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78)
내 전생은 최강검신-177화(178/325)
칼드란 왕국의 국왕. 카일람.
그는 왕좌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 고 있었다.
“여기 적힌 게 알테온 제국이 요
구한 공물의 전부인가?” “……아닙니다. 폐하. 축제와 행사 에 바치는 공물은 빼두었습니다.”
옆에 있던 왕국의 내무대신이 침 통한 표정으로 답하자. 카일람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제국의 요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군. 세금 쪽은 어떤가?”
“매년 국방비 명목으로 바치는 세 금은 그대로지만……. 무역품에 매 기는 세금이 늘었습니다.”
“후우……. 결국 말장난에 불과한 약속이었군.”
카일람은 턱을 괴고 고민에 빠졌 다. 이 모든 게 알테온 제국이 걷 는 세금과 공물 때문이었다.
‘매년 늘어나는 이 공물과 세금을 어떻게 상납한단 말인가?’
물론 국왕인 칼드란을 포함해 작 은 왕국들에겐 매년 주어지는 기 회가 있다.
“우리 왕국이 제국의 검술 축제에 서 우승할 가능성은 없겠는가?”
바로 곧 열리는 검술 축제.
내무대신의 옆에서 가만히 이야 기를 듣던 5성 기사. 로즈라가 미 소를 지었다.
“칼론님의 실력은 이미 3성 기사 급과 겨룰 정도가 되었습니다. 분 명 가능성 있는 대련입니다.”
그녀는 제1왕자인 칼론의 검술교 관으로, 왕국 제일의 기사였다. 국 왕인 카일람은 로즈라를 보며 느 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음직스럽군. 테론도 경연을 준비하고 있는가?”
국왕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경연 의 승자가 칼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연이 너무 일방적으로 끝나긴 원하지 않았다.
“3성 기사를 붙였는가? 내가 분 명…….”
의외의 대답에 국왕이 인상을 찌 푸렸지만 로즈라는 놀라지 않았다.
“왕비님의 명령이었습니다.”
“……허허, 비등한 경연을 기대했 건만.”
국왕은 고개를 저었다. 원래 강했 던 칼론에겐 5성 기사가 붙고, 유 약한 테론에겐 3성기사가 붙었으 니 국왕은 결과가 정해진 경연이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야 상대가 되지 않겠군. 허나 어쩔 수 없다. 1왕자에겐 황 태자님과의 대련을 위해, 수련에 정진하라 일러두도록.” 일이 중한 만큼 국왕은 테론을 포기했다. 하지만 테론의 옆에서 검술을 가르치고 있는 교관은 평 범한 3성기사가 아니었다.
“후훗, 네. 알겠습니다.”
로즈라는 그 사실도 모르고 이미 승리에 취해 은은한 미소를 지었 다.
‘이번 공이 인정되면, 기사단장 자리도 노릴 수 있겠군.’
경연이 내일이지만 이미 로즈라 에게 제2왕자인 테론은 안중에도 없었다.
칼드란의 왕비인 타냐는 2명의 기사들을 향해 성을 내고 있었다.
“둘이서 기사 하나를 제압 못 해? 그것도 3성 기사를? 이 무능한 놈 들이!”
분노로 가득 찬 타냐의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기사들은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상대가 생각보 다 너무 강해서…….” “실력을 숨긴 것 같아 보였습니 다. 절대 3성의 실력이…….”
하지만 그들의 말은 타냐에게 변 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닥쳐라! 너희들 때문에 왕자가 그 천한 것과 검을 겨뤄야하게 되 었는데! 그딴 변명을!”
타냐는 기사들을 노려봤다.
기분 같아선 둘을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았다.
“이 무능한 것들! 지금이라도 로 즈라를 보내서……,”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칼론이었다.
칼론은 자신의 어머니인 왕비를 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어차피 테론은 제 상대가 아닙니 다. 3초, 아니 한 합에 끝낼 수 있 는 피라미에 불과하죠.”
“왕자. 하지만…….”
“괜찮습니다. 관중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겁니다. 테론이 얼마 나 볼품없는 쓰레기인지. 그리고 제가 얼마나 뛰어난 재목인지 말 이죠.”
칼론의 말에 타냐는 흐뭇한 미소 를 지으며 생각했다.
‘하긴…. 그 유약한 놈이 오줌이 나 지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타냐는 경연에서 겁을 먹고 도망 치는 테론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나자 타냐는 부채로 자신의 입을 가렸 다.
“왕자의 말이 맞구나. 이제 경연 까지 남은 시간은 하루. 제깟 놈 이, 별다른 수가 있을 리 없지!”
타냐가 엎드려 있는 기사들의 머 리맡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어리석었다. 이상한 징조 속에서도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무언가 바뀌고 있었다.
경연까지 하루.
테론은 숲으로 나와 밤하늘을 바 라보았다. 아득할 정도로 먼 곳에 는 별이 있었고, 달이 있었다.
테론은 별을 바라보며 지엔과의 수련을 떠올렸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테론은 검을 배웠다. 호흡하는 법 을 배웠고, 체력을 길렀다. 이전까 지는 허락되지 않은 꿈만 같은 시 간들이었다.
저벅저벅.
테론의 귀에 숲을 거니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엔 지엔이 있었다.
“산책을 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 아닙니까?”
“음……. 그래. 마음이 심란하여 잠깐 발걸음 했느니라.”
그렇게 말하며 테론은 웃었다.
테론은 이전처럼 격식에 얽매이 지 않았다. 왕자의 자리를 벗어나,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대했다. 자
신의 심란함을 고백할 정도로 마 음을 연 것이다.
“경연이 두려우십니까?”
“후훗, 그래. 두렵지. 하지만 순전 히 패배가 두려우냐. 묻는다면 그 건 아니다.”
테론은 지엔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엔 기쁨과 슬픔. 행복함 과 고독이 어려 있었다. 지금 테론 의 심정은 그만큼 복잡했다.
“지금의 기회가 내겐 너무 눈부시 구나. 그래서 두렵다. 내가 이 모 든 것을 망칠까봐. 그것이 두렵 다.”
테론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그리곤 손을 뻗어 빛나는 별을 움켜쥐려 애섰다. 하지만 테론의 손에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는 내 자신이 두렵다.”
높이 날아오를수록, 오래 추락한 다.
희망이 클수록, 절망도 깊다.
왕자로서 권리를 바랄수록, 더 비 참해졌던 테론은 그 사실들을 뼈 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지엔..…..”
테론. 왕자인 그가 기사에 불과한 지엔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 네.”
“5살 때의 일이다. 집으로 기사들 이 찾아와 어머니께 말했지. 왕자 님을 데리러 왔다고.”
그 왕자가 테론 자신이었다.
“……어머니께선 나에게 늘 아버 지가 없다 이르셨다. 그런데 국왕 께서 나의 친부셨다니. 나에겐 충 격적인 일이었지.” “원망하십니까?”
“나를 버리신 것을? 아니, 신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야. 다만.”
테론의 표정에 씁쓸함이 감돌았 다. 그의 눈은 풀이 죽어 있었다.
“후회는 하고 있다.”
“무엇이 후회스러우십니까?”
“그때 어머니의 곁에 남았다면 어 땠을지……. 그런 후회겠지. 그곳에 는…… 한명이라도 나의 편이 있었 으니까.”
아무런 버팀목이 없는 테론에게 왕실은 잔인한 곳이었다. 과거를 회상하며 축 처져 있던 테론은 갑 자기 주먹을 쥐고 눈을 빛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리곤 지엔을 바라보며 벌떡 일 어 났다.
“내겐 네가 있다. 넌 검술을 가르 쳐주고! 대화를 해주고! 나를 믿어 주지! 후후!”
테론이 배시시 미소를 짓자. 눈의 꼬리가 둥그렇게 휘었다.
“나에게 적어도 한 명의 편은 생 긴 것이다. 그러니 지금을 빼앗길 까봐. 어찌 두렵지 않겠느냐?”
테론이 바라는 건, 큰 게 아니었 다. 경연에서 이기길 원했고, 제국 의 검술 축제에 참가하길 원했다. 만약 그곳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테론의 삶은 변한다. 국민들의 환 영. 왕국의 번영. 국왕의 지원.
“우승을 한다면. 국왕께 부탁을 드리마. 널 기사단장으로 부임시켜 달라고 말이다.”
테론은 그제야 나이에 맞게 피식 웃었다.
“그때는 생각이 날 때면. 간간히 나를 보러 오거라.”
“검이라면 늘 가르쳐드릴 수 있습 니다.”
“이 순간에도 검 타령이라니. 열 정적인 교사로군.” 테론을 보며 지엔은 입안에 씁쓸 함이 감돌았다.
‘어딜 가든 마찬가지군.’
현실에서도 세이버가 되기 위해, 학생들은 이른 나이에 세계의 구 원이라는 무거운 짐을 받게 됐다.
그건 다른 구역도 마찬가지였다. 명칭과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
설령 게이트 속의 세계가 허상이 라도. 지엔에겐 허상이 아니었다.
“달이 밝구나.”
하늘을 보며 테론이 말했다.
지엔은 그 말에 기억속의 누군가 를 떠올렸다.
[달이 밝구나.]그건 지엔의 스승이던 검신이 달 을 보며 한 말이었다. 몸을 휩쓰는 기시감. 지엔도 하늘을 올려다 달 을 바라봤다.
‘생각해보면 신기한 일이군.’
전생에서 지엔은 3구역의 검신에 게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 는 자신이 4구역의 왕자를 가르치 고 있었다. 게이트를 통해, 이어질 수 없던 세계가 연결된 것이다.
그렇게 이어진 가르침은 사람을.
세계를 바꿨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엔이 전생에서 8급 게이트인 [마왕성 데모니악]을 클리어 하는 건 불가 능한 일이었다.
3구역의 검신이, 지엔을 통해 현 실의 세계를 구한 것이다. 이제 차 례는 돌아왔다.
“그렇군요. 달이 참 밝습니다.”
테론의 증명은 게이트의 공략을 의미했고, 그건 곧 현실의 구원과 다름없었다. 게이트 속 세상에서 테론을 믿어주는 건, 지엔밖에 없 었지만.
현실에선 공략 방송을 지켜보는 수많은 시청자들이 테론을 응원하 고 있었다. 물론 테론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엔.”
“네.”
“내게 가르쳐준 검술의 이름이 무 엇이라 하였느냐?”
“천월비검이라 부릅니다.”
“……하늘에 달을 떨어트리는 검 이라 하였지?”
테론이 달을 가리켰다.
그는 외로운 날엔 언제나 숲으로 나왔다. 그리곤 하늘을 바라봤다. 그때마다 밤하늘에 빛나고 있던 건 다름 아닌 달. 손을 뻗어도 닿 지 않는 야속한 달이었다.
“내가 닿을 수 있겠느냐?”
“그 해답은 왕자님께서 말씀하시 지 않았습니다.”
“그렇군. 그렇게 장담한 것을 잊 다니.”
테론이 지엔을 바라봤다.
순간마다 생기는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테론도 자유로울 순 없었 다.
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서 너를 믿겠다.”
지엔은 믿을 수 있었다.
“너의 제자인. 나를 믿겠다.”
환하게 달이 빛나고, 바람이 몰아 치는 밤. 왕국에서의 마지막 날이 흘러가고 있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