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gic is stronger RAW novel - Chapter (95)
내 마법이 더 쎈데-95화(95/203)
< 제47장 – 발아하는 악의 (2) >
곳곳에서 일어나는 혼란과 비명, 그리고 폭발.
아르민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단박에 이해했다.
‘······당했다.’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바싸고가 말했던 것처럼. 이미 1천 년 이상을 아가레스와 다른 마왕 및 마족들이 교류를 이어왔다는 건.
달리 말하자면 아가레스를 대행자로 삼은 바알이 그만한 시간 동안 물 밑 작업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군단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바싸고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상정 외의 일이다.
애당초.
“바알의 능력은, 단순한 세뇌가 아니었던 거다.”
“······뭐?”
주어진 정보를 취합하고 보다 명쾌한 결론을 내리자면, 답은 따로 있다는 소리다.
단순히 세뇌 능력이라고 판단한 바알의 힘은.
“실제로는 잠재의식을 변모시키는 힘이야.”
겉으로 보이는 ‘세뇌’라는 효과에 생각이 묶여, 너무나도 쉽게 능력을 호도해버렸다.
“아마 천 년 이상을, 아가레스를 통해 바알은 수많은 마족들에게 씨앗을 심어왔을 테지.”
천 년 간의 교류는 아마도 그것을 위한 밑 작업이었을 터.
그리고 바로 지금.
아가레스가 펼친 방송이 ‘트리거’가 되어 잠재의식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선동과 날조를 통해, 바싸고를 적으로 만들어, 그들의 격분을 당연한 명분으로 만든 것이다.
그것이 바알이 심어놓은 악의라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그때였다.
“벨레드 님······! 이게 대체······!”
“······!”
비에르 또한 혼란에 빠진 목소리를 내었다.
그 옆에서 굳은 얼굴을 한 유겐까지.
그녀들에게 바알의 권능이 미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건 아마.
‘지난 백 년 간, 크로셀에게 밀려 유폐되어 있던 덕인가.’
그 비극이, 도리어 지금 상황에서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는 게 먼저다.”
바알의 독은 이미 퍼져버렸다.
더는 단순히 말이나 힘으로 제압하고 찍어 누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아르민도, 그리고 바싸고도 잘 알고 있었다.
“바싸고.”
“알고 있어······!”
바싸고는 이를 갈며 답했다.
그래. 혼란으로 치달은 지금 이 순간을 뒤집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을 이미 우리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다름 아닌 바싸고의 권능.
원점회귀(原點回歸)의 능력이다.
“기간은 최대한으로 길게 잡아, 이 사태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내 권능은 마기의 소모가 심해서, 일주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나 하나 뿐이야.”
“그래도 괜찮아. 되돌아가서 내게 귀띔해라. 오늘 벌어진 일과 바알의 능력이 뭔지 이야기하면 그곳의 내가 대응할 테니까.”
되돌아갈 수 있는 기한은 일주일이 한계.
아쉽게도 그건 연합 마왕 세력과 다툼을 벌이던 시간과 일치한다.
‘······마치 그걸 노린 것만 같은 것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번 사태의 해결책을 짜내고 미리 대응할 수 있을 터.
준비는 끝이 났다.
“힘을 행사하겠어.”
바싸고는 손을 내밀었다.
자, 시간은 되돌아간다.
운명의 태엽을 되감아,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것을 위해 바싸고가 힘을 행사한 순간.
쿠우웅.
“······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
“능력이······?”
발동되지 않는다.
아르민은 감각을 날카롭게 벼렸다.
‘바싸고의 마기가 제압당한 건 아니야.’
애당초 그런 낌새가 보였다면, 아르민이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실제로 마기가 봉인되었을지라도, 그 틈을 만들고 능력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아르민이 바싸고의 권능을 공략한 직후, 그녀가 아르민이 마음에 든다면서 접근해왔을 때.
아르민은 물어본 적이 있었다.
– 능력을 공략해버린 나를 가만둬도 되겠어?
그때 바싸고는 자신감 넘치는 농밀한 미소로 말했더랬다.
– 네가 공략했더라도, 내가 약해진 건 아니거든.
이미 한 번 능력을 해체당한 그녀는, 오히려 그 부분을 보강하고 해결책을 마련해뒀다고 자신했다.
대비책이 있다.
그것이 곧 그녀의 자신감을 보증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겠지만.
지금 그게 통하지 않는다.
“······어째서?”
이 순간, 그 누구보다 충격을 먹고 비틀거리는 건 바싸고 본인이었다.
권능의 행세가 불가능하다.
이유는 불명.
애당초.
‘마왕들이 가진 권능이라는 건 대체 뭐지······?’
앞서 마왕 파이몬과 싸웠을 때도 가졌던 의문.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무언가라는 인상을 가진 그 힘은.
마치 기존 법칙과는 외따로이 떨어진, 독자적인 룰로만 존재하는 힘으로만 보였다.
그 능력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구조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이상.
‘바싸고의 힘은, 이대로 봉인된 채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이 가진 한계.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가버리게 된다면, 더는 그걸 되돌릴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 바싸고 님!
– 으아아악!
여기저기서 오가는 고함 속에서 간신히.
“이대로 있다간, 혼란이 여기까지 번집니다.”
유겐의 말대로, 군단은 바싸고에 대한 극심한 불신과 불만으로 폭발한 상태다.
이 혼란을 가라앉히기 위해 놈들을 때려 죽인다한들.
그 결과물은 자기 손으로 자기 군대를 몰살시킨다는 아이러니가 펼쳐질 뿐.
이런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도망쳐야겠군.”
“······!!”
바싸고는 눈을 부릅뜨고 아르민을 바라보았지만.
“그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크읏.”
아르민의 단정에 바싸고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딱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쉽사리 예상할 수가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다.
자신의 능력에 압도적인 자신감이 있는 그녀가, 끝내 포기하고 패퇴를 인정해야만 하는 지금에 이르러.
“······알겠어.”
패배를 받아들이는 심장은, 이미 걸레짝이 되었을 테지.
하지만 결국 모든 건 살아남고 보는 게 우선이다.
“우선 비에르의 영지로 후퇴한다.”
그 날 그렇게.
바싸고의 천 년 군대는 하루아침에 조각이 났다.
****
바알이 아직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
비에르의 영지.
저택 안에 마련된 방에서, 헬레나는 꿈틀거리는 그림자와 맞닥뜨렸다.
발이 멈추고, 호흡조차 기민하게 느껴지는 그때쯤.
“······여전히 기분 나쁜 모습이네.”
한숨에 가까운 날숨을 토해내며, 헬레나는 비아냥거렸다.
흐느적거리는 형태와 빛을 집어삼키는 모습.
보는 이로 하여금, 근원적인 혐오감을 끌어내는 생김새에 헬레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 그렇게 말하지 말아주게나. 나는 오랜 친우를 만나 기쁘기 그지없으니 말이네.
천 년의 맹약을 운운하며.
그림자 바알은 아르카스라 불리는 그녀를 이제껏 기다려왔다고 지껄여댔지만.
“누가 들으면 내가 그쪽하고 절친한 친구인 줄 알겠어. 착각하지 마. 천 년 전에 맺은 계약은 애당초 처음부터 무효였으니까.
헬레나는 코웃음을 쳤다.
녀석의 말에는 커다란 모순이 있었다.
“네놈이 이야기한 맹약이라는 건, 분명 복수를 위한 협력이었지. 그때 나도 네놈의 말에 납득했어.”
실제로 아르카디아에 의해 자신이 봉인당한 직후, 그녀는 격렬한 분노로 스스로를 가누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자신의 비참한 운명을 저주하는 목소리가 마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을까.
그때 가장 먼저 아르카스를 알아보고, 손을 내밀어준 건 다름 아닌 바알이었다.
– 차원의 내방자여, 나와 손을 잡자.
그러면 당신의 복수를 이루어주겠노라고.
처음엔 혹했다. 손을 잡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 그대는 거절했지.
“당연하잖아. 우리 세계를 침략한 부에르와 한통속인 마왕이야. 그런 놈과 손을 잡으라고?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헬레나는 입가를 비틀었다.
잠시 고민은 했지만.
결국 그 뿐이다.
자신과 바알의 관계는 시작조차 하지 않은 관계.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기다렸다고? 무슨 헛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 그야 그대 덕에 내가 ‘그 남자’와 만날 수 있었으니 말일세.
“뭐?”
무슨 소리인지, 헬레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 그대에겐 감사하고 있지. 그대가 있었기에, 그 남자는 그대를 구하러 당도했고, 마계에 가까워졌으며, 나와 마주쳐 ‘숙적’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무슨······.”
– 그대들의 세계에서 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이야기에는 구원을 기다리는 히로인이 필요하다고 해둘까.
이야기에는 주인공과 히로인, 그리고 숙적이 존재하는 법.
즉 그 남자가 여기까지에 이르렀다는 건.
곧 아르카스라는 존재가 신화의 주춧돌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 그대는, 나와의 만남과 인연을 그 남자에게 말하지 않았을 테지.
“그건······.”
헬레나는 입을 다물었다.
바알의 말대로, 그녀는 미처 말하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서로 간에 계약이 무효화 되었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을지라도.
섣부른 말은 의심을 부를지 모른다.
‘날 구해준 미스터 강이, 괜한 의심을 하게 되면······.’
구해준 의미가 퇴색되게 되면, 그 거리감이 멀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혹시나 하는 의심이, 만약이라는 가정의 두려움이.
헬레나로 하여금 비밀을 만들게 했다.
그것을 두고 바알은.
–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대는 훌륭히 나를 위해 움직여주었어.
“·········!”
그 행동조차, 바알은 자신의 의도였다면서 고마워하고 있었다.
“······난 네놈 따위를 위해 움직이지 않아.”
– 그렇다고 해두지. 하지만 신격을 얻었어도, 그대는 결국 인간의 탈을 벗어나지 못했어.
애욕, 신뢰, 걱정, 두려움.
아무리 강대한 힘을 얻었어도, 그러한 인간적인 감정에 휘둘리는 건 헬레나가 제대로 된 루트로 신에 가까워진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 그래······. 아무리 모노리스를 통해 신격에 이르더라도, 불완전한 형태로는 그것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법이지.
하지만.
그 남자는 다르다.
자신이 만들고 있는 신화의 주인공이라면.
– 다른 모습을 보여줄 테지.
“······미스터 강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냐?”
어째서?
답은 돌아왔다.
– 모노리스를 손에 넣은 자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 다음 장에 이를 수 있는 건 극소수라네.
그리고 바로 강재민.
그 남자가 거기에 해당하는 자라고.
아르민조차 이용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바알은 손짓했다.
– 자, 그러니 내 목적을 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손을 잡지 않겠나?
그림자가 흔들린다.
커다래진 힘은 그대로 헬레나를 집어삼키려 했지만.
“당신의 기분 나쁜 힘은 통하지 않아.”
화르륵.
타오르는 신성의 불꽃이, 마기를 쫓는다.
그 외침에 바알은 웃었다.
– 마왕의 권능을 단순히 기분 나쁜 힘이라고 말하다니 말일세. 이래봬도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힘이라네. 그대도 모른다고 하지는 않을 텐데.
선택받은 자들만이 특별한 능력을 각성하는 기프트.
신의 목소리를 들은 자만이 발현하는 증거.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자가 손에 넣는 가호.
그것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개인의 존재로서는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지.
특별한 힘을 가진 자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힘을 손에 넣고, 모노리스의 다음 장으로 이를 수 있다.
그러니 그 남자에게, 나는 특별한 힘을 주고자 한다.
–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별을 신화로 이끈다. 그걸 위해서라도 등불이 되어주지 않겠나? 그 남자의 시련을 위한 불씨가 되어주게나. 아르카스. 그리한다면 그대에게도 영원불멸의 힘을 약속하지.
복수 따윈 하찮아질 정도로 강대한 힘을.
이어진 말을 듣고,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참 마음에 드는 이야기지만 말이야.”
그녀는 콧방귀를 뀌었다.
미안하지만.
“미스터 강은 당신의 말 따윈 듣지 않을 거야.”
– 호오?
그 남자는 다르다.
헬레나가 알고 있는 강재민이라는 남자는, 우수하며, 대담하고, 또한 욕심이 넘치지만.
“당신이 지껄이는 모노리스니, 신화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간 비웃음이나 당할 거라고.”
인간을 벗어난 힘?
영원불멸의 존재?
다 좆까라 그래라.
아르민은 인간의 육신으로, 가장 인간적이며, 인간으로 남고자 한 자다.
그건 곁에서 지켜봐온 칠영웅의 동료. 헬레나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떤 상황이 들이닥치더라도, 자기 앞을 가로막는 게 있다면 가장 먼저 자기 손으로 부숴버릴 테지.
“네놈이 무얼 꾸미든, 미스터 강에겐 소용없어.”
무한한 신뢰.
이런 상황에서조차 아르카스가 보이는 그 믿음에 바알은 고개를 내저었다.
– 협력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억지로라도 붙들어두는 수밖에.
화악!
그림자의 파도가 부푼다.
그렇게 바알의 권능은 아르카스를 집어삼키려고 했지만.
“날 얕잡아 봐도 한참을 얕잡아 본 모양이지만. 난 질척거리는 남자는 질색이거든.”
화르륵!
그녀의 전신을 불태우는 성화(聖火)와 함께, 헬레나는 일갈했다.
“내 이름은 헬레나.”
아르카스라는 신격을 얻은 자.
“네놈이 어떤 짓을 꾸미고, 어떤 일을 벌이려고 하는지는 관심 없어. 이제 더는 다른 누군가의 손아귀 따위에선 놀아나지 않아.”
그런 다짐에 이어, 그녀는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불살랐다. 그렇게 헬레나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 공간에서 내뺀 것이다.
– 자신을 불태워, 우선적으로 무대에서 퇴장하겠다. 이건가.
역시 신화의 주춧돌이 넘어온 차원 출신다운 고집이었다.
헬레나는 이야기했다.
– 그대는 신화를 이끌어 나가는 자가 강대한 힘 따윈 원치 않을 거라 말했지만.
정말로 그런지.
– 어디 한 번, 내 직접 시험해보도록 하지.
****
아르민은 바싸고와 약간의 병력.
그리고 유겐과 비에르와 함께 비에르의 영지로 피신했다.
“여기라면 일단은 안심할 수 있겠지.”
비에르의 영지는 크로셀의 지배 기간 동안, 기이할 정도로 외부의 출입이 자제되던 장소였다.
척박한 토지이니만큼, 이곳을 찾을 이가 적었던 것이다.
수많은 마계 차원에서도 변방이라 부를 수 있는 곳.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점 덕분에, 바알의 독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
요컨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의 시골로 비유하면 딱 알맞다.
여기까지 왔다면, 한숨을 돌릴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아.”
비에르의 시선이 향한 곳.
차원도약을 이룬 숲속 너머에서 아르민에게도 익숙한 기척이 전해져왔다.
뚜벅. 뚜벅.
어둠을 퍼트리며 걸어온 하얀색 로브의 남자.
그는 아르민 또한 알고 있는 자였다.
“아가레스인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아르민 일행을 맞이해주는 그 모습은, 어딜 보더라도 마계의 공익을 위하는 예언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바알의 대행자.
놈의 수족으로 전락한 자의 말로다.
“직접 행차하셨다는 건, 한 판 붙겠다는 이야기인가?”
연합 마왕 세력과는 몇 번 부딪쳤다.
그 위로 남은 세력이라고 해봤자 서열 4위의 가미긴과 나아가 서열 2위의 아가레스 뿐.
만약 여기서 그가 등장한 이유가, 한없이 약해진 바싸고의 병력을 전부 끝장내기 위해서라면.
‘도리어 지금이 기회다.’
아르민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력신경을 데우고, 당장이라도 마법 행사에 공을 들인다.
하지만.
“이미 이 광경이라면 ‘내다보았지.’ 내겐 아무런 의미도 없어.”
아가레스는 담담히 말했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겠지. 바알이 그대에게 시련을 주고자 한다는 것을.”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인가.
아니, 신경 쓸 것 없다. 마법으로 놈을 박살내면 그 뿐.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했을 무렵.
“시련이라는 건, 언제나 외적과의 싸움만이 있는 게 아니야.”
아가레스는 손을 뻗었다.
그 수상한 행동에, 아르민은 손가락을 튕겼다.
놈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친다.
육신을 뭉개고, 놈의 존재를 박살낸다.
그렇게 발동한 쿼드 액션의 마법에 앞서.
“굳이 방송이 ‘트리거’가 되지 않더라도, 악의란 어느 곳에나 도사리는 법이다.”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상황에서도, 아가레스의 입은 끝내 주문을 자아냈다.
그 내용은.
– 찔러라.
푸욱.
“어······?”
의문을 터트린 건 유겐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뻗은 그녀의 깃털 달린 팔은, 당연하다는 듯 곁에 서 있는 비에르의 가슴을 꿰뚫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바알의 권능에 당했다는 징조도.
마기가 움직인 기척조차도 없었거늘.
울컥.
“아.”
비에르의 육신이 허물어진 순간.
“비에르 님······!!!”
유겐의 원통한 비명이, 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바알은 속삭인다.
– 누군가의 죽음, 누군가의 희생이란. 신화에 있어 아주 당연한 ‘시련’이라네.
자, 그대에겐 어떨까?
신화의 주춧돌이여.
< 제47장 – 발아하는 악의 (2) > 끝
ⓒ 뫄뫄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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