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32)
내 전생은 최강검신-231화(232/325)
크리스탈 타운의 한 벤치.
크로아 아카데미의 파티장. 이체 프는 롱코트를 두른 채, 우수에 빠 진 눈으로 사람들을 향해 중얼거 렸다.
“역시 고독함은 늑대의 상징. 이 많은 군중 속에서도 난 외롭군.”
그렇게 파티장이 영문 모를 말을 지껄이자. 로만은 자상하게 웃었 다.
“아니, 늑대는 무리 생활을 해. 굉장히 사회적인 동물이라 고독함 과는 거리가 멀지.”
이체프가 눈썹을 움찔거리며 반 응하자. 로만은 쐐기를 박았다.
“그냥 네가 고독한 건, 너무 괴짜 라 그런 거 아닐까?”
“크홈!”
이체프가 헛기침하며 못마땅해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쭈뼛거리며 벤치에 앉았다.
“아, 안녕하세요. 로, 로만씨?”
목소리의 주인공은 플라나의 파 티장. 레나였다. 레나는 운동회 이 후 로만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 다.
“어, 안녕? 레나였지? 정말 오랜 만인데.”
로만이 눈을 마주치고 생글생글 웃자. 소극적인 레나는 점점 얼굴 이 새빨개졌다. 로만은 그 모습에 걱정스럽다는 듯 레나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어디 몸이라도 아파? 얼굴이 엄 청 붉은데.”
“아, 아뇨! 아픈 건 아니고…….”
레나는 표정 관리가 힘든지 바보 처럼 헤실거렸다. 이체프는 그런 상황이 못마땅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난 이벤트에 참가하러 갈 생각이 다, 로만. 사냥감을 물어뜯을 순간 을 위해. 이빨을 갈아두는 거지.”
“아? 좋은 생각이야. 열심히 해.”
로만은 이체프의 방해공작에도 레나와 대화를 나눴다. 그 모습에 이체프는 풀이 죽었는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넌?”
“나? 난 별로 가지고 싶은 상품도 없고. 지금은 레나씨와 대화하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으니까.”
그 말과 함께 로만이 웃자. 레나 는 제발 꺼지라는 눈으로 이체프 를 노려봤다. 그건 그녀가 마도구 인 창을 들었을 때나 보여주는 난 폭한 눈빛이었다. 이체프는 떨떠름 하게 대답했다.
“그, 그렇군.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텐데?”
이체프가 말을 더듬으며 다시 로 만의 관심을 자신에게 끌려고 하 자. 로만은 이체프를 보며 피식 웃 었다.
“숨바꼭질이 무슨 좋은 경험이 야.”
레나는 소극적인 성격은 어디다 버린 건지 아주 적극적이게 또박 또박 말을 했다.
“맞아요. 그 좋은 경험은 이체프 씨 혼자 하시면 될 거 같은데?”
“그, 그렇군. 그럼 난 정말 간다?”
이체프는 둘에게 등을 돌리고 저 벅저벅 걸었다. 바람이 불었고. 롱 코트의 끝자락이 흔들렸다.
‘역시 늑대는 고독하군.’
이체프는 그렇게 혼자만의 고독 을 곱씹으며 무작정 걷기 시작했 다.
크리스탈 타운의 자랑인 트레비 아 분수. 학생들은 가족들과 함께 푸르른 잔디 위에서 피크닉을 즐 기고 있었다.
쏴아아아!
“우와! 물! 쩐다!”
“분수 멋지네.”
“물! 좋아요!”
남동생. 여동생. 막내인 루아.
동생들이 모두 좋아하자 크리스 는 돗자리에 앉아. 흐뭇한 표정으 로 웃었다.
“역시 오길 잘했지. 루아?”
“헤헤, 여기 너무 좋아!”
막내인 루아가 생글생글 웃자. 크 리스는 루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수가 그렇게 좋아?”
“아냐! 지엔 오빠가 더 좋아!”
루아는 갑자기 지엔에게 와락 안 겨들었다. 크리스는 루아의 반응이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네가 지엔을 보면 언제 봤 다고…….”
루아는 지엔의 품에 안겨 네]시시 웃었다.
“잘 생겼어!”
어린 아이의 순수한 반응.
크리스의 기분은 복잡 미묘했다.
“아, 뭐……. 그렇지! 잘 따르는 모습이 보, 보기 좋네!”
“지엔 형이 멋지긴 하지.”
옆에 있던 남동생까지 지엔의 편 을 들자. 크리스는 툴툴거리며 여 동생에게 시선을 옮겼다.
3초간의 어색한 시선 교환.
여동생은 뻘쭘한 얼굴로 크리스 와 지엔을 번갈아보더니 결국 말 없이 시선을 피했다.
“……크홈!”
못마땅해 보이는 크리스의 헛기 침. 노련한 지엔은 타이밍 좋게 말 을 돌려 크리스의 기분을 북돋았 다.
“참, 크리스. 케인을 상대하는 걸 보니 대인 전투가 많이 늘었던데?”
“아니 뭐, 그냥 운이 좋았어. 솔 직히 같은 관리자 역할이었고…….”
“그래도 그 긴박한 상황에서 소비 아이템을 이용하다니…….”
지엔의 칭찬에 크리스는 점점 어 깨가 올라갔다.
“에이, 너한테 배운 거지. 난 전 투력도 평범하고…….”
“글쎄? 넌 보조 마도구로 전투형 마도구인 케인을 이겼잖아. 그건 절대 보통 실력이 아니야.”
“저, 정말?”
크리스가 부끄러워서 헛기침을 하자. 지엔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변했다. 그 다음 어느 때보다 진지 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리스.”
“어어?”
“우리 파티의 다음 목표는 6급 게이트야.”
크리스는 지엔의 말에 담긴 의미 를 곧바로 알 수 있었다. 크리스는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알고 있어”
“우리 파티가 했던 어떤 도전보다 위험해.”
지엔의 말에 크리스는 대답 대신 자신의 무릎을 끌어안았다.
“우와아아! 햐햐! 나 자바바라j”
“루아! 그러다 다친다?”
잔디 위를 뛰어노는 동생들의 모 습. 크리스는 그 광경을 말없이 바 라봤다. 그리곤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지엔, 난 말이지. 실은 거창한 이유 때문에 세이버가 된 게 아니 야.”
크리스의 목소리는 평소와 같았 다.
얼굴에 걸린 희미한 웃음. 크리스 는 지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냥 아카데미의 지원금이 필요 했을 뿐이야. 마침 나는 성흔을 타 고 났으니까.”
지엔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크리스의 이야기에 집중했 다. 크리스는 그런 지엔의 반응이 내심 고마웠다.
“으음……. 사실 세상을 구한다거 나. 그런 건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였거든. 난 순위도 낮았고……. 아!
물론 지금은 원넘버지만!”
크리스는 지엔을 바라보며 멋쩍 게 웃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크리스도 어색한 모양이었다. 지엔 은 호수를 바라보며 자상한 목소 리로 물었다.
“지금은 달라?”
크리스는 그제야 피식 웃었다.
“아니, 지금도 같아. 세상을 구하 고 싶다거나……. 음, ……아카데미 에서 가르치는 세이버의 정신 같 은 건 나랑 거리가 먼 거 같아.”
말을 끝낸 크리스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평가 시험과 데이븐. 지엔 과의 수련. 배틀 서바이벌과 5급 게이트. 그 모든 장면들이 머리를 지나치는 건 정말 짧은 순간이었다.
“그 대신…….”
크리스는 지엔을 바라봤다.
“난 늘 너희랑 함께 하고 싶어. 그게 6급이든, 7급이든……. 그래 서 나만 두고 너희가…… 어, 너무 앞서 나갈까봐. 두려워.”
그리곤 크리스는 말을 덧붙이며 애써 웃었다.
“쭉 같이 있고 싶어……. 낙오되고 싶지 않아.” 크리스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 은 이상. 둘에게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턱.
지엔은 크리스의 눈앞에 새끼손 가락을 내밀었다. 멍하니 있던 크 리스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거렸 지만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지엔 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이건 뭐야?”
“1구역의 약속이야.”
“넌 참 별걸 다 안다니까.”
크리스는 지엔이 보여준 것처럼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서로를 옭 아맨 둘의 손가락. 지엔은 손가락 약속에 반동을 주며 말했다.
“난 어떤 순간에도 동료를 버리지 않아. 그게 내 유대야.”
지엔에게 동료는 그만큼 각별했 다.
전생에서 8급 게이트를 클리어 할 수 있었던 것도, 생각해보면 모 두 동료의 덕분이었다. 서로를 향 한 유대는 결국 개개인에 불과한 파티를 한 몸처럼 움직이게 만들 었다.
“……하여튼 멋있는 건, 혼자 다한 다니까.”
멋쩍어진 크리스가 괜히 투덜거 리자. 어느새 가까이 온 루아가 조 그만 손으로 크리스의 눈을 가렸 다.
“나, 누구우?”
“음, 일단! 루아는 절대 아닌 거 같은데?”
크리스의 대답에 루아는 자지러 지며 꺄르르 웃었다.
“햐햐! 오빠 바보! 루아인데!”
“헉, 진짜?! 몰랐어!”
놀란 크리스의 반응에 루아는 기 뻐하며 폭 안겼다.
“역시 루아는 오빠가 제일 조아!” 크리스는 루아의 머리를 쓰다듬 으며 지엔을 쳐다봤다.
“근데 지엔. 너도 이벤트에 참가 할거야?”
“이벤트?”
“역시 큰 관심은 없지? 이번에 크 리스탈 타운에선 여러 가지 이벤 트를 진행하거든. 가령 숨바꼭질이 나.”
숨바꼭질에선 마도기나 마도구의 사용을 금한다. 정말 즐기기 위한 놀이에 불과했다. 크리스는 루아를 옆에 앉히며 말을 이었다.
“난 동생들이랑 놀아줄 거지만. 너는 참가해도 괜찮지 않을까? 걸 려있는 상품도 있고.”
우승상품은 마탑이 만든 기성품 중 하나. 아무래도 축제의 스폰서 가 마탑이다보니 상품도 파격적이 었다.
“글세, 기성품 중에선 딱히 얻고 싶은 게 없는데. 이제 우리가 얻어 야할 아티팩트는 6급 이상의 게이 트에서만 드랍 되니까.”
지엔의 대답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지엔이 원하는 건 마탑의 메모리 크리스탈의 복 제품이 유일했지만. 원본을 얻어 사용한 이상 이제 큰 의미는 없었 다.
한낱 이벤트 전의 상품에 연연하 기엔 아르카나 파티가 너무 성장 한 것이다.
“뭐 하긴……. 정말 마탑에서 필요 한 물건이 있다면 이사벨한테 부 탁만 해도.”
거기다 크리스의 말처럼 아르카 나 파티에는 마탑주의 외동딸. 이 사벨이 있었다. 당연히 이사벨이 마탑에서 얻지 못할 물건은 없었 다.
그때 마탑이란 단어를 듣던 루아 가 눈을 빛냈다.
“마탑 고옴…….”
“응?”
크리스가 못 알아듣자. 루아는 크 리스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루아, 마탑 곰!”
“마탑 곰이 뭐지? 마탑에서 곰도 키우나?”
크리스가 당황하자. 어느새 다가 온 여동생이 루아를 보듬으며 크 리스에게 말했다.
“오빠. 그거 있잖아. 곰 시리즈.”
“몰라 그런 거. 장난감이야?”
크리스가 고개를 저으며 묻자. 남 동생이 설명을 시작했다.
“인형 비슷한 거야. 형. 루아가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제일 흔한 걸로 하나밖에 없거든. 사실 제일 싼 거지…….”
남동생의 말에 크리스는 루아를 보며 난색을 표했다.
“으, 으음 아무리 그래도……. 이 벤트 상품으로 곰 인형을 택하는 정신나간 사람이 있을 리가…….”
크리스는 의도치 않게 셀리아의 두 여자를 디스하며 루아에게 말 했다.
“그렇게 갖고 싶어?”
“마탑 곰! 최고 귀여워!”
“그, 그래? 오빠가 타올까?”
크리스가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지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리스. 넌 그냥 동생들이랑 쉬 고 있어.”
“어? 왜?”
“마침 지루하던 참이야. 몸도 풀 고 싶었고.”
지엔의 말에 크리스는 감동한 목 소리로 말했다.
“우와…… 넌 왜 멋있는 건 혼자 다하는 거야…….”
그렇게 우연인지 운명인지. 셀리 아와 아르카나 파티의 공통된 목 표는 어이없게도 곰 인형으로 정 해졌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