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4)
내 전생은 최강검신-13화(14/325)
13 하
지엔이 검을 내려치자.
캉!
마나로 된 무형의 벽이 가로막았 다. 성흔을 이용한 세이버의 싸움. 이사벨의 손짓을 따라 폭우 속에서 푸른 불꽃이 춤췄다.
“너 강하구나?”
이사벨이 말했다. 그녀는 처음처 럼 한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영광이야.”
반면 지엔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 다. 지엔은 감탄했다. 이사벨이 가진 재능 9.7의 마나 잠재력.
‘직접 당해보니 알겠군.’
체력과 경험으로 마나의 차이를 극복하려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 도 잔류 마나로 병신이나 다름없던 지엔의 마나와 이사벨의 마나는 상 대가 안 됐다.
“진심이니까. 그렇게 비꼬지 마.”
이사벨은 지엔과의 전투가 재밌 었다.
1대1로 전력을 쏟아본 게 얼마 만일까? 그녀는 늘 승자였다.
승리는 달콤하지만, 달콤함은 금 방 질리기 마련이다.
“근데 마무리가 아쉬운 걸?”
이사벨이 지엔을 비웃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위. 정확히는 바위 위에 엎어져, 졸고 있는 누군가였다.
꾸벅꾸벅.
잿빛이 떠오르는 칙칙한 숲에서 에리아의 노란 우비는 단연 돋보였 다. 계속해서 까딱거리는 에리아의 고개.
“비장의 카드는 더 꼭꼭 숨겼어야 지?”
이사벨이 ‘짝-’ 하고 손뼉을 쳤 다. 물론 에리아는 이사벨과 제법 거리가 먼 바위 위에 있었지만.
쾅!
이사벨의 마도기가 바위를 터트려 버렸다. 폭우 속에서 이루어지는 불 의 폭발. 산산 조각난 바위와 잘게 흩어진 노란 우비를 보며 지엔은 생 각했다.
‘에, 에리아…….’
시험이 끝나면 노란 우비와 졸았 다는 사실 중 어떤 이유로 에리아를 추궁해야 할까. 지엔은 흑향을 꽉 쥐었다.
– 에리아가 탈락했습니다.
– 현재 남은 인원은 2명입니다.
저렇게 알려주지 않아도. 지엔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정말 혼자.
믿을 건, 자신과 손등에 새겨진 성흔 밖에 없었다.
‘성흔에 새겨진 스킬 중. 하나만 더 되찾아도…….’
체내 마나가 너무 낮아 마도기를 사용 못 하는 지금.
지엔이 매달릴 곳은 오히려 스킬 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감각 극대화뿐.
“너 표정이 안 좋은데. 드디어 포 기한 거야?”
빈정거리는 이사벨의 목소리를 제쳐두고 지엔은 눈을 감았다.
쏴아 아아아
소소소소.
타닥.
점점 느릿해지던 빗소리가 멎었 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눈을 감 은 지엔은 끊임없이 사고를 가속했 다. [감각 극대화]의 오의.
1초가, 찰나가, 지금의 지엔에겐 영원처럼 길었다.
‘ 집중하자.’
퍼즐처럼 펼쳐지는 전생의 기억 들. 지엔은 그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조각을 집었다.
7급 게이트. [해와 달]
배경은 흔히 무림이라 부르는 3 구역. 그곳의 어느 높은 산에서 무 림맹주인 검신(劍神)이 지엔의 전생 에게 말했다.
[달이 밝구나.]검신의 말대로 그날의 달은 유독 밝았다. 당장 천마와의 결전을 앞두 고 하는 말이 달이라니.
게이트 속의 결과에 따라 현실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
천마를 죽이고 7급 게이트를 클 리어하기 위해 지엔은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어떠냐? 그저 받아들일 뿐인데.]그런 지엔의 마음을 안 것일까. 스승을 자처한 검신은 술을 들이킨 후 다시 이렇게 말했다.
[달이 참 밝지 않더냐?]달은 해의 빛을 받아들임으로 빛 난다. 받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빛날 수 있다. 그 가르침에 마지막 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검술은 힘 이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깨달음과 함께 지엔의 성흔에 스 킬이 새겨졌다.
무려 7게이트에서 얻은 스킬.
이 때까지 얻었던 스킬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월검(月劍)]
어쩌면 성흔에 새겨진 스킬이 희 미해진 이유는, 기억이 희미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 가르침을, 그 순 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순간. 손등 의 성흔이 빛나기 시작했다.
— 성흔에 스킬이 새겨졌습니다.
— 획득 스킬 [월검]
이건 회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아까 말했잖아. 이사벨.”
지엔이 입을 열었다.
깨달음을 위해 긴 시간 감고 있 던 지엔의 눈이 뜨였다. 이사벨에겐 그저 눈을 깜빡인 듯 보였다.
“ 뭘?”
“내가 이긴다고. 영상송출정지!”
이제부터 역전.
지엔이 전생의 스킬을 보여주는 건 이사벨로 족했다.
지엔의 몸이 이사벨에게 쇄도했 다. 이 때까지는 마땅한 마도기나 스 킬이 없어 불가능했던 시도였다.
“어딜!”
이사벨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 를 냈다. 가까운 거리 탓에 폭발은 빨랐다.
펑!
지엔의 왼쪽 어깨가 폭발에 휘말 렸지만, 어차피 이건 가상게이트에 불과하다. 부상이나 죽음을 걱정하 지 않아도 된다.
‘괜찮아! 닿을 수 있다!’
지엔에게는 아주 큰 이점이었다.
월검은 시전자의 생명과 진기를 연료 삼는 스킬. 죽을 걱정이 없기 에, 지엔은 이 한방에 모든 힘을 쏟 을 수 있었다.
지엔의 흑향에 빛이 서렸다.
은은한 달빛처럼 보인 빛은 점점 강해져서 어느새 지엔의 검. 흑향의 전체를 뒤덮었다.
3구역에서는 검강.
4구역에서는 오러 블레이드라 부 르는 스킬.
쩡!
지엔의 검이 이사벨의 마나방벽을 쳤다.
쩌적!
벽에는 균열이 생기고.
차자자작!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말도 안…….”
말을 잇기도 전에 이사벨은 빛에 휘말렸고, 파괴적인 마나가 공간을 도륙했다.
– 이사벨님이 탈락했습니다.
– 현재 남은 인원은 1명입니다.
– 30초 후 시험을 종료합니다.
“영상 송출.”
1게이트의 흥미진진한 진행에 애 태우던 수백의 사람들은 그제야 시 험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들에게 비춰진 건 홀로 남은 지엔의 뒷모습이 었다.
지엔은 호수로 시선을 돌린 뒤, 짧게 내뱉었다.
“……끝났다.”
그 한마디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C :k * 米 *
소란이 먼저 일어난 곳은 학생.
“뭐야? 이긴 거야?”
“뭐로 이긴 건데!”
선배와 동급생들이 앉은 관중석 이었다.
“……쟨 바로 게이트에 넣어도 살 아서 오겠는데.”
“와, 총합 점수 몇 점이야?”
“보자, 5점 보상이 56개…….”
말과 말이, 사람과 사람이 뒤엉키 며 소란이 커지기 시작했다.
“좀 비켜봐! 얼굴 좀 보게.”
“꺄아! 밀치지 마!”
“와, 좀 있음 단체 과제인데 꼬드 겨봐?”
상급생도 동급생도 나름의 이유로 지엔을 보기 위해 뒤엉켰다.
기업의 관계자만 강한 학생들을 물색하는 게 아니었다. 상급생들은 좋은 인재를 선점해 동아리에 넣으 려 했고, 동급생은 ‘파티’를 만들려 했다.
과제나 교외 활동 등, 단체 활동 이 많은 아르카나에서 유능한 학생 에게 사람들이 붙는 건 당연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귀한 블루칩 이고 사람들은 누구나 칩을 원했다.
“와, 몸값이 너무 오르겠는데? 하 긴 청소부 시키기는 아까운 인재 아 냐?”
잭슨이 말했다.
잭슨은 ‘박멸의 빗자루’ 길드에서 도 구르고 구른 베테랑급이었다.
“저기…… 선배님?”
이렐은 끄극 소리를 내며 투표함 에서 잭슨을 밀어냈다.
“저, 아까부터 계속 초치는 거 같 은데, 그냥 길드로 돌아 가주실래 요? 스카웃은 제가 전~부 맡을 테 니까요.”
“야, 밀지 말고 진정해. 남은 팀 도 다 보고 가야지.”
“도대체 청소부가 어때서요? 저렇 게 싸움 잘하는 애들이 청소부를 해 야죠. 검으로 샥샥샥, 몬스터 썰고, 엉?”
“그래그래, 얼굴이 네 취향이라 그런 건 아니고?”
잭슨이 놀리자 이렐의 잔소리는 더욱 커졌다.
“누가 얼굴 보고 뽑는대요? 저런 애들이 가성비가 좋다고요. 기본기 없이 마도기 빨인 애들은 물약 값 이…….”
이렐이 눈까지 치켜뜨며 달려들자 잭슨은 야생마를 다루듯 워워~거리 며 한걸음 물러났다.
“오케이. 후배님 맘대로 하세요. 졸업반 스카웃 비용 생각하면 예산 빠듯한 건 아시지?”
“그럼요~ 잘 알고말고요. 근데 계속 꼽 주시면 선배라도 화낼 겁 니다.”
이렐의 경고에 잭슨은 그저 ‘풋’ 하고 웃었다.
이걸로 지엔에게 온 스카웃 제의 서는 방송국과 길드.
총 2장으로 늘었다.
교사 측에서 가장 큰 호응을 보 인 건 카셴이었다.
“최고다! 지엔! 야, 로미나 봤어? 지엔이 원넘버를 이겼다고!”
흥분한 카셴의 반응은 평소의 행 적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은 모습 이었지만.
로미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카셴을 보았다.
‘카셴….’
평민도 아닌 천민.
그런 신분에도 노력으로, 카셴은 28살의 나이로 5급 세이버가 됐다. 비록 발목 부상으로 현역에서 물러 난 건 안타깝고.
‘성격도 더럽지만…….’
존경할 구석이 있는 남자.
다만 요즘 카셴이 교관직에 회의 를 느끼고 있음을, 로미나는 알고 있었다.
명가 학생들의 귀족주의.
비교적 성취가 낮은 학생들의 열 패감. 카셴은 이런 분위기를 싫어했
다.
하지만 입장의 차이가 거리를 만 든다. 그런 흐름을 바꾸는 건 교사 의 위치에서는 역부족이었다.
교내에 만연한 차별의 공기를 환 기하기 위해서는.
‘학생 쪽에서…….’
촉촉한 눈빛으로 카셴을 바라보는 로미나. 카셴은 로미나의 얼굴을 빤 히 보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왜, 남 쳐다보면서 히죽거려? 기 분 나쁘게.”
회의실.
시험이 끝난 지 하루.
학년 랭킹 발표를 앞두고 긴급회 의가 벌어졌다. 이 소란은 지엔이 속한 1번 게이트 때문이었다.
거대한 테이블에 스무 명도 넘는 교수들이 앉았고, 그 중간에 침음을 흘리는 셀피스가 있었다.
“5점 구슬이 56개, 3점 구슬이 60개 도합 500점……. 확실히 이대 로 채점을 하는 건 문제가 있겠군 요.”
연기학을 가르치는 젊은 교수가 거들었다.
“이런 전례는 처음입니다. 162등 에서 원넘버라니요. 학년 랭킹의 기 준을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로미나가 연기학 교수를 노려봤다.
“의심이라니. 도합 점수 500점은 아르카나는 물론이고, 타 아카데미 에서도 1등입니다. 신기록이에요. 이런 학생이 원넘버가 못되면 도대 체 누가!”
“고작 시험 한 번으로 꼴등을 원 넘버로 올리는 게 말이 됩니까? 필 기나 타 과목은요? 이렇게 비정상적 인 채점 결과가 나온 이유가 1번 게이트의 채점 방식이 상대평가 종 목이기 때문 아닙니까!”
조목조목 따지는 연기학 교수 제 롬의 말에 로미나는 입을 꾹 다물었 다. 채점 결과에서 162등인 지엔이 9등으로 나온 이유는 시험의 채점 방식 때문이었다.
상대평가.
상위권인 이사벨, 레이크, 리타를 꺾고 점수까지 500점이라는 신기록 을 달성한 탓에 오류에 버금가는 9 등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아니 근데 왜 자꾸 꼴등이라고 불러요?”
발끈한 로미나가 일어나려고 하 자, 카셴이 둘을 중재했다.
카셴은 평소와 달리 제대로 된 복장에 장발도 끈으로 묶고 있어서 제법 선생답게 보였다.
“다들 진정하세요.”
카셴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 었다.
“이번 기회에 상대평가를 폐지하 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야! 카셴!”
“그만해. 그리고 회의 중에는 반 말하지 마. 로미나.”
잡음이 많았던 상대평가 제도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밸런스를 파 괴한 선례가 없기 때문이었다.
“근데 1번 게이트가 밸런스 파괴 의 선례가 되었네요.”
확실히 이대로 지엔을 9등으로 올리는 건 문제의 여지가 많았다.
“상대평가는 폐지하고, 시험 내용 을 모니터링해서 활약한 순서대로 점수를 배분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 다.”
카셴의 말에 로미나는 ‘허?’ 소리 를 내며 불쾌함을 내비쳤다.
“카셴 교수님? 그럼 기껏해야 40 등으로 배정될 억울한 당사자는? ……요.”
“그건 나머지 다섯 명의 학생에만 적용시키고 지엔의 랭킹은…… .”
긴장되는 순간. 카셴이 말을 멈추 자. 셀피스는 물론 모든 교수의 이 목이 카셴에게 집중됐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