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11)
내 전생은 최강검신-310화(311/325)
6급 세이버인 블루마는 센트럴의 지원을 통해 현역 세이버들의 사 령탑을 자처하고 있었다.
“3-A 지역 완료됐어?” 자리를 잡은 블루마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하자. 대형 스크린에는 4구역의 풍경이 비춰지기 시작했 다.
파이어 리자드들의 서식지.
케발크라 동굴.
세이버들이 3-A 지역으로 명명 한 이곳에서 5급 세이버가 수신기 를 통해 소리쳤다.
— 예! 3-A 지역! 구체 파괴가 완료됐습니다!
그나마 한숨을 돌린 상황.
블루마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이며 각 지역들을 확인했 다.
“코넷 시티의 시민들을 대피시키 느라…… 너무 시간을 낭비했어.”
현역 세이버들은 게이트의 여파 에서 코넷 시티의 수백만 명의 인 구를 대피시키느라, 엄청난 시간을 낭비했다. 힘을 모아 구체를 공략 중인 지금도 시민들을 대피시킬 인원은 계속 빠듯했다.
사령탑을 맡은 블루마가 계속 한 숨을 쉬자. 잭슨은 블루마의 어깨 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길드장님은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드들도 힘을 써주 고 있지 않습니까.”
“그냥…… 미안해서 그러지.”
블루마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구체를 가장 많이 공략 한 세이버는 다름 아닌 지엔이었 다. 지금 지엔은 학생으로서가 아 닌, 모든 세이버들 중 단연 탑이었 다.
“학생들한테 세계의 미래를 맡기 다니, 너무 무책임하잖아. 안 그 래?”
블루마의 말에 잭슨은 고개를 끄 덕거렸다. 거기다 아르카나와 셀리 아 아카데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 인류는 디자이어의 손에 모 든 가능성을 빼앗겼을 게 분명했 다.
지금 지엔과 파티원들은 단연 모 든 인류의 희망이었다.
“그래도 보답하는 방법은 하나지 않습니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요.”
이해한다며 잭슨이 블루마의 어 깨에 올린 팔을 토닥이자. 블루마 는 잭슨의 팔을 잡아챘다.
“……근데, 이게 어딜 건방지게 길 드장의 몸에 손을 대? 세계가 멸 망한다니까 보이는 게 없어?”
“일단 지금은 공략에 집중하죠. 세계를 구하면 그때 혼나면 되죠 뭐.”
잭슨이 피식 웃자. 옆에서 둘을 구경하던 이렐이 흐뭇해하며 검지 로 코를 스윽 닦았다.
“맞아요! 세계만 구하면 잭슨 선 배를 하루 종일 혼낼 수 있으니까 요.”
“그래. 기도만 하는 건, 우리 성 격이 아니야 그렇지?”
그렇게 말한 블루마는 다시 마이 크를 잡았다.
디자이어의 2번.
테톤은 이시스 다음으로 강한 세 이 버였다. 노블레스를 포함한 센트 럴의 현역 세이버 중, 그 누구를 포함해도 테톤을 이길 수는 없었 다.
그런 테톤과 견줄 수 있는 세이 버는 오직 지엔밖에 존재하지 않 았다.
그런데 테톤은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에이미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어, 동료의 유대를 걸고…… 내기 요?”
에이미가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동료의 유대. 네가 나를 진정으로 설득한다면 이 구체를 넘겨주지.”
테톤이 자신의 뒤에 떠있는 마나 구체를 가리키자. 에이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요!?”
“어디까지나 날 설득했을 때의 이 야기지만. 우리 누나와 달리, 난 기본적으로 동료를 믿지 않거든.”
팔짱을 낀 테톤이 코웃음을 치자. 에이미는 한참 고민을 하더니 입 을 열었다.
“음, 그래도……. 지금은 디자이어 에 들어가셨잖아요? 비록 빌런이 긴 하지만 그분들도…….”
“그들을 동료라고 생각 하냐고?”
테톤이 빙긋 웃자, 에이미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러나 테톤은 디자 이어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았다. 에이미가 말한 유대 같은 건 한 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목표가 같았을 뿐이다. 대 장은 세계를 바꾸려고 했고, 난 그 세상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지. 네 가 말하는 동료 같은 게 아니야.”
테톤의 진중한 목소리에 경청을 하던 에이미는 어느 때보다 조심 스럽게 질문을 했다.
“디자이어가 만들려는 세상이 왜, 그렇게 마음에 드셨어요?”
“그건 말이지…….”
테톤이 에이미를 똑바로 노려보 았다. 지금 테톤의 시선은 사막처 럼 건조했다. 이젠 오래된 기억. 그러나 너무 쏟아버린 탓일지도 몰랐다.
“내가 원하는 건 이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거든.”
“그건…….”
에이미가 놀라자 테톤은 아무렇 지 않다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리 곤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망할 세상이 잖아? 게이트가 튀어나오고, 세이 버는 그걸 공략하다 개죽음을 당 하잖아. 안 그래?”
“그래도…… 시민들을 구하는 숭 고한 일이잖아요…….”
에이미는 테톤의 기세에 말끝을 흘리고 말았다. 테톤은 그런 에이 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숭고하다고? 얼굴도 모르는 놈들 을 구하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게?”
테톤은 어딘가 화가나보였다.
물론 에이미에 대한 분노는 아니 었다. 그냥 지금 테톤이 뱉는 말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오래된 생각 의 일부였다.
“그래서 더 대단한 거에요. 이름 조차 모르는 시민들을 구하기 위 해 목숨을…….”
에이미의 진지한 말에도 테톤은 심드렁했다.
“아니. 개죽음은 개죽음이다. 굳 이 따지자면 아주 멋있게 포장한 개죽음이지. 잘 들어라.”
테톤은 유리 너머의 어딘가를 가 리키며 에이미에게 말했다.
“9급 게이트의 힘으로, 게이트 속 구역들과 우리의 세상이 융합했다. 어떤 시간 축의 어떤 공간인지도 모를 곳들이지.”
말을 하던 테톤이 숨을 골랐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보였지만 말을 할수록 테톤의 감정이 격해 지는 모양이었다.
“게이트는 미지다. 알 수 없는 세 상이고 낯선 땅이지. 나의 하나밖 에 없는 가족은 그런 곳에서 최후 를 맞이했다.”
테톤이 주먹을 꽉 쥐었다. 테톤은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며 분하다 는 듯 말을 했다.
“……지금의 난 7급 세이버가 됐 음에도 우리 누나의 시체조차 찾 을 수 없지.”
“그럼 당신의 목표는…….”
에이미의 흔들리는 목소리.
테톤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질문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내 목표고, 나는 오 직 그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 내가 바라는 건 동료와 유대를 들먹이 며 소꿉놀이를 하는 게 아니야.”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다. 대장은 가장 아끼던 동료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가족이라 믿었던 자에게 버림을 받아 복수를 결심했다. 소중하다고 여겼음에도 정말이지 얄팍한 관계 였지.”
디자이어의 대장, 이시스.
자신을 거두어준 센트럴의 원로 에게 버림받고, 동료이자 연인이었 던 데니스에게 공격을 받았던 여 자.
에이미는 이시스에 대한 이야기 를 듣자, 숨이 턱하고 막혀왔다.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한다면 얼마 나 큰 괴로움을 느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에이미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자. 테톤은 그런 에이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잘 알았겠지?”
이제 대화를 마무리 하고 일어서 려는 테톤. 하지만 에이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하나도 모르겠어요.”
“뭐?”
테톤의 눈썹이 움직였다. 처음으 로 보여주는 공격적인 기세. 그러 나 에이미는 어느 때보다 진지한 눈으로 테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신은 전부 바보취급만 하고 있 잖아요. 소중한 사람까지도요.”
“그게 무슨 말이지?”
테톤이 자리에 앉아 인상을 찡그 렸다. 흉악한 테톤의 모습에도 에 이미는 겁먹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전 누나 분을 본적이 없지만. 이 거 하나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요. 그분께서 지키려고 한 세상이 디 자이어가 만들 가짜 세상은 절대 아니라는 걸요.”
“귀엽게 봐주었더니. 아주 건방지 구나. 네가 뭘 안다고…….”
테톤이 주먹을 쥐며 에이미를 노 려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에이미 의 뜻을 굽힐 순 없었다.
“아뇨. 알 수 있어요. 당신과 달 리 얼굴한번 본 적 없는 시민들을 위해 목숨을 건, 용감한 분이니까 요.”
“그게 무슨 소용이지? 누나는 결 국 죽었다! 어딘지도 모를 미지의 땅에서…….”
“알고 있어요.”
에이미가 테톤의 말을 끊었다. 기 세가 오른 에이미는 테톤에게서 주도권을 꽉 쥐고 놓아주지 않았 다.
“당신이 얼마나 슬퍼하는 지도 이 해할 수 있어요. 그분은 세이버이 기 전에 하나밖에 없는 가족이었 을 테니까요.”
이어지는 에이미의 슬픈 표정.
지금 에이미가 짓고 있는 표정은 그녀의 재능인 연기가 아니었다. 테톤이 가족을 잃고, 느낀 절망을 생각하자 에이미는 절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당신을 용 서할 수 없어요.”
그러나 에이미는 더욱 단호해졌 다. 테톤은 의문섞인 얼굴로 물었 다.
“그게 무슨 말이지?”
“당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바 보 취급만 하고 있잖아요.”
에이미의 추궁에 테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말 을 해보라는 듯 가만히 기다려주 었다.
자신을 혼내는 첫 인물이 쪼그마 한 여학생이라니 테톤에겐 참 신 기한 경험이었다.
에이미는 평소의 활발한 성격은 온데간데없이 진심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분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게이 트가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 고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도 게이 트에 들어가야 했던 이유는 하나 에요.”
“……그게 뭐지?”
에이미의 말에 테톤이 질문을 했 다. 하지만 테톤은 어렴풋이 정답 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위험한 곳을 왜 가?]
게이트로 가지마라며 만류하는 테톤을 보며 누나는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리곤 웃으며 말했 다.
[테톤, 그건 말이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테톤 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말이었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야.]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요.”
그런데 그 대사를 에이미가 말했 다. 테톤은 전혀 닮지 않은 에이미 에게서 누나가 겹쳐 보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키고 싶었던 건, 무엇보 다 부조리한 이 세상이었고. 하나 밖에 없는 동생, 테톤이었다.
“너…….”
이야기를 듣던 테톤이 아득- 이 를 물었다. 처음 보여주는 괴로운 표정이었다.
“괴로운 일에서 도망치고……. 현 실을 부정하는 건 쉬운 일이에요. 괴로운 진실 대신 거짓을 택하는 것도 쉬운 일이에요.”
말을 하는 에이미의 목소리는 조 용하고 나긋했다. 말을 하던 에이 미는 테톤을 보며 웃었다. 언제나 보여주던 밝은 표정이 아닌, 아주 씁쓸한 웃음이었다.
에이미의 말에 테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정말 누나를 보게 된다면 테톤은 누나가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테톤의 누나는 바보가 아니었다.
누구보다 곧은 신념을 가진 사람 이었다. 에이미의 말처럼 그녀를 바보취급 한 건 자신이었다.
“그래, 그렇겠지……. 지금의 목표 는 다시 누나를 보고 싶다는, 순전 히 나의 욕심이니까.”
테톤은 구체를 향해 다가갔다.
“……네 말이 맞다. 가짜를 되살리 기 위해, 진짜의 신념을 짓밟아야 한다니.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밑지 는 장사였군.”
구체로 걸어가는 세 걸음이 테톤 은 정말이지 멀게 느껴졌다.
“그리고 말이다. 역시 난…….”
우뚝.
테톤이 멈춰 섰다.
그리곤 구체를 향해 손을 집어넣 으며 슬픈 얼굴로 웃었다.
“……누나한테, 미움 받을 짓은 못 하겠어.”
테톤이 손아귀에 마나를 불어넣 었다. 그와 동시에 1구역의 풍경 이 무너지며 흩날렸다.
테톤은 지금 자신의 행동으로 어 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이시스의 계획이 이루어질지도, 어쩌면 9급 게이트의 구현으로 세 계가 멸망할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있었다.
“네가 이겼다.”
에이미는 테톤의 설득에 성공했 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