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4)
내 전생은 최강검신-273화(274/325)
273 하
몽환의 성. 근처의 숲.
‘역시 비어있군.’
정장을 입은 뿔 달린 마족이, 주 변의 눈치를 보며 연회장에서 걸어 나왔다. 숲에는 검은색 괴조가 몸 을 납작하게 엎드린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구국, 구구…….”
잘 훈련된 괴조는 마계에서 통신 으로 사용되는 전서구 중 하나였 다.
‘역시 준비해두길 잘했군. 베스펠 님이 기뻐하겠어.’
뿔 달린 마족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는 아몬의 군단장 중 하나인 베 스펠의 부하였다.
씨익. 미소를 지은 마족이 괴조의 발에 쪽지를 매달았다. 이제 성으로 복 귀해 아무렇지 않게 연회를 마무리 지으면 마족의 역할은 끝이었다.
“……빨리 이 쪽지를 전해라.”
마족이 속삭이자. 괴조가 퍼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그렇게 마족이 성공을 확신하고 있을 때, 푸른색 단검이 괴조를 떨어트렸다.
퍼억!
“……대체 쥐새끼처럼 여기서 뭘하 고 있었을까?”
목소리의 주인은 눈에서 마나를 빛내고 있는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아스모데우스의 전 집사장으로 소 문이 자자한 인큐버스였다.
“큭! 대, 대체 왜 숲에서 매복을!”
놀란 마족은 무작정 도망치려고 했다. 크리스는 마족에게 너무 벅 찬 상대였다.
“……어딜.”
크리스는 도망가는 마족의 등을 걷어찼다.
쩌억!
마족이 앞을 향해 쓰러지자 크리 스는 목덜미를 신발로 짓눌렀다.
꽈악!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한 거야?”
머리를 비우기 위해 산책을 하다 가 얼떨결에 스파이를 체포한 크리 스. 물론 운 좋게 맞아 떨어진 격 이었지만, 이건 전장의 흐름을 바 꿔놓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컥, 크으윽!”
마족이 분하다는 듯 자신을 노려 보자. 크리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마족을 내려봤다.
“너, 잠 좀 자야겠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 다. 마족이 마지막으로 본 건 잔뜩 찡그린 크리스의 표정이었다.
크리스는 기절한 마족을 내버려두 고 괴조의 발목에 묶인 쪽지를 떼 어 냈다.
‘마계의 언어네.’
크리스가 포켓의 번역 기능을 켜 자. 편리하게도 쪽지의 옆에 홀로 그램으로 떠올랐다.
[역시 베스펠님의 생각대로 수장 들은 힘을 모았습니다. 그들은 서 열 전쟁을 후원할…….]쪽지의 내용에 크리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직 기습을 하기도 전 에 아몬의 군단장에게 의심을 사다 니. 그건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 다.
“피곤하게 됐군.”
크리스는 성으로 향하기 위해, 자 신보다 덩치가 큰 마족을 목덜미만 잡고 질질 끌었다.
1구역. 헌터들의 세계.
셀리아 파티의 게이트 속 무대는
몬스터의 대량 출몰로 멸망해가는 도시 중 하나였다.
빌딩 위에서 도시 전체에 넘실거 리는 몬스터를 내려다보며 루시아 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루시아의 짧은 명령에 미리 준비 해두었던 약 2만 리터 용량의 물 탱크들이 연이어 터졌다.
수천 개에 달하는 물탱크도 도시 에 퍼진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나, 셀리아 파티가 준비한 진 짜 공격은 지금부터였다.
“……이렇게 많은 물을 얼리는 건 처음이지만.”
얼음의 정령왕.
그 힘으로 마도기를 새롭게 각성 시킨 쿠아.
“그럼! 바로! 해보겠습니다!”
쩍! 쩌저적!
쿠아가 자신을 덮쳐오는 물의 파 도에 손을 뻗자. 쿠아의 손에선 하 얀 서리가 퍼져 나갔다. 물에 잠겨 있던 몬스터들은 마치 조각상이 된 듯 얼어버렸다.
“좀 더!”
격하게 넘실거리던 물은 시간이 멈춘 듯 투명하게 얼어붙었고, 몬 스터들은 그 얼음 속에 갇혀 움직 임을 멈춰버렸다.
마지막 차례는 데모나였다.
데모나가 서 있는 곳은 약 10층 의 높이의 빌딩. 일반인이 떨어진 다면 부상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 다.
다만 데모나에겐 3구역에서 얻은 금강불괴 스킬이 있었다.
탓!
데모나가 기합조차 없이 높이 떠 올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땅에 착 지 했다.
콰아앙!
엄청난 크기의 할버드가 땅을 울 리자. 아름답게 세공된 얼음의 세 계는 가루가 되어 비산했다.
째애앵!
셀리아 파티가 클리어하고 있는 게이트는 5급 중에서도 상급.
루시아는 초토화된 도시를 내려다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5급이 이정도.’ 규모가 크긴 했지만 5급에 불과 한 게이트도 셀리아 아카데미에겐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전략들이 없었다면, 부상자가 생길 수도 있 었다.
그런데 아르카나 파티는 6급을 클리어하고 있었다.
아르카나와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 았다. 오히려 셀리아를 따돌린 채, 더욱 멀리 나아가고 있었다.
루시아는 빌딩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렇다면 6급 게이트는 얼마 나 강할까.’
심지어 게이트는 거기서 끝이 아 니었다. 7급과 8급 그 뒤에는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어질 게이트의 난이도는 루시아가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의 루시아에겐 그저 어제의 자신보다 조금 더 강해지는 것. 그 거면 충분했다.
구구구구궁!
자신이 보낸 몬스터 웨이브가 셀 리아에게 막히자. 이번 퀘스트의 핵심, 자이언트 바실리스크가 도시 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키르르…… 시이익!”
빌딩을 눕힌 듯 거대한 크기의 몸.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은색의 외피. 숨을 내쉴 때마다 뿜어내는 엄청난 양의 독가스.
“시 이이이익!”
루시아를 발견한 자이언트 바실리 스크는 빌딩을 몸으로 휘감으며 올 라왔다.
자자작! 까각!
거대한 빌딩도 괴성을 지르며 형 태가 일그러졌지만 신화의 뱀은 그 걸 신경 쓰지 않았다. 뱀은 오직 ‘전설의 헌터’로 인식되는 루시아를 한입에 삼키고 싶어 했다.
“키시이이익!” 자이언트 바실리스크가 건물만한 머리를 들이밀자. 루시아는 바실리 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사아악!
루시아의 성흔이 빛났다.
이정도 뱀은 마도구인 왕좌를 전 개하지 않아도 중분했다.
지이잉!
루시아의 마나가 셀 수 없이 퍼져 나갔다. 그녀 주위에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창이 무수히 줄을 이뤘 다.
물론 아무리 루시아의 수정이라도 강철처럼 단단한 외피를 뚫는 건 불가능했다. 적어도 어제까진 그랬 다.
그러나 태양의 빛을 반사하고 있 는 수정창들은 여태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더욱 단단하고 예리했다.
게이트에서 위험한 순간을 겪으며 루시아가 성장한 만큼, 그녀의 마 도구와 수정들도 단단해지고 예리 해진 것이다.
“떨어져.”
지이잉!
루시아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수정창들이 빛을 발했다.
쐐애애액!
수정창은 의지를 가진 듯 바실리 스크를 향해 쏘아졌고, 바실리스크 를 사정없이 꿰뚫었다.
팟! 파파팍!
거대한 빌딩을 적시는 붉은 피.
온 몸을 꿰뚫린 바실리스크가 빌 딩의 아래로 추락하자. 루시아는 외투의 옷깃을 더욱 여몄다.
온통 회색빛인 1구역의 도시와 낮에도 입김이 나오는 겨울의 날씨 는 그녀에게 너무 추웠다. 루시아는 생각했다. 적어도, 아직 자신은 따스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도 루시아는 변화하고 있었 다.
자신의 오빠처럼.
‘그리고 그 사람처럼…….’
느리지만 조금씩 더 타인의 감정 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동경에 의한 변화가 아닌, 루시아 스스로 의 변화였다.
릴리스가 임의로 배정해준 집무 실.
노크도 없이 들어온 이사벨은 무 작정 고백을 했다.
“정말 좋아해.”
시험. 마탑. 그리고 여러 가지 일 을 겪으며 지엔을 향한 이사벨의 마음은 커져갔다.
“기억나?”
이사벨이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담백한 표정과 달리 그녀의 머릿 속에는 여러 가지 기억이 어지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무도회에서 말해줬잖아. 선택에 관해서…….”
이사벨은 왜 자신이 위험한 게이 트 속에 들어가는 걸 아버지가 말 리지 않았을까 고민했다. 작아지는 이사벨의 목소리에 지엔이 무도회 를 떠올렸다.
“그랬지.”
[아버지가 말렸다면……. 게이트도 세이버도……. 음…… 그래, 아마 모 두 포기 했을 텐데.]그건 이사벨에겐 아주 드문 약한 모습이었다. 지엔은 파티원인 이사 벨을 위로했다.
[그래서 너에게 더 말씀하시지 못 했을 거야.] [……내가 포기할까봐?] [아니. 네 선택이 달라질까봐.]소중한 사람을 믿어주는 것, 그건 만류보다도 더욱 용기가 필요한 일 이었다. 이사벨은 그 이후 깨달았 다. 정확히는 카렌 덕분이었다.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욱 어려운 신뢰. 그런데도 자신을 가장 신뢰 하는 사람.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
“그 이후로 생각했어. 내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날, 가 장 신뢰해준 사람이 누구인지.”
차분한 눈동자로 이사벨이 지엔을 바라봤다.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 황.
지엔은 차분하게 주변을 확인했 다. 공략에 중요하지 않은 개인적 인 공간에선 드론 카메라도 촬영을 하지 않았다.
주변에 들키지 않는다면 지엔은 얼마든지 지금의 상황을 물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사벨.” 지엔이 이사벨을 불렀다.
그러나 지엔도 더 이상 말을 이어 가진 못했다. 커튼이 쳐진 창문에 서는 마계의 붉은색 달빛이 쏟아졌 다. 지엔은 꾹 다문 이사벨의 입술 에서 전생의 기억을 엿봤다.
이사벨을 바라보던 지엔은 슬픈 표정으로 꾹 눈을 감았다.
‘나랑 똑같아.’
정확히는 지엔의 전생이었던 에 반.
‘ 나도…….’
지금의 이사벨처럼 전생이었던 에 반도 똑같은 눈으로 리자를 바라보 았다. 그러나 에반은 리자를 지키 지 못했고, 323번째의 대련은 영 원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직이야. 너무 일러……. 말했잖 아. 내가 이긴다고. 323번째…… 우 리 대련은?]죽어가는 리자. 전생에서 에반이 슬픈 얼굴로 말했다. 리자는 각혈 을 뱉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쓰 게 웃었다.
[당연히…… 내가 이기지.]지엔은 자신과 전생을 분리해서 말했지만 기억의 굴레에서 동떨어 질 순 없었다. 온전할 수 없었다. 전생의 기억을 찾은 순간, 자신은 지엔인 동시에 에반이었다. 아니, 그 중간의 누군가였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리자가 말했다.
에반이 말을 뱉는 순간 그녀는 진 실을 알 수 있었다. 마도구인 아름 다운 그녀의 눈은, 최후의 순간에 너무나도 잔혹했다.
자신을 향한 에반의 마음이 진심 이라면, 그것을 최후의 순간에 알 게 된다면 아무리 강한 리자도 담 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순 없었다.
[그러니, 모른 채로 죽을래.]얕아진 숨결로 리자가 뱉은 말은 영원히 에반과 지엔의 곁에서 머물 렀다.
자신 대신 세상을 구원해달라고 부탁했던 리자의 담담한 염원은 이 제 저주와도 같았다.
지금의 지엔은 누구도 담을 수 없 었다. 전생의 에반을 구한 리자는 100년이 지난 후에도 지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미안해.”
에반의 기억을 잇게 된 지엔에게.
리자는 영원한 숙제였다. 부정하 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에반의 마음은 리자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그러니 10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었다.
지엔이 씁쓸한 얼굴로 사과를 하 자. 이사벨은 별다른 반응 없이 지 엔을 바라보았다.
저벅저벅.
이사벨이 지엔에게 걸어왔다.
이미 가까운 거리였지만 더욱 둘 의 사이가 좁아졌다.
“상관없어.”
어딘가 불만이 있는 얼굴로 이사 벨이 말을 하자.
“뭐?” 지엔은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 고 말았다. 이사벨의 성격은 지엔 도 잘 알고 있었다. 이사벨은 제 멋대로인 마이페이스와, 자신의 마 도구처럼 불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 었다.
이사벨이 못마땅한 눈으로 지엔을 바라봤다.
꽈악.
이사벨은 지엔의 멱살을 잡았다. 지엔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엔과 이사벨의 시선이 교차됐 다.
이사벨은 지엔이 리자를 잊을 때 까지 기다려줄 위인이 아니었다.
“들은 그대로야.”
이사벨은 팽팽하게 당긴 옷깃을 자신에게 끌어당기며 중얼거렸다.
“……상관없다고.”
마주친 시선.
포개진 입술.
화들짝 놀란 지엔의 눈이 평소보 다 배는 커졌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