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08)
내 전생은 최강검신-307화(308/325)
3구역의 흉괴산(凶怪山)
9급 게이트가 만든 을씨년스러운 산속에서 지엔은 수많은 괴물을 쓰러트렸다. 머리가 셋이 달린 곰, 하늘을 나는 늑대, 무한하게 증식 하는 뱀, 그러나 흉괴산의 진짜 무 서움은 산을 지키는 괴수들이 아 니었다.
지이잉!
흉괴산 전역에 퍼진 결계와 진법.
태고의 주술사가 죽음으로 걸어 둔 금제는 산속에서 모든 마나와 이능을 제한시켰다.
흉괴산에서 가능한 힘의 발현은 기껏해야 마도구를 소환하는 정도, 세이버들에겐 아주 위협적인 결계 였다.
‘……역시 9 급의 마나인가. 구역 속의 결계까지 모두 현실에 구현 해 내다니.’
흉괴산의 정상에서 지엔이 생각 했다. 오직 마나와 마도기에만 의 존하는 세이버였다면 흉괴산은 절 대 공략할 수 없는 지옥의 땅이었 다.
그러나 혼자 이렇게 빠른 시간 내에 공략이 가능했던 건, 현존하 는 세이버들 중 가장 뛰어난 검술 을 가진 지엔만이 가능한 활약이 었다.
쿠우웅!
반으로 갈라진 거대한 괴수가 땅 을 향해 쓰러지자, 지엔은 검을 거 두었다. 그리곤 타오르듯 검은색 마나를 뿜는 마나 구체를 바라보 았다.
‘이걸로 2개.’
디자이어의 계획을 막기 위해, 메 티스의 말대로 세이버들은 마나구 체를 최대한 많이 없애야 했다.
연락망을 통해 들은 정보로는 블 루마와 현역 세이버팀이 힘을 모 아 덴쟈라 숲의 구체를 1개 없앴 고, 이제 지엔이 흉괴산의 구체를 없애면 총 2개를 공략한 셈이었 다.
모든 세이버들은 줄어드는 시간 만큼 빠르게 공략에 도전하고 있 었다.
하지만 현역 세이버들 중 대부분 이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투입됐 고, 9급 게이트의 마나로 생성된 구역들은 공략 난이도가 엄청 났 다.
스윽.
지엔이 구체 안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그 다음 손 아귀에 힘을 주자 거대한 파동이 퍼져나가더니, 유리가 깨어지듯 세 상에 균열이 생겼다.
팟! 쩍! 쩌저적!
‘ 공략완료.’
디자이어가 최악의 빌런이라면 지금의 지엔은 센트럴 전체를 통 틀어 최강의 세이버였다.
마왕성 근처.
어둠이 짙게 깔린 숲.
저벅저벅 걷고 있는 크리스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괴로웠다. 세 계가 걸린 전투. 그것만으로도 어
깨가 무거웠지만, 크리스에겐 그 이상의 짐이 있었다.
“릴린.…-.”
크리스는 릴린을 성에 두고 온 이후 계속 마음이 불편했다. 아니, 이 모든 상황이 불편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죽은 릴린을 게이트 의 미지로서 다시 만났지만 크리 스는 직접 세계를 닫아야 했다.
괴롭지만 릴린을 없애고, 원래 세 계를 되찾아야 한다.
정말이지 게이트는 잔인했다. 운 명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스러운 선 택을 계속 강요했다.
“……근데 이게 다 너희 때문이잖 아. 안 그래?”
크리스가 구체 밑을 바라보며 말 을 했다. 거기엔 디자이어의 4번 인 시셀라가 서 있었다.
“그래. 맞아.”
시셀라의 하얀 단발이 달빛을 반 사했다. 시셀라의 단호한 포커페이 스는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너흰 정말, 9급 게이트가 무 서워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진 짜 그게 전부야?”
크리스의 질문에 시셀라는 카드 를 섞었다. 시셀라의 시선은 오롯 이 섞이고 있는 카드를 향해 있었 다.
시셀라는 크리스 따위는 안중에 도 없다는 듯 5장의 카드를 뽑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궁금해?”
“그래.”
눈을 가늘게 뜬 크리스가 머리를 풀었다. 2구역에 다녀온 이후 줄 곧 묶고 있던 머리끈은 릴린이 준 선물이었다.
무려 게이트의 보상으로 택한 물 건. 다른 사람들은 하찮게 생각할 지 몰라도, 크리스에겐 소중한 물 건이었다. 그렇게 머리끈을 포켓에 넣은 크리스가 단검을 쥐자.
시셀라는 5개의 카드를 부채처럼 쥐더니 느릿하게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없어. 대신 싫어 하는 건 있지.”
시셀라가 비릿하게 웃었다. 카드 의 점괘가 시셀라의 마음에 든 모 양이었다. 시셀라는 모처럼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을 덧 붙였다.
“난 말이지, 지금의 세상이 싫어.”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시 셀라는 결과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정말이지 지루함의 연속.
결과는 정해져 있고, 오롯이 운명 을 따라 흐른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모자람 때문에 동 료들이 죽었다는 걸 인정하게 되 면, 결국 마음속에선 의심이 생기 고 말았다.
내가 조금 더 강했다면?
자신의 실수가 아니었다면?
시셀라는 주변의 죽음으로 계속 해서 괴로워졌다. 죽어가는 동료 들, 결국 불치병으로 죽고 만 남동 생을 떠올리며 시셀라의 고통은 줄지 않았다. 모든 것이 운명이라 고 믿지 않으면 시셀라는 구원받 을 수 없었다.
세상의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고,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순리대로 흐른다고 믿어야 했다. 그렇게 생 각해야했다.
“현실은 재미가 없거든. 쾌감 따 윈 없는 싸구려 각본에, 개연성 없 는 사건들로 등장인물들을 괴롭히 지.”
시셀라가 카드를 내보였다.
그녀가 내보인 카드는 죽음 (Death).
스으으윽!
시셀라의 등 뒤에 낫을 든 사신 이 나타났다.
“……그럴 바엔 난 차라리 세상을 통제하고 싶다 생각한 거야.”
시셀라가 사신에게 낫을 건네 받 았다. 감각을 익히기 위해 시셀라 가 공중에 낫을 휘두르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려 퍼 졌다.
부웅!
“각본가? 정말 미쳤군. 겨우 그딴 생각 때문에 세상을…….” 크리스가 인상을 찡그리자. 시셀 라는 고개를 비스듬하게 틀며 웃 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봐.”
시셀라가 반대편 손으로 카드 4 개를 공중에 흩뿌렸다.
마도기. 카드 구현화.
시셀라가 7급이 되며 새롭게 얻 은 능력이었다. 카드가 공중에서 사라지며 마나를 뿜어냈다.
그러자 카드의 상징들이 시셀라 의 뒤에서 무기로 바뀌었다.
‘ 저건…….,
무기를 본 크리스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 또한 세이버로서 시셀라가 닿은 7급의 경지가 얼마 나 강한지는 잘 알았다.
지금의 시셀라는 위험하다며 크 리스의 직감은 온몸을 향해 경고 하고 있었다.
움찔.
크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 러나자, 시셀라는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직접 각본가가 되어서, 누구보다 재밌는 세상을 만드는 거야. 그것 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 있어?”
지이이잉! 스윽!
사신의 낫에서 보라색 마나가 퍼 져 나오며 시셀라는 땅을 박차고 크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쩌엉! 콰각! 지이이이잉!
“큭, 으윽!”
크리스는 시셀라의 공격을 단검 으로 막아냈지만, 시셀라의 낫은 찢어질 듯 소리를 내며 맞닿은 단 검을 울렸다.
피식.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시셀라가 크리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죽어.”
쩌억!
마나를 흡수하는 단검.
아티팩트인 블루레이크가 금이 가며 부서졌다.
“큭!”
사신의 낫이 가진 효과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밤바다처럼 아름답 던 블루레이크는 녹이 슬며 부식 이 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뒤로 물러난 크리스가 단검을 보 며 중얼거리자, 시셀라는 여유롭게 낫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입을 열 었다.
“데스 카드로 만들어낸 무기의 효 과는 죽음. 그게 살아있는 생명체 든 물건이든 상관없지. 데스 카드 가 앗아가는 건 대상의 수명이니 까.”
시셀라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평소의 차가운 인상과 달리, 그녀 는 지금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정말이지 드문 일이었다.
“도망가지 않네?”
크리스는 시셀라의 말에 풋- 하 고 웃더니 자신의 장갑을 입을 이 용해 벗겨냈다.
“장난쳐? 목숨을 거는 건, 밥 먹 는 것보다 익숙해.”
“그래? 보기보다 터프하군.”
“어, 그런 말 많이 들어.”
타앗
말을 끝낸 크리스는 맨손으로 달 려들었다. 하지만 낫을 든 시셀라 를 상대로 거리를 좁히는 건 힘들 었다.
엄청난 속도로 휘두르는 낫은 거 리까지 길었다.
‘다행이야. 눈이 아니었다면…….’ 물론 마도기를 발동한 크리스의 눈에는 모든 공격의 궤도가 훤히 보였다. 어떻게 보면 상성이 좋았 다.
휘두르는 낫만 조심하면 데미지 를 입을 일은 없었다.
시셀라는 마음대로 전투가 풀리 지 않자. 자신의 뒤에 펼쳐진 다른 무기를 집었다.
데빌 카드로 만들어낸 악마의 건 틀렛이었다.
크극!
낫 대신 건틀렛을 장착한 시셀라 의 팔이 변했다. 건틀렛을 장착한 주변에 보라색 핏줄이 돋으며 징 그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잘 생각해. 카드는 네 죽음을 예고했고, 운명을 거스를 순 없 어.”
그렇게 말한 시셀라가 주먹을 쥐 자, 보라색의 마기가 크리스의 옆 에서 터져 나왔다.
퍼엉!
폭발에 휘말린 크리스의 몸이 데 굴데굴 구르자. 공중으로 도약한 시셀라가 크리스에게 주먹을 내려 쳤다.
쩌어어억! 건틀렛의 파워에 갈라지는 땅.
이미 크리스는 공격을 피했지만 충격의 여파에 몸이 흔들렸다.
‘저, 저딴 무식한…….,
거리를 벌린 크리스가 인상을 찡 그리자, 시셀라는 여유롭게 건틀렛 을 벗었다. 그리곤 새로운 무기를 집어들었다.
“이번 카드는 태양이란다.”
그렇게 말한 시셀라가 하얀색 검 을 치켜들자, 환한 빛이 세상 전체 를 감싸버렸다.
마치 1구역의 섬광탄을 맞은 기 분이었다. 아니, 효과는 그 이상이 었다. 섬광탄도 크리스의 마도기를 막을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셀라가 검을 치켜들자 크리스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지금 상태에서 천리안이나 투시 를 발동한다면 눈의 피로를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상성이 불리하잖아.’
지금 크리스에게 허락된 유일한 감각은 소리였다. 크리스는 오직 소리에 의존해서 시셀라의 움직임 을 좇았다.
어디지? 뒤? 아니면 앞?’ 하지만 소리만으로 시셀라의 움 직임을 예측하는 건 힘든 일이었 다.
지엔처럼 감각극대화 스킬은 있 어야 가능한 전략이었다.
부스럭.
그때 바닥에서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가 나자, 크리스는 땅을 박차 며 손을 뻗었다.
‘앞이다!’
그런 크리스의 옆에서 비웃는 소 리가 들려왔다.
“아깝네. 그 옆이었어.”
파악!
크리스의 배에 뜨거운 감각이 느 껴졌다. 시셀라의 검에 배를 찔린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태 양 카드의 빛 때문에 크리스는 시 셀라의 위치를 찾을 수가 없었다.
“크으윽!”
배를 움켜쥔 크리스가 괴로워하 며 물러섰다.
‘……붉은 번개만 맞출 수 있다 면.’
크리스가 3구역에서 벼락을 잡아 내고 얻은 뇌전의 힘. 그 힘만 적 중시킬 수 있다면 크리스는 역전 을 잡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붉은 벼락의 힘은 마나로 발동하는 힘이 아니었다. 체내에 모아둔 뇌전의 힘은 하루에 방출 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었다.
‘……기회는.’
크리스가 눈을 감고 집중했다.
크리스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다 양한 소리는 계속 집중을 방해했 다.
시셀라의 수작이 분명했지만 크 리스는 이를 꽉 깨물고 더욱 감각 에 집중했다.
‘한번이 야.’ 쿠르릉! 콰앙!
크리스의 손에서 마나가 뿜어지 자. 하늘에서 내려친 붉은 벼락이 오른손에 깃들었다.
파직, 파지지직!!
오른손에 깃든 마나는 거칠게 스 파크를 튀겼다. 만약 공격이 적중 하지 않으면 크리스의 목숨은 그 걸로 끝.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크리스는 웃기 시작했다.
“정말 바보 같아.”
크리스의 이상한 행동에 시셀라 가 인상을 썼다. 하지만 크리스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날 찔렀으니…… 위치를 알 수밖 에 없잖아.”
탓! 파자자자작!
정확하게 시셀라에게 뛰어든 크 리스의 오른팔이 붉은색 번개를 내뿜었다. 크리스의 팔은 시셀라의 배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컥, 너억!”
눈을 크게 뜬 시셀라가 피를 내 뿜으며 소리치자. 크리스는 어느 때보다 차갑게 조소했다.
“피 냄새가 진동을 한다고.”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