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09)
내 전생은 최강검신-308화(309/325)
어둠으로 가득 찬 숲.
전격을 날린 크리스가 뒤로 물러 나자, 시셀라의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하늘을 향해 마나가 휘날렸 다.
시셀라의 뻥 뚫린 배에선 울컥거 리는 피와 함께 엄청난 양의 마나 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쿵!
“쿨럭! 크으윽!”
몸이 기울어진 시셀라가 피를 뱉 으며 쓰러졌다. 쓰러진 시셀라는 공포에 질린 채 안색이 창백해졌 다.
“아, 아니야! 난 아직, 난 아직 지 지 않았어! 싸울 수 있어!”
그 다음 공포에 질려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이상한 시셀라의 행동에 크리스가 인상을 찡그렸다.
시셀라가 그토록 두려워한 이유 는 따로 있었다.
“아직 아니, 아아악!!”
하늘을 향해 소리치는 시셀라의 비명. 곧 이어 그녀의 등은 뱀 모 양의 빛을 뿜어냈다.
사아악!
3구역의 주술인 뱀의 낙인.
시셀라는 자신의 몸에 고대급 아 티팩트로 주술의 힘을 새겨 넣었 다. 그 덕분에 7급 세이버의 경지 에 닿을 수 있었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뱀의 낙인은 엄청난 힘을 주지만, 언제나 몸에 숨어 주인을 집어삼 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살, 살려줘! 살려줘어어!”
자신의 머리를 감싼 시셀라가 괴 로움에 몸서리쳤다. 점점 검은색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시셀라의 몸. 크리스는 너무나 잔인한 광경 에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대체 왜 저렇게 까지…….”
크리스가 질끈 감은 눈을 뜨자. 그곳에 시셀라는 없었다. 남아 있 는 건 오직 그녀가 지키고 있던 검은 구체였다. 느릿하게 눈을 뜬 크리스는 말없이 구체를 바라봤다.
‘이걸 파괴하면…….’ 적어도 마왕성의 주변 구역은 전 부 현실로 돌아올 게 분명했다. 하 지만 크리스는 쉽사리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릴린은…….”
말을 뱉은 크리스가 괴로운 얼굴 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무리 다 른 공간의 다른 시간의 등장인물 이더라도 릴린은 크리스에게 의미 가 달랐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크 리스를 위했고, 자신을 구하기 위 해서 목숨까지 던졌다. 크리스는 그런 릴린을 자신의 손 으로 직접 없애버려야 했다. 둘의 흔적과 마찬가지인 2구역과 함께 송두리 채 날려버려야 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구체를 향해 느릿하게 뻗는 손.
크리스는 멈출 수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오기까지 크리스에겐 자신 을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저 하위권에 불과했던 크리스 를 믿어준 지엔이 있었고.
언제나 자신을 격려해준 동생들 이 있었으며, 부족한 자신을 동료 로서 인정해준 이사벨이 있었다. 점점 손을 뻗으며 크리스가 입술 을 질끈 물었다. 이가 닿은 곳에선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움직이던 크리스의 손이 멈췄다.
크리스는 어느 때 보다 괴로운 얼굴로 흐느꼈다.
“못 하겠어…….”
괴로워하는 크리스를 보며 나무 뒤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크리스?”
떨리고 있는 익숙한 목소리.
크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릴린?”
“방금 전의 전투는 뭐야? 그리고 그 힘은 대체…….”
우연히 지켜본 크리스의 힘은 릴 린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뒤늦 게 온 릴린이 볼 수 있었던 건 오 직 크리스가 가진 벼락의 힘.
영문 모를 상황에서도 릴린은 괴 로워하는 크리스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응? 무슨 일이야? 그리고 울긴 왜 울어?”
“나, 나 그러니까, 윽, 흐윽…….” 크리스는 릴린의 위로에 감정이 북 받친 듯 소리까지 내며 흐느꼈 다.
놀란 릴린은 크리스를 품에 안고 천천히 등을 토닥여주었다.
“에이, 뚝! 너 우는 건 처음 본다. 엄청 심각한 상황이구나?”
“……내가 말했지, 릴린?”
“ 뭘?”
릴린이 웃으며 대답하자. 크리스 는 릴린을 껴안은 팔에 꽈악- 더 욱 힘을 넣었다.
“이 모든 현실이 가짜고, 거짓이
라도…… 상관없냐고 물었잖아.”
릴린은 크리스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크리스에겐 현실의 기억이 있었지만 릴린에겐 2구역의 기억 이 있었다. 나름의 이야기로 각자 의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크리스 는 릴린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 었다.
“릴린, 넌 가짜야. 아니, 이 모든 세상이 가짜야. ……전부 현실이 아니라고.”
“……그렇구나.”
릴린이 대답했다.
릴린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크리 스를 보며 웃었다. 크리스는 그 모 습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 다.
“……이게 아무렇지 않아?”
“응? 그냥 이러고 있으니까. 실감 이 안 나서. 너무 좋잖아?”
“난,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온 거야. 마왕성도 너도 전부 사라 진다니까?”
크리스가 인상을 쓴 얼굴로 소리 치자. 릴린은 상냥한 목소리로 말 을 덧붙였다
“근데 그럼 왜 슬퍼하고 있어?”
“ 그건…….”
“가짜인 걸 알면서도 나랑 헤어지 는 게 슬픈 거지?”
릴린의 말에 크리스는 고개를 끄 덕였다. 릴린은 그 모습에 씁쓸하 게 웃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2 구역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음 에도, 릴린은 크리스의 말이 진짜 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리스의 눈을 본 순간 모든 것 이 전해졌다. 자세한 이유 같은 건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의 직감이었다.
“바보. 가짜인 걸 알면서도 사랑 하다니, 크리스 넌 정말 다정하구 나?”
릴린이 크리스의 손을 잡았다.
맞닿은 손에서 전해진 마나를 통 해 릴린은 크리스의 기분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크리스, 네 소중한 걸 지 켜야지. 네가 했던 말을 기억해?”
“……뭔데?”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버리는 건 바보라고 했잖아.”
릴린의 말에 크리스가 기억을 더 듬었다. 그건 크리스가 릴린을 아 스모데우스에게 구해주며 한 말이 었다.
릴린은 크리스와 맞잡은 손을 천 천히 구체를 향해 집어넣으며 말 했다.
“가짜인 나 때문에, 네가 소중하 게 여기는 진짜 사람들을 버리진 마.”
릴린의 말에 크리스는 또 울상을 지었다. 바보 같은 표정이었지만 크리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상황에 왜 그렇게 덤덤할 수 있는 거야? 네가 알던 전부가 사 라진다니까? 당연히 너도 나도… 다시는 못 만나는 거라고…….”
괴로워하는 크리스의 모습에 릴 린은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응. 난 네가 얼마나 날 소중히 여기는지 알았으니까 그걸로 됐 어.”
크리스의 손에서 요동치는 마나 의 파동이 느껴졌다. 그건 덧씌워 진 마계를 유지하는 근원이자 모 든 것이었다. 그 근원 중에는 당연 히 릴린도 있었다. 크리스는 자신 을 구해준 릴린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야 했다.
그런데도 릴린은 모든 상황을 이 해해주었다.
“대신…… 다음 생에는 알지?”
“……무슨, 마족이 전생을 믿냐?
“얼른 대답해줘.”
릴린의 말에 크리스는 하려던 말 을 멈췄다. 그리고선 기억을 더듬 으며 누군가 해주었던 말을 떠올 렸다.
“……좋아. 다음 생에는 내가 먼저 다가갈게.”
“그리고?”
“……네가 힘들어하면 위로해주고, 슬퍼하면 같이 울어 주고. 외로울 땐 지금처럼 꽉, 껴 안아줄게. 어 때, 괜찮지?”
크리스의 씁쓸한 미소에 릴린은 환하게 웃었다.
“후훗, 어쩜 나랑 생각이 같을까? 정말 우린 운명이라니까.”
크리스는 구체에 넣은 손아귀에 힘을 꽉 주었다. 바스러지는 소리 와 함께 구체가 깨졌다.
사아악! 쩌적!
주변의 풍경들은 풍화되며 사라 지고 있었고, 공간에 생긴 균열은 세계 전체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원래의 현실이 돌아오는 것이다. 크리스는 사라지는 릴린을 보며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환 하게 웃어주었다.
“그래, 운명인가 봐.”
아카데미의 열등생에 불과했던 크리스가 인류 최강의 빌런 단체 인 디자이어의 단원을 이긴 순간 이었다.
4구역. 얼음마녀의 보금자리였던 아이스 캐슬. 공기마저 얼어붙을 듯 추위가 강한 곳이었지만 프리 우스가 만들어내는 얼음은 더욱 차가웠다.
마도구인 지팡이로 만들어내는 냉혹한 한기. 프리우스는 쿠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역시 강하구나.”
“으윽…….”
쿠아는 바닥을 짚으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쿠아는 프 리우스의 뒤에 있는 파란색 얼음 구체를 파괴해야 했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구역을 지키는 보스였다면 차라 리 나았겠지만 프리우스는 세이버 였다.
아티팩트를 흡수해서 7급의 경지 를 가지고 있었고, 베테랑의 경험 으로 쌓은 노련한 데이터가 있었 다.
“……아티팩트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패배했을 수도 있겠어.”
프리우스가 말했다. 쿠아는 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바보 같아요! 왜!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9급 게이트에 도전하지 않는 거죠?”
“8급 게이트가 인류가 성공한 마 지막 공략의 기록이었다. 지금보다 도 훨씬 강한 세이버들이 존재했 던 세대지.”
프리우스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강했던 에반 크로우의 공 략대도 8급을 공략하며 희생했다 는 걸, 그런데 지금의 세이버들로 9급을 공략하는 건 불가능한 말이 었다.
그러나 쿠아는 인정하지 않았다.
“……저희들이! 그리고 파티장님 이 해내실지도 모르잖아요!”
도전조차 하지 않고 패배를 받아 들인 노블레스를 이해 할 수 없었 다.
“나조차도 이기지 못하는 네가. 9 급 게이트를 공략한다고? 만약 너 희들이 실패로 현실에 9급 게이트 의 근원이 구현되면?”
프리우스는 그런 쿠아에게 날카 로운 지팡이를 들어 목에 겨눴다.
“그 책임은 어떻게 질 생각이냐. 용기만으론, 의지만으론, 마음만으 론, 안 되는 일도…… 있는 거다.”
“……그건 당신들의 말은 전부 거 짓말이고, 위선이에요. 그냥 겁이 나서 도망칠 뿐이잖아요?” 반박하는 쿠아에게 평소의 활발 했던 모습은 없었다. 쓰러진 쿠아 는 지팡이를 무시한 채, 몸을 일으 키며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프리 우스를 몰아쳤다.
“그건 전부. 책임이라는 변명으 로, 빠져나가는 것일 뿐이에요. 정 말 책임을 진다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도망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주저앉은 쿠아가 피로 물든 머리 카락을 뒤로 넘겼다. 쿠아는 책임 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파티장 인 지엔은 원래 꼴등에 불과했지 만 천재라 불린 루시아를 이기고, 디자이어를 상대로도 도망치지 않 았다.
모든 학생들은 지엔의 행동을 이 해할 수 있었다. 그게 세이버의 책 무니까. 불가능한 상황조차 도전을 하고, 결국 이루어 내는 것.
그게 쿠아가 생각한 책임이었다.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패배한 당 신들은 책임이라는 단어를 꺼낼 자격도 없어요.”
언제든 쓰러질 수 있는 모양새였 지만 쿠아는 이를 꽉 깨물며 악으 로 소리쳤다.
“내가 볼 때, 무책임한 건 파티장 님이 아니라! 당신들이야!” 파아악!
외침과 함께 터져나온 마나가 혹 한의 안개를 흩뿌렸다. 쿠아의 모 습이 사라지자. 프리우스는 재빠르 게 마나로 파동을 일으켰다.
부우웅!
그러나 쿠아가 남아 있던 자리엔 오직 피를 흘린 흔적밖에 존재하 지 않았다.
팟!
기척으로 위치를 파악한 프리우 스가 고개를 들었다.
장신의 키, 길게 흩날리는 머리카 락. 미청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남자.
성인이 된 쿠아는 차가운 시선으 로 프리우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2차전 시작이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