 그런 경우라면 낫다.
‘독단적으로 강한 힘을 지닌 마왕이 나타난 거라면, 내가 직접 나서서 싸우면 돼.’
파이몬은 그만큼 자신의 ‘권능’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공성을 위해 성에 부딪치고 저항을 맞이했다.
여기까진 예상했다.
놈들도 머리가 있다면 당연히 수성에 최선을 다할 테니까.
하지만 어째선지,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군대는 천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우회로를 통해 옆구리를 친 군대가 있었다.
아마 별동대라도 운영하는 걸 테지만, 어차피 약소 세력 그대로 무너트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놈들의 군대가, 움직임이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규칙적입니다!”
군사가 외친 것처럼.
별동대는 치고 빠지고, 나아가 각종 마법을 활용해 쐐기 형태로 군대를 찢고 밟아댔다.
그 움직임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빠르고, 예리하다.
파이몬은 전황을 억지로 읽으려 들며,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채로 한 가지 인상을 받았다.
마치 이건.
‘놈들의 군대가, 살아있는 생물 같다······.’
그것은 권능에서 비롯된 힘인가.
그럴 리가 없다.
상대는 고작 해봐야 후계를 이은 지, 이제 갓 일주일이 되었을 뿐인 존재.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이냐!”
****
“크하하하하!!”
전장에서 앞서 날뛰는 자.
장군 우르켈은 앞서 언월도를 휘둘러가며 마족들의 목을 땄다.
원래부터가 상급 마족에 이른 그의 실력이다.
그가 휘두른 언월도가 번뜩일 때마다, 그 자리엔 하나의 시체가 만들어졌다.
그 뿐이랴.
쇄애애액!
그 위에서 우아하게 날며 비행하는 여성.
유겐은 새처럼 가볍게 그리고 유려하게 뛰놀며 적군을 찢어발기고, 살육했다.
그것은 그들의 힘이었지만, 그들을 이끄는 건 그들이 모시는 주군이었다.
“제3기동대는 오른편으로······. 네, 다음은 왼쪽으로 두 개의 부대를 동시에 공격하겠어요.”
그녀의 손짓 한 번에 군대가 숨을 쉰다.
그녀의 호흡 한 번에, 군대가 돌진한다.
그녀가 물러서라 말하면 칼 같이 부대는 뒤로 돌아 도망치는가 하면.
그녀가 이쯤이면 되었다 선언할 때, 다시금 군대는 부딪친다.
전황을 지휘하고 지배하는 마에스트로.
이것이 바로 서열 10위의 마왕 부에르가 가졌으며, 딸인 그녀가 이어 받은 권능.
– 괴뢰지배(傀儡支配)
“모두, 전장을 유린하세요.”
비에르의 손칼이, 파이몬의 군대 중심을 갈랐다.
****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부하들의 외침에, 결국 파이몬은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그 말이 맞았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더욱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한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만······!’
내가 나서서 처리한다.
적진에서 휘몰아치는 마기의 기척을 따라, 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을 빌어먹을 마왕만 처리하면 다시 전황을 가져올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파이몬이 몸을 일으키고, 전장으로 달려가려던 그때였다.
– 저게 뭐야?
– ······용?
‘뭐?’
파이몬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어째선지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한 거대한 용의 존재가 있었다.
위용을 흩뿌리며, 허공을 맴돌던 그것은 이윽고.
– 멈췄다.
아니, 단순히 용이 멈춘 것만이 아니다.
그 용 위에서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쇄애애애애액!
키이이잉!
마력과 마기를 품고서 파이몬이 있는 곳 근처로 떨어져 내리는 ‘그것’을 보고, 파이몬은 저도 모르게 전율이 일었다.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 저건 위험하다.
“막아라! 놈을 쏘아 맞춰! 떨어트려라! 뭐가 됐든 간에 죽여버려!”
그 명령에 따라 일제히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화살과 창과 칼과 마법과 불꽃의 세례들.
하지만 놈은 겨우 그것 따위로 기세를 멈추지 않았다.
– 손가락이 튕겨진다.
자아내는 주언(呪言)은 여섯 개의 낱말.
양을 불리고, 질을 높이고, 수식을 짜고, 술식을 윤문하고, 특성을 더해, 위력을 곱한다.
그렇게 부여한 특성은 여섯 가지.
‘지금까지는 익숙해지기 위해서······ 라는 변명으로 자제해왔지만, 이젠 그럴 짬 자체가 없다.’
더는 안주할 시간 따윈 없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펼치는 마법은 싱글, 더블, 트리플, 쿼드, 펜타를 넘어 여섯 개의 주언이 모인 헥사 액션(hexa action).
“떨어져라. (Downfall).”
몰락.
그 이름 그대로.
– 끄아아아악!
– 으아아아!
– 도, 도망쳐!!!
하늘로 솟아오른 모든 창칼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바닥에 발을 디딘 현대 마법사.
아르민은 눈앞에서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파이몬을 보고 말했다.
“서로 할 말은 없을 테고, 일단 맞고 시작하자.”
< 제46장 – 신화의 주춧돌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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