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290)
내 전생은 최강검신-289화(290/325)
동굴의 끝.
지엔이 눈을 뜬 곳에선, 부서진 천장 사이로 빛과 폭포가 쏟아졌 다.
파바바바박!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주 변의 마나가 풍부했고, 인적도 드 물어 집중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 였다.
‘……천마신공.’
수련을 시작하기 전 지엔은 두루 마리를 확인했다. 비급에는 3구역 의 어려운 글자로 내용이 적혀 있 었지만. 해석에 무리는 없었다.
천마신공은 천마신교를 세운 초 대 천마. 그가 오직 파괴를 위해 만들어낸 살상의 무공이었다.
천마신공은 천마신교의 상징.
그래서 천마로 즉위한 순간 소교 주는 이전의 이름을 잃는다. 오직 천마로서 군림한다.
그러나 천마신공은 절정의 무인 이 평생을 바쳐도 닿기 힘든 경지 였다.
‘……어쩌면 추격대를 둔 지금, 수 련을 하는 건 오만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엔은 여유로워 보이는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지엔은 무 인이 아니었다. 오직 무공을 생각 한 3구역의 무인들과 달랐다. 구 역을 넘나들며 많은 경험이 있었 고,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3구역의 누구도, 천마조차 체험 하지 못할 경험이었다.
‘난 세이버니까.’
세계를 지키기 위해 지엔은 차원 을 넘나들었다. 지금의 수련에도 전생의 경험은 오롯이 작용하고 있었다.
지엔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 에서 끝나고 싶지 않았다. 2구역 에서 마왕이 되었던 것처럼, 지엔 은 진정한 의미로 천마가 되려했 다.
그러기 위해선 천마 신공의 창시 자인 초대 천마. 지엔은 그의 생각 을 따라갈 필요가 있었다.
강함을 위해 모든 것을 배제해라.
‘순수하게 무를 주구한 것이겠지.’
위의 한 문장이 비급에 적힌 첫 구절이었다.
지엔이 강해지고 싶어하는 마음 에는 이유가 있었다.
디자이어를 막고 세계를 구해야 했다. 그게 전생에서 맺은 리자와 의 약속이었고, 지엔은 더 이상 누 군가를 잃고 싶지 않았다. 이건 리 자가 남긴 교훈이자 상처였다.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디자이어 보다, 이전의 생보다 강해져야 했 다.
더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천마는 달랐다.
초대 천마가 만든 천마신공에는 강함의 이유 따위 존재하지 않았 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무공도, 누 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한 무공도 아니었다. 천마는 부와 명예도 필 요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던 건 오직 힘.
순수하게 강함을 기르고, 더더욱 높은 곳을 추구했다. 그 경지를 위 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 다.
천마신공의 가르침은 파괴의 절 학이었다. 오직 군림하기 위해 만 들어진 패도의 무공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런 천마가 남 긴 천마신공의 절학은 스스로를 통제하고 다듬는 것이었다.
천마는 그걸 천마신공의 심기체 (心氣體)라 불렀다.
[심(心)을 가벼이 본다면 강해질 수 없다. 심(心)에는 무게가 없지 만,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지엔이 천마신공에 적혀 있던 구 결을 떠올렸다. 3구역에서 말하는 심이란 마음을 의미했다.
마음에는 무게가 없고, 형체도 없 다. 무언가를 지키겠다는 지엔의 신념은 형체가 없지만 가볍지 않 았다.
때론 그 어느 때보다 지엔의 가 슴을 무겁게 눌러왔다. 지엔은 세 계를 지켜야했다. 그 책임감은 무 거웠다.
두 번째로 체(體).
[체(體)는 그릇이다. 아무리 넘치 는 힘도 담아낼 수 없다면, 결국 깨지고 만다.] 강인한 육체는 3구역에서 무엇보 다 중요했다. 넘치는 내부의 힘을 외부에서 받아낼 수 없다면 결국 자멸의 길로 빠질 게 분명했다.그러나 성흔의 힘을 한계까지 끌 어올린 지엔에겐 관계가 없는 말 이었다. 지엔이 가지고 있는 마나 도, 육체도, 이미 3구역 고수들의 평균을 훌쩍 상회하고 있었다.
세 번째로 기(氣).
[기(氣)는 형체가 없지만 무엇보 다도 뚜렷하다. 기(氣)가 흔들리는 공격으론 무엇도 쓰러트릴 수 없 다.]3구역에서 말하는 기(氣)의 뜻은 다양했다. 작게는 고수들이 다루는 내공을 뜻하기도 했고, 나아갈 목 표와 지향점을 뜻했다. 초대 천마 는 누구보다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내였다. 그의 가슴을 뜨겁게 만 든 건 인류최강이란 별호였다.
군대를 가진 황제조차 천마를 건 드리지 못한 이유였다. 명분을 위 한 전투조차 최강이란 목표를 가 진 천마에겐 유흥에 불과했다.
범인의 상식으론 절대 다가갈 수 없었다.
‘내 목표는 무엇이지?’ 지엔이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봤 다.
자신이 간절히 원한 건 무엇일 까?
세계의 구원이나 리자의 약속 같 은 건, 지엔의 소원이 될 수 없었 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엔은 3구 역의 동굴에서 4구역의 전생이 스 러진 순간을 떠올렸다.
마왕성의 차가운 바닥에서 지엔, 아니 에반은 모든 생기를 잃은 채, 그렇게 죽어갔다.
그때의 자신에겐 누군가의 평범 한 일상조차도 평범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나 과분한 일이었다. 자신을 구해준 리자의 시간은 멈 췄으니까.
자신의 시간을 계속 이어갈 수 없었다. 그건 배신이라고 생각했 다.
‘내 목표는…….’
지엔이 눈을 감았다.
지엔은 자신을 위한 길이 무엇인 지, 자신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리자가 자신을 위해 희생 해주었듯이, 지엔은 늘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를 위한 목표는 절 대 천마의 방향이 아니었다. 진정 으로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면 천 마가 남긴 천마신공의 절학은 지 엔에게 의미가 없었다.
천마신공을 극의로 깨우치려면 천마가 추구한 심기체(心氣體)를 모두 갖추어야 했다.
그렇게 생각에 빠진 지엔의 곁으 로 누군가 다가왔다.
“……며칠을 꼬박 수련에 매진하 다니. 역시 제자는 스승의 생각보 다 빠르게 자라는구나. 젖먹이였던 시절이 어제 같거늘.”
소교주의 스승인 백야. 그녀의 하얀 눈썹이 지엔을 향해 호선을 그렸다.
“스승님.”
“그래. 아이야.”
백야가 뿌듯한 얼굴로 미소를 지 었다. 그녀는 제자의 눈에 띈 성장 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말이나 생각도 부쩍 어른스러워 지고, 잠 깐 해본 검술대련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뭐든 말해 보거라.”
백야가 웃자. 지엔이 백야를 마주 보았다.
“스승님의 목표란 무엇입니까?”
천마는 3구역의 사람이니까. 어 쩌면 3구역의 인물인 백야의 생각 이 근접할지도 몰랐다. 지엔의 질 문에 백야는 한참이나 생각에 빠 졌다.
“……내 목표 말이더냐?”
그리고 그보다 더 긴 시간이 지 나서야 입을 열었다.
“음…… 분명 그런 걸 가지고 있 었지만. 너무 긴 시간이 지나 잊고 말았구나. 생각해보면 내게 목표란 거창한 게 아니었다. ……늘 내게 가까이 있었지.” 천천히 다가온 백야는 지엔의 곁 에 앉아 웃어주었다.
“가령…… 내 어린 시절의 목표는,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이었다.”
백야는 천마신교의 정예집단인 사귀. 그곳의 리더였다. 백야는 어 지간한 문파의 문주들보다도 뛰어 난 실력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목표가 끼니를 거르 지 않는 것이라니. 믿기 힘든 일이 었다.
“후후, 내 이야기가 신기한 모양 이구나? 하지만 아이야.”
백야는 지엔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100살인 스승으로서 백야는 제자인 소교주에게 자주 이런 행 동을 했다.
“내게 목표란 그런 것이다. 거창 한 게 아니지. 어린 시절의 나는 끼니를 걱정했고, 가난한 부모에게 버림받을까 걱정했다. 스러져가는 좁은 집이 그때의 내겐 세상의 전 부였지.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바 뀔 수 있었다.”
지엔은 말없이 백야를 바라봤다.
백야는 말을 나누는 게 즐거운지 유독 기분이 좋아보였다.
“나는 끼니를 거르지 않겠다는 목 표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던 것이 지. 그 다음은 내 몸을 지키기 위 해 강해졌고, 덕분에 지긋지긋한 정파 놈들의 이중성을 알 수 있었 다. 내가 변해갈수록 나의 목표도 계속 변해갔지.”
천장에 쏟아진 빛이 백야의 뒤를 비췄다. 그녀는 오랜 기억을 들춰 내며 말을 이었다.
“결국 지금의 날 만든 건, 사소해 보였던 그때의 목표 덕분이다. 진 실로서 원하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지. ……내게 목표란 그런 것이 다 알겠느냐?”
백야의 가르침에 지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는 건 지엔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소원. 지엔은 다시 눈을 감았다.
심장이 얼어붙는 한기.
아이시클이 내어준 시험의 공간 은 마치 지옥과 같았다.
‘……추워.’
어두운 공간에서 쿠아가 구석에 웅크렸다. 아무리 몸을 떨어도 이 공간에서 온기 따윈 없었다. 거기 다 이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쿠아에게 허용된 건 오직 시간을 세는 일이었다.
1초. 2초. 1분. 1시간.
지옥 같은 공간에서 시간은 끔찍 하도록 느리게 흘러갔다. 지금의 쿠아에겐 하루조차 긴 시간이었다.
그러나 쿠아에겐 이 모든 감각이 어느 때보다 길고 생생했다.
쿠아는 빠르게 생기를 잃어갔다.
시험 속 시간이 3일이 지났을 때 부턴 쿠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아이시클은 그 모습이 안타까운 듯 쿠아에게 질문을 했다.
[ 포기하겠는가?]그러나 쿠아는 오랜만의 질문에 도 짧게 대답했다.
“……아뇨.”
세상을 구하기 위한 시련이었다.
조금이라도 힘을 길러 도움이 되 려면 쿠아는 여기서 멈출 순 없었 다.
자신이 겪는 고통은 인류가 겪어 야할 고통에 비해 한없이 작았다. 아니, 세계의 멸망이라는 주제 앞 에서 그보다 더한 고통은 존재하 지 않았다. 그래서 쿠아는 참아야 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 일주일.
쿠아가 손바닥을 위로 들자. 얼음 의 기운이 손바닥에서 춤을 췄다.
쿠아가 지닌 몸 안의 냉기는 더 욱 짙어져 있었다.
그리고 한 달.
어느새 쿠아가 가진 냉기의 힘은 처음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이 제 쿠아는 아이시클의 힘을 하나 의 마도구처럼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만족할 순 없었다.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면 지금까 지 이룬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했다.
어쩌면 원래의 힘마저도 빼앗길 지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0일.
쿠아는 지옥 같은 시간을 초인적 인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이전까진 바깥세상의 기억을 떠올렸지만 이 젠 더 이상 그러지 않았다.
쿠아는 오직 수련에 매진했다.
냉기에 익숙해지자, 오히려 쿠아 는 이곳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어느새 쿠아는 키가 많이 커져 있었다. 얼굴에는 평소의 해맑은 웃음 대신 차가운 인상이 감돌았 다.
[이제 1년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 았군. 계약자여.]어디선가 나타난 아이시클이 말 했다. 쿠아는 생기 없는 눈으로 아 이시클을 올려다보았다. 2미터에 가까운 아이시클의 키는 어느새 쿠아에게 그리 멀지 않았다.
[3년은 인내해야 모을 수 있는 냉기를, 너는 이미 모두 흡수했다.이제 시험을 끝낼 자격을 주지.] 아이시클의 배려였지만 쿠아는 고개를 저었다.
“……약속한 시간은 3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쿠아는 고개를 돌렸다.
“아직 남겠어.”
쿠아는 3년의 시간을 모두 채울 생각이었다. 이곳에 있는 동안 현 실 속 시간의 흐름은 멈춰져 있었 다.
시험의 공간보다 실력을 쌓기 좋 은 장소는 없었다. 긴 수련을 거치 며 어느새 쿠아의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는 죽어버렸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세계를 구하는 것치곤 값싼 대가 를 지불한 셈이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