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10)
내 전생은 최강검신-309화(310/325)
온갖 묘비들이 세워진 죽음의 땅.
새카맣게 보이는 숲은 시야를 방 해하는 검은 안개와 시체들이 썩 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방금 전만 해도 도시였다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풍경, 데모나는 트리칸을 올려다보았다.
원로회의 일원인 트리칸은 지긋 한 나이 때문인지 뼈에 피부가 달 라붙어 보기 좋은 몰골은 아니었 다.
“끌끌. 이름이 데모나라고 했지? 너희들의 활약이 우리 원로회에 얼마나 보고가 들어오는지, 원. 이 름까지 외워버렸구나.”
트리칸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 만 데모나는 말이 없었다. 대신 거 대한 도끼날을 세워 할버드를 겨 누었다.
쿠웅!
동시에 땅에 진각을 구르며 기선 제압을 하자. 트리칸은 데모나의 공격적인 태도에 코웃음을 쳤다.
“악당과 대화는 필요 없다는 건 가. 끌끌! 나도 참 우습게 보였군. 세상을 지키는 센트럴, 그것도 원 로회의 일원이었는데 말이야.”
데모나는 트리칸의 말을 듣더니 할버드를 내려놓았다.
푸욱!
할버드가 부드러운 흙에 박혀버 리자, 데모나는 그제야 고개를 저 으며 팔을 엑스자로 교차했다. 트 리칸은 그런 데모나의 행동이 신 기한 모양이었다.
“그건 무슨 의미지?”
트리칸의 질문에 데모나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 리곤 아주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당신은 세이버 아니야.”
데모나의 작은 입술이 움직이며 말이 흘러 나왔다. 마치 감정이 없 는 인형 같았다.
트리칸은 지팡이를 흙에 푸욱 꽂 아 넣더니 소매를 걷어 올리며 손 등을 내보였다.
“그 말은 인정하기 힘들군! 난 세 이버다. 이 손등에 새겨진 성흔이 바로 그 증거지.”
하지만 데모나는 인정하지 않았 다. 대신 이번에도 작은 고개를 설 렁설렁 흔들며 반박했다.
“……세이버는 시민들을 지켜. 테 러같은 짓 하지 않아.”
트리칸은 데모나의 말에 호탕하 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또한 시민들을 위한 일이라 는 걸 왜 모르지? 이 모든 게 다! 9급 게이트를…….”
“아니야.”
트리칸의 말을 데모나가 도중에 끊었다. 데모나는 트리칸을 똑바로 노려다 보며 말을 이었다.
“세이버는 자신을 희생하고 세상 을 위해 싸우는 사람. 당신은 자기 욕심을 채울 뿐이야.”
데모나는 지금까지 참았던 말문 이 터진 듯, 능수능란하게 말을 했 지만 트리칸의 반응은 여유로웠다.
“그래?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 지? 9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인 류를 구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다. 우리가 아니라면 인류는 멸 망…….”
“궤변.”
데모나는 이번에도 고개를 살랑 살랑 흔들었다.
“인류는 강해. 언제나 위험을 딛 고 살아남는 건 우리 방식이 아냐. 그 어떤 세대의 세이버도 당신들 처럼 겁을 먹고 가짜 세계로 도망 치진 않았어.”
데모나는 말을 안 할 뿐, 제법 말 을 잘했다. 원로회인 트리칸이 오 히려 기세에서 밀릴 정도였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데모나 에게 몰아세워지자. 트리칸은 괜히 소리를 질렀다.
“닥쳐라! 이게 모두를 위한 길이 다! 가짜가 뭐가 나쁘다고!”
데모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초 연한 얼굴로 충격적인 말을 했다.
“대머리.”
“뭐, 뭐라?”
트리칸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묻자, 데모나는 친절하게 트리칸 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 넣었다.
“역시 대머리. 성격이 나빠.”
“그! 그게 무슨! 이런 무례한!”
트리칸이 지팡이를 꺼내 길길이 날뛰자, 데모나는 졸린 듯 하품을 하더니 눈을 만지작거리며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분명 가짜 세계에서도 머리카락 을 자라게 해달라는 시답잖은 소 원이나 빌겠지.”
데모나는 차분하게 트리칸의 인 격을 죽이고 있었다. 세이버이자 원로회의 일원인 트리칸도 탈모로 빠진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가, 그딴 소원을 빈다고!”
트리칸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호 통을 쳤지만 누가 봐도 데모나의 완벽한 승리였다.
“내가 아티팩트를 모두 사용하더 라도! 네년은 가만두지 않겠다!”
결국 트리칸은 계속 화를 냈지만 이번에도 데모나의 대답은 너무나 심플했다.
“대머리.”
“내 어떻게든 본때를…….”
“대머리.”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대머리.”
데모나는 트리칸을 끝까지 집요 하게 괴롭혔다. 그건 단순히 트리 칸의 기분을 나빠지게 만들 요량 은 아니었다. 데모나는 3구역의 소림사에서 금강타를 배우며 금강 대사에게 가르침을 들었다.
[감정은 기세를 만들고, 기세가 곧 승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즉, 상대의 감정을 다스리 면 기세를 다스릴 수 있고.] [기세를 다스리면 당연히 승리를 다스릴 수 있음이라.]지금 데모나는 누가 뭐라 해도 트리칸의 감정을 다스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죽여주마! 깨어나라! 지옥의 군단이여!”
분노에 찬 트리칸이 쩌렁하게 소 리치자. 흙바닥이 갈라지며 언데드 군단이 기어 나왔다.
트리칸은 눈을 부릅뜨며 데모나 에게 소리쳤다.
“끌끌! 이게 바로! 아티팩트의 힘 이다!”
그 다음 트리칸은 마도구인 지팡 이를 이용해 버프를 걸었다.
마도기, 스피릿 링크.
이건 소환물의 영혼을 엮어 능력 치를 증폭시키는 마도기였다. 아티 팩트인 [언데드의 땅]으로 소환된 망자들과 마도구인 스피릿 링크의 조화.
“그르르륵!”
강력해진 언데드들이 엄청난 속 도로 달려들자. 데모나는 놓았던 할버드를 잡고 자세를 낮췄다.
그리곤 기괴하게 생긴 언데드들 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 다.
“대머리 특징.”
씨익.
무표정했던 데모나가 트리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할 버드를 휘두르며 말을 덧 붙였다.
“말이 많음.”
괴력난신(怪方亂神)
새롭게 얻은 데모나의 스킬.
데모나의 붉은 기운이 스며들더 니 마족처럼 오른 팔의 피부가 붉 게 물들었다. 지금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단 한 순간.
그러나 데모나는 할버드를 휘두 르기만 하면 되니 그걸로 충분했 다.
부웅! 콰과광!
멋들어지게 휘두른 할버드의 여 파가 땅을 휩쓸었다. 스켈레톤의 몸이 박살이 나고, 해골로 된 머리 가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다. 해골
마와 함께 분쇄된 데스나이트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말 그대로 전멸.
일격으로 언데드 군단을 싹쓸이 한 데모나는 탁탁- 소리가 나게 손을 털었다.
“말이 적은 사람 특징.”
그리곤 보란 듯 트리칸을 향해 도발의 말을 꺼냈다.
“멋있음.”
마녀의 보금자리. 아이스 캐슬.
프리우스는 구체를 지키기 위해 지팡이를 들고 분투했지만 변신한 쿠아의 움직임은 너무나 빨랐다.
탓! 타닷!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쿠아는 프 리우스를 향해 장갑을 낀 주먹을 휘둘렀다. 반면 프리우스는 쿠아의 주먹을 앞쪽에 얼음을 만들어 막 았다.
쩌억! 쩡!
주먹이 막힌 쿠아는 프리우스를 보며 냉소를 지었다.
“……얼음을 다룰 수 있는 건, 너 만이 아니야.”
얼음의 정령왕, 아이시클.
쿠아는 냉기의 힘을 다스리기 위 해, 시험의 구슬에서 3년의 시간 을 끔찍한 냉기 속에서 보냈다.
3년동안 지속된 추위는 몸은 물 론이고, 쿠아의 감정조차 얼어버리 는 추위였다.
쿠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3년 뒤의 자아를 봉인시킨 건, 나를 지키기 위한 아이시클의 배려였지.’
결계 속에서 3년을 지낸 쿠아.
그 무감각한 감정에 동화될수록. 쿠아의 본연에 성격은 점점 닳아 버리고 자아를 잃어버릴 게 분명 했다. 그러나 쿠아는 상관없었다.
쿠아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적어 도 이번 한 번 정도는 기꺼이 자 신의 감정을 제물로 바칠 수 있었 다.
사아악!
쿠아가 오른손에 힘을 불어 넣자. 프리우스가 발밑에서 물이 넘쳐흐 르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놀란 프리우스가 벗어나려고 하 자. 쿠아는 왼손을 꽉 쥐었다.
쩌억!
동시에 엄습한 냉기가 프리우스 의 발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물론 발이 얼어붙어도 프리우스는 지팡 이를 휘두를 수 있었다.
“블리자드!”
프리우스가 다급하게 외치며 마 도기를 사용하자, 천장 근처에서 만들어진 얼음송곳이 비처럼 쏟아 졌다.
짜악! 하지만 쿠아가 합장을 하자. 얼음 들은 모두 공중에서 가루가 되어 터져버렸다.
“큿…….”
순식간에 마도구가 파훼되자, 프 리우스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인상을 쓰며 입을 열었다.
“학생이 7급에 가까운 힘을…….”
“그게 신기해?”
짧은 한마디.
쿠아는 대답과 함께 얼음창을 잡 아 프리우스에게 던졌다.
파악
얼음에 팔이 꿰뚫린 프리우스가 피를 흘리자. 쿠아는 차가운 얼굴 로 말했다.
“우린 너희와 마음가짐이 달라.”
사아악!
다시 두꺼운 얼음창이 생겨났다.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우린 모든 걸 걸었고, 지금의 난 과거의 맹세나 마찬가지다.”
변해버린 쿠아는 자아를 잃고, 감 정이 마모되더라도 세계를 지키겠 다는 의지의 결실이었다.
“그저 책임을 회피하고, 어중간한 각오로 임하는 너희완 시작점이 다르다.”
사아아아악!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는 얼음창이 수없이 만들어졌다. 쿠아 의 마나가 허락하는 이상, 얼음은 계속해서 생성되고 있었다.
성인의 모습으로 변한 쿠아의 마 도기는 프리우스의 마도기 전개력 을 훨씬 뛰어 넘고 있었다.
“큭! 자, 잠깐! 항, 항복하겠다!”
달그락!
결국 지팡이를 놓은 프리우스가 양손을 들어 투항을 선언했다.
그러나 쿠아의 마도기는 전개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수 없이 많은 얼음을 만들어냈다.
“누구 마음대로.”
“설마!”
프리우스가 실눈을 찡그리자, 작 았던 눈이 더욱 작아졌다. 물론 예 전의 쿠아라면 투항하는 프리우스 를 살려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성인으로 변한 쿠아는 아 니었다. 디자이어를 막기 위해 지 옥과 같은 3년의 시간을 겪었고, 쿠아의 목적은 누구보다 확실했다.
디자이어의 패퇴.
그런데 프리우스는 센트럴을 배 신하고 디자이어에 붙은 위험인물 이었다. 후에 자신들의 위협이 될 수 있는 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쿠아에게 프리우스는 빌런.
자비를 베풀 이유 같은 건 존재 하지 않았다.
“넌 너의 선택대로, 빌런으로서 죽는 거다.”
“자, 잠깐! 잠깐 기다려라!” 프리우스는 발악하듯 소리쳤다. 지금의 프리우스는 7급 세이버도 아니었고, 자신이 생각한 대의를 위해 일을 벌린 빌런도 아니었다.
프리우스는 그저 구차하게 목숨 을 구걸하고 있었다.
“안쓰럽군.”
차가운 미소와 함께 쿠아가 검지 로 프리우스를 가리키자. 지금까지 만들어진 얼음송곳들이 프리우스 를 향해 쏟아졌다.
팍! 파바바박!
폭사하듯 쏟아진 얼음.
그 위에 또 쏟아진 얼음.
피마저 얼어붙게 만들 냉기에 하 얀 안개가 일렁이고, 곧 아이스캐 슬의 어디에도 프리우스의 형태는 남지 않았다.
“……크윽.”
전투를 끝낸 쿠아가 심장을 움켜 쥐었다. 성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생긴 힘의 과부하 탓이었다.
털썩.
인상을 찡그린 쿠아가 한쪽 무릎 을 꿇으며 쓰러졌다.
사아악!
변신을 유지하던 마나가 몸에서 흩어지며 어느새 쿠아의 몸은 평 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7급 세이버이자 디자이어가 된 프리우스를 상대로 얻어낸 값진 승리.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활약 을 한 쿠아는 아이스캐슬의 차가 운 바닥에서 오랜만의 단잠에 빠 졌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