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07)
내 전생은 최강검신-306화(307/325)
4구역 최대의 숲, 테타니아.
십대로 보이는 두 엘프들은 숲을 걸으며 계속 떠들었다. 특히 자신 을 엘리사라고 소개한 엘프 소녀 는 유독 수다스러웠다.
“마녀야! 엘프들은 전부 테타니아 를 사랑해! 너같이 난폭한 인간도 우리랑 같이 지내다보면 자연을 사랑하게 될 걸?”
“엘리사, 그건 무리야. 인간들은 동족도 서로 죽일 만큼 흉포하다 고. 아까 성격 못 봤어?”
엘프 소년인 아르웬이 들으라는 듯 이야기 하자, 이사벨은 검지 위 에 불을 피웠다.
화르륵!
붉은색의 불꽃이 위용을 자랑하 자, 아르웬은 곧 바로 허리를 굽혔
다.
“죄송합니다!”
“마, 마녀야! 미안! 안 까불게!”
엘리사까지 울상이 되자 카렌은 피식 웃으며 이사벨에게 말을 걸 었다.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뭐가?”
이사벨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 위를 둘러보자. 카렌은 길을 안내 하고 있는 엘리사와 아르웬을 가 리켰다.
“이렇게 보면 진짜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이 세상도 그렇고.”
“게이트가 원래 그래.”
이사벨은 카렌의 이야기를 일축 했다. 카렌은 이사벨의 차가운 반 응이 못 마땅했는지, 몸을 들이밀 어 팔짱을 꼈다.
“흥, 누가 그걸 모른대요? 그냥 디자이어의 말대로라면 여긴 뭐든 이룰 수 있는 곳이잖아요.”
말을 잇던 카렌의 목소리가 조심 스럽게 변했다. 카렌은 이사벨의 눈치를 보더니 조금 낮아진 목소 리로 나머지 생각을 뱉어냈다.
“예를 들어서……,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도…….”
이사벨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엘리사와 아르웬은 여전히 둘이 서 떠들며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 었다. 이사벨의 표정이 굳자 카렌 은 방금 전 말을 무마하려 했다.
“오, 오해 하지마세요. 당연히 디 자이어는 악당이고! 그들이 하는 짓은 제가 봐도 이상…….”
이사벨이 발을 멈췄다.
고개를 올리자 하늘에는 기분과 어울리지 않게 밝은 해가 떠 있었 다.
“그래.” 이사벨이 고개를 돌려 마주보자 카렌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지금의 이사벨의 시선에는 사람을 압도하는 무거움이 있었다.
“네 말이 맞아.”
“네?”
“디자이어가 게이트를 조작할 수 있다면 정말 뭐든 이룰 수 있겠 지.”
이사벨이 포켓에서 무언가를 꺼 냈다. 그건 낡은 회중시계였다.
딸칵.
이사벨은 차가운 시선을 한 채, 회중시계 속 사진을 보여주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어머 니를 보는 것도 가능할 거야.”
이사벨이 처음 보여주는 표정.
“제, 제 말은 그게 아니라…….”
당황한 카렌이 말을 더듬자. 이사 벨의 눈이 부드러워졌다. 이사벨은 카렌을 몰아붙이지 않았다.
“……근데 카렌. 뭐든지 할 수 있 다는 건 결국,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거야.”
이사벨은 어머니인 이자젤의 이 야기를 집사에게 들은 게 전부였 다.
이자젤은 태생적으로 몸이 약했 고, 이사벨을 출산하기 전에는 지 병이 더욱 악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자젤은 그런 위험 속에 서도 이사벨을 택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의 목숨 대신 이사벨 을 택한 것이다.
“난 거짓이 아무리 달콤하더라도, 그걸 택할 수 없어. 아무리 보고 싶어도…… 말이야.”
이사벨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 다. 누구나 진실을 마주하는 거 괴 롭고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 리 달콤하더라도 거짓은 거짓이었 다.
“그건 내 스스로 어머니를 부정하 는 거나 마찬가지야.”
“ 이사벨…….”
뚝뚝.
이야기를 듣던 카렌이 코를 훌쩍 이더니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미안해요. 내가, 흑. 바보같은 말 을……”
카렌이 흐느끼며 울기 시작하자. 앞서가던 엘리사와 아르웬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서로 속삭였다.
“마, 마녀가 혼내나 봐!”
“……괜히 우리도 혼나지 말고 조 용히 하자. 기분 나쁘면 숲이랑 통 째로 우릴 구워 버릴 수도 있어.”
엘리사는 아르웬의 말에 끄덕끄 덕 고개를 움직였다. 둘은 이사벨 과 카렌을 두고 도망갈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지금까지 본 이사 벨의 이미지라면 아름다운 테타니 아 숲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불바 다로 만들고도 남았다.
결국 둘은 엘프 장로에게 이사벨 과 카렌을 데려다 주기 위해 조용 히 걸었다.
어두운 방.
파바! 자자자작!
이리저리 튀는 포탈 속에 손을 넣고 이시스는 계속 마나를 조종 했다.
이시스의 주위에 펼쳐진 홀로그 램에는 여러 가지 마나구체의 위 치가 적혀 있었다.
‘……이 중 2개만 유지시키면 그 걸로 끝이다.’
일루전, 테톤, 시셀라.
이시스에겐 부하인 7급 세이버만 3명이 있었다. 그들의 강력한 전 투력을 생각하면 마나 구체를 지 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어려운 일이 아니어야 했다.
‘……재앙을 그렇게 손쉽게 처치 하다니.’
별 것 아닌 학생들이라고 생각하 기엔 이시스의 생각보다 지엔과 파티원들의 실력은 너무 강했다.
하지만 그렇게 염원하던 게이트 와의 융합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 황. 9급 게이트를 열어버린 이상,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게이트의 주된 힘인 마나구체를 흡수해 세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거 나, 아니면 9급 게이트의 재앙을 없애고 열려버린 세계를 닫아야했 다.
팟! 파지지직!
스파크가 튀길 때마다 팔이 타오 를 듯 아파왔지만 이시스는 눈 하 나 깜빡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겪는 고통 따윈, 동 료들의 배신으로 겪은 아픔에 비 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무런 가구도 없는 건물.
오직 마나구체만이 두둥실 떠다 니는 층에서 에이미의 화려한 쇼 가 시작됐다.
“그때! 공장에서 소리가 쾅!!”
화려한 리액션.
“두두두두둑! 화살이 쏟아지고!”
스피커를 방불케 하는 효과음!
“흐릿한 증기 속에서, 서서히 인 영이 드러난 거 에요! 사람들이 얼마나 숨죽이고 지켜봤겠어요!”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말 재주!
에이미의 재밌는 이야기에 테톤 은 오오- 하고 감탄을 연발했다.
“크하하! 재밌군 재밌어, 그래 서? 그래서 그 다음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 테톤이 재촉을 하자. 에이미는 뿌듯한 표 정으로 굴러다니던 쇠파이프를 진 검처럼 멋있게 휘둘렀다.
“그 다음은 샥! 파티장님이 검을 크게 휘두르니까 덤비던 학생들이 차자작!”
“오오, 전부 쓰러트린 거군!?”
“그렇죠! 바로 그냥 반 토막이 나 버려서! 데이터로 변해서, 스스슷! 흩어지는데, 아니! 위층에 사수가 대기하고 있는 거에요!”
에이미는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 하며 테톤을 가지고 놀았다. 과연 입을 마도기라고 자칭할 만큼 대 단한 재능이었다.
테톤은 에이미의 이야기에 심취 한 듯 끄덕끄덕 고개를 재빠르게 흔들었다.
“그래! 설마 당한 것이냐?”
“훗, 그럴 리가요! 사수가 바로 도망을 택하더라고요! 어떻게 파 티장님을 화살로 쓰러트리겠어요? 오히려! 이렇게!”
에이미는 다다닥! 달려가 벽을 발로 차더니, 화려하게 공중제비를 돌며 쇠파이프로 바닥을 내려쳤다.
탁!
“바로 파티장님이 짜잔~ 하고 탈 락시켜 버렸죠!”
에이미가 놓고 파이프를 놓고 어 깨를 으쓱거리자. 테톤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크하하! 역시 학생 주제에 우리 디자이어를 방해할 때부터 알아봤 어. 그 녀석도 정말 물건이군!”
에이미는 지엔의 칭찬에 자신이 뿌듯해 했다.
“훗, 얼마나 대단하신데요? 솔직 히 파티장님이 직접 오시면 디자 이어 정도는 그냥 단칼에 전부 끝 이죠!”
에이미는 겁도 없이 디자이어의 2번인 테톤의 앞에서 디자이어를 욕했다.
“크하하! 그것 참 무섭군.”
테톤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덕분인지 그런 에이미의 모습이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말 재밌는 이야기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군.”
“흥,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건. 제가 기회를 엿보기 위해서라 는 거 알죠? 파티장님이나 동료들 이 오거나, 마나가 회복되면!”
괜히 에이미가 큰소리를 치자 테 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땐 얼마든 덤비도록 해 라. 내가 상대를 맡아주지.”
지금까지 아르카나 파티에서 실 전을 치룬 에이미는 당장이라도 테톤을 덮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에이미는 패배할 게 분명 한 싸움에 뛰어들 바보가 아니었 다.
‘……역시 이 사람 엄청나. 인정하 긴 싫지만 싸우면 무조건 지겠지.’
에이미가 감지한 테톤의 마나는 최강이라 불리는 7급. 잘 쳐줘야 6급이었던 도마뱀 재앙과는 비교 가 되지 않았다.
상대가 되지 않는 강함.
테톤이 에이미를 처치하지 않고 봐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구체를 위협한다고 파악이 되면 테톤은 언제든 에이미를 박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말이다……. 역시 너와는 싸우지 않고 싶구나. 아무리 악당 을 자처해도 괜히 목숨을 빼앗는 짓은 하고 싶지 않거든.”
말을 끝낸 테톤은 에이미를 보며 웃었다.
“학생들은 더더욱.”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되잖아요.”
“하하!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 만 약 대장이 없다면 9급 게이트는?”
테톤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디자이어를 비롯한 센트럴의 그 누구도 9급 게이트의 힘을 막을 인재는 없었다. 9급 게이트는 지 금까지 등장한 적 없었으니까.
“너도 보았겠지만, 9급 게이트의 마나는 세계 전체를 뒤엎었다. 상 상도 못할 엄청난 힘이지. 과연 그 런 게이트를 클리어 할 수 있을 까?”
테톤의 말을 듣고 있던 에이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저흰 세이버잖아요. 그런 이유로 도망치는 건 비겁해요.”
“하지만 9급 게이트를 공략하는 데 실패하게 되면, 세계가 멸망한 다.”
테톤이 차분층}게 답했다.
테톤은 이시스와 달리 9급 게이 트의 공략에 도전하는 건, 세계의 반을 폭탄으로 날리려던 센트럴보 다 무책임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숙련된 세이버라도 세계 의 존망을 건 공략을 도전하라니, 그 무게를 지는 건 가혹한 일이었 다.
하지만 에이미는 테톤의 말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그래도…….”
그러나 에이미는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세계 의 존망이 가진 무게는 화술이 뛰 어난 에이미의 말문조차 막고 말 았다.
“크하하!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그래도’ 라는 건 없다는 걸. 지금 걸려있는 건 이 세상 전체이고, 모 두의 목숨이다. 그 무게를 혼자 짊 어질 수 있는 세이버는 없다.”
테톤의 말에 고개를 숙인 에이미 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반항했 다.
“……에요.”
“뭐?”
테톤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거 구의 사내가 인상을 찡그리니 위 압감이 엄청났다. 그러나 에이미는 밀리지 않고 맞섰다.
“아니에요! 혼자가 아니라고요! 파티장님도 있고 이사벨도 있고, 크리스도 있고…….”
말을 쏘아대던 에이미는 풀이 죽 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희들은 세이버고 파티잖아 요. 항상 동료들이 있다고요…….”
에이미의 말에 테톤이 입을 다물 었다. 디자이어의 대장인 이시스를 버린 것이 바로 에이미가 말한 동 료였다. 평소의 테톤이라면 절대 믿지 않는 단어. 그러나 에이미가 뱉은 동료라는 말은 테톤에게 한 없이 무거웠다.
에이미의 목소리와 행동에선 파 티원들을 향한 티 없이 맑은 신뢰 가 느껴졌다. 자신들과 다르게 한 점의 거짓이나 위선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동료라, ……그렇군.”
테톤이 말을 중얼거렸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 덧 씌워졌다.
[그리고 테톤……, 누나는 괜찮으 니까. 걱정하지 마! 항상 곁에는 동료들이 있잖아?]테톤이 씁쓸하게 웃었다. 에이미 를 보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더욱 이상 한 건 에이미의 작은 키와 핑크빛 머리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어쩐 지 테톤은 누나를 떠올리고 말았 다.
정말이지 신기한 일.
그래서 테톤은 변덕을 부렸다.
“좋다. 그럼 내기를 하지. 네가 믿는 동료의 유대를 걸고 말이야.”
에이미의 진심이 세계를 구할 기 회를 만든 것이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