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78)
내 전생은 최강검신-277화(278/325)
정각을 알리며 환하게 빛나는 붉 은 달. 무섭게 생긴 마계의 식물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이사벨은 던전 의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무도 놓치면 안 되는 거 알 죠?” 등뒤에 찰싹 달라붙은 카렌이 묻자. 이사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시끄러워. 알고 있으니까 네 몸 이나 조심해. ……괜히 다치면 나 만 피곤하니까.”
이사벨이 손을 펼치자. 전방을 향 해 검은색의 불길이 퍼져나갔다.
화르륵!
“저, 적이다!”
침입자를 발견한 마족들이 소리 쳤지만 의미는 없었다. 이사벨은 던전을 통째로 없애버릴 참이었다.
“어떻게 들어왔지?”
“……순찰은 뚫린 건가?”
에데라의 던전은 대부분이 상급 마족. 침입자의 등장에 웅성거리긴 했지만 금방 대형을 이루었다.
“일단 공격해!”
마족들이 마법을 난사하자. 이사 벨은 장갑을 낀 손을 앞으로 뻗었 다. 찰나에 해당하는 짧은 순간.
사아악!
이사벨은 상급 마족들의 마법을 모두 압도할 만큼 마나를 모아냈 다.
카렌의 마도구인 계약의 힘.
그리고 마석을 통해 얻은 드래곤 의 마나가 이사벨의 손앞에서 흉 포하게 소용돌이쳤다.
“태워라.”
이사벨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내뱉자. 파도처럼 번져나간 검은색 불길이 전방을 휩쓸었다.
파아악!
불에 덮쳐진 마족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한 줌의 마기가 되어 흩어졌다.
“벌써 끝인가요?”
카렌이 의아한 얼굴로 주변을 둘 러 봤다.
“아니.”
이사벨이 다시 자신의 뒤로 카렌 을 보냈다. 곧이어 던전의 바닥에 선 검은색의 식물들이 촉수처럼 요동쳤다.
촤악!
이사벨이 손을 휘두르자 바닥의 식물들이 불타올랐다.
“위, 위험했네요.”
“한눈팔지 마.”
이사벨이 어딘가를 바라봤다.
복도의 끝에서부터 강하게 휘몰 아치는 마기. 식물을 옷처럼 두른 에데라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내 던전을 친 게 어떤 간 큰놈들 인가 했더니. ……인간, 그것도 두 놈이 전부였어?”
에데라는 카렌과 이사벨을 비웃 었다. 그녀의 주위에서 갈색의 가 시덩굴이 생명을 가진 듯 움직였 다.
“너희! 어디 소속이야?”
에데라가 물었다. 비록 기습을 했 지만, 이 전투 자체는 마왕의 서열 전쟁. 이사벨은 당당하게 답했다.
“북부의 마왕.”
“..….설마 32위?”
에데라는 깔깔깔- 경박하게 웃음 을 터트렸다.
“감히 32위의 마왕이 우리 아몬 님에게 서열 전쟁을 걸었다고? 풋! 푸하하핫!”
“아니 저게 진짜…….”
카렌이 에데라의 도발에 눈을 부 라렸다. 그러나 정작 이사벨의 뒤 에서 걸어 나오진 않았다. 에데라 는 움츠린 카렌을 보며 비웃었다.
“……인간들이 그런 미친 마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거야?”
에데라가 손을 뻗었다.
땅에서 자란 덩굴들은 기괴한 생 김새의 괴수로 변했다.
“ 그르르르 /
마치 살아있는 듯 덩굴 괴수가 소리를 냈다. 에데라는 괴수의 머 리를 쓰다듬으며 마지막으로 경고 했다.
“……너희들은 마계의 진짜 무서 움 몰라. 죽음보다 더한 공포가 있 다는 걸 말이야. 어때,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 는데?”
이번에는 이사벨이 에데라의 식 물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네가 믿는 게, 그 식 물 쪼가리야?”
이사벨이 손을 올리자.
옆에서 타오르는 오색찬란한 불 꽃.
뜨거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사 벨은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다시는, 지엔을 우습게 말하지 마.”
이사벨은 보기 드물 정도로 화를
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쓰러진 두 명 의 상급마족. 뒤이어 교대를 하러 온 상급 마족도 한줌의 마기로 흩 어졌다. 그야말로 순살.
전생의 경험과 마왕의 마기.
최상의 검술이 합쳐진 지엔의 실 력은 이미 6급 세이버를 아득히 초월하고 있었다.
“으와 강, 강하다…….” 에이미는 지엔의 강함을 알고 있 었지만 새삼 놀라고 말았다. 에이 미는 대인전에서 지엔보다 강한 세이버는, 그 누구도 본적이 없었 다.
던전의 무엇조차 지엔을 막을 수 없었다. 던전을 지키던 상급 마족 들은 기습의 존재도 모른 채 쓰러 지고 있었다.
‘나 괜히 온 거 같은데!?’
에이미는 얼빠진 표정으로 지엔 의 활약을 구경했다. 뭔가 하고 싶 어도 지엔이 날뛰는 이상 에이미 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던전의 중간 관리자인 아이스 골 렘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3 초.
쿠구우웅!
힘없이 무너지는 골렘을 보며 에 이미는 꿀꺽 침을 삼켰다.
“저, 저기 파티장님! 제가 도와드 릴 게 있을까요?”
에이미의 질문에 지엔은 아이스 골렘을 내려다봤다. 몸에 박힌 거 대한 마석은 귀중한 자원이었다.
“그럼 에이미, 마석을 챙겨줘.”
한껏 기대했던 에이미는 기어들 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거 짐꾼.”
모처럼 마계까지 와서 새로운 힘 까지 얻었는데, 맡게 된 게 짐꾼 역할이라니 에이미.
“그래도 파티장님이…… 시키신 일이니까.”
에이미는 흔한 투정조차 없이 묵 묵히 골렘의 마석을 채취했다.
그 와중에 지엔은 검을 휘둘러 불속성 괴수를 반으로 갈라버리고 있었다.
“치에에 엑!” 지엔이 휘두르는 한 번의 검격에 하나의 괴수가 쓰러졌다. 베스펠이 관리하는 곳은 무려 7마왕의 던전 중 하나였지만 지엔은 간단하게 정리했다.
“에이미. 그 녀석은 마석이 배 아 래에 있어.”
지엔은 괴수를 쓰러트릴 때마다 친절하게 마석의 위치를 알려주었 다. 에이미는 헤실헤실 웃었지만 어딘가 표정이 슬퍼보였다.
“네엡……. 전, 전부, 챙길게요.”
에이미는 자신의 덩치보다 몇 배 나 큰 괴수를 양손으로 밀었다.
“11, 끄아아아!”
에이미가 끙끙거리며 괴수를 뒤 집자. 괴수의 붉은색 배가 드러났 다. 괴수의 배에는 지엔의 말처럼 보랏빛의 마석이 중앙에 박혀 있 었다.
“지, 징그러…….”
에이미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순 순히 마석을 챙겼다.
부하의 다급한 보고에 베스펠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이지?”
“죄, 죄송합니다! 제 3관문이 돌 파 당했습니다!”
마족이 고개를 숙이자 베스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입자가. 던전의 반 이상을 넘 어왔는데… 첫 보고를 이제야 하다 니.”
무감해 보이고 차가운 목소리.
그렇지만 베스펠의 눈에는 뜨거 운 열기가 가득했다.
“이런 무능한…….”
휘익!
베스펠이 손을 휘두르자. 퍼져 나 온 냉기에 마족의 몸이 얼어붙었 다.
쩌저적!
베스펠은 반대쪽 손에 불을 휘감 아 마족을 내려쳤다.
“쓰레기들!”
콰아앙!
얼음 동상이 된 마족은 베스펠의 불이 작렬하자 흔적조차 없이 사 라졌다. 베스펠은 찡그린 눈으로 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결국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혼란에 빠진 성.
아몬의 호출이라며 시몬이 자리 를 비우자. 크리스는 릴린과 함께 금고로 잠입을 했다.
“꽉 잡아.”
릴린의 말에 크리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말만 하지 말고 얼른?”
“보, 보채지 마. 알았다고…….”
얼굴이 빨개진 크리스가 다가오 자. 릴린은 공주님 안기로 크리스 를 들어올렸다.
“혹시 실수로 놓칠지도 모르니까. 꽉 붙잡고 있어.”
일부러 겁을 준 릴린은 마기를 이용해 검은색의 날개를 만들어냈 다.
펄럭!
릴린의 날개가 움직이자 둘은 순 식간에 날아올랐다. 점점 멀어지는 땅. 가까워지는 붉은 달.
커다랗던 나무는 점처럼 작아지 고 마계의 모든 것이 한 눈에 보 였다.
“지, 진짜 높다.”
꽈악-
긴장한 크리스가 릴린의 목을 휘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 탓인지 릴린은 어딘가 기분이 좋아보였다.
“……후훗, 근데 넌 무슨 인큐버스 가 날개도 못 만들어?”
릴린은 자신에게 온전히 몸을 맡 긴 크리스를 바라보며 혀로 입술 을 훑었다.
“괜히 나한테 안기고 싶어서 그런 거 아냐?”
헤실 웃으며 릴린이 말을 덧붙이 자. 크리스는 도끼눈으로 릴린을 노려봤다.
“릴린. 제발 닥쳐….”
“후훗.”
펄럭!
릴린의 날갯짓에 둘은 더욱 높이 날았다. 시몬의 성은 거대했고, 금 고가 놓인 방은 꼭대기 층에 있었 다.
펄럭! 펄럭! 금방 꼭대기 층에 다가온 릴린은 테라스를 내려다보며 크리스에게 물었다.
“이제 정말 높다, 그렇지?”
“어. 날개라는 거 진짜 편하네.”
“가르쳐줄까?”
“됐어.”
“그래? 좋아! 필요할 때마다 내가 태워주지 뭐! ……근데 너, 언제부 터 그분의 명령을 따랐던 거야?”
릴린이 말한 ‘그분’은 지엔이었다.
크리스는 지엔과의 추억을 떠올 리며 살짝 웃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어느 새 같이 있게 되더라고.”
“나보고는 아스모데우스를 위해 목숨을 걸지 말라더니……. 너한테 는 그분이 그렇게 소중해?”
릴린이 부드럽게 웃자.
크리스는 담담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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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목숨보다?”
“……어쩌면?”
잠깐의 정적 끝에 크리스가 고개 를 끄덕이자. 릴린의 얼굴에 부러 움의 감정이 서렸다.
크리스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소중한 사람이 되는 건 새롭 게 생긴 릴린의 꿈이었다.
“부럽다.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릴린의 시선이 먼 곳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마계의 풍경 은 더욱 삭막했다.
크리스는 그런 릴린을 보며 한숨 을 쉬었다.
“날개를 못 만드는 나보다 특이한 건, 너 같은데?”
“……왜?”
“무슨…… 마족 성격이 그래?”
씁쓸한 표정의 크리스.
릴린은 일부러 테라스에 앉지 않 았다. 마기가 허락하는 한 조금 더 크리스와 하늘을 날고 싶었다.
“음, 내 성격이 어때서?”
“마치, 그…… 인간 같잖아.”
“인간이라…….”
릴린은 테라스에 크리스를 놓아 준 후, 조용히 속삭였다.
“……그러게.”
약간의 정적.
릴린이 어쩐지 슬픈 표정으로 크 리스를 바라봤다.
“우리 둘 다, 만약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인간을 동경하는 서큐버스.
마족이지만 누구보다 인간다운 감정을 가진 서큐버스.
“……뭐?”
크리스가 비틀린 표정을 한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크리스는 릴린의 질문으로 생각 에 빠졌다. 만약 릴린이 인간이었 다면 어땠을까?
‘만약 릴린이 게이트의 등장인물 이 아니라……. 우리 세계의…… 사 람이 라면?’
크리스가 릴린을 바라봤다.
그랬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게 분명했다.
크리스가 돌연 생각을 멈췄다. 그 건 크리스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 는 가정이었다. 자신은 게이트 밖 의 인물이고, 릴린은 등장인물에 불과했다. 그게 현실이었다.
결국 크리스가 입을 열려고 하자, 릴린은 다급하게 크리스의 말문을 막았다.
“……미안. 역시 못 듣겠다.”
“……너.”
“지금 말고…… 일이 끝나고 들을 래. 그분께 드릴 흡마석이 먼저니 까. ……그렇지?”
횡설수설하는 릴린을 보며 크리 스는 대답 없이 고개를 돌렸다.
저벅저벅. ……우뚝.
방에 진입하려던 크리스가 멈춰 섰다. 크리스는 릴린을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해.”
지금 크리스의 목표는 하나였다.
금고의 흡마석을 훔쳐 지엔에게 가져다주는 것. 그건 6급 게이트 를 클리어하고 세계를 구하는, 가 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더 이상 등장인물에 불과한 릴린 에게 줄 감정은 없었다.
“……어차피 내 대답은 바뀌지 않 을 거야.”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