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81)
내 전생은 최강검신-280화(281/325)
게이트 속 릴린의 죽음에 감성이 풍부한 아리아나는 방송도 잊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 허엉, 혹! 너무 슬퍼! 우리 흐윽! 릴린 불쌍해서 어떻게 해!”
해설을 맡은 버논은 세이버 출신 이라 게이트 속의 시나리오에 쉽 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아리아나 는 그게 아니었다.
“릴리이이인!”
세이버도 아니고, 등장인물의 죽 음을 보며 오열하는 아리아나.
물론 그렇다고 아리아나를 말릴 필요는 없었다.
– lTTr릴린은 좋은 마족이었 다…… – 그래도 흡마석 부숴서 다행임
– 못 훔쳤는데 뭘 다행?
– 그래도 군단장 숫자가 줄어서 이길 만함
크리스의 공략을 지켜보던 시청 자들의 반응은 더욱 혼돈이었다. 등장인물인 릴린을 그리워하는 사 람도 있고,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 하는 사람도 있었다.
버논은 게이트의 상황에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난리도 아니군.’
버논이 슬쩍 아리아나에게 눈을 흘겼다.
“어허허헝, 살려내! 릴린 살려내!”
아리아나는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 엉망인 상태. 성격을 생각하 면 당분간은 저러고 있을 게 분명 했다.
“저, 저기 선배님?”
“으흑! 허엉! 릴리이인!”
버논은 울부짖는 아리아나를 보 며 생각했다.
‘지금이 심야 방송인게 다행이다.’
버논은 한숨을 내쉬었다.
강의 하류.
라이칸과 릴리스는 7마왕들이 지 원군으로 보낸 군대와 전쟁을 치 르고 있었다.
“적들이 밀려들어온다!”
“일단 다리를 막아!”
엄청난 물량의 공세였지만 릴리 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생각대로군. 역시 이기적인 놈들 이야. 자신들이 아끼는 부관이나 군단장은 보내지도 않았어.”
마왕들이 보낸 병력들 중에는 군 단장 급이 없었다. 아몬의 동맹군 인 마왕은 6명이나 있었지만 아몬 을 돕다 자신의 병력이 줄어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권력과 입지였다.
동맹이라 칭하는 7마왕 내부의 서열에도 민감한 것 이다.
3위는 4위를.
4위는 5위를.
5위는 6위를.
굳건해 보인 마왕들의 부실한 결 속은 수장들에 의해 수면 밖으로 드러났다.
라이칸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보며 웃었다.
“이런 좁은 격전지에는 대규모 병 력을 보내도 의미가 없지.”
“그래도 준비는 최선을 다 하는 게 좋겠지?”
다리를 향해 릴리스가 천천히 다 가갔다. 그 다음 마기를 발산하자. 릴리스의 등에서 거대한 날개가 펼쳐졌다.
촤악! 펄럭!
릴리스가 하늘을 날았다.
적들이 몰려오는 격전지 위에서 손을 뻗었다.
지잉!
릴리스에게서 뿜어지는 분홍빛 마기가 결계를 형성했다.
“여, 여긴?”
“켈리아가 왜!”
“키릭! 바위가 굴러온다!”
마기에 노출된 마족들은 각자 환 각에 빠졌다. 효과는 지능이 높은 마족일수록 극적이었다.
릴리스는 하늘에서 라이칸을 내 려다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후훗, 어때 당분간은 안전하겠 지?”
“그래. 마왕께서도 진압을 성공하 셨으니 말이야.”
“운도 참 좋아. 어떻게 그렇게 강 한 마왕을 포섭한 거야? 그것도 당시에는 하위권이었는데…….”
“그, 그건 그냥 감이지. 크흠!”
라이칸이 헛기침을 하자. 릴리스 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하류만 지키면 되겠어. 몰 래 넘어오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 니까.”
“상류 쪽은 어때?” 라이칸의 말에 릴리스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
“거긴 걱정하지 마. 제베트와 아 이들이 갔으니까.”
“역시 처리가 빠르군.”
“남은 건 우리 마왕님을 믿는 거 아니겠어?”
릴리스는 아몬의 군단장들이 패 배했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빠른 속도였다.
지엔이 참전하는 곳만 공략이 됐 을 줄 알았지만 아르카나 파티는 전원 승리했다.
이사벨과 카렌은 에데라를.
지엔과 에이미는 베스펠을.
그리고 크리스와 릴린은 집사장 인 시몬을 처리했다.
이제 남은 건 아몬과 본성의 병 력들이었다.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되겠지. 아 몬은 마왕들 중 누구보다 영악한 놈이니까.’
릴리스는 걱정과 함께 전장을 둘 러봤다. 거대한 전장은 하늘에서 보니 한 눈에 보였다.
‘더 몰려오는 군.’
그래도 아직은 다른 사람의 걱정 이 아닌, 눈앞의 전장에 집중할 때.
라이칸은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 전장을 향해 포효했다.
“크르르릉!”
수장들과 7마왕들의 전쟁은 이제 시작이었다.
시몬의 몸통 박치기에 벽이 무너 진 충격으로 마족들은 무언가 일 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이, 이럴 수가! 시몬님이!”
“침입자다! 경계 태세를 발령해!”
상급 마족은 충격 받은 얼굴로 검을 꺼냈고, 그의 동료는 부하로 보이는 임프에게 소리쳤다.
크리스는 릴리스가 사라진 자리 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크리스의 눈은 불에 지진 듯 뜨거웠다. 세이버는 경험으로 강해진다. 마도구와 마도기를 강하 게 만드는 건 언제나 세이버가 겪 은 추억과 기억이었다.
게이트에 참여한 세이버에겐 어 떤 일을 겪었는지, 무엇을 해냈는 지도 중요했다.
얼음의 정령왕에게 선택을 받은 쿠아가 그랬듯, 크리스도 게이트의 선택을 받았다.
지금 게이트에서 겪은 감정과 기 억은 온전히 크리스의 것이었다.
‘……릴린.’
복잡한 얼굴로 크리스가 주먹을 꽉 쥐었다. 릴린을 감싸고 있었던 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 다.
‘저놈, 뭔가 이상한데?’
상급 마족은 시몬의 죽음에 당황 했지만 크리스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챘다.
마족은 혹시 자신이 크리스를 죽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소식을 들은 지원군들도 금 고가 있는 방으로 몰려왔다.
“저놈이군!”
“상태가 이상하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빨리 죽이자!”
상급 마족이 선두에서 검을 들고 달려오자. 크리스는 인상을 찡그렸 다. 뜨거운 통증을 동반하던 오른 쪽 눈에서 마나 때문인지 푸른색 의 빛이 흘러나왔다.
서걱!
마족의 목이 잘리며 분수처럼 피 를 뿜었다.
촤아악!
마족의 눈에는 크리스가 마치 사 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듯 보였다.
“어떻게!”
옆에 있던 마족이 당황해서 소리 를 쳤지만 의미는 없었다. 크리스 는 아까 마족이 들고 있던 검을 자신이 들고 있었다.
“모, 모두 한꺼번에 덤벼!”
한 마족이 소리를 지르자. 덩치들 이 다 같이 크리스에게 덤벼들었 다.
이번에도 크리스의 눈은 푸른색 의 빛을 뿜었다.
‘느려.’
크리스는 상대가 느려졌다고 느 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실상은 몸이 빨라지거나 느려진 게 아니었다.
지금 크리스가 사용하는 마도기 는 더욱 고차원의 기술이었다.
크리스는 전투가 벌어지는 지금 의 공간을 부감풍경에서 내려다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두 눈이 아닌 마도기의 마나로 공간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의 시야.
상대의 움직임.
상대의 모든 것이 한 눈에 보였 다.
덕분에 크리스는 어디로 공격을 해야 하는지, 자신이 어디로 움직 여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눈을 뜬 듯 모든 것이 선 명했다.
상대의 시야를 알고 있으니 사각 을 이용했고. 움직임을 알고 있으 니, 미리 대처했다. 상대의 모든 행동이 한 눈에 보이니, 크리스는 모든 것이 느리게만 느껴졌다.
마치 해답지를 보고 전투를 하는 것과 같았다.
사아악!
크리스가 자신의 몸에 모든 마나 를 쏟아 부었다. 이정도로 신체를 강화하면 마나소모가 극심했다. 마 나가 넘쳐흐르는 이사벨이 아니라 면 몇 분 안에 탈진이 되는 강도 였다.
그런데도 크리스는 아무런 신경 도 쓰지 않고 계속 몸에 마나를 부여했다. 뒤를 걱정하는 건 필요 하지 않았다.
탓!
크리스가 몸을 움직이자 마족들 이 쓰러져갔다. 그들은 눈 깜짝 할 사이에 목을 베이고, 심장을 찔렸 다.
그중 5급에 해당하는 상급 마족 이 반항을 하려고 했지만. 소용없 는 일이었다.
크리스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검 을 피해, 자신의 공격을 성공시켰 다.
촤아악! 상대의 공격을 읽는다는 건, 엄청 난 이점이었다. 하지만 크리스의 마도기는 그보다 몇 수 위에 있었 다.
크리스가 읽고 있는 건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 그 자체였다.
마도기를 각성한 크리스를 상대 로 불의의 일격이란 존재하지 않 았다.
설령 상대의 공격에 당하더라도 그건 크리스의 신체능력으로 막지 못했기 때문이지. 공격을 읽지 못 한 게 아니었다.
“ 하.”
크리스가 짧게 숨을 토했다.
릴린이 있던 자리에선 그녀가 늘 매고 있던 머리끈이 남아 있었다. 크리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아름다운 머리끈은 마족들의 시 체가 널브러진 삭막한 방과 어울 리지 않았다.
크리스가 머리끈을 잡아 포켓에 넣었다.
저벅저벅.
이제 성에는 크리스의 상대가 남 아 있지 않았다. 크리스는 복도를 당당한 걸음으로 느릿하게 걸었다.
“여기다!”
“지원군이 당한 건가!?”
크리스를 발견한 마족들이 소리 를 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마족 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체로 변 했다.
마도기를 각성한 크리스는 이전 과 달랐다. 크리스가 지나가는 모 든 곳이 피로 물들었다.
크리스의 표정은 무감했지만 속 은 그렇지 않았다.
세이버가 되기 위해 아카데미에 입학했을 때, 게이트란 크리스에게 너무나 먼 존재였다.
그래서 게이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냥, 세상을 구하기 위해 공략해 야하는 무언가 정도였다.
실제로 게이트는 그것보다 신기 했다. 잘 짜인 운명을 따르듯 어딘 가로 흘러갔다.
‘어쩌면…….’
크리스가 릴린을 만난 것도 게이 트가 정해준 운명일 지도 몰랐다.
아니, 릴린이 크리스를 좋아하게 된 것도 게이트가 정해준 운명일 수도 있었다.
릴린의 죽음마저도 게이트가 정 한 운명의 일부일 수도 있었다.
게이트에 숨겨진 미지가 무엇인 지는 몰라도 세이버는 어떤 운명 에 이끌리고 있었다.
세이버들은 게이트 속을 허상이 라 부르고, 게이트 속 인물을 등장 인물이라 칭하지만. 어느 곳이 진 짜 세상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 다.
게이트가 데려가는 곳은 공간도 시간도 달랐고, 비춰지는 역사조차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크리스는 생각했다.
어쩌면 세이버들이 자신이 있던 세계를 진짜라 칭하는 것은 오만 한 생각이 아닐까.
릴린이 자신에게 가졌던 감정이 진짜인 것처럼, 게이트 속의 인물 에게 지금은 현실이었다.
‘……머리 아파.’
성 하나를 통째로 박살낸 크리스 가 담담히 걸어 나왔다. 파티에게 돌아가기 직전. 크리스는 성 앞의 호수에 멈춰 섰다.
“ 릴린.”
크리스가 릴린을 불렀다.
물론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크리스는 포켓에서 릴린의 머리끈 을 꺼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아.”
사실이었다. 크리스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크 리스가 확신하는 건 있었다.
그건 릴린이 누구보다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마족이라는 점이었다.
크리스가 소중하게 감싸들자 릴 린의 머리끈이 핑크색의 마기로 변해 아름답게 휘날렸다.
사아악!
크리스는 흩어지는 릴린의 마기 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제 가볼까.”
그러나 지금의 크리스에겐 슬퍼 할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젠 게이트의 공략을 위해 계속 나아 갈 시간이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