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7)
내 전생은 최강검신-16화(17/325)
16 하
에베스 산의 고지.
전망대가 세워진 이곳은 한때 유명한 관광명소로 사람이 바글바 글했다. 그러나 지금은 살벌한 남 자 셋밖에 남지 않았다.
산 전체가 던전으로 변해버렸으 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걸로 30마리군.”
콰직!
흉터남, 게일이 검으로 민달팽이 의 핵을 꿰뚫었다.
“큭큭, 저쪽 파티는 몇 마리나 잡 았으려나?”
게일이 운을 띄우자 눈치가 빠른 짐꾼이 재빠르게 받았다.
“기껏해야 한 10마리 아닐까요?”
“에이, 아무리 학생을 끼웠어도 나머지 한 명은 3급인데 과장이 심 하군.”
게일은 검지와 중지를 뻗었다.
“인심 써서 12마리로 하지.”
짐꾼과 게일이 푸하하 웃었다. 그 때 옆에서 누군가 참담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런 시발.”
고개를 돌린 게일과 짐꾼.
목소리의 주인은 유독 짙은 갈매 기 눈썹을 가진 남자였다.
“오늘 목소리 처음 들었네……. 브리고씨 갑자기 웬 욕을…….”
게일은 말을 멈췄다.
브리고의 눈에 서린 공포 때문이 었다. 브리고는 게일의 뒤편을 보며 중얼거렸다.
“박멸의 빗자루…… 일 처리를 무 슨 이따위로 하는 거야…….”
“예?”
짐꾼도 게일도 의아한 눈으로 뒤 를 돌아봤다. 그제야 둘은 브리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끼 요옥?”
매서운 눈으로 브리고를 노려보 며, 민달팽이를 노란 부리로 뜯고 있는 괴조(怪鳥). 퇴화한 날개 대신 다리가 굵게 발달한 짐승. 그건 분 명히 사냥 전에는 안내받지 못했 던 [무언가]였다.
“시발.”
“진짜 시발이네.”
짐꾼의 단말마.
게일은 탄식을 뱉으며 생각했다.
‘하긴 달팽이가 사람만 한 데, 그 걸 잡아먹는 새라면 저 정도 크기가 어울리지.’
고개를 쳐들고 포효하는 괴조.
“끼요욕!”
괴조는 성인 남성 두 명을 세로 로 세운 것보다 거대했다.
“야 짐꾼! 여기 왜 보스가 있어?”
게일이 뒷걸음치며 물었다. 에베 스 산에 보스가 있다는 브리핑은 받 은 적이 없다.
“저도 보고 받은 게 없…… 억?”
가슴의 통증에 짐꾼이 고개를 내 렸다. 언제 다가왔는지 괴조 하페루 스는 노란 부리로 짐꾼의 상체를 관 통했다.
으적으적.
“끼 요요욕!”
부리에 피를 묻힌 괴수가 울부 짖었다.
본디 다른 차원에서는 산맥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새, 하페루스는 3급 세이버의 적이 아니었다.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 니…….”
뻥 뚫린 가슴을 보며 짐꾼이 중 얼거렸다.
“망할! 다 죽게 생겼네!”
절망에 찬 목소리로 외치는 게일.
지 금 등을 보여도 하페 루스에 게 서 도망칠 수 없음을 게일은 잘 알았 다. 이런 시급한 상황에 브로고는 중얼거리기만 했다.
“이 녀석만 잡으면 바로 던전이 정화될 텐데……. 길드가 보스의 존 재를 몰랐다고? 이건 뭔가 이상 해…….”
“아니 형씨, 당장 뒤지게 생겼는 데. 지금 그런 게 문젭니까? 빨리 마도구나 꺼내요!”
게일이 검을 들며 다급하게 외쳤 다. 그제야 브로고도 고개를 끄덕이 며 성흔을 빛냈다.
“그래. 발악은 해봐야지.”
비정상적인 마나의 폭주.
지엔 일행이 이상함을 느끼고 달 려왔지만, 상황은 많이 악화된 상태 였다. 선임 짐꾼은 죽었고, 브로고는 팔 하나를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하아, 여긴 왜 왔냐?”
피투성이가 된 게일이 지엔을 보 며 말했다.
“이게 무슨…… 읍.”
진동하는 피 냄새에 마셀린이 헛 구역질을 했다.
“새 모이만 늘었네……. 마셀린씨 얼른 학생 데리고 도망가요.”
그렇게 말하며 게일이 자신 주변 에 마나를 둘렀다. 게일은 잠깐 지 엔을 흘겼다.
“야! 잘 봐둬. 학생은 학교가 최 고야. 밖에 나오면 개고생이라 고…….”
“끼욕!”
하페루스가 자세를 잡았다. 부리 를 앞세운 채 그르렁.
넝마가 된 게일은 이를 꽉 깨물 었다.
‘기껏해야 한 번에서 두 번……. 하, 일진 사납네. 시발…….’
그렇게 최후를 준비하는 게일의 앞에.
“선배님.”
지엔이 나섰다.
“나머지는 이제 후배한테 맡기세 요.”
이 상황에도 남 걱정이라니. 성격 은 더러워도 게일이 보여준 모습은 한 사람의 세이버로서 훌륭했다.
쾅!
히페루스가 땅을 박찼다. 지축을 흔드는 거구의 공격.
지엔도 맞받아치기 위해, 성흔을 빛났다.
[ 감각 극대화 ]감각이 증폭하며 사고가 가속했다. 일순 느릿해지는 시간.
그렇다고 지엔이 빨라진 건 아니 었다. 그저 체감하는 시간이 달라졌 을 뿐. 하지만 효과는 극적이었다.
꽈각!
지엔의 혹향이 하페루스의 부리를 정확하게 쳐냈다. 중심을 잃은 하페 루스가 쓰러졌다.
쿠우웅!
거체가 일으키는 흙먼지.
지엔이 구역질을 끝낸 마셀린에게 말했다.
“선배님 준비됐죠?”
“……준비? 혹시, 죽을 준비 말하 는 거야?”
상황이 이런데도 유머를 잃지 않 는 마셀린. 지엔이 피식 웃었다.
“당연히 죽일 준비죠.”
에베스 산에 구현된 괴수.
4구역의 이름 모를 산맥의 지배 자 괴조(怪鳥) 하페루스.
“3급과 학생 둘이서 4급 보스라.
영화도 아니고…….”
마셀린의 말 대로 난이도가 4급 으로 분류된 히페루스는 3급 세이버 와 학생이 감당할 수 없는 적이다.
‘평범한 학생이라면.’
다행히 지엔은 평범과 거리가 멀 었다.
“네. 영화 한 편 찍죠.”
흑향에 마나를 두른 지엔.
자세를 잡은 하페루스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 꾸륵끄륵.”
몸을 꿀렁거리는 하페루스. 비정 상적으로 부푸는 상체를 보고 지엔 이 외쳤다.
“피해요!”
그 말과 동시에.
“그우웨 엑!”
하페루스는 마셀린을 향해 위 액을 토해 냈다.
하페루스가 살던 산맥의 먹이는 모두 2급이 넘는 맹수였다. 그런 맹 수를 녹이던 소화액은 그 자체로 무 기였다.
“아!”
마셀린이 몸을 틀었다. 뒤에 있던 나무가 위액을 맞고 갈색의 액체로 녹아내렸다. 저걸 제대로 맞았다면.
‘뼈만 남았겠네…….’
마셀린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선배님. 다이어트 계획 있으세 요?”
“없어!”
“그럼. 다음 브레스 때는 목을 노 려주세요.”
하페루스가 부리로 지 엔을 쪼았 다. 노란색 부리가 닿는 곳은 땅도 바위도 평등하게 움푹하게 파여 나 갔다.
“끼 요옥!”
온몸이 흉기인 하페루스와 교복을 입은 학생의 대치. 괴조가 얼마나 거대한지 멀리서 보는 게일에게 지 엔의 검은 장난감처럼 보였다.
“저 녀석…….”
마치 모든 공격을 읽은 듯,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피하는 지엔.
“크욕!”
히페루스의 몸에 착실하게 데미지 를 쌓고 있었다. 그래도 저 정도 공 격에 하페루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결정적인 공격이 필요한 상황.
지엔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두 번째인가.’
지엔은 성흔을 보았다.
처음은 가상게이트였으니 상관없 지만, 지금은 아니다.
명확한 현실. 핸디캡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
‘월검.’
마나와 체력은 물론, 진기를 연료 삼아 적을 베는 3구역의 스킬.
물론 두렵다. 어떻게 주어진 2회 차 인생인데 이번에도 같은 말로를 걷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쿠륵꾸륵.”
히페루스가 상체를 꿀렁인다.
위액을 뱉기 전 보여주는 전조.
“잘 부탁드립니다.”
지엔은 오히려 히페루스에게 달려들었다. 저런 근거리라면 지엔 도 위액을 피할 방법이 없다. 하지 만 지엔은 혼자가 아니었다.
“걱정 마!”
마셀린이 아껴둔 마도기를 발동했 다. 약속대로 창이 히페루스의 목을 꿰뚫었다.
“그요옥!”
뱉지 못한 위액이 역류하고 히페 루스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드디 어 생긴 4급 보스의 틈.
“제발 죽어라!”
스킬의 사용으로 지엔의 성흔이 빛 났다.
[ 월검月劍 ]아직 밤은 멀었음에도 지엔의 흑 향에 달빛이 서렸다. 은은한 빛과 흑검의 조화가 썩 아름답다.
‘ 젠장.’
한 가지 흠이라면 검에 덧씌워진 게 마나가 아니라 지엔의 진기라는 점이었다.
촤아악!
강철 같은 몸의 하페루스가 베였 다. 문자 그대로 반 토막 난 하페루 스에게 아까의 위용은 없었다.
스스슥.
히페루스의 시체가 먼지처럼 흩어 진다.
하페루스뿐만이 아니다. 에베스 산에 걸렸던 게이트의 패널티가 풀렸다.
이제 더 이상 에베스 산에 다른 차원의 괴수가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민달팽이를 포함한 하급 종 의 괴수도 모두 사라졌다.
“해, 했다! 아니 해냈다!”
지엔은 히페루스의 시체가 남아 있던 장소를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두 개의 아티팩트가 남아 있었다.
‘던전에서 아티팩트라.’
게이트의 클리어로 드랍될 아이 템이 미뤄진 경우로, 전생에서도 몇 번 보지 못한 드문 케이스다.
원래 규정은 던전의 주인인 길 드가 가지는 게 맞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타산이 맞지 않았다.
‘박멸의 빗자루…….’
보스가 숨겨져 있던 이유에 대해 서 이미 지 엔은 상황파악이 끝난 상 태였다. 전생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 었기 때문에 예측은 어렵지 않았다.
‘빚은 꼭 갚아야지.’
박멸의 빗자루.
거대한 건물의 제일 꼭대기 층.
고층의 풍경을 좋아하는 취향 덕 에 블루마의 사무실은 이곳으로 정 해졌다. 이 넓은 층에 혼자만의 사 무실이 라니.
“참 신기하죠? 기자들은 정말 코 가 좋은가 봐요. 이리 냄새를 잘 맡 으니, 원.”
[ 박멸의 빗자루. 에베스 산 정화 끝내다. ] [참가자는 모두 익명 처리……. ]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블루마는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핫한 루키님이 일개 삼류길드장 인 저에게 독대라. 무슨 일이시죠?”
블루마.
몬스터 청소라는 분야에서는 언제 나 순위권인 박멸의 빗자루 길드의 길드장.
그녀는 전체 랭킹 17위를 달성한 6급 세이버였다. 방금 전 말은 그녀 나름의 비꼼.
“에베스 산에 관한 일은 유감이 네요. 길드를 대표해 사과드리겠습 니다.’’
“유감이겠죠. 모처럼 얻은 에베스 산이 정화되어 버렸으니.”
지엔의 말에 블루마의 눈썹이 움 찔했다. 그러나 그건 정말 찰나였다. 블루마는 다시 아까의 상냥한 목소 리로 말했다.
“던전의 정화는 청소부들의 목표 입니다. ……그런데 유감이라니요?”
블루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뱉어 낸 말은 한기라도 품은 듯, 주변의 공기를 싸늘하게 했다.
‘학생 상대로 겁주기라니. 치사한 짓을 하는군.’
지엔은 블루마 주변에서 피어 오 르는 마나를 느꼈다. 아까 전부터 그녀가 은은하게 흘리는 마나.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마나 밀도 를 높이면 평범한 사람은 압박감에 숨도 쉬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물러설 지엔이 아니었다.
“길드장님은 아니잖아요?”
압박감을 뚫고, 말을 뱉은 지엔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툭.
블루마는 올려둔 물건 대신 지엔 을 노려보았다.
“이걸 왜?”
알면서도 묻는 블루마의 질문에 지엔의 눈이 차가워졌다.
“잘 아시는 물건이죠? 이번 사건 과 떼어 놓을 수 없을 텐데요?”
팽팽한 긴장감.
블루마와 지엔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팽팽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