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3)
내 전생은 최강검신-272화(273/325)
272 하
디자이어의 대장. 이시스 리버.
그녀가 대장을 위한 은색 왕좌에 앉자. 디자이어의 멤버들은 모두 한 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마주했다.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는 유일하 게 이시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랜만이야.”
말을 꺼낸 남자가 머리에 둘러 쓴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곧 아름다운 하늘색 머리카락과 함께 남자의 얼 굴이 드러났다.
“이시 스.”
프리우스가 말했다. 디자이어의 멤 버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이시스의 대답을 기다렸 다.
그러나 이시스는 아무 말도 없이 프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잿빛의 머 리카락처럼 그녀의 주위는 잿빛의 분위기로 물들어있었다.
활활 타버린 무언가의 잔해처럼. 이시스는 건조했다.
긴 침묵.
이시스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곤 아주 느릿하게 눈을 떴다.
“프리우스.”
아지트의 분위기가 무겁게 내리깔 렸다. 이시스의 목소리는 아주 천천 히 이어졌다.
“……대체 왜 날 찾아왔지?”
프리우스는 이시스의 요구대로 포 켓의 물건을 비운 채, 무장 해제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 프리우스의 팔 에 채워진 구속구는 프리우스가 가 진 성흔의 힘까지 봉인한 상태였다.
원래 프리우스는 7급에 가까운 실 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세이버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거기다…… 그런 무방비한 모습이 라니.”
이시스의 시선이 위아래로 자신을 훑자. 프리우스는 피식- 실눈을 더 욱 가늘게 뜨며 미소를 지었다.
“이 조건을 제안한 건 너였잖아?” 이시스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그 녀에겐 드문 모습이었다.
“여전하군. 프리우스.” “넌…… 많이 변했구나. 이시스.”
프리우스는 구속구를 찼지만 이시 스의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시스의 경지는 절대 7급의 수준 이 아니었다.
“결국…… 8급에 닿은 거야?”
프리우스가 물었다.
8급.
모든 세이버들이 바라는 경지.
그러나 지금까지 출현한 8급 게이 트의 숫자는 2개에 불과했고, 전설 속 인물들도 모두 7급의 경지에 머 물렀다. 그런데 디자이어의 대장인 이시스는 AIA를 기습해 고대급 아 티팩트를 모두 흡수했다.
아티팩트의 힘으로 8급의 벽을 강 제로 허문 것이다.
“……그래. 다가올 ‘진실’에 대비하 기 위한 힘이지.”
이시스가 답하자. 프리우스는 씁쓸 한 얼굴로 웃었다.
“……그런 세계라도 만족할 수 있 겠어?”
‘그런 세계’.
모든 것이 게이트 안에서 벌어지 는 세계. 그리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세계.
어떤 위험도 없고, 어떤 불협화음 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단점은 하나.
그 세계가 가짜라는 점이었다.
“만족할 수 있어. ……내게 그런 건 작은 부분이야.”
이시스의 말에 무릎을 꿇고 있던 일루전은 자리에서 일어나. 프리우 스를 노려봤다.
“괜한 걸 묻는군! 그게 우리 디자 이어가 모인 이유다! 모든 것이 컨 트롤이 가능한 평화로운 세상! 그 건 대장님의 염원, 그 자체나 마찬 가지다.”
“역시 열정적인 부하인 걸. 저 친 구는 예전부터 널 정말 잘 따르는 거 같던데? 마치…… 충성이 아니 라…….”
프리우스의 도발에 일루전은 주먹 을 꽉 쥐었지만. 이시스는 무감하게 반응했다.
“……그런 시답잖은 이야기가 용무 인가?”
프리우스의 눈에 진지함이 어렸다.
“물론 아니지. 난 이시스 너에게 제안을 하러 왔다.”
현 노블레스의 파티 멤버이자. 빙 궁의 주인 프리우스. 그는 이시스에 게 충격적인 말을 뱉었다.
“날 디자이어에 넣어줘.”
그가 빌런이 되길 선언한 것이다.
달빛조차 통하지 않는 어두운 숲.
빽빽한 나무들을 가로지르며 크리 스는 느릿하게 걸었다.
‘……전쟁이 내일이네.’
자박.
크리스의 발이 내딛을 때마다 마 른 나뭇잎은 소리를 냈다
사아악.
시원한 밤바람이 나무 사이를 가 로 질렀다. 그러나 크리스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 크리스는 아직 도 릴린의 목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제니아 대륙에서 나랑 영원히 지 내자! ……응? 거긴 마계처럼 서열 전쟁도 없고 평화…….] 여기는 게이트.릴린은 2구역의 서큐버스였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지.’
크리스는 정찰을 핑계 삼아 숲을 하염없이 걸었다. 곧 숲을 지나자 탁 트인 들판이 드러났다.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에도 좀처럼 크리스의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 다. 크리스의 머리에는 계속 릴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이상한 녀석……. 도대체 왜 나한테 반하는 건데?’
거기다 릴린은 다른 서큐버스가 뭔가 달랐다. 마족인 서큐버스에게 인간은 먹이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릴린은 인간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인간들의 생활이 부럽다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릴린이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그 전에 릴린이 게이트 속 인물이 아니었다면?
‘그럼 난 릴린을…….’
그렇다고 크리스가 릴린에게 깊은 정을 가진 건 아니었다. 그냥 머릿 속이 복잡했다. 자신에게 이런 감정 을 가진 인물을 그저 게이트 속의 허상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난 세이버 자격이 없나봐.’
정답 따윈 없는 바보 같은 고민.
지금 크리스에게 필요한 건 인정 이었다. 릴린은 게이트 속의 인물이 고, 허상이며 자신은 다른 세계에서 온 이방인이라고. 그렇게 인정하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릴린은 이상할 정도로 생각이 깊고 특이한 서큐버스였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서큐버스였 다.
‘머리가 아파. 왜 그 녀석이 그렇 게 행동하는 지, 이해가 가질 않는 다고…….’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크리스는 누구보다 릴린의 감정에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다는 건 본능의 영역 이었다.
“……바보 같으니.”
크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뱉 었다. 어쩌면 릴린이 아닌 스스로에 게 하는 말이었다. 게이트 속 인물. 그것도 인간도 아닌 서큐버스에게 정을 주다니. 정말 바보 같은 행동 이었다.
“ 젠장.”
크리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
렸다.
분홍빛의 가구로 아름답게 꾸며진 릴리스의 방. 그녀는 요염하게 미소 를 지었다.
“의외네? 아스모데우스도 죽은 지 금……. 네가 전쟁에 직접 지원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부탁드립니다.”
릴린.
전 아스모데우스의 부관. 그러나 지금은 릴리스의 부관인 그녀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 러자 릴리스는 릴린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나야 좋지. 그런데 궁금하단 말이 지.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전쟁이라 면 질색을 하던 네가……. 왜 직접 전쟁에 지원했을까?”
릴린은 꾸욱- 입술을 깨물었다.
릴리스의 수하로 들어간 이유는 그저 아스모데우스의 분노에서 살 아남기 위해서였다. 목숨을 건진 데 다가, 아스모데우스가 처치된 지금 릴린에게 서열 전쟁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집사장……. 그러니까, 크리스가 아몬의 처치를 원하거든요.”
힘겹게 말을 꺼내는 릴린에게 릴 리스는 더욱 신기해했다.
“후훗, 집사장이 너에게는 그렇게 중요하니?”
“……네. 엄청요.”
사랑.
마계에서는 드문 감정.
그러나 릴리스는 릴린의 말을 비 웃지 않았다. 매혹해야 할 몽마가 오히려 상대에게 빠진 건 웃긴 일 이지만. 릴리스는 마계에서 누구보 다 사랑의 감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인간에게 반했던 적이 있었지.’
예전의 과거 때문인지 릴리스는 릴린의 부탁을 흔쾌히 허락했다.
“……좋아. 이번 전쟁에서는 둘이 붙어 있도록 해줄게.”
마족이 타인을 위해 목숨을 건다 는 건 흔하지 않은 일. 그래서 더욱 릴리스는 크리스와 릴린의 시너지 를 믿었다.
“감사합니다!”
크리스와 함께 배정된 릴린은 누 구보다 행복해보였다.
‘곁에서 지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난…….’
거짓이 판치는 마계였지만, 적어도 릴린의 마음은 순수했다.
드디어 내일이면 아몬과의 전면전. 수장들과 회의를 끝낸 지엔은 방으 로 돌아와 한숨을 내쉬었다.
‘아몬은 6급 게이트치고는 거물이 지만……. 실수만 하지 않으면 충분 히 공략 할 수 있어.’
지엔은 지금 7급 세이버 이상의 강함이 있었다. 아직 전생만큼은 아 니지만 학생이라곤 믿기 힘든 수준 의 성장을 이루었다. 거기다 이번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보상을 얻는 다면, 지엔은 그 이상으로 강해질 게 분명했다.
‘이렇게 점점 가까워지는 거야.’
꾸욱.
지엔이 주먹을 쥐었다.
아무리 공략이 순탄하게도 흘러가 고 있어도 여기는 게이트였다. 팀원 들의 생사가 지엔의 판단에 걸려 있었다. 베테랑인 지엔조차 그 부담 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 는 것뿐이지.’
벌컥.
그때 노크도 없이 방문이 열렸다.
이사벨은 지엔을 발견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있었네.”
오늘따라 이사벨의 얼굴은 생각이 깊어 보였다.
“일어났구나.”
지엔의 인사에도 이사벨의 목소리 는 풀리지 않았다.
“한참 됐어.”
마계에 온 이후, 이사벨은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 그건 자신에 대한 생각이었으며 지엔에 관한 생각이 었다. 복잡했던 마음을 정리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이사벨의 심각한 표 정에 지엔이 물었다.
“무슨 일이야. 이사벨?”
“그냥 별 거 아니야. 할 말이 있어 서 왔을 뿐이야.”
말을 빙빙 돌리는 건, 이사벨의 스 타일이 아니었다. 이사벨은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다. 적어도 자 신의 감정에 대해 명확하게 알게 된 지금. 그 감정을 숨기거나 부정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첫 만남은 특이했다.
학년 랭킹 꼴등. 그런데도 포기하 지 않고 원넘버인 자신에게 덤비는 지엔을 보며 이사벨은 생각했다.
‘대체 왜?’
이미 결과는 정해져 있는데 왜 저 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걸까?
그 물음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마탑에서 지엔은 디자이어에 대항 해 목숨을 걸었다. 결국 지엔과 이 사벨은 살아남았고, 디자이어는 고 배를 마셨다.
타인을 위해, 지엔은 희미한 확률 에 목숨을 걸었다.
이제 이사벨은 알고 있었다. 그 대 상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지엔은 그 렇게 행동했으리란 것을.
지엔은 불의에 타협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이사벨은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쉽 게 절망하는 자신과 지엔은 정반대 의 타입으로 보였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다고, 그 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 이사벨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지엔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이사벨에게 지 엔이 어떤 의미인지가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이사벨은 카렌의 질문을 통해 결 국 결론을 내렸다. 자신에게 지엔은 무엇인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 은 무엇인지.
“지엔.”
긴 생각을 끝마치고 이사벨이 지 엔을 불렀다. 방 안에는 둘 밖에 존 재하지 않았다. 이사벨이 지엔을 바 라봤다. 방안은 조용했지만 이사벨 의 눈동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소 용돌이치고 있었다.
이사벨은 그런 복잡한 감정을 짤 막하고 간단하게 녹여냈다.
“좋아해.”
이사벨에게 지엔은 그저 파티장이 아니었다. 더욱 큰 의미의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게이트에서도, 게이트 밖의 현실에 서도 이제 지엔이 없는 상황 같은 건 떠올릴 수 없었다.
이사벨은 욕심이 많았다. 절대 누 군가에게 지엔을 빼앗기고 싶지 않 았다.
“정말 좋아해.”
심플한 문장.
담담한 목소리.
정말 이사벨다운 고백이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