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st life was the strongest swordsman RAW novel - Chapter (314)
내 전생은 최강검신-313화(314/325)
4구역 북부의 땅. 윈드라.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눈보라를 피하기 위해 루시아는 한 동굴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그건 게이트의 미지.
시험의 구슬이 알려준 단 하나의 가능성, 오롯이 운명이라는 말만이 딱 알맞은 상황이었다.
“아…….”
루시아가 누군가를 보며 짧게 탄 식했다. 동굴의 안에선 은색 수염 을 기른 장엄한 분위기의 남성이 루시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시아가 말을 잃고 가만히 서있 자, 남성은 의아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너도 불카누스를 잡으러 온 여행자인가?”
남자의 말에도 루시아는 굳은 표 정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동상처럼 굳고 말았 다. 그 모습에 동료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웃었다.
“실베론씨에게 겁먹었나 봐요. 성 격이랑 다르게 겉은 무서워 보이시 잖아요.”
젊은 남성의 말에 실베론은 고개 를 저으며 말했다.
“4구역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곳이군. 이렇게 어린 소녀도 정벌 대로 편성을 하다니.” 이게 바로 실베론이 미간을 찌푸 린 이유였다. 실베론은 루시아를 등장인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물 론 등장인물의 앞에서 구역에 관한 이야기는 금지였지만 이정도 수위 는 암묵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젊은 남자는 원칙주의인 듯 실베론을 향해 쉿- 하고 주의 를 주더니 루시아를 보며 웃었다.
“안녕? 난 젤탄이야. 혹시 불카누 스를 공략하러 왔다면 우리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래?”
루시아는 불카누스라는 이름을 되 새겼다. 어머니인 겔루아의 서재에 서 관련 기사의 스크랩을 본 적이 있었다.
[6급 세이버 실베론. 4구역의 윈 드라. 공략 실패.] [실패의 요인은 보스몹 불카누스 의 각성 때문으로 밝혀져…….]기억을 더듬던 루시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했다.
‘그럼 여기가 바로…….,
현실과 융합된 게이트.
4구역의 윈드라의 땅은 단순히 게이트의 구역이 아니었다. 아버지 를 죽게 만든 공간이었고, 아버지 가 공략에 참여한 시간이었다.
차원을 넘고, 시간을 넘고, 공간 을 넘어 셀 수도 없는 확률을 뚫어 내서 둘은 우연히도 만난 것이다.
정말이지 운명의 장난.
루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좋습니다. 저도…… 꼭 참여하게 해주세요.”
루시아의 표정은 이상했다.
아무래도 변덕스러운 기분 때문이 었다. 어린 시절 헤어졌던 실베론 을 보자 루시아는 쓸쓸하면서도 따 뜻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본 실베론의 모습은 4 살 때 보았던 기억과 비교해도 전 혀 다르지 않았다.
실베론은 그런 루시아를 보며 흐 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정말이지 용감한 소녀구나. 불카누스를 죽이고, 북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이지?”
실베론의 말에 루시아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루시아는 디자이어를 막고, 세계를 구하기 위해 이곳으 로 왔다. 실베론은 그런 루시아를 진심으로 칭찬하고 있었다.
젤탄은 옆에서 실베론의 말에 맞 장구를 쳤다.
“맞아요. 목숨을 건다는 건 어려 운 일이죠. 실베론씨도 오고 싶지 않아 하셨잖아요?”
“허허, 난 그저 내 딸 아이와 헤 어지기 싫었을 뿐이야. 그렇게 사 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여정을 떠나 는 내 마음이 오죽하겠나?”
“정말 따님 바보시라니까요.”
젤탄이 피식하고 웃자 실베론은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하루 종일 그 아이 생각만 하고 있으니 바보가 맞군. 근데 말일세 참 이상하지 않나?”
실베론의 자상한 물음에 젤탄은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젤탄은 실베론이 또 무슨 닭살 돋 는 이야기를 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 뭘요?”
“내가 공략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 던 것도, 그 아이 때문이지만 공략 에 참여한 이유도 그 아이 때문이 니 말일세.”
실베론의 말에 젤탄은 그럴 줄 알 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전한 세상을 주고 싶다 그런 건가요?”
“하하, 그렇지! 게이트의 패널티 따위로 그 아이를 위험에 빠트릴 순 없으니 말일세.”
실베론의 말에 루시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아버지인 실베론은 목 숨보다 중요한 것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 다.
“많이 소중한 사람이신가 보네요.”
루시아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 다. 조용했던 루시아가 먼저 말을 걸자. 실베론은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인자하게 웃었다.
“그래. 온 세상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지.”
“그렇군요.”
담담하게 말한 루시아가 실베론이 피워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모닥 불의 연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눈이 시려왔다.
입을 꾹 다문 루시아가 손등으로 촉촉해진 눈가를 닦자, 실베론은 그런 루시아의 어깨를 도닥였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 을 건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 니?”
루시아는 구체를 없애러 왔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동굴에 모인 사람들은 각기 달랐지만 목표는 모 두 같았다. 불카누스를 잡고 세계 를 구하는 것.
루시아는 자신의 손등을 가린 장 갑이 고마웠다. 비록 등장인물이지 만 실베론이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게 좋았다. 자신이 겪었을 그리움 을 아는 것만으로 실베론은 슬퍼할 게 분명했다. 설령 게이트의 등장 인물이라도 그 사실을 바뀌지 않았 다.
실베론은 그 사실도 모른 채 루시 아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위로를 해 주었다.
“나의 딸아이도 너처럼 용감하게 자랐으면 좋겠구나.”
타인을 위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도 걸 수 있는 용감한 사 람. 루시아는 실베론의 말처럼 용 감한 사람이었다. 거기다 현역 세 이버들도 따라오지 못할 실력까지 갖추었다. 실베론이 자신을 본다면 분명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었을 것 이다.
그래서 루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았다.
“그렇게…… 될 거에요. 분명.”
나무에 사다리를 걸어 만든 거대 한 목조건물. 클로아는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일루전에게 물 었다.
“어떻게 할까?”
클로아의 시선이 머문 곳에는 힘 차게 도망치고 있는 카렌이 있었 다. 카렌의 개개인의 힘은 별 것 아니었지만 이사벨에게 걸어둔 버 프가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쏟아지는 비.
테타니아 숲을 삼킬 듯 내리고 있 는 폭우 덕에 이사벨의 능력은 약 해졌지만 그래도 클로아는 일말의 여지도 주고 싶지 않았다.
“대답 안 해도 상관없어. 내가 처 리할 테니까.”
클로아가 바닥에 구슬을 깨트리자 연기와 함께 몸이 사라졌다. 일루 전은 한숨을 내쉬더니 1층을 향해 뛰어내렸다.
탁!
가벼운 소리와 함께 착지한 일루 전은 이사벨을 노려보며 말했다.
“구면이군.”
멀쩡한 일루전과 달리 그림자의 파도를 버텨낸 이사벨은 숨을 고르 고 있었다.
“하아, 후……. 그래 구면이지. 나 쁜 짓 하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하 지 않아?”
이사벨의 도발에도 일루전은 아랑 곳하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했다.
“미리 말하지만 손속을 두지 않겠 다. 이번엔 널 구해줄 사람도 없 지.”
“당연하지. 지엔은 바쁘거든. 네
대장을 박살내야 하잖아?”
하지만 이제 이사벨은 일루전을 상대로 겁을 내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이사벨은 디자이어를 두려워 하던 소녀가 아니었다. 이곳은 마 탑이 아니었고, 이사벨도 그때의 이사벨이 아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하면 긴 시간.
이사벨은 지엔을 만나고 성장했 다. 수많은 여정을 통해, 계속해서 강해 졌다.
‘이젠 무섭지 않아.’
타악! 팍!
이사벨이 물을 튀기며 일루전에게 달려들었다. 양손에 휘감은 불꽃은 강렬했지만 비 때문인지 불길이 평 소보다 약했다.
쿵!
불을 감은 이사벨의 주먹과 일루 전의 발이 격돌했다. 일루전은 가 볍게 공격을 막아냈지만 이사벨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터져라!”
퍼어엉!
이사벨의 목소리와 함께 폭발이 터지자 일루전은 뒤로 물러났다.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확실히 폭우 속에서는 데미지가 약했다.
“……폭우 속에서 불이라니. 봐주 기 힘들군.”
일루전은 말과 달리 이사벨을 상 대로 방심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최강의 마도기 중 하나를 사용했다.
“까마귀의 밤.”
탁
마도구인 구두로 땅을 딛자, 검은 색 그림자가 바닥에서 넘쳐 오르며 거대한 까마귀의 형상으로 변했다.
불길해 보이는 6개의 붉은 눈.
“울어라.”
일루전의 명령과 함께 까마귀는 기괴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윽! 이건…….”
까마귀가 울부짖자 이사벨의 몸이 아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까마귀 는 그제야 6개의 붉은 눈 중 2개 를 감았다. 일루전은 힘들어하는 이사벨을 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 다.
“신기한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치를 한 이사벨이 일루전을 노 려보며 말하자. 일루전은 천천히 까마귀에게 다가가 검은색의 깃털 을 쓰다듬어주었다.
“이 녀석은 나와 닮아있다. 주어 진 힘은 오로지 원망과 저주뿐이 지.”
일루전의 말처럼 이사벨의 몸이 무거워 진 건 까마귀가 가진 저주 의 힘이었다. 일루전은 까마귀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난 변해버린 대장을 보며 계속 저주하고 원망했다. 대장을 버린 센트럴과 노블레스. 그런 대장을 지킬 수 없었던 나를 말이지.”
까마귀의 밤은 그런 일루전의 심 상을 구현한 마도기였다. 그래서 까마귀는 주인인 일루전을 돕기 위 해 이사벨의 육체를 저주했다.
이사벨은 낮아진 신체능력 덕분에 몸이 물을 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자……, 다시 울어라.”
하지만 일루전과 까마귀의 저주는 멈추지 않았다.
까아아악一!
기괴한 울음이 빗소리와 함께 주 변에 퍼지자 이사벨은 몸 안의 마 나가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일루전은 떨어지는 비를 만지며 입을 열었다.
“비만 멈추면 될 거라고 생각했 나? 그때까지 버티면 될 거라고? 쯧, 어리석은 생각이군.’’
“너…….”
이사벨이 분한 듯 노려보았지만 일루전은 여전히 까마귀의 깃털을 쓰다듬어주었다.
“저주의 지속시간은 반나절이다. 과연 지금의 상태로 날 이길 수 있 을까?”
까마귀는 그 와중에도 다시 기괴 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까아아악一!
까마귀가 가지고 있던 6개의 붉 은 눈이 모두 감기자. 이사벨은 몸 의 감각이 이상했다.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고, 말도 잘 나오지 않았으며, 냄새조차 정 확히 맡을 수 없었다. 꿈속을 유영 하듯 몽롱했고, 수면 아래로 잠긴 듯 모든 것이 희미했다.
“너, 너…….”
“내 판단으론 불가능이다.”
퍼억!
일루전이 이사벨의 몸을 걷어찼 다.
구두에 차인 이사벨은 빗속을 뒹 굴었다. 감각을 빼앗긴 이사벨은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이기겠다고 결심을 했는데, 그 결심마저도 희미해졌다.
‘난…….’
이사벨은 품 안에 넣어두었던 회 중시계를 자신도 모르게 움켜쥐었 다. 동시에 이사벨은 입술을 꽉 깨 물었다. 입술에서 흐르는 피와 함 께 희미했던 감각이 조금은 또렷해 졌다.
“그런 건…….”
이사벨이 중얼거렸다. 이사벨은 왜 지엔이 왜 마탑에서 자신을 포 기하지 않았는지 이제야 명백히 알 것 같았다. 처음부터 그런 선택지 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이사벨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일루전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내가 정해.”
이사벨의 정신력은 일루전조차 감 탄하게 만들었다. 목숨을 건 진짜 전투의 시작이었다.
내 전생은 최강검신