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2)
내 전생은 최강검신-21화(22/325)
챙! 치캉!
‘……이기고 있어.’
이사벨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물론 직접 싸워본 경험이 있으니 검을 잘 다루는 건 알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나의 사 용이 가능했을 때 이야기.
지엔은 마나가 없는데도 한 뼘의 차이로 검을 피하고, 적의 급소를 찔렀다. 그 신묘한 몸놀림에 이사벨 이 감탄했다.
‘상대 수준이 낮은 것도 아냐.’
비 능력자라도 금아 부대는 검만을 갈고 닦은 상대. 초보자인 이사벨이 보기에도 그들의 검로는 날카로웠 다.
“너희 뭐하는 거야! 열 명이서 꼬 마 한명도 처리 못해?” 비명처럼 클로아가 외쳤지만 가면 남의 대답도 비명이었다.
“으아악!”
“성흔을 이용해서 이정도 범죄를 저지르다니. 네가 감옥에서 나올 일 은 없을 거다. 사형이라면 또, 모르 겠군.”
조소를 띈 지엔의 도발에 클로아는 분노로 이를 바드득- 갈았다.
“저 건방진 새끼가……!”
클로아가 단검을 쥔 채 달려들었 다. 매서운 일격이었지만 순수하게 검으로 싸운다면 그녀에게 승산은 없다.
격이 다른 상대. 검으로 한 세대를 풍미한, 영웅의 검술은 마나가 없어 도 퇴색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빛났다.
촤악!
지엔의 검이 매섭게 클로아의 옆구 리를 스쳤다.
“악! 아파아악! 개자식이! 망할! 망 하아아알! 네 놈은 꼭 찢어 죽이겠 어. 너희가 살아서 마탑을 나갈 수 있을 거 같아? 꿈도 꾸지…….”
퍽!
악을 쓰던 클로아의 고개가 무언가 에 맞아 획 돌아갔다.
“시끄러! 아까는 연약이 뭐가 어 째? 야, 다시 말해봐.”
그건 이사벨의 펀치였다. 얼굴의 정중앙을 제대로 맞은 클로아는 코 피를 흘리며 나가 떨어졌다.
“흐, 흐흐히히…… 차라리 나랑 가 는 게 나았을 거야. 흐히, 히히……. 나랑 같이 온 녀석은 절대 신사가 아니거든.”
정신이 나간 클로아가 종이를 던졌 다. 종이가 그녀의 몸 위에 닿았고 몸 전체가 종이로 빨려 들어갔다.
“앗! 놓쳤다!”
클로아가 사라지자. 이사벨이 아깝 다는 듯 외쳤다. 바닥에는 열 명의 금아 부대가 쓰러진 채, 신음을 흘 리고 있었다.
“괜찮아? 마나만 통했어도 뭐라도 했을 텐데…….”
내심 지켜만 본 게 찔리는지 이사 벨은 말끝을 흐렸다.
“그래, 좋은 판단이었어. 세이버의 판단은 항상 효율을 중시해야지.”
지엔의 말은 절대 빈말이 아니었 다. 마나도 못 쓰는 상태에서 이사 벨이 끼어들었다면 오히려 방해가 됐을 것이다.
“일단 밑층으로 내려가자.”
지엔이 비상구를 가리켰다. 저들의 목표가 이사벨인 걸 알게 된 이상, 밑층의 경비대와 합류하는 게 우선 이었다.
“어…… 이거도 아티팩트야?”
계단을 보고 있는 이사벨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칠혹.
아까까지 시민들을 대피시킨 계단 이 잘려 있었다. 마치 마탑의 위층 만 이계로 이동된 듯, 계단의 반절 이 암흑으로 덮여 있다.
“동방의 결계야. 아마 3구역의 비 술을 담은 아티팩트겠지.”
“그건 갇혔다는 거지?”
“적어도 한 시간은.”
“휴대폰도 이어마이크도 다 먹통이 네……. 으……, 하필 디자이어한테 찍히다니.”
이사벨이 한숨을 내쉬었다.
“디자이어?”
“뉴스도 안 봐? 얼마 전에 스텔스 은행을 털었던 빌런들이야. 저 가면 은 그 간부의 상징이고.”
“그래서 아티팩트를 남발하는 군.”
둘은 생필품에 보관하는 창고에 숨 었다.
어색하고 긴 시간.
이사벨이 딱딱한 쿠키를 꺼내, 뽀 각 씹는다. 그러고는 물을 벌컥.
“날 납치하려는 이유는 아버지 때 문이겠지?”
이사벨은 쪼그려 앉아 무릎을 안은 자세로 한숨을 쉬었다.
“……바보들 잘못 짚었네.”
그녀답지 않게 이사벨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난 인질로 쓸 수도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해?”
지엔의 대답은 건조했다.
“그게 사실인 걸. 아버지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거든. 오히려 모르 는 게 이상해.”
지엔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뿐. 대답하지 않았다. 어설픈 동정이 나 위로보다는 이사벨도 그게 좋았 다.
털썩.
지엔이 이사벨의 옆에 앉았다. 옅
게 날리는 먼지. 이사벨은 풀이 죽 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 짜증나.”
이사벨은 얼굴을 무릎에 파묻었다.
유벨 블릿츠.
고지식하고 규율을 중시하는 아버 지. 억지로 떠올려도 웃는 모습은 기억나지 않는다. 집사의 말대로라 면 예전에는 아주 잘 웃는 사람이었 다는데.
‘본적도 없는데, 알게 뭐야.’
이사벨이 태어났던 날, 유벨은 오 열했다. 그건 자식을 보게 된 기쁨 의 눈물이 아니라 연인을 잃은 슬픔 의 눈물이었다. 유벨의 웃음이 사라 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이사 벨이 태어나던 바로 그날.
이사벨이 쿠키봉투를 내려놓았다. 시간은 느릿했다. 3분쯤 지났을까 지엔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몇 년 전이였지?”
아마 100년 하고도 십년 더?
“나랑 줄 곧 대련을 하던 여자애가 있었어.”
“너랑 대련을?”
“그래. 내가 항상 졌어.” 흥미가 생겼는지 이사벨의 귀가 쫑 긋 움직였다. 지엔은 궁금해 하는 이사벨을 뒤로 한 채, 쿠키 하나를 더 꺼내 씹었다.
바삭.
“걘 정말 천재였어.”
지엔은 소리를 죽인 채, 시간을 죽 이려 나긋하게 말을 이었다.
“어린 시절 내 목표는 줄 곧, 그 애를 이기는 거였어.”
“그 여자애?”
“그래. 마을이 좁아서 둘 뿐 이었 으니까.”
계속 수련하고 강해졌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고. 더는 대련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강해져야할 이유가 바 뀌었다.
“근데 나중에 보니 승패 같은 건, 중요한 게 아니었어.”
“……중요한건 뭔데?”
이사벨의 질문에 지엔은 옛 기억을 떠올렸다. 시간이 지나도 뚜렷한 과 거.
[말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잊혀 지지 않는 강물색 눈동자가 아직도 선하다.
“후회할 땐 이미 늦었다는 거야.”
의미심장한 이야기.
그러나 말을 마친 지엔을 이사벨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탑의 복도.
화재로 불이 꺼진 캄캄한 공간.
그곳을 거니는 가면의 남자.
그는 가면을 썼던 그날 일루전이라 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클로아. 마음대로 천라지망을 펼 치다니. 그 여자에게 맡겨 두는 게 아니었어…….’
구속 결계 천라지망은 소모형 아티 팩트로, 언젠가 있을 중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둔 물건이다.
‘이런 출혈을 하고도 타겟을 확보 하지 못하면 피해가 크다.’
그러나.
마탑은 그 위세만큼 거대했고, 넓 었다.
‘남은 시간은 20분 남짓. 정부의 사냥개들이 들이닥치는 건 사양이 다.’
그런데도 발걸음은 서두르지 않는 다. 남자는 그저 떠다니는 암운(暗 雲)처럼 느긋하게 걸었다.
저벅저벅.
일루전이 멈춰선 곳은 보관 창고의 앞.
비록, 결계 때문에 마나는 느끼지 못해도, 바로 이상함을 알 수 있었 다. 문 앞은 향수 냄새로 가득 했으 니까.
‘멍청하군.’
가면 속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두 걸음 물러선 후, 일루전이 돌진 한다. 그는 마나를 감은 손으로 철 퇴처럼 문을 후렸다.
문이 박살났고 창고의 안 쪽이 드 러났다.
‘……유리?’
창고는 깨진 유리 파편으로 덮여 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지독한 향수 냄새가 일루전의 코를 찔렀다.
‘향수…… 함정이다!,
뒤 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일루전은 창고에 들어온 상태였다.
“와, 진짜 들어갔네?” 문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 다.
“이사벨, 이제 네 차례야. 태울 수 있지?”
이번에는 남자의 목소리.
일루전은 고개를 돌렸다. 한참 거 리가 떨어진 곳에서 여자. 아니, 타 겟이 장갑을 낀 채 씩 웃고 있다.
“물론이지. 나 밥값은 해.”
이사벨의 장갑이 마나를 뿜는다. 창고에는 휘발성 강한 향수가 가득 했다. 만약 여기 불이 붙는다면? 결 과는 심플하다.
펑
불이 창고를 삼켰다.
창고 안은 생수병도 있었기에, 불 이 퍼지는 건 덜 했지만. 폭발의 충 격과 물은 무관했다.
창고에 가득 찬 자욱한 연기.
결과를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저런 폭발 속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고. 이사벨은 생각했다.
“지형지물의 이용……. 기척을 숨 기고 허를 찌른 작전.”
연기 뒤에서 들리는 일루전의 목소 리만 아니었다면. 쭉 그렇게 생각했 을 것이다. 암막이 걷히며 일루전이 걸어 나온다.
“학생이라고 들었는데 수준이 높 군. 아티팩트가 아니면 당했겠어.”
그는 멀쩡했다. 대신 일루전의 발 밑에 짚으로 만든 인형이 불타고 있 다.
“우리의 타겟은 마탑주의 딸, 이사 벨 블릿츠다. 디자이어. 일루전의 이 름으로 약속하지. 너만 따라오면 더 이상의 희생자는 없다.”
불을 등진 일루전의 가면은 불길 때문에 다양한 명암이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악귀 같았다.
“빌런에게도 명예가 있던가?” 지엔이 쏘아 붙였지만, 일루전의 시선은 이사벨을 향해 있었다.
“ 대답은?”
일루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 악한 마나. 디자이어의 간부는 학생 이 감당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일루전의 전투력은 5급 세이버와 비 슷했고, 이사벨과 지엔은 3급을 상 회하는 정도였다.
압도적인 실력차이.
그런데도 이사벨은 신랄하게 말했 다.
“꺼져.”
치켜든 중지 손가락과 상큼한 표 정. 이사벨의 태도에 일루전은 쯧 하고 혀를 찼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들었군.”
팽팽한 긴장.
언제 놓을지 모르는 활시위 같은 대치. 두 학생과 악(惡)이 마주본다.
“용감하다 말해주고 싶으나 상대가 나쁘고 운이 나빴다.”
적막한 복도에 퍼지는 일루전의 목 소리.
“내 마도기는 까다로운 녀석이라 조건이 많지.”
지엔은 당장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사벨과의 진형이 깨지면 다음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 다.
일루전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성흔의 이름은 몽(夢)이다.”
지엔과 이사벨은 일루전의 말에 대 답하지 않았다. 일루전이 한발 짝 앞으로 내딛었다.
“학교에서 미처 예의는 가르치지 못했나보군.”
“내 예의는 워낙 사람을 가려서 말 이야.”
지엔의 대답에 일루전의 성흔이 빛 났다.
“그 건방진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 될지 궁금하군. 달콤한 꿈이 되길 바라지.”
일루전이 구두로 또각- 소리를 냈 다. 그러자 시간이 멈췄다.
비유가 아니었다.
지엔의 시야가 흑백으로 변했다.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는 상황.
‘구두가 마도구였나?’
멈춰 있는 일루전의 발밑에서 그림 자가 꿀렁인다. 아마, 환각계나 최면 계열의 마도기. 핸디캡이 크지만 까 다로운 상대였다.
꿀렁.
그림자가 지엔을 삼켰다. 고통은 없지만, 정신이 아득해진다.
‘윽!’
어떻게든 버티려했지만 압도적인 마나 앞에서 정신을 유지하는 건 지 엔도 불가능했다. 완벽히 찾아온 어 둠. 지엔은 잠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상대는 학생. 깨어났을 때는 폐인이 되어있겠지.’
일루전은 이사벨을 바라보았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