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62)
내 전생은 최강검신-261화(262/325)
빛의 성녀인 카렌이 내린 비는 정상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며 공작 성에 물든 독기를 씻어냈다.
어두운 마계를 정화하는 새하얀
빗물. 이사벨은 몸을 적시는 뜨뜻 미지근한 비의 촉감에 자신도 모 르게 눈을 감았다.
‘……머리가.’
그렇게 정신을 잃듯 이사벨이 쓰 러지자. 카렌은 천천히 이사벨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이사벨은 발타 라와 했던 전투가 피로로 누적이 된 듯 보였다.
‘……하루 만에 마나를 그렇게 써 댔으니 쓰러질 만도 하지.’
카렌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자신 의 무릎에 이사벨의 머리를 뉘였 다. 이렇게 가까이서 잠든 모습을 보니 이사벨도 평범한 소녀에 불 과했다.
‘ 흠.’
18살의 나이에 걸맞게 어렸고, 하얀 손은 작아보였다.
‘……이런 손으로 마수들을 두드 려 패다니.’
사실 이런 소녀에게 세계를 구원 할 힘이 있다는 건 가혹한 일이었 다.
게이트에 들어온 세이버는 누군 가를 구원하기 위해 누구보다 희 생을 강요당했다. 작은 실수와 악 운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힘 을 가진 자들은 감내해야 했다.
툭. 투두둑.
어느새 비가 그치고 마계에 어울 리지 않는 맑은 빛이 서문의 정상 을 비추었다. 카렌은 이사벨이 편 히 쉴 수 있도록 감긴 눈에 손을 올려 빛을 가려주었다.
그리곤 카렌은 루크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안됐네. 그 남자를…… 제 발로 찾아가다니.’
카렌은 연회장에서 시셀라를 이 기는 지엔의 실력을 직접 보았다. 심지어 지금의 지엔은 그때보다 더욱 강해져 있었다.
‘……그건 자살 행위지.’
그러니 지엔에 대한 걱정은커녕, 그런 지엔을 찾아간 루크가 불쌍 할 정도였다.
다양한 마석과 보석들로 가득 찬 공작의 방. 전쟁의 승자인 지엔이 들어오자. 마족들은 모두 복종을 맹세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새로운 주인님을 모십니다!”
서큐버나 인큐버스.
그리고 마수들의 대부분은 자신 을 지키기 위해 공작의 밑으로 들 어와 충성을 맹세한 자들이었다.
그러니 공작보다 더 지위가 높고 강력한 지엔이 성을 통치해 준다 면 마족들에겐 오히려 더욱 좋은 일이었다.
“마왕님께서 새 주인님이 되어 영 광입니다!”
상급 마족으로 보이는 미남자가 인사를 올리자. 지엔은 고개를 끄 덕였다.
“……주인이 바뀌어도 체계에 바 뀌는 것은 없다.”
승자 독식의 마계에서 이 정도는 흔한 일. 그렇게 마족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을 때, 문이 열리며 카 렌과 이사벨이 걸어 들어왔다.
“지엔.”
평소와 같은 이사벨의 목소리.
“처리하고 왔어요.”
그리고 자연스러운 카렌의 반말.
이사벨은 평소의 버릇처럼 손등 으로 머리를 넘기며 지엔에게 물 었다.
“정말 미안. 우리가 늦었지?”
“맞아요. 바로 마왕님한테 온다는 게…….”
카렌이 죄송하다며 다가오자. 지 엔은 둘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 고는 카렌의 금빛 머리카락을 손 으로 만져보았다.
“정말 신기한 걸.”
하지만 지엔의 목소리는 말과 달 리 한없이 건조했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카렌이 당황한 얼굴로 되묻자. 지 엔은 그런 카렌을 내려다보며 담 담하게 말을 이었다.
“체내의 마나는 물론이고 촉감마 저 이정도로 똑같이 구현해 내다 니.”
지엔이 검을 뽑아내자. 겁을 먹은 카렌은 뒤로 물러서며 다급하게 지엔에게 양손을 뻗었다.
“대체 그게 무…….”
하지만 카렌의 말은 더 이상 이 어지지 못했다.
촤아악!
지엔이 카렌에게 검을 휘두르자. 카렌의 잘려진 단면에선 검은색 점액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충격적인 광경에 도 이사벨은 당황하지 않고 지엔 을 보며 이를 갈았다.
“큭, 대, 대체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지엔은 온몸에서 마기를 뿜어내며 ‘가짜’ 이사벨을 비웃었 다.
“이사벨은 그 정도 일로 사과하지 않아.”
이사벨은 어지간한 실수가 아니 면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 금 늦은 정도로 “정말 미안.”이라 는 낯부끄러운 말을 하는 건 절대 이사벨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엔을 확신하게 만든 건 카렌의 호칭이었다.
“……그리고 마왕님이라니. 변장에 비해 너무 조사가 부족한 걸?”
지엔이 검을 휘두르자. ‘가짜’ 이 사벨의 몸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그러나 잘려진 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액으로 변해서 합쳐지더니 루크의 원래모습으로 돌아왔다.
“큭!”
착!
지엔이 루크의 목에 검을 가까이 붙였다. 이전과 달리 흑향에선 반 마법의 힘이 둘러져 있었다.
“지금 내 검에 베인다면 재생은 불가능하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도는 잘 알고 있겠지?”
지엔의 협박에 루크는 땀 대신 검은색 점액을 얼굴에서 흘리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모, 모두 털어 놓겠습니다!”
지엔은 더욱 흑향을 루크의 목에 바짝 가져다 붙이며 질문을 이어 갔다.
“왜 돌아왔지?”
“그, 그건…….”
“미리 말하지만 난 두 번 묻는 걸
싫어해.”
“드! 드래곤! 드래곤의 보물! 때 문입니다!”
루크의 다급한 대답에 지엔은 미 간을 찌푸렸다.
“……드래곤의 보물?”
“네, 네! 맞습니다! 레드 드래곤 의 속성석을 찾으러…….”
마족들은 생물의 힘을 마석에 봉 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엔은 레 드 드래곤처럼 강한 존재의 힘을 마석에 봉인했다는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다.
“……겨우 공작성의 규모로 드래 곤과 관련된 마석을 만들어냈다 고?” 지엔이 합리적인 의심을 층}자. 루 크는 목숨이 아까웠는지 모든 내 용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마왕님께선 레, 레드테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셨습니까?”
미쳐버린 악룡 레드테일의 전설.
그건 지엔이 마차에서 테론에게 들었던 동화의 일부였다.
“……설마 그 마석에 담긴 힘이 레드테일의?”
감을 잡은 지엔이 심각한 표정으 로 묻자. 루크는 슬쩍- 검을 가리 키며 최대한 밝게 웃었다.
“마, 맞습니다!”
상상도 못한 흥미로운 이야기.
어쩔 수 없이 지엔은 루크에게 겨누었던 검을 내렸다.
“좋아. 설명해봐.”
“그럼 제 목숨은…….”
“이야기의 내용에 따라 네 안위를 결정하도록 하지.”
지엔의 자비에 루크는 자신이 레 드테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내 용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저희들은 제니아의 인간. 정확히 는 알테온 제국의 소드마스터와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계약에 따라 브로켈은 광 기의 마기가 담겨있는 마석을 소 드마스터에게 건네주었고. 그 마석 은 인간들의 계략에 의해 레드테 일의 몸에 성공적으로 심어졌다.
“폭주의 마석은 드래곤의 마나를 흡수하고, 그걸 광기의 마나로 다 시 뿜어냅니다. 거대한 드래곤의 몸에서 마석의 조각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루크가 자랑스럽게 말하자. 지엔 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마법의 주인인 드래곤이 라도 마기를 감지하는 건 힘들었 겠지. 마기는 마계의 힘이니까.”
“맞습니다! 레드테일은 나날이 흉 포해졌고, 결국 미쳐서 날뛰었죠.”
손이 귀한 드래곤들은 일족에 대 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래서 인간 들이 자신의 일족을 공격했다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레드테일은 마기의 힘으 로 미쳐 있었고, 레드 일족에게도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각국의 왕국에게 레드테 일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레드테일은 철저히 고립됐 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 인간 놈은 레드테일을 처치해 악룡을 사냥했 다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고, 저흰 레드 일족의 방해 없이 마석을 채 취할 수 있었으니까요.”
루크의 설명이 끝나자. 지엔은 생 각에 잠겼다.
‘결국 레드테일은 인간의 이기심 에 놀아난 셈인가.’
루크와 브로켈의 방식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엔은 약 속을 지켰다.
“좋아. 목숨은 살려주지. 드래곤 의 마석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라.”
“감사합니다! 저도 마왕님께 충성 을 맹세하겠습니다!”
목숨을 빚진 루크는 점액질의 얼 굴로 환하게 웃으며 지엔을 인도 했다.
저벅저벅.
어두운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평범해 보이는 서재였다. 하지만 루크는 미소를 짓더니 그 중 책 하나를 자연스럽게 뽑아들었다.
지이잉!
그러자 서재의 책장이 움직였고 곧이어 낡은 상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곳입니다!”
루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상자 를 가져와 뚜껑을 열자. 상자에선 붉은색 마석 조각이 드러났다. 지 엔은 마석의 조각을 손으로 쥐며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이게 드래곤의…….”
마석에는 지엔조차 놀랄 만큼 강 대한 힘이 담겨 있었다. 드래곤의 엄청난 마나가 마석의 일부에 응 축된 것이다. 루크는 지엔의 눈치 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 다.
“브로켈 공작님께서도 흡수에 도 전하셨지만…… 아무래도 드래곤의 마나가 워낙 강대하다보니…… 흡 수에 실패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봉인해두었군?”
“드래곤에 버금가는 마나가 없으 면, 흡수하는 순간 몸 안에서 힘이 폭주해버릴 테니까요.”
레드테일의 힘이 담긴 마석은 불 의 속성을 응축시킨 영약과 같았 지만. 흡수에 성공할 수 있는 건, 드래곤과 비슷한 마나를 가진 존 재에 한했다. 즉 겉보기에는 대단 해도 드래곤이 아니라면 흡수가 불가능한 실패작이었다.
“……그래도 마석에 담긴 힘이 워 낙 많다보니. 실험의 재료로 사용 할 생각이었습니다.”
루크가 덧붙이듯 중얼거리자. 지 엔은 일단 드래곤의 마석을 포켓 에 넣고, 브로켈의 왕좌로 복귀했 다.
“드래곤에 버금가는 마나…….”
지엔이 턱을 괸 채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시중을 드는 서큐버스가 입을 열었다.
“마왕님. 서문에 있는 인간들을 인도해왔습니다.”
이사벨이 서문으로 향한 지, 1시 간이나 지난 시각. 지엔은 걱정이 됐는지 마족들에게 명령을 내려 둘의 위치를 수배했다.
하지만 다행이 카렌과 이사벨은 별로 멀지 않은 서문의 정상에 있 었고, 마족들의 안내에 따라 지엔 이 있는 장소로 안전하게 도착했 다.
“그래. 들여보내.”
그그그극!
엄청난 소리를 내며 거대한 철문 이 열리고 지엔의 모습이 드러나 자. 카렌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 았다.
“역시 왕좌랑 잘 어울리시네요?”
“공작성의 왕좌에는 막 익숙해진 참이야.”
그때 지엔의 시선이 이사벨에게 향했다. 이사벨은 비몽사몽한 얼굴 로 카렌에게 부축을 받고 있었다.
“아, 상처는 없는데. 전투를 2번 치렀더니. 아무래도 힘들었나 봐 요. 정신을 잃었었어요.”
마침 카렌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 이자. 지엔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 평소보다 눈이 커졌다.
‘어?’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 흡수할 수 없는 드래곤의 마석. 그리고 마 침 그 마석에는 레드드래곤의 상 징인 불의 힘이 담겨 있었다.
마침 이사벨의 마도구는 불의 힘 을 다루는 장갑. 블레이즈.
“게이트에서 잠을 자다니. 나도 참 별…….”
이사벨이 하품을 하며 눈을 비비 자. 계산이 끝난 지엔은 자신도 모 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드래곤과 비슷한 마나를 가진 논 외의 존재. 생각해보니 지엔은 그 런 사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잘 왔어, 이사벨.”
이사벨은 지엔이 왜 미소를 짓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