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183)
내 전생은 최강검신-182화(183/325)
경연이 끝나고.
국왕인 카일람은 집무실에 왕비 인 타냐를 불렀다. 평소의 온화했 던 표정과 달리, 오늘의 카일람은 도통 기분을 알 수 없었다.
“제2 왕자인 테론이 제국으로 가 게 되었군.”
카일람이 말했다. 타냐가 대답하 지 않자. 그는 나지막하게 말을 덧 붙였다.
“기특한 일이지 않습니까? 당신의 그 숱한 견제에도 굽히지 않았으 니 말이오.”
“폐, 폐하. 그게 무슨!”
“발뺌 하지 마시오. 내가 적어도, 경연만큼은 공정하게 치르라 일렀 거늘! 한쪽은 5성 기사를! 다른 한쪽은 3성 기사를 교관으로 붙여 주다니!”
카이람은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 더 못마땅했다. 그래서 목 소리까지 높여 추궁하자. 타냐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그, 그건…….”
“그만. 변명은 됐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그러나 추궁은 딱 거기까지. 카일 람도 더 이상 왕비를 추궁하고 싶 진 않았다. 대신 그는 옆에 있던 내무장관에게 말했다.
“왕비에게 그 목록을 보여주게.”
“폐하 이건?”
셀 수 없이 이어진 목록들을 보 며 타냐가 물었다. 카일람은 리스 트를 보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파 왔다.
“이 많은 물건들이 모두 1년 동 안 제국에게 바쳐야할 공물이오.”
“이 많은 것을…….”
타냐가 중얼거리자. 카일람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테론이 황태자를 이긴다 면 적어도 1년은 왕국이 자유로워 지겠지.”
카일람의 말에 타냐의 몸이 뻣뻣 하게 굳었다. 이상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타냐는 못마땅함을 억지 로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테론이 황태자를 이기고 축제에서 우승한다면. 내가 다음 후계자를 누구로 택하겠소?”
그러나 방금 전 카일람의 말은 타냐도 참기가 힘들었다.
“하, 하지만 폐하! 자, 장남인 칼 론 왕자를 두고 왜!”
“……왕비. 왕위를 승계하는 건 나 의 권한이오. 이젠 그 권한마저도 참견할 생각인가?”
이미 카일람은 마음을 굳힌 듯 보였다. 오늘처럼 카일람이 매섭게 말한 적은 처음이었다.
“아닙니다.”
결국 타냐가 뜻을 굽히자. 카일람 의 목소리도 평소처럼 돌아왔다.
“좋소. 그만 나가보시오.”
이미 테론은 그녀의 손을 떠났다.
이제 타냐가 할 수 있는 건, 제국 에게 테론이 패배하길 무력하게 기도하는 것밖엔 없었다.
저택 밖에서 들린 이사벨의 목소 리. 지엔은 창문을 열어 당사자를 확인했다.
“하아, 하! 물건이 맞았네! 다행 이다.”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이사벨.
그녀의 머리에는 어디서 붙었는 지 나뭇잎이 꽂혀있었고, 옷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었다.
“이사벨?”
지엔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가볍 게 착지했다. 2층 높이의 건물이 었지만 가뿐했다.
“설명은 나중에 할게! 일단 이거 부터 받아!” 이사벨은 겁을 먹은 듯, 주위를 둘러보며 포켓에서 미스릴 검을 꺼냈다.
“검 이름은 제피스. 보다시피 미 스릴로 만들어졌고. 효과는…….”
이사벨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불꽃임프에게 설명을 들었는데 기 억이 나지 않았다.
“하아 엘프가 만들었다고 했는 데……. 하여튼 좋은 거야!”
이사벨이 급하게 얼버무렸지만 상황을 모르는 지엔은 차분히 말
했다.
“역시 검을 전해주는 게. 네 퀘스 트였구나?”
“……말도 마, 내 첫 시작이 어디 였는지 알아?”
이사벨은 머리가 아파오는지 이 마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다행스 러운 일도 있었다.
[QUest-퀘스트를 성공했습니다. 이제 운명을 받아들이십시오.]불가능해 보였던 퀘스트를 클리 어했다는 점. 이사벨은 모두 포기 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 그래도…… 다행이다. 퀘스트 는 성공했네. 지엔. 휘말릴 수도 있으니 떨어져 있어.”
이사벨은 저택에서 몇 걸음 떨어 졌다. 지엔은 그제야 이사벨의 옷 에 새겨진 레드 일족의 문양을 볼 수 있었다.
“……붉은 눈?”
아무리 지엔이라도 레드 일족의 문양만으로, 이사벨의 역할까지 추 리할 순 없었다. 다만 규모가 큰 게이트답게 퀘스트의 스케일이 크 다는 건 느껴졌다.
“어, 무슨 소리인가 싶을 수 있는 데. 태어나니까 드래곤이 내 엄마 야.”
드래곤 헤츨링.
그건 전생에서 게이트의 베테랑 이었던 지엔도 처음 보는 배역이 었다.
“정말 넌…….”
할 말을 잃은 지엔에게 계단으로 내려온 테론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지엔. 네가 걱정하던 동료인가 보구나!”
테론은 지엔의 동료인 이사벨을 반갑게 맞이했다.
“왕국 전체를 뒤져도 견줄 사람이 없는 엄청난 미인이시로구나! 그 런데 어찌 안으로 부르지 않고 숲 에서 서 있느……. 어라?”
말을 잇던 테론이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숲에 드리운 그늘 때문이 었다. 하지만 고개를 든 테론을 마 주한 건,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어, 으어어……. 저, 저건!”
“크르릉!”
붉은 눈을 번뜩이며 하늘에서 활 공하는 세 마리의 레드 드래곤. 테 론은 물론 대부분의 인간에게 드 래곤은 전설과 다름없는 신화적 존재였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마 주할일이 많진 않았기 때문이다.
“드, 드래곤!”
그런 드래곤이 테론의 머리 위에 3마리나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왕국을 파멸시킬 수 있다는 호전 적인 레드 드래곤. 테론이 오줌을 지리지 않은 게 신기한 일이었다.
펄러억!
정작 드래곤들은 테론 따위 신경 조차 쓰지 않았다. 드래곤들은 그 저 날갯짓의 속도를 줄이며 천천 히 하강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이사벨이 있었다.
“……아니. 대체 어떻게 벌써 찾았 어요?”
이사벨이 말했다.
상대가 드래곤인데도 퉁명스럽게 툴툴거리는 이사벨의 모습에 테론 은 말을 잃었다.
“……허.”
하지만 테론의 걱정처럼 이사벨 이 잡아먹히는 일은 없었다. 드래 곤들이 이사벨처럼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찾았긴~ 우리가 널 아무 장치도 없이 혼자 뒀겠니?”
플라마가 말했다.
위엄 넘치던 드래곤 폼과 달리. 폴리모프 한 플라마는 본적 없이 아름다운 미녀였다. 그리고 그 옆 에는 정정하고 근엄한 노인. 이그 닉이 서 있었다.
“허허, 헤츨링 때부터 가출이라 니. 애비를 똑 닮았구나.”
“후우……. 그러게요 아버님. 그런 건 닮지 않아도 괜찮은데요.”
플라마가 슬쩍 눈을 흘기자. 칼서 스가 멋쩍게 웃었다.
“하하, 어쩔 수 없지. 유전인 걸.” 말을 하는 칼서스의 외모도 역시 나 눈이 부셨다. 화려하고 빛나는 걸 좋아하는 드래곤들답게 외모에 관한 미(美)적 가치도 비슷한 모 양이었다.
이그닉은 그제야 지엔과 테론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었다.
“허허허, 새로 사귄 친구들이니? 한 100년은 레어에서 지내야 할 텐데. 네 방에 넣어주련?”
이그닉의 살벌한 이야기에 플라 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 인간들 수명이 얼마나 짧은데요? 이사벨이 정이라도 붙 이면 어쩌시려고…….”
플라마의 말에 이그닉은 심각한 표정이 됐다.
“아가 네 말이 맞구나. 그린 일족 도 괜히 헤츨링의 레어에 엘프를 넣어줬다가 난리가 아니었지.”
그때가 떠오른 듯, 이그닉의 말에 칼서스가 동의했다.
“맞습니다. 헤츨링이 엘프를 살리 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수장인 그 라피스님이 영약을 찾느라 온 산 맥을……. 하층}, 보통 일은 아니었 죠.” 드래곤들은 자식이 귀했다. 덕분 에 일족의 수장도 헤츨링에겐 당 해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난장판이 된 숲속에서 이 사벨이 지엔을 똑바로 바라봤다.
“내 몫은 여기까지 인거 같네.”
5급 게이트의 공략에 이사벨은 전력을 다했다. 결국 퀘스트를 클 리어 했고, 검을 전달했다. 이제 퀘스트를 이어나갈 사람은 지엔이 었다.
“그래. 수고했어.”
퀘스트의 내용이 허락하는 이사 벨의 개입은 여기까지. 이제 동료 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꼭 클리어 하…….”
이사벨이 진지하게 말을 잇는 도 중, 플라마가 이사벨을 확 붙잡았 다.
“이제 그만~ 네 유희는 여기까지 란다. 이사벨. 자~ 얼른 돌아가 자.”
“아아! 진짜앗! 허리 잡지 마세 요! 순순히 갈 거라고요!”
이사벨은 사소한 반항을 했지만 결국 플라마의 품에 붙잡혔다. 그 래도 나쁜 결말은 절대 아니었다. 주어진 퀘스트의 내용을 생각하면 완벽에 가까운 공략이었다.
“야! 나머지는 너한테 맡긴다!”
그렇게 마지막 한마디를 뱉고 사 라진 이사벨. 테론은 여전히 주저 앉은 채로 지엔을 올려다보았다.
“지, 지엔. 네 동료는 드래곤이었 구나.”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 걱정했던 상대가 드래곤이 라니……. 보통 드래곤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만…….”
떨떠름한 얼굴로 테론은 지엔이 뻗은 손을 잡고 일어났다.
“ 고맙다.”
테론이 몸에 묻은 흙을 터는 동 안 지엔은 포켓에서 검을 꺼냈다.
“이게 지금부터 왕자님이 사용할 검입니다.”
“하지만 이건…….”
테론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지엔이 내민 검의 소재는 환상의 광물 미스릴이었다. 신비급 아티팩 트에 해당하는 검으로 칼드란 왕 국의 전역을 뒤져도 존재하지 않 는 보물이었다.
하지만 지엔이 퀘스트를 클리어 하기 위해 테론에게 꼭 필요한 물 건이었다.
[QUeSt-제2왕자를 제국의 검술 축제에서 우승하게 만드시오.] [상세-알테온 제국의 황태자 카 이진은 신비급 아티팩트인 월광검 을 가지고 있습니다.]검술 명가인 알테온의 천재. 카이 진 황태자. 그를 상대로 월광검에 비견 되는 무기가 없으면. 테론의 실력으로 승리는 불가능했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이 검의 이름은 제피스. 하이엘 프들이 미스릴로 만든 검입니다.”
지엔이 말했다.
어찌 이런 귀한 검을 내게
주느냐?” 테론은 섣불리 받지 못했다. 테론 에게 지엔은 모든 것이 베일에 감 춰진 사내였다.
“애, 애당초 너는 무엇이냐? 그런 엄청난 실력에 드래곤과 안면을 튼 3성 기사라니. 들어 본적도 없 다.”
테론이 손을 떨며 묻자. 지엔은 천천히 다가가 제피스를 테론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아악.
검에 깃든 바람의 정령이 산들바 람을 내뿜었다. 지엔은 놀란 테론 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 곤 낮은 저음으로 느릿하게 전했 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왕자 님의 편이란 사실입니다.”
그건 테론도 알고 있었다.
왕실에서 테론은 허울뿐인 왕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테론 의 편이 되어준 사람은 없었다. 그 런 테론에게 지엔은 유일하게 마 음을 터놓은 상대였다.
“……그렇군. 네 말이 맞다. 더 이 상은 묻지 않으마.”
어느새 테론의 눈은 침착하게 가 라앉아 있었다. 지엔은 어린 나이 에도 총명한 테론이 대견했다.
“궁금하시지 않으십니까?”
“내가 중요한 걸 잊었더구나.”
테론에게 중요한 건 지엔이 정체 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지엔이 어 떤 의미인지가 테론에게는 더 중 요했다.
“넌 내게 처음으로 내려진 동아줄 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너를 신뢰하는 일밖에 없다. 그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나 의 모든 것이지.”
테론은 싱긋 웃으며 검을 들었다. 미스릴로 만들어진 덕분에 검은 단단하면서도 아주 가벼웠다. 지엔 이 가르쳐준 천월비검에 잘 어울 리는 검이었다.
“하마터면 전부 잃을 뻔했다. 내 가 가지고 있던 건, 고작 그것 하 나가 전부였는데 말이다.”
말을 끝낸 테론이 웃었다.
지엔이 본 테론의 그릇은 누구보 다 컸다. 진정으로 왕이 될 자질은 어쩌면 1왕자인 칼론이 아닌, 테 론에게 있었다.
‘역시 게이트의 선택인가.’
원래는 없었을 기회.
하지만 게이트의 선택에 의해 지 엔은 테론을 황태자인 카이진과 비슷한 시작점으로 데려다주었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곧 많은 걸 가지게 되실 겁니다.”
“후후, 말이라도 고맙구나. 하지 만 이제 막 경연에서 이겼을 뿐이 다.”
테론이 넘어야할 벽은 수없이 많 았다. 제국의 산하에 속한 십여 국 의 왕자가 있었고, 소드마스터를 배출한 검술명가. 그리고 알테온 제국의 황태자 카이진이 있었다. 그런데도 지엔은 자신만만하게 말 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한 법입니다.”
알테온 제국에 비하면 약소국에 불과한 칼드란 왕국. 하지만 지엔 은 방송에 걸맞은 반전의 드라마 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